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6. 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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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벌써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와 함께 놀이터가 있는 인근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지금은 이 놀이터의 놀이기구가 모두 현대식으로 되어 있다. 즉 놀이기구가 철판이나 쇠봉, 플라스틱 소재를 되어 있다. 몇 해 전만해도 모든 놀이기구가 목재로 되어 있었다.

"아빠, 옛날에 내가 저기 미끄럼틀에서 나무조각이 엉덩이에 박혔어."
"너, 아직도 그 때 일을 기억하니?"
"병원에 갔잖아."

그 때가 2005년 7월 어느 날이었다. 아내는 학교일로 집을 나갔고, 네 살 된 딸아이와의 산책은 내 몫이었다. 그 날따라 딸아이는 억지를 부려 얇은 바지를 입었다. 언젠가 미끄럼틀에서 삐어져 나온 작은 나무조각으로 경미한 상처를 입은 적이 있어 그 날도 주지를 시켰다.

모래떡을 만들어 아빠에게 준 후 딸아이는 어느 새 미끄럼틀로 올라가 막내려오려고 했다. "아니, 또 다치면 어떻게 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딸아이는 내려오는 도중에 울음을 터트렸다. 아빠의 나무람에 자기방어용으로 울음이라는 술책을 쓰는 습관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바지를 벗어 엉덩이를 살펴보았다.

나무조각은 하강 속도로 뚝 끊어졌고, 피가 주위에 멈춰져 있었다. 마치 물이 새지 않도록 둑 구멍을 막은 말뚝을 연상시켰다. 상처 주위를 눌러보니 딱딱했다. 조각이 밖으로 보이면 그냥 뽑아낼 수가 있지만 뚝 잘라져 보이지가 않았다. 이 일을 어쩌나? 울부짖는 아이를 달래고 엄마에게 긴급구조를 요청했다.

한국 대도시 같으면 어디나 쉽게 의원이나 병원을 찾을 수 있지만 이곳은 흔하지 않다. 더 더욱 퇴근 시간. 일단 관할 보건소에 전화로 문의했다. 외과는 근무를 마쳤으니, 근무시간이 긴 인근 보건소 외과를 추천했다. 30분을 기다린 후 의사가 보더니 상처가 심하고 아이가 너무 과민반응을 일으키니 대학병원 어린이 외과로 가라고 했다.

부리나케 차를 다시 도시 외곽지대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전신마취를 한 후에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신마취라는 말에 아내는 이내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이의 사지를 붙잡고 울부짖음을 지켜봐야하고 또한 아이가 평생 하얀 의사복을 혐오하는 것을 택할 것인가라는 의사의 물음에 우리 부부는 동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보건소에서 기다리면서 먹은 비스킷 하나가 다 소화될 때까지 5시간을 기다린 후 새벽 한 시에 수술을 받았다. 10분만에 수술 의사가 거저에 싸서 가져온 것은 정말 보기에도 끔찍했다. 성냥개비 두 개보다 더 굵은 나무조각이 길이가 2.2cm였다.

의사는 아이의 여러 상태를 아침에 점검해 본에야 퇴원을 결정할 것이라 말했다. 다음날 밝은 표정으로 집에 돌아온 딸에게 엉덩이에 박힌 나무조각을 보내주었다.

"아빠, 이젠 미끄럼틀 타려면 한국에 가자!"
"하지만 너무 멀어서 매일 갈 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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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그 해 5월 한국에 갔다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철판이나 플라스틱 미끄럼틀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 사건 후 딸아이가 미끄럼틀 타기 전에 돋아난 나무조각이 있는 지를 반드시 확인하는 수고가 하나 더 늘어났다. 다행히 근래에 들어와서 리투아니아의 놀이터에는 목재 대신 철판이나 플라스틱 소재 놀이기구가 많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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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