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 11. 8. 06:19

11월 5일은 2001년 태어난 딸아이 요가일래의 생일이다. 우리 집에서 가장 성대하게 생일잔치를 만끽하는 사람이 바로 요가일래다. 친척 중 또래 아이가 둘이나 있다. 이들을 초청하자면 자연히 이들 부모가 온다. 빌뉴스에서 사는 외삼촌 가족, 또 다른 친척, 그리고 시골에서 외조모, 외증조모님이 오시면 거뜬히 20여명은 넘는다.

요즈음은 이벤트성 식당이나 놀이장에서 생일잔치를 하는 리투아니아 어린이들도 늘고 있지만, 대부분 집에서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이 모여 잔치를 연다. 생일이 주중이더라도 주말에 모인다. 요가일래 생일은 11월 5일이지만, 어제 토요일에 잔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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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5일 만 8살이 된 요가일래. 이 날은 가족만 모여 조촐한 파티를 열였다.

생일상은 따로 차린다. 어른을 위한 상이 있고, 아이들을 위한 상이 있다. 이날은 딸아이 생일을 빙자하여 어른들이 한 잔 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가급적 자제한다. 딸아이는 케이크 불을 끄는 재미로 생일을 기다린다. 어른들은 흥이 나면 기타, 피아노, 하모니카 등 반주로 노래하거나 춤을 춘다. 요가일래도 기분 좋으면 노래로 답례하기도 한다.  

생일잔치의 절정은 생일을 맞는 사람을 의자에 앉히고 그 사람의 나이만큼 의자를 들어올리는 것이다. 이 의식이 끝나면 생일축하 노래, 케이크 불끄기, 나눠먹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생일잔치는 파하게 된다. 리투어니아 어린이 생일잔치을 엿볼 수 있도록 요가일래 생일잔치 사진과 영상을 올린다. 사진은 8살을 맞는 요가일래이고, 영상은 6살을 맞는 요가일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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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생일상(사진: 상)과 어른들 상(사진: 하)이 따로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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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을 맞는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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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만 8살. 촛불을 끄기 전 소원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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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반주에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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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잔치의 절정은 바로 나이만큼 의자를 위로 들어올리는 것이다.


8살 생일을 맞는 요가일래가 부모을 인상 깊게 한 것은 생일잔치 전날 밤 나눈 엄마와의 대화였다.
     "내일 생일잔치에 무슨 옷을 입을래?"
     "검은색 원피스를 입을 거야."
     "그 옷은 아우쉬리네(친척)가 오래 입다가 작아서 너에게 준 옷이잖아!"
     "뭐, 어때?! 우리가 그 옷을 훔친 것도 아닌데."
     "그래도 아우쉬리네가 와서 너 생일잔치에 자기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좀 부끄럽잖아."
     "괜찮아. 예쁜 옷이니 누가 입어도 괜찮아."


딸아이가 생일잔치에 헌옷을 입고 손님을 맞는다고 생각하니 부모에게는 먼저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생일에 새옷 하나 사 입히지 못하고 헌옷을 입히다니...... 손님들이 흉볼까 걱정이다. 하지만 딸아이 요가일래는 예쁜 옷이고 마음에 들면 되었지 그 옷이 헌옷이라고 못 입을 이유가 어디에 있나라고 생각한다. 하기야 자기 헌옷을 준 사람은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누군가 그 옷을 입고 있으면 기분이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헌옷이라도 깨끗하고 좋으면 누가 어느 날에 입는 것이 그렇게 대수롭지 않다라는 요가일래의 때묻지 않는 생각에 한 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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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