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8. 5. 9. 06:57

지난 5월 7일 오전 휴대전화기로 쪽지가 들어왔다. 내용인즉 빌뉴스 에스페란토 동아리 회원의 아버지가 돌아가 함께 조문을 가자는 것이었다. 평소 우리 부부와 잘 아는 사람이라 같이 가려고 했으나, 아내는 학교 일 때문에 혼자 가게 되었다. 저녁 6시 시신이 안치된 성당 앞에서 회원들이 하나 둘 모여 여섯 명이 되었다.

조화는 한 친구가 퇴근하는 길에 사왔다. 국화로 장식된 꽃바구니를 30리타스(약 13500원)에 샀고, 각자 5리타스를 내어 값을 치렀다. "한국 같으면 내가 살께~"라고 할 법 하지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개 참가 인원수로 공동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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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의 망자가 부활한 듯한 꽃밭묘지

일반적으로 조문객들은 각자 꽃이나 화관을 가져온다. 하지만 화관 대신 조의금을 내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친구들이 말한다. 이날 온 친구들은 공동 꽃바구니 외에 각자 성의껏 조의금을 냈다. 모두 준비한 봉투가 아니라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한 친구가 그 돈을 모아서 봉투 하나에 다 넣었다.

한국에선 각자 하얀 봉투 앞면엔 부의(賻儀)라고 적고, 봉투 뒷면엔 자신의 이름을 적는 것과는 무척 대조적이었다.

이렇게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은 다 같이 한 봉투에 넣어 선물한다고 한다. 누가 얼마를 내었는지 상주는 알 수가 없다. 나중에 상주가 이에 상응하게 보답할 수가 없게 되어서 좀 아쉽지만, 내가 낸 부의금 액수 때문에 쑥스러워하거나 상주의 나중 대응에 섭섭해 할 필요가 없다.

이날 이름 없이 다 함께 모은 조의금 봉투에서 상 없는 부조의 미를 읽을 수 있었다.

한편 조문객을 위한 접대는 없었다. 한 시간 동안 조문하는 동안 눈물을 훔치는 사람은 있어도, 소리 내어 곡하는 사람은 없었다. 조용한 가운데 사망자를 추모하고 안식을 기원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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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례문화는 정말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군요. 하지만 무기명 부조가 더 인간적인 상조문화로 보입니다.

    2008.05.09 09:07 [ ADDR : EDIT/ DEL : REPLY ]
  2. 비밀댓글입니다

    2008.05.09 09:08 [ ADDR : EDIT/ DEL : REPLY ]
  3. 맞춤법이...

    조의금이 아니라 조위금입니다. 조상할 조弔 위로할 위慰를 써서요.
    아마 조의(뜻 의)를 표하다는 단어때문에 잘못 쓰신 듯하네요.
    밑에 분이 말씀해주셔서 찾아봤는데, 둘 다 맞는거네요.
    전 조의와 조위금을 분리해서 쓰는 줄 잘못 알았었네요. 지적 고맙습니다.

    2008.05.09 16:18 [ ADDR : EDIT/ DEL : REPLY ]
    • 둘 다 맞아요

      조의금 조위금 둘다 맞는 말입니다.
      성석제씨의 우리말123에 따르면 둘다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에 올라 있는 표준어라고..

      2008.05.09 14:45 [ ADDR : EDIT/ DEL ]
  4. 무기명 부조금이 인간적이라..

    조금은 편협한 생각인듯.. 과례. 허위의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공동체에서 그런것이 없으면 더 불편해진다.

    지금은 받고 나중에 갚아야 될 빚이라고 생각하는게 좋지 않나.

    2008.05.09 18:38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