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06.12 07:17

최근 들어 리투아니아에는 밤에 여러 차례 천둥과 번개가 쳤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그 해 첫 번째 천둥과 번개가 친 후에야
호수나 강 등에서 수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천둥과 번개가 차가운 기운이 사라지고
이제 더운 기운이 땅을 지배하고 있음을 확신시켜준다.

8살 딸아이는 유별나게 천둥과 번개를 무서워한다.
번개를 보거나 천둥 소리만 들어도
집안에 있는 전기코드를 다 뽑아라고 야단법석이다.
심지어 밧데리로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도 꺼라고 아우성친다.

"아빠, 컴퓨터를 반드시 꺼야 돼."
"왜?"
"하드디스크,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가 다 망가질 수 있어."


90년대 초 전화모뎀으로 인터넷을 사용했다.
밤에 천둥 번개로 전화모뎀이 망가진 때가 떠올랐다.

"그럼, 뭐 하지? 번개 사진을 찍어야겠다."
"안 돼, 아빠!"
"왜, 카메라도 전기가 필요하잖아."
"충전된 건전지로 하는 데."
"아빠, 그대로 안 돼!!! 카메라 속으로 번개가 들어오면 어떻게 해?"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가 딸아이는 잠이 들었다.
카메라 대신 캠코더로 발코니에서 촬영을 시도해보았다.

몇 차례 기다리다가 지쳐 녹화 중지를 하는 순간
바로 눈 앞에서 번개를 치는 듯 섬광이 비쳤다.
번개칠 때 녹화 시작을 눌리면 이미 늦은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더 자라면 천둥과 번개에 대한 무서움이 덜해지겠지만
아무리 어린이이라 해도 너무 무서워하는 것 같아 고민스럽다.

하지만 딸아이가 천둥 번개 때 전기코드를 다 뽑아놓아야 한다고
야번법석 떠는 모습은 참 보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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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