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09.2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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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라면 끓어주세요!"라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딸아이가 전화했다.

아점으로 신라면을 먹었는데 참 맛었다. 먹으면서 딸아이 요가일래가 생각이 났다. 요가일래는 매운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데 유독히 신라면은 있는 그대로 먹는다.

초인종 소리가 나기에 문을 열고보니 딸아이는 웬 남자와 같이 있었다. 같이 온다는 소리도 없이 교실 남자친구를 데리고 왔다.

하도 여자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여러 차례 그렇게 하지 말 것을 권했지만 어제는 난데없이 남자친구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평소 마음에 든다고 말한 남자친구가 아니라 전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아이였다.

문앞까지 왔는데 안된다고 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냐를 노린 것 같았다. 남자친구가 한국말을 모르니 한국말로 따지듯이 물어보았다.

"벌써 경고했는데 또 왜 친구를 데리고 왔니?"
"내가 라면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가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어. 아빠, 빨리 라면 끓어주세요!!!"
"그래 일단 라면을 먹은 후에 그 친구가 집으로 돌아가면 이야기를 더 하자."

둘이서 그 매운 라면을 잘도 먹었다. 대화를 해보니 그 친구는 학교에서 아주 먼 곳에 살고 있었다. 기다렸다가 다른 곳에서 과외를 받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둘이는 점심을 먹은 후 같이 숙제도 했다. 한 1시간 반 정도가 지나서 친구가 돌아갔다. 이는 곧 훈계시간이 돌아왔음을 의미했다.

"어렸을 때는 집에서 부모하고 더 많은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자꾸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그 시간이 줄어들잖아. 나중에 크면 친구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으니 참아라. 이제 친구가 갔으니 어떻게 아빠도 모르고 엄마도 모르는 그 친구를 집으로 초대할 생각을 다 했니? 어디 한번 이야기해봐!"
"사실은 그 친구가 버스정류장에서 혼자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비도 오고해서 참 불쌍해보였어. 그래서 집으로 데려와 한국 라면을 먹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초대했어."

조금만 더 공세적으로 나갔다가는 딸아이가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더군다나 딸아이의 말을 듣자 훈계는 격려로 돌아섰다.

"아, 그래. 그런 마음으로 했다면 언제든지 초대해도 돼. 넌 오늘 정말 착한 마음을 내었네."

이런 속사정을 모르고 "오늘도 친구 또 데리고 왔어!"라는 마음을 낸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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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