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8.04.30 06:45

지난 28일 바람 한 점 없는 오후 4시경 이민국을 다녀와서 아내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때마침 따르릉 전화가 울렸다. 아내가 수화기를 들었고, 이내 얼굴이 창백해지고 겁에 질리는 듯 했다. 아니나 다르게 수화기를 놓자마자 아내는 대재앙이 닥쳐온다고 외치고, 빨리 열린 창문을 꼭꼭 닫으라고 했다.

전화는 평소 절친한 치과의사 친척으로부터 왔다. 그는 현재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원자력발전소가 방사능 누출로 폐쇄되었고, 지금 바람이 리투아니아로 쪽으로 향해 낙진이 우려된다는 전화를 함께 일하는 러시아인 의사로부터 받아서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급히 밖에 있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했다.

이에 아내는 어린이집에 있는 딸이 벌써 밖에서 놀고 있는 시간인지라 부리나케 집을 나갔다. 어린이집 뜰에 도착하자마자 선생에게 의사로부터 전해들은 긴급소식을 전하면서 아이들을 교실로 빨리 들어가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집에 온 아내는 즉각 리투아니아 포털사이트에서 나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면서 긴급뉴스를 찾기 시작했다. 아내는 리투아니아 포털사이트 한 댓글에서 우리 집 근처 공원에서 오늘 측정된 된 공기오염도가 평균치를 넘는다는 것을 읽자 공포감은 극에 이르렀다.

이 정도라면 다른 나라 웹사이트에도 속보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러시아, 심지어 핀란드 웹사이트를 방문해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곳에서 관련 속보를 찾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헛소문임을 깨닫게 되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북동쪽으로 약 12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이그날리나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소련시대 때 지어진 이 발전소는 체르노빌 발전소와 같은 경수냉각흑연감속로이다. 유럽연합은 이 발전소의 안전성을 우려해 리투아니아의 유럽연합 가입조건으로 단계적 폐쇄를 요구했다.

그래서 리투아니아인들은 원자력발전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것이 와전이 되어 이날 한 순간이지만 체르노빌 참사의 공포를 체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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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이그날리나 원자력발전소

물질문명의 발전 속에 대재앙이 숨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발전이 두려워진다. 물질을 선용할 정신을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엎질러진 물에 소리치고 당황하지 말고 빠르게 걸레를 찾아 닦아내는 마음을 기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헛소문에 호들갑을 떤 오후가 쑥스러워졌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