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0.08.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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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고 있지만 물고기 한 마리가 같이 살고 있다. 두 딸이 개를 키우자고 졸라대지만 용케 지금까지 이들의 간청을 뿌리치는 데 성공했다. 빌뉴스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려면 이웃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 오른쪽 사진: 마르티나가 기르는 물고기 '구티스')

1년 반 전 큰 딸 마르티나의 남자 친구 어머니가 생일 선물을 했다. 바로 물고기였다. 난감했다.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마르티나는 어항을 자기 방에 놓아두면서 관리하고 있다. 물고기에게 '구티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마르티나가 집에 없을 경우 아내가 그 일을 맡는다. 식구 모두가 집을 비울 경우 옆집 할머니에게 부탁한다. 이럴 때마다 작은 딸 요가일래에게 "봐, 애완동물이 있으면 불편하지?"라고 묻는다.

마르티나는 일주일에 한 번 어항물을 갈아준다. 물갈기뿐만 아니라 어항, 돌, 풀 등을 아주 깨끗하제 청소한다. 수돗물을 그대로 하지 않고 정화시킨 물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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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나도 아내도 집에 없다. 벌써 마지막으로 물을 갈은 지 벌써 10일이 넘었다. 어항 내면은 녹조가 끼어 물고기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한 담? 내가 애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식구들은 다 잘 안다.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내가 어항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 오른쪽 사진: 녹조 낀 어항)

20여일째 매일 저녁 냉동실에서 지렁이 밥을 꺼내 먹이를 주고 있다. 어제는 큰 맘을 먹고 어항청소를 결심했다. 막상 하려고 하니 청소규칙이 있을 법했다. 일단 영국에 머물고 있는 물고기 주인 마르티나에게 물었다. 아내에게도 물을 수도 있었으나, 비밀로 해두고 싶었다. 분명이 감동주는 깜짝행위가 될 것이다. 마르티나가 알려준 대로 했다.

     정수를 작은 그릇에 담고 물고기를 옮긴다.
     씻는 동안 그 그룻에서 계속 정수를 담는다.
     기존 어항물을 욕실에 쏟고, 어항을 비누를 사용하지 않고 깨끗이 씻는다.
     돌과 풀을 꺼내서 따로 깨끗이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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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6개월 동안 내가 처음으로 어항을 청소하고 있다.

쉽다. 어항물을 쏟으니, 케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냄새가 몹시 역겨웠지만, "오늘 내가 아내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청소할 생각을 잘했다."고 위안하면서 작업을 계속했다. 작은 돌들을 씻은 후에는 손가락 끝이 한 동안 시큰거렸다. 손가락 안마로 여겼다. 이렇게 하다보니 3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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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항 속 하얀 접시는 아내의 착안이다. 지렁이밥이 돌 위로 떨어지면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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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한 어항에 힘차게 움직이는 '구티스'

깨끗한 어항에 넣자마자 물고기는 힘차게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어항 속 물고기를 보면 늘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어항을 치우라, 못에서 마음대로 헤엄침을 보리라.
      화병을 치우라, 정원에 피어있는 그대로를 보리라.
      조롱(鳥籠)을 열어 주라, 숲에서 마음대로 나는 것을 보리라."
(정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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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