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7. 13.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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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옷을 다 벗고 집안에서 지낸 지 벌써 3일째다. 어제 낮 온도는 33도였다. 이번에 가장 더운 날씨였다. 병원을 가는 데 우리 집 식구가 모두 동행했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들어오는 벌레가 무서워 8살 딸아이는 혼자 집에 있을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 않아 푹푹 찌는 더위에 딸아이는 녹초가 되었고, 아내는 머리가 아파온다고 했다. 리투아니아 여름온도는 보통 20도 내외인데 이렇게 30도가 넘으니 금방 기진맥진하게 된다.

"리투아니아에도 여름이 이젠 정말 덥다."라고 말하자
"그래도 한국에는 습기가 많지만 여긴 건조하다."라고 옆에 있던 아내가 말했다.

"우리 여름에 한국에 가지 말자. 더워서 구경도 하나도 못하잖아."라고 말하자
"그래 맞아. 봄이나 가을에 가자."라고 딸아이가 맞장구쳤다.
"그땐 너는 학교에 다니잖아. 아빠 혼자 갈 게."
"안 돼!!! 나도 데려가!!!"


요즘 요가일래의 최고 군것질거리는 옥수수이다. 수퍼마켓이나 재시장을 갈 때마다 요가일래는 옥수수를 사달라고 성화이다. 그런데 이 옥수수가 아내가 생각하기엔 비싸다. 그렇게 크지 않은 옥수수 두 개에 보통 4리타스(약 2천원)한다. 헝가리에서 수입한 옥수수이다. 리투아니아에는 옥수수가 잘 자라지 않고, 대부분 가축사료용이다.

일전에 딸아이는 마치 숨어서 혼자 재빨리 먹으려는 듯 발코니에서 게갈스럽게 옥수수를 먹고 있었다. 살며시 가서 사진을 찍으면서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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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도 좀 줘~"
"안 줄 거야."
"좀 줘~ 맛 한 번 보자."
"내가 맛 보니까 정말 맛있어. 그러니 아빠는 맛볼 필요가 없어."
"알았다. 혼자 맛있게 다 먹어."
"고마워~~~, 안녕!"

한 입 뺏어먹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지만 자식 밥을 뺏어먹는 부도덕한 아빠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았다. 이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그저 일어나는 욕심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이날따라 한국에 살 때 텃밭에 가꾼 옥수수를  실컷 삶아주던 어머니와 그때의 추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너는 옥수수를 게걸스럽게 먹고, 아빠는 추억을 게걸스럽게 먹으련다."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발코니에서 컴퓨터 책상으로 돌아왔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