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0. 7. 30. 08:04

독일 공연여행을 다녀온 아내는 방학이라 장모님이 살고 있는 시골도시로 딸아이와 함께 후다닥 가버렸다. 250km 떨어진 곳이라 여름방학을 제외하면 가는 날이 부활절, 성탄절, 어머니날 등 얼마 되지 않는다. 시골에 가서도 일을 할 수 있다고 권유했지만 거절해야 했다. 마무리를 지어야 할 중요한 일 때문이다.

일전에는 딸아이와 둘이만 있었을 때는 딸아이 때문에 어느 정도 식사를 챙겨먹고 했는데 혼자 있으니 그렇게 쉽지가 않다. 배고파도 "일 좀 끝내고 먹지."하다가 때를 놓치기도 한다. 아침식사 건너뛰기는 흔한 일상이다. 어제 낮에도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데 친구로부터 인터넷 대화쪽지가 왔다.

"집에 있나?"
"있지."
"블루베리 좀 가져다줄까?"
"뭘 수고스럽게."
"자전거 타고 가면 금방이야."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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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숲 속에서 자라는 블루베리

정말 한 15분 후에 친구가 왔다. 비닐봉지에서 블루베리를 꺼냈다. 유리병에는 설탕을 넣고 끓인 것이고, 플라스틱통에는 생 블루베리가 담겨져 있었다. 현재 리투아니아에서 블로베리 1리터 가격은 7리타스(약 3000원) 정도이다. 설탕에 넣고 끓인 블루베리는 주로 빵이나 부침개 위에 발라먹는다. 생 블루베리는 야구르트나 우유와 함께 먹는다.

받았으니 무엇인가 보답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돈으로 지불하기에도 그렇고, 밖에 나가서 밥을 먹기에도 그렇고...... 결국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신라면이었다.

"라면 어때?"
"진짜 한국 거야?'
"맞아."
"좋지."


두 봉지는 장정 두 사람이 먹기에는 적을 것 같아서 라면 세 봉지를 넣었다. 그런데 양이 너무 많았다. 나는 뜨거운 라면도 후루룩 잘 먹는데, 친구는 한 손에는 물컵을 잡고 천천히 먹었다. 아주 맵다고 하면서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블루베리 보답은 톡톡히 한 셈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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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베리를 선물한 친구 알렉사스

그가 떠난 후 저녁식사는 블루베리 + 요구르트였다. 친구 덕분에 비타민 듬뿍 담긴 블루베리 건강식을 하게 된 날이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