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9. 12. 19. 07:55

한국 기업인들이 12월 18일 리투아니아 샤울레이와 파네베지스 시청을 방문하는 데 동행했다. 샤울레이는 리투아니아 4대 도시로 인구가 13만명, 파네베지스는 샤울레이 다음으로 큰 도시로 인구가 11만명이다.

영하 15도의 추운 날씨에 아침 8시경에 출발했다. 샤울레이는 수도 빌뉴스에서 북서쪽으로 2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3년 전 국제 에스페란토 행사가 이 도시에서 열렸다. 당시 시장 초청으로 시청회의실을 방문했고, 다과, 음료수, 커피 등을 푸짐하게 대접받았다.

목적지를 30km 남겨두고 시간이 좀 남아서 도로 옆 식당에 들어갔다. 3년 전을 생각하면서 시청에 가면 적어도 손님한테 커피 정도는 나오겠지라고 기대하면서도 커피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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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울레이 시청사 (사진출처: http://lt.wikipedia.org/)

이렇게 도착한 샤울레이 시청. 시청 입구 1층 내부 복도에는 희미한 자연채광이 전부였다. 3층이 있는 소회의실까지 가는 데 복도와 계단 어디에도 전등이 켜져 있지 않았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사무실이 있다. 그래서 자연채광 말고도 전등불이 켜져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샤울레이 시청 고위관계자와의 만남은 한 시간 정도 지속되었다. 기대했던 커피는 커녕 물 한 잔도 없었다. 도착하기 전 커피를 사서 마시기를 정말 잘했다. 리투아니아는 한국처럼 구멍가게나 편의점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추운 날씨라 난방이 강해 방이나 사무실에 있으면 쉽게 갈증이 느낀다. 건조하기 때문이다.  

이어 샤울레이에서 80km 떨어진 파네베지스에서의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이동했다. 이 도시는 좀 다르겠지 기대했다.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복도의 천장에는 전등이 잔뜩 달려있었다. 하지만 모두 꺼져 있었다. 샤울레이 시청 복도보다 더 어두웠다. 일행은 모두 고개를 가우뚱거렸다. 명색이 시청인데 좀 밝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한국에서 논란이 된 어느 호화 시청이 떠올랐다.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물 한 잔도 없었다. 빨리 끝내고 타는 갈증을 해소시키고자 하는 생각이 회의 내내 머리 속에 맴돌았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손님이 "뭐 좀 주소!"라고 먼저 부탁하는 것은 실례이다. 주인이 제안해도 "아니요. 괜찮아요."라고 답하는 것이 예이다.

방문을 마친 후 고위관계자는 환송하기 위해 복도로 나왔다. 복도가 어둡다는 일행의 수근댐을 알아채린 듯 복도 천장을 가리키면서 한 마디 했다.

"Taupumas!"(타우푸마스, 절약이라는 뜻)

회의탁자에 없는 물, 복도에 꺼져 있는 전등, 이 모두가 결국 국민세금 절약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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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