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 10. 26. 08:13

이제 내년이면 해외생활을 한 지 20년을 맞는다.1990년 유럽에 첫 발을 내디딘 후 약간의 공백을 거쳐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렇게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내 자신이 한국인임을 느끼는 순간은 여러 경우가 있다. 그 중 한 경우가 바로 뜨거운 음식이다.

리투아니아인들의 일상 음식은 이렇다. 아침은 빵에다 버터를 바르고, 치즈나 훈제된 소시지를 얹어서 먹는다. 낮에는 요리된 고기, 감자, 야채, 그리고 샐러드 등이다. 저녁은 아침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끔 곡물죽을 먹는다. 한 마디로 이 모든 음식이 따뜻할 수 있지만, 뜨겁지가 않다.
 
아내가 리투아니아인이다. 된장국이나 김치국을 끊여놓으면 아내를 비롯한 다른 식구들은 모두 이 국이 식을 때까지 기다린다. 퍼놓은 밥도 조금 식은 후에 먹는다. 그러므로 이런 뜨거운 음식이 식탁에 오르면 우리 집 식구들의 식사시작 시간은 제각각이다.

쇠숟가락을 통해 느끼는 국의 뜨거움과 쇠젓가락을 통해 느끼는 밥의 따끈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찌 그 맛을 알 수 있을까? 언젠가 한번 시도해볼 것을 권했는데, 오히려 혀가 데였다고 원망만 들어야 했다. 어떻게 그렇게 뜨거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익숙하면 절로 되는 것인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 달 전 빌뉴스에 사는 한 한국인 친구가 돌솥을 선물로 주었다. 이 돌솥을 보자마자 수년 동안 잊고 지내던 돌솥비빔밥이 떠올랐다. 그 후 지금까지 매일 심지어는 하루 세끼를 다 이 돌솥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다. 특히 먹으면서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국이나 여전히 따뜻한 밥을 보고 있으면 영락없는 한국인임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느 날 돌솥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아빠에게 7살 요가일래가 물었다.
"아빠는 어떻게 그렇게 뜨거운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어렸을 때부터 먹어서 그렇지."
"나도 어린데, 왜 나는 먹지 못하지? 아마 아빠는 진짜 한국사람이기 때문일 거야."
"너도 조금만 더 크면, 먹을 수 있어."
"그러면 나도 진짜 한국사람 된다. 아빠, 맞지?"
"당연하지."

* 관련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유럽 애들에게 놀림감 된 김밥
* 최근글: 대학생, 5분만에 짝 찾으면 호텔숙박

<아래에 손가락을 누르면 이 글에 대한 추천이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Posted by 초유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20년 해외생활이라니..대선배시네요~
    외국사람들은 돌솥을 좋아하긴 해도 돌솥이 어느정도 식어야 먹드라구요 ㅋㅋ
    아..돌솥..부럽네요..한국에서 업어올려고 했는데 아직 못 가져왔는뎅..
    어쨋거나...넘 뜨거운 음식은 위장엔 별로라는데..왜르케 좋은거죠 ㅎㅎ

    2009.10.26 09:03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아주 좋아하지요. 그 덕분에 소리내어서 먹는다는 아내의 바가지긁기를 참아야 하지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09.10.26 15:28 신고 [ ADDR : EDIT/ DEL ]
  2. 20년이나 되셨군요. ㅋ 돌솥이라니...
    그냥 마트에서 파는 싸구레 밥통과 햇반으로
    끼니를 때우는데.. 부럽네요. ㅋ
    잘보고 가요~

    2009.10.26 09:10 [ ADDR : EDIT/ DEL : REPLY ]
  3. 햄스터92

    돌솥 좋죠 ^^.
    다만 먹고나서 치울때 세제대신 밀가루로 씻어야하니 좀 힘들어서 사용을 자제하게 됩니다.
    돌솥비빔밥이나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2009.10.26 13:33 [ ADDR : EDIT/ DEL : REPLY ]
    • 금시초문 소식이네요. 밀가루로 닦는 이유를 알아봐야겠군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09.10.26 15:29 신고 [ ADDR : EDIT/ DEL ]
  4.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 먹고는 시원하다~ 라말하는 한국사람들이 많죠. 저도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지만 국은 뜨겁게, 밥은 차갑게 해서 먹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에 뜨거운 것을 먹을 수 있어야 한국인이 된다는 말처럼
    요가일래도 초유스님과 같이 뜨거운 것을 먹을 수 있는 한국사람이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2009.10.26 15:18 [ ADDR : EDIT/ DEL : REPLY ]
  5. 블랙myth

