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2. 2. 08:53

우리 집 식구는 모두 넷이다. 넷의 식성이 각각 다르다. 배고프면 스스로 해결하는 날이 더 많다. 다 함께 식탁에서 오붓하게 식사하는 날이 적다. 언젠가 아내는 주말에는 가급적이면 식탁에서 함께 식사하기를 권했다. 처음엔 잘 되었지만 얼마 가지를 않았다.

큰 딸 마르티나는 밥을 먹으면서 인터넷을 하고, 작은 딸 요가일래는 밥을 먹으면서 재미있는 TV 만화를 봐야 하기 때문에 뿔뿔이 각자 방으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부엌에 남는 사람은 아내와 둘뿐이다.  

지난 토요일 아내가 정성을 들어 맛있게 음식을 준비했다. 가족을 모두 부엌으로 불러모아 함께 먹자고 했다. 그런데 마르티나가 접시를 들고 나가려고 했다.

"모처럼 함께 먹자고 하는데 나가니?" 아내가 한 마디 했다.
"아빠가 소리 내서 밥을 먹으니 신경이 써여."라고 마르티나가 답했다.
"난 살다보니 아빠의 소리에 점점 적용이 되었다."

사실 뜨거운 국물 등을 먹을 때 소리 내지 않고 먹기가 힘든다. 다른 식구들은 국을 조금 식힌 후 먹는다.모두 소리에 예민해서 작은 소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늘 노력은 하지만 오물오물 소리없이 밥을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빠가 주의하도록 금지문을 써는 것이 좋겠다."라고 아내가 말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요가일래는 종이를 가져와 글을 썼다. 이렇게 해서 우리집 냉장고 문에는 냠냠 쩝쩝 금지문이 붙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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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손님으로 가면 아내는 어떻게 밥을 먹냐를 살핀다.
"당신 오늘 정말 소리 내지 않고 밥을 먹더라. 웬 일이야? 집에서도 그렇게 해봐."
"그런데 집에서는 왜 잘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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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냠냠 쩝쩝 소리 내지 마세요."

이제 이 금지문이 기도문이 되어 식구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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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