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 12. 5. 07:02

남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바지지퍼 때문에 창피스러움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쯤은 있을 법하다. 바지지퍼가 제대로 닫히지 않았거나 아예 확 열려 있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는 때가 있다.

이때 옆에 친구라도 있으면 덜 부끄러울 것이다. 그렇지 않고 혼자이고 더욱이 주변에 여자분들이 있다면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창피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만원버스나 학원계단에서 뒤엉퀴는 인파 속을 어렵게 빠져나왔을 때 바지지퍼가 내려가지 않았냐 살펴보았던 적이 많았다. 그때는 책가방이 가리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어떤 가리개도 없을 경우엔 정말 난처하다.      

"그럴 수도 있지 뭐!" 태연스럽게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바지지퍼를 올리려고 한다. 아예 모른 척하다가 주위 사람들이 없을 때 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바지 지퍼가 남대문

학교 다닐 때 친구의 바지지퍼가 열렸을 때 귓속말로 "야, 너 남대문 열렸다. 올려라"라고 말하곤 했다. 이렇게 남자의 바지지퍼를 남대문에 비유했다.

지퍼가 열리고 닫히는 것이 문과 같고, 남자의 문이니 남대문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물론 주위 사람들이 금방 남대문의 의미를 알아차리지만 이는 직접적 표현이 아니라 간접적 표현으로 창피함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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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가끔 말썽을 불러일으키는 이 청바지 덕분에 딸아이의 남대문 문안인사를 받게 되었다.

지퍼가 조금 말썽인 청바지가 있다. 그래서 이 옷을 입을 때는 늘 제대로 지퍼를 끝까지 위로 올리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어느 날 이 청바지를 입고, 식구들이 모여 있는 부엌으로 갔다.
 
"당신 청바지 한 번 봐! 옷 하나 제대로 입지 못하다니 영락없이 다 큰 아이구먼"이라고 아내가 꾸짖었다.
"아빠 바지가 열렸네. 하하하"라고 옆에 있던 딸아이 요가일래가 놀려댔다.

바로 청바지의 지퍼가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가일래에게 남자의 바지지퍼를 한국에서는 남대문이라고 부른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이날 있었던 일로 요가일래는 아빠가 이 청바지를 입고 밖에 나갈 때마다 현관문 앞에서 아빠를 세운다.

"아빠 남대문이 닫혔어? 열렸어?"
"물론 닫혔지."
"그럼, 나가도 돼"

어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요가일래를 맞이하기 위해 학교로 향했다. 중간 지점에서 요가일래를 만났다. 딸아이의 첫 번째 말은 "아빠 남대문은?"이었다.
아빠의 남대문 개폐를 이렇게 확실하게 점검해주는 8살 딸아이가 있다는 것이 큰 행복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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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빠의 남대문을 점검하는 8살 요가일래

리투아니아에서는 바지 지퍼가 가게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의 남대문처럼 어떤 표현을 쓸까? 궁금해졌다. 아내와 주위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물으니 답은 "가게"였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바지 지퍼가 열려 있는 사람에게 "가게가 열려 있다", 혹은 "가게를 닫으라"라고 말한다. 한국 사람이든 리투아니아 사람이든 이런 경우에 모두 지퍼라는 직접적인 단어보다는 각각 '남대문'과 '가게'라는 비유하는 단어를 선호하고 있다. 봐서 미안함과 해서 창피함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임을 알 수 있다.    

아빠 남대문의 안녕을 묻는 딸아이의 점검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궁금하다. 혹시 새 청바지를 살 때까지...... 그렇다면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청바지 한 벌을 부탁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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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