    햄스터님은 뚝배기를 돌솥으로 생각하셨나봐요

    돌솥이 아니라 뚝배기를 밀가루로 닦아야 하죠

    돌솥은 모르겠지만 뚝배기는 흙으로 구워내서그런지 작은 구멍들이 있고 그 구멍으로 세제가 들어가 잘 헹궜다고 생각해도 세제가 안에 남아 있어요. 그게 방송에 한번 나온 적 있죠
    세제로 닦은 뚝배기를 그냥 가열하면 스며 들었던 세제 잔여물이 밖으로 나오는 걸 눈으로 확연히 알 수 있게 방송 탔죠..

    돌솥은 돌을 깍아 만든거라 뚝배기랑은 다를 것같네요

    2009.10.26 17:19 [ ADDR : EDIT/ DEL : REPLY ]
    • 햄스터92

      돌솥도 오래사용하면 세제가 스며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조금이라도 조심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요. 오래전 부모님이 음식점하실때 들은 이야기라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2009.10.27 09:51 [ ADDR : EDIT/ DEL ]
    • 밀가루 세척법은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낯서네요. 일상에서는 거의 세제를 쓰지 않아요. 기름진 접시나 그릇은 세제로 씻지만, 다른 것은 뜨거운 물에 씻어요.

      2009.10.27 16:15 신고 [ ADDR : EDIT/ DEL ]
  6. 임현철

    지난 주 이외수님 만나러 강원도 화천 가느라 뜸했습니다.

    2009.10.26 19:38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셨군요. 여수에서 화천까지 먼 길을 다녀오셨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09.10.27 16:16 신고 [ ADDR : EDIT/ DEL ]
  7. 하비비

    아빠...나도 진짜 한국 사람 된다.
    뜨거운것을 먹을줄 알면...ㅋㅋㅋ

    귀여운 요가일래의 의사표현력은 참말로 뛰어난것 같아요.

    날씨가 차츰 차가워지니가 더더욱 뜨거운 국물이 생각나지요.
    그래서 저는 아욱국을 끊였어요.

    가을에 먹는 아욱국은 감춰 놓고 먹는다는 옛말이 있잔아요.
    익산 시골에 계신 시아버님이 아욱이랑...시금치랑...고구마랑...택배로 보내주셔서

    멸치국물 우려서 새우넣고 끓였더니 어찌나 맛난지...

    아고...고만 자랑해야겠네요.
    초유스님 약올리는것 같아서요...ㅋㅋㅋ

    아무리 오랜 세월 외국에 살아도 음식문화는 바꿀수가 없는가봐요.

    그럼 추운날씨 신종플루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2009.10.26 20:05 [ ADDR : EDIT/ DEL : REPLY ]
    • 익산에서 1년을 살았지요. 아욱국이 무엇인지 몰라 인터넷에서 이미지 검색을 해보았네요. 아마 먹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이 없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09.10.27 16:24 신고 [ ADDR : EDIT/ DEL ]
  8. 전 한국사람인데도 뜨거운 것을 잘 먹지 못합니다.....:)


    밥이나 국, 찌게가 조금 식을때까지 기다렸다 먹는 편이거든요..

    저도 뜨거운 음식을 후후~ 불면서 순식간에 삼켜버리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그렇습니다...

    2009.10.29 09:34 [ ADDR : EDIT/ DEL : REPLY ]
    • 물론 같은 한국인이라도 개인 차이는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만나본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해 대체로 한국인들은 뜨거운 음식을 잘 먹는 편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09.10.29 09:43 신고 [ ADDR : EDIT/ DEL ]
  9. 박혜연

    울나라사람들은 어떤음식을 먹어도 뜨거운음식을 먹죠! 국물도 뜨거워야 제맛이라지만 저는 한국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라면이나 기타 국수요리을 먹을때도 국물이 너무 뜨거우면 찬물로 부어 먹고 그런답니다!

    2011.06.29 12:1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