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07.21 05:28

아내가 아직까지 독일여행중이다. 아내가 떠나기 전에는 모처럼 딸아이와 둘이서 지내는 것에 대한 약간의 설레임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내의 빈 공간을 곳곳에서 느낀다. 특히 요리 솜씨가 없고, 또한 요즘 엄청 바쁜 일이 있어 나와 딸아이의 먹거리를 해결하는 것이 제일 신경이 많이 쓰인다.

"오늘은 뭘 먹을까?"
"아빠가 알아서 해줘."
"오늘은 외식하자."
"싫어."
"네가 피자를 아주 좋아하잖아."
"이제 싫어졌어."


딸아이의 찬성을 얻고,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먹을 기대를 가지고 질문했지만, 대답은 "이제는 피자가 실어졌어."다. 외식하면 간단하게 한 끼, 아니 배부르게 먹으면 두 끼는 절로 해결이 되는 데 말이다.

"이제 냉장고에 음식과 과일이 동이 났는데 어떻게 하니?"
"아빠, 슈퍼마켓에 가자."
"그럼, 우리가 살 목록을 네가 쓰라."
"아빠, 헬로키티 책을 사줘."
"얼마인데?"
"2리타스(천원). 알았어."


우유, 달걀, 빵, 복숭아, 바나나, 음료수, 요구르트, 책

이렇게 레스토랑 대신 슈퍼마켓을 가게 되었다. 쪽지에 적힌 목록대로 물건을 바구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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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 책 사줘."
"얼마인데?"
라고 물으면서 책 뒷표지에 붙은 가격표를 보았다.

"우와, 15리타스(7500원)이네. 비싸다."
"알았어."
라고 대답하더니 딸아이는 책을 원래 자리로 갖다놓았다.

잠시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고 하는 순간 딸아이는 다시 그 책을 보더니 이렇게 제안했다.
"아빠, 그러면 내 용돈에 사줘. 이 책이 친구들 사이에 아주 인기가 있어. 나도 가지고 싶어."

군것질 안하고 모은 자기 용돈으로 책을 아낌없이 사겠다는 딸아이의 애원하는 표정에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동의를 표하자 꼭 내가 사주는 것처럼 기뻐했다.

"책값은?" 집으로 돌아온 후 딸아이에게 물었다.
"알았어. 지금 줄 게."라고 답하고 지갑으로 다가갔다.

아내는 수년간 가계부를 써오고 있다. 집을 떠나기 전 가계부 작성을 신신당부했다. 작은 책의 값으로 15리타스는 큰 돈이다.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고 고민스러웠다.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딸아이의 용돈에서 막상 받으려고 하니 마음이 선듯 나서지 않았다. 생각 끝에 그냥 두리뭉실하게 음식값에 포함시키고 딸아이에게 청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선물이야! 네가 군것질 안하고, 아빠가 외식 안하고 했으니 돈이 절약 많이 되었으니 선물이야!"
"아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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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