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 6. 30. 06:34

방학이 우리 집 가족을 이산가족으로 만들고 있다. 아내와 딸은 장모님이 살고 계시는 시골 도시로 떠났다. 일 때문에 홀로 집에 남아 있다. 항상 있던 식구들이 없으니 집은 조용하지만 허전하다.

도심이지만 마치 깊은 산 속에서 혼자 휴가를 보내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도 가족인지라 잘 무렵이면 시골로부터 안부전화가 온다. 하루 있었던 일이 이야기로 펼쳐진다.

어제 제일 중요한 일은 9살 딸아이가 드디어 장모님 아파트 또래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던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전체 가구수가 23이다. 비슷한 또래가 있는 집은 딱 하나이다. 그는 고층에 살고, 우리는 저층에 산다. 서로 왕래가 없다. 주변에 놀이터가 있지만 또래 아이를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방학 전 주말에는 가끔 인근에 사는 학교 반친구들을 불러 노는 것이 전부이다. 이제 방학이니 학교 반친구들을 만날 기회도 거의 없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쉬운 점이 바로 주변에 또래가 없다는 것이다. 시골 아파트 마당에서 또래를 만나 즐겁게 노는 딸아이를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솟는다.

▲ 자랄 때 주변에 또래아이가 없어 대부분 혼자 집에서 놀아야 했던 딸아이(사자놀이하는 딸아이)
 

딸아이는 엄마에게 마당에 있었던 일을 전했다.


"엄마, 친구들이 내 얼굴을 가지고 싶데."

여담이지만 종종 딸아이를 보면서 동양인과 결혼하고 싶다는 현지인들을 적지 않게 만난다. 피부가 조금 다르다고 놀림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엄마, 나보다 조금 나이 많은 오빠들이 나보고 예쁘다고 말했어. 그래서 내가 고마워라고 답했어. 그런데 오빠들이 여자아이로부터 고마워라는 말을 처음 들었데."

보통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이 "예쁘다"라고 주파를 던질 경우, "너~ 꺼져"(eik tu, 반드시 화냄을 뜻하는 표현이 아님)라고 답한다. 이 남자들도 이런 통상적인 반응을 기대했는데, 딸아이가 "고마워"라고 답하자 당황하면서 신기해한 듯했다.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누가 칭찬을 해주면 "고맙다"라고 먼저 말하라고 일러준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딸아이가 시골 또래아이들과 건강하게 잘 지내고 돌아올 보자기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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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