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12.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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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순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대뜸 물었다.

"아빠, 산타 할아버지가 몇 살인지 알아?"
"글쎄. 몇 살이실까?"
"선생님이 420살이라고 해."
"그래, 정말 나이가 많으시네."
"한 친구는 산타 할아버지가 1000살이 넘는데."
"그래? 아뭏든 할아버지는 나이가 참 많구나!"

이렇게 대화하면서 속으로는 "420살이든 1000살이든 태어남이 있으니 돌아가실 날도 있겠네."라고 말하고 싶었다.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밝혀 말어?)

집 복도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자 요가일래는 저녁 내내 산타 할아버지에게 전하는 소원을 적었다. 산타 할아버지만 읽을 수 있는 편지라 열어볼 수는 없었지만 간접적으로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 지 알게 되었다.

요즈음 리투아니아 어린이들 사이엔 스티커를 수집하는 것이 유행이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많은 스티커와 이 스티커들을 붙일 수 있는 큰 앨법을 선물해달라고 부탁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치고는 너무 약소한 것이라 요가일래가 더 큰 선물을 부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하지만 선물은 어떠한 것이라도 받는 사람이 만족하고 좋아하는 것이 최고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일단 스티커와 앨범을 샀다. 선물예상액보다 10배나 적은 것이라 차마 이 선물만 줄 수 없다고 해서 돈봉투를 추가로 챙기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12월 23일 친구집에 놀려갔다 돌아온 요가일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산타 할아버지에게 다시 편지를 쓰면 안 돼?"
"벌써 산타 할아버지가 편지를 다 읽었을 거야. 그리고 선물을 준비했을 거야. 왜 다시 쓰려고 하는데?"
"받고 싶은 선물이 변했어. 다른 선물을 부탁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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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트리에 소원을 적은 편지가 걸려있다.

이날 저녁 내내 요가일래는 카드 위에 먼저 자와 연필로 줄을 긋고, 먼저 연필로 글을 썼다. 그리고 그 위에 만년필로 다시 정성스럽게 글을 썼다. 그리고 12월 25일 아침을 기다렸다.

이날 아침에 일어난 요가일래는 어둠이 깔린 복도라 엄마에게 같이 가자고 하면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다가왔다. 그리고 기다리던 선물을 받았다. 봐아하니 다시 쓴 편지에는 받고 싶은 선물이 인형이라고 한 것 같았다. 이 인형이 없자 실망하는 눈치였다.

"인형 대신 산타 할아버지가 이렇데 돈을 남겨두었네."라고 엄마가 위로했다.
"맞아. 산타 할아버지가 이집 저집 다니느라 너무 바빴을 것이야."라고 요가일래는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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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어린이들 사이에는 스티커를 수집하는 것이 유행이다.

산타 할아버지가 원하는 선물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요가일래는 너무 쉽게 이해버렸다. 그리고 값싼 스티커에 만족하면서 새 앨범에 스티커를 붙이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다른 사람이 바빠서 못 해준 거야"라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남을 원망하는 일이 엄청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