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 10. 23. 05:06

며칠 전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엄마에게 심각하게 학교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전했다. 내용인즉 남자 아이 2명이 자꾸 놀린다고 한다. 놀림의 이유는 요가일래가 글을 잘 읽지 못하고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우리 부부는 부끄러웠고, 스스로 책망해보았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데 학급 아이들이 공부를 못한다고 딸아이를 놀리다니......
더군다나 아빠는 딸아이가 이 세상에 어느 누구보다도 똑똑한 아이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이 딸이 공부를 못한다고 놀림을 당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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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 요가일래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정식 시험이 없지만 수업시간에 점검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학업능력을 확인한다. 요가일래는 반 친구들보다 나이가 1년 내지 6개월 정도 어리다. 보아하니 요가일래 학업능력은 중간 정도인 것 같다. 만점이 20점인데 17-18점 정도 받는다. 이 정도면 잘하는 것 같은데 말이다.

바로 20점 받은 남자 아이 둘이 자꾸 놀린다.
공부를 못해서 아니라 괜히 예쁜 요가일래에게 관심있어서 놀리는 것이 아닐까......

초등학교 2학년인데 공부 못한다고 하니 아내의 화살은 나에게로 향한다. 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아이의 학습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고 해서이다. 물론 부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억지로 가르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해야 한다고 느낄 때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믿고 있다.

이번이 이런 경우이다.    

"너, 친구들이 놀리니까 기분이 어때?"
"안 좋아."
"기분을 좋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지?"
"공부를 잘 해야 돼."
"그래, 바로 그거야. 놀린다고 화내지 말고 공부를 잘하도록 노력하면 돼.
내일부터 집에 와서 복습과 예습을 조금만 더 하면 잘 할 거야.
그리고 다음에도 친구들이 공부하면 이렇게 물어봐:
너, 노래 잘 해? 너, 영어 잘 해? 너, 한국말 할 줄 알아? 너, 에스페란토 할 줄 알아?"

"그럼, 요가일래와 너를 놀리는 아이 중 누가 더 많이 알지?"
"그야 나 요가일래지."
"맞아. 그러니까 공부 못한다고 놀림을 받더라도 신경 쓰지마.
너 스스로 잘 하는 것이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 아주 중요해.
지금은 그들보다 못하더라도 너가 그들만큼 잘 할 수 있을 것이야.
그리고 아이들이 너한테 욕을 하면 이렇게 말해:
방금 욕이 네 입에서 나왔니? 아니면 내 입에서 나왔니?
네 입에서 나왔으니, 네 입이 더러워지는 것이야.
친구야, 네 입이 참 불쌍하다
."

"요가일래, 아빠 생각이 어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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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