요가일래2012. 4. 20. 05:10

딸아이 요가일래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생이다. 리투아니아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외국어를 가르친다. 대부분 외국어로 영어를 선택한다. 요가일래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영어 만화 채널을 지속적으로 틀어주었다. 그 덕분에 요가일래는 교과목에서 영어를 제일 좋아한다. 

며칠 전 딸아이는 자신이 직접 지은 영어 시라면 종이 하나를 건네주었다. 


were를 wore로 잘못 표기했지만 나름대로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였다. 리투아니아어 시가 운을 중시하기 때문에 영어로 쓴 첫 시에 운()을 찾느라 고생했을 법했다.
mine - side
pounds - sounds
money - honey

"아빠, 건데 이 시는 내가 남자라고 생각하고 쓴 시야!"
"그런데 pound는 무슨 뜻이지? pound는 영국 돈이잖아."
"여기서 pound는 심장이 쿵쿵거리는 거야."
"정말? 아빠가 인터넷 사전을 찾아봐야겠다." 

I thought you were mine, 
But you weren’t my side… 

My heart just pounds, 
When your voice sounds… 

I’ll give you all my money, 
If you will be my honey…

직역하면 이렇다.

네가 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는 내 편이 아니였어

너 목소리가 날 때
내 심장은 두근거려

네가 내 자기가 되어준다면
내 돈을 다 네게 줄게

아무리 남자라 생각하고 시을 지었다고 하지만 세속적 냄새가 물씬 풍긴다.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 그 돈에 혹할 수 있는 여자......

너무 일찍 속물적인 가치관으로 10살 딸아이가 빠져들어간 것이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조용히 불러 대화를 해보았다.

"만약 남자가 돈을 다 주면 네가 그 남자를 좋아할 거야?"
"좋지. 하지만 먼저 마음에 와닿아야지."
"그런데 왜 시에는 '네가 내 자기가 되어준다면 내 돈을 다 네게 줄게'라고 했니?"
"honey에 맞는 단어를 찾다보니까 money가 됐어."
"이잉~~~ 뭐라꼬!!!"

딸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가치관을 들먹이면서 심각하게 딸아이의 시를 분석하려고 한 내 자신이 우스워보였다. 기회 되면 딸아이에게 시집을 사서 선물해야겠다. 

* 한복 입고 외국 TV 노래 경연하는 요가일래 응원 투표하기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