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0.04.20 07:35

어느 날 딸아이가 아빠 왼손 등을 보더니 물었다.
"아빠도 문신했어?"
"이잉~ 문신이라니?"
"여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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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약간 푸른 빛 문신(?)은 손등에서 손바닥까지 쭉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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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상처를 치료한 것이야."
"아빠, 어떻게 아팠는지 설명해줘. 정말 궁금해."

몇 년도인지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35년전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겨울 어느 날이었다. 농한기에 아버님은 뒷방에서 볏짚으로 새끼를 꼬았다. 이 새키틀 돌아가는 소리는 천을 다듬는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어린 시절의 대표적인 추억 소리이다.

3살 아래인 동생과 함께 새끼틀 기어 이빨로 즐겨놀았다. 즉 엄지와 검지로 솜을 잡고 돌아가는 새끼틀 기어 이빨에 얹으면 돌아가는 기어 이빨로 느끼는 촉감이 좋았다. 위험하다고 말리는 아버님의 말을 듣지 않고 그만 검지손가락이 맞물려있는 두 개의 기어 사이로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뼈가 훤하게 보일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 시골이라 어디 치료해줄 의사가 없었다. 더군다나 밤이었다. 낫에 베인 작은 상처는 그냥 손으로 꼭 잡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고 지혈이 되었다. 그런데 이때 입은 상처는 너무나 크고 깊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당시 부모님의 황당스러운 응급처치법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너무나 간단했다.
   1. 부엌으로 달려간다
   2. 솥밑에 붙여있는 그을음을 숟가락으로 긁어낸다
   3. 그 그을음을 상처 부위에 골고루 뿌린다
   4. 내 코를 푼다
   5. 그 끈적한 콧물로 그을음을 덮는다
   6. 천으로 칭칭 감는다 - 이상 치료 끝

병원이 있는 도시에 살았다면 전혀 다른 치료를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그을음과 콧물로 치료를 받은 후 그 다음 날 바로 줄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이렇게 치료를 받아본 사람들이 있는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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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종종 주위 사람 중 보기가 흉하니 수술로 제거하자는 사람도 있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어린 시절 엽기적인(?) 응급처치였지만 왼손 중지를 바라볼 때마다 부모님의 따뜻한 보살핌을 느낄 수 있는 흔적을 고이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