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 10. 15. 08:01

초유스 블로그의 주요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인 요가일래는 늘 귀엽다는 댓글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 귀여운 요가일래 눈에도 눈물이 글썽이는 때가 있다. 바로 어젯밤이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직장에 돌아와 저녁 뉴스를 본 엄마는 요가일래 학습을 지도했다. 침실 방에서 한 동안 조용하더니 갑자기 버럭 화를 내는 엄마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부부 중 일방이 자녀에게 화를 낼 때, 우리 집은 일단 다른 한 쪽이 무관심과 무반응의 자세를 취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궁금했지만 참았다.
 
얼마 후 요가일래가 아빠 방으로 와서 울쩍이면서 아빠 품에 안겼다. 잠시 침묵이 흘렸다.
"무슨 일이니?"
"내가 모른다고 엄마가 화났어."
"사람은 모를 수도 있고, 화낼 수도 있지."

다소 화가 풀린 엄마에게 요가일래와 함께 갔다.
"한 시간 동안 목이 아파라 설명했는데 우박과 눈을 설명할 수가 없어."
"그렇다고 아이에게 윽박 지르고 화를 내는 것은 좋지 않지."
"그럼, 당신이 한번 가르쳐봐!"
"아뭏든 그거 하나 설명 못한다고 아이를 주눅들게 하지마!"
"내일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확인할 텐데. 모르면 부끄럽잖아!"
"윽박 질러 가르치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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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박을 줍고 있는 리투아니아인 친구 사울류스

딸아이 학습지도 방식으로 부부싸움 일보 직전에 요가일래와 함께 방으로 왔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우박 동영상을 보면서 설명을 시도해보았다. 눈이 왜 생기고, 우박이 왜 생길까? 눈은 무엇이고, 우박은 무엇인가? 눈과 우박은 무엇이 다른가? 자료를 보지 않고 가지고 있는 과학지식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렇게 어려운 것을 초등학교 2학년이 모른다고 화를 내서야......

"요가일래, 내일 선생님이 모른다고 나무라면 이렇게 대답해봐.
선생님, 어려워서 아직 다 몰라요. 알 때까지 공부하겠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요가일래에게 몰라도 되니 마지막으로 눈과 우박에 대한 책설명을 한 번 읽어보자고 했다. 다 읽은 요가일래는 "아빠, 엄마에게 가서 내가 조금 더 알았다고 말해줘."라고 말했다. 책의 설명을 보니 정말 어려웠다. 전문서적 같다. 엄마도 나중에 미안해 했다.

딸아이에게 지금 이 순간 모른다고 창피감이나 자괴감을 느끼지 말도록 가르쳐 주고 싶다. 그 대신 모르니까 알고자 하는 호기심을 심어주고 싶다. 부모나 선생이 모른다고 아이에게 화를 내면 그 화로 인해 아이가 호기심을 상실할까 걱정스럽다.

학생의 모름과 선생이나 부모의 화냄이 연속된다면 학교로 가는 어린 학생의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 관련글: "선생님, 한 번만 더 말해 줄 수 있어요?"
               시험 전 요점 정리 메일 보내는 선생님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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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현철

    저희 부부도 의견이 다를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2009.10.15 13:47 [ ADDR : EDIT/ DEL : REPLY ]
  2. 하비비

    글을 읽으면서 제 자신이 후회스럽네요.

    저역시 아들 둘을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했던지라 항상 빨리빨리...
    그것도 몰라...? 도대체 왜그러는거야...등등

    애들한테 무조건 핀잔이 먼저 앞선것 같네요.
    그래서 그런지

    작은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엄마땜에 공부안한다고 선전포고를 하더군요.

    자식 땜에 참 많이 울었지요.
    정답없는 자식 문제...

    지금도 여전히...갈등하고 있네요.

    하지만...내 마음 비워갈려고 노력중이랍니다.

    비워야지...비워야지...

    추워지는 날씨에...건강조심하세요.

    2009.10.15 14:04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게요. 자녀교육이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큰 딸이 공부를 않아 한 때 엄청 소란스러웠는데 다행히 고2가 되어서는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다행스러워요. 공부 안할 때 늘 강조한 말: "만 18세까지는 양육한다. 그 다음은 너 인생이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09.10.15 14:09 신고 [ ADDR : EDIT/ DEL ]
  3. 좋은 아버지시네요....
    부럽습니다..

    저는 아주 어릴때 (10살정도...) 아버지에게 수학을 배웠던 적이 있는데.....한시간도 안돼서 우리아버지에게 두들겨 맞고 끝났죠..ㅡㅡ;;;

    한번설명해줬는데도 모른다는 이유로요............
    그런 상황에서 공부가 되겠습니까..ㅎㅎㅎ
    결과적으로는 아버지가 포기하고 가셨죠...........
    그런 기억들은 쉽게 잊혀지지도 않는것이라 어린아이들에게는 나쁜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어쨌건....좋은 아버지를 둔 아이는 행복하겠네요...

    2009.10.21 10:28 [ ADDR : EDIT/ DEL : REPLY ]
    • 늘 좋은 아빠가 되도록 노력 중이지만, 뜻 대로 되기가 쉬운 일이 아니네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09.10.21 10:38 신고 [ ADDR : EDIT/ DEL ]
  4. 멋있는 아버지시네요..윽바지름식 가르침보다 지금 모름이 더 좋아..맘에 드네요..^^

    2010.07.26 11:42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