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5. 8.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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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아내를 제외한 다른 식구들에게 올해는 각자가 엄마 생일(5월 7일) 선물을 준비하자고 선언했다. 그리고 초등학생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를 방으로 불려 귓속말을 했다.

"내일 아침엔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일어나 아빠와 함께 학교에 가자."
"왜?"
"학교 가는 길에 있는 꽃집에서 너가 꽃을 정하면 아빠가 돌아올 때 사서 엄마에게 선물할 거야."

요가일래는 보통 7시에 일어나 7시 30분에 학교로 간다. 아침 7시 20분경 누군가 아파트 입구 현관문을 열기 위해 숫자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이른 아침에 우리집을 방문할까? 코드번호를 아는 사람이라면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일 텐데 말이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큰 딸 마르티나였다.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꽃집에서 가서 꽃을 사가지고 왔다. 엄마에게 생일 축하를 하고 학교로 갔다. 예기치 않게 꽃선물 주기에서 순서를 빼앗긴 요가일래는 입이 토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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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티나가 선물한 노란 장미꽃

"엄마, 나 꽃선물 안 할래!"

요가일래와 함께 학교 가는 길에 있는 꽃집을 들렀다.

"우리 장미꽃을 같이 사자. 그런데 꽃을 사지 말고 나무를 사자."
"아빠, 꽃은?"
"저 나무에서 꽃이 곧 필 거야. 내년에는 꽃선물 안 해도 된다."
"왜?"
"저 장미나무에서 또 꽃이 필 것이기 때문이지."
"아,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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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선물한 장미나무 (내년에는 필 꽃으로 대신하니까 지출 절약 ㅋㅋㅋ)

이렇게 아빠가 돌아오는 길에 장미나무를 사기로 결정하고 발걸음을 학교로 향했다.

"아빠, 그런데 장미나무는 아빠가 사고, 나 이름으로 튤립을 사줘. 노란색이 예쁘니까 노란 튤립을 사줘."
"너 엄마에게 꽃선물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잖아?"
"그렇지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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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 이름으로 선물한 튤립꽃 세 송이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장미나무와 노란 튤립꽃 세 송이를 구입해 아내에게 선물했다. 오후 1시에는 혼자 집에 돌아와야 할 요가일래가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았다. 걱정이 되었다. 한 15분 늦어서 요가일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손에는 카네이션꽃이 쥐여있었다.

"아침에 벌써 아빠가 너 이름으로 노란 튤립꽃을 선물했는데. 왜 또 샀니?"
"직접 사서 선물하고 싶었어."
"그런데 너 돈이 없었잖아?"
"친구에게 빌려서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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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가 친구에게서 돈을 빌려 직접 구입한 카네이션꽃

꽃선물 순위에서 밀려나 꽃선물을 하지 않겠다고 요가일래는 선언했지만, 그래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아빠에게 노란 튤립꽃을 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기가 직접 사서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친구에게서 돈까지 빌려서 카네이션꽃을 사왔다.

학교 수업 내내 꽃선물과 돈을 빌릴 생각을 했을 것 같았다. 사람은 돈을 빌리는 데 익숙해서는 안 된다는 훈계를 할만도 하겠지만 이날만큼은 요가일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내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기쁘게 딸아이의 꽃선물을 받았다. 한국의 어버이들이 받는 카네이션꽃을 선택해 더욱 의미를 더해 주었다.

"월요일에 돈 갚는 것을 잊지마."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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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