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3. 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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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15일) 병원에서 퇴원한 지도 여러 날이 지났다. 처음 한 두 일은 가족 모두가 정성껏 보살폈다. 모든 식구들은 내가 회복될 때가지 푹 쉬어도 좋다라는 암묵적 동의를 한 듯 했다. 당분간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신문을 보거나 tv를 보거나 잠을 자거나 해도 눈치를 보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날이 지나감에 따라 스스로 눈치를 보는 것 같아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조금만 기력이 나도 자동으로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다. 밤 늦게까지 절대로 일하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했건만, 사방이 조용한 야밤이야말로 참으로 좋은 작업환경이라는 유혹에 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목요일은 날밤을 새다시피해서 일을 해버렸다. 금요일 늦은 오후 집에는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와 둘이서 있었다. 평소 딸아이는 혼자서 침실에서 tv 보기를 좋아한다.

"아빠가 자고 싶은 데 같이 침실에 있어도 돼?"
"되지."
"그런데 너는 아빠가 코곤다고 싫어하잖아."
"요즘 아빠 코 안골아. 코골아도 돼."


이렇게 해서 tv를 보고 있는 딸아이 옆에서 자게 되었다. 얼마를 잤는 지 모르지만 자꾸 더워서 여러 차례 이불을 걷어내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정성껏 이불을 덮어주는 것을 느꼈다. 아빠가 더워서 이불을 걷어내는 것이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내버려두어도 되는 데 수고러움을 마다하지 않고 매순간마다 이불을 다시 덮어주는 딸아이가 무척 고마웠다.

평소 자다가도 일어나 딸아이의 침대쪽으로 바라본다. 혹시 이불을 걷어내고 자지는 않는 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이다. 아빠가 아니더라도 늘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딸아이가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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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부와 놀부" 한글 필사를 하고 있는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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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