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10.03 06:07

곧 만 8살이 되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가 한국인이고, 엄마가 리투아니아인인 다문화 가정에 살고 있다. 어느 날 발토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요가일래는 옆에 쌓인 한국 잡지를 뒤적거리면서 한 여자를 가르키면서 말을 걸었다.

"아빠, 이 사람 정말 예쁘다. 맞지?"
"그래, 아빠가 보기에도 정말 예쁘다."
"그런데, 아빠는 왜 예쁜 한국 여자하고 결혼하지 않았어?"
"엄마가 더 예쁘니까 결혼했지...... ㅎㅎㅎ"
"아빠가 한국 여자하고 결혼했으면, 내가 아빠 딸이 되었을까?"
"되었으면 좋겠니?"
"나 몰라."

어느 날 엄마에게 요가일래는 말했다.

"아빠가 리투아니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왜?"
"아빠가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어 엄마가 편할 수 있으니까......"
"그건 맞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는 모처럼 요가일래가 아빠 옆에서 컴퓨터를 오랫 동안 하고 있었다.

"아빠가 한국 사람이라서 좋아?"
"좋아."
"왜?"
"그냥."
"그런데 안 좋은 것이 하나 있다."
"뭔데?"
"다른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 해."
"그 대신 너는 여러 나라말을 할 수 있잖아."
"맞아."

아빠가 한국 사람이라서 안 좋은 이유가 바로 다른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아빠가 리투아니아 사람이었으면 집에서 온 식구가 리투아니아어를 했을 테니까 다른 아이들처럼 리투아니아어를 잘 할 것이라고 요가일래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레고로 카메라를 만들어 아빠를 찍고 있는 요가일래

며칠 전 엄마가 리투아니아어 교재를 가르쳤다. 그때 요가일래가 잘 모르자 좀 언성을 높였다. 이때 요가일래는 당돌하게 말했다.

"엄마, 알아? 난 다섯 개 언어를 말할 수 있어!"
(이 말은 다섯 개 언어를 말할 수 있으니까 그것 하나 좀 모른다고 해서 너무 야단치지 마라라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요가일래는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리투아니아어를 다른 아이들보다 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여러 말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 또한 강하다.

* 관련글: 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된 한국어
               만화책 같은 초등학교 첫 영어책

Posted by 초유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음, 아이들 마음이란 어른들의 눈으로 알기 어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추석명절 해외지만 잘 보내세요, 따님이 훌룡한 재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것 같아요, 6개국어까지하는데다 크면 미모도 출중할듯 하네요!

    2009.10.03 10:11 [ ADDR : EDIT/ DEL : REPLY ]
  2. Jin

    너무 귀엽네요 ^^ 재밌게 보고 갑니다. 멀리서도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2009.10.03 15:46 [ ADDR : EDIT/ DEL : REPLY ]
  3. Derek

    하하하 북경 유학중인데 저희반에도 그런 일본애가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미국인, 엄마는 일본인 아빠는 중국인, 상하이에서 살았었고 한국유학 2년을 마친 예쁜 여자애인데요, 상하이어(베이징어랑 아예다름)를 포함, 무려 5개언어를 섞어서 똑같이 생긴 쌍둥이언니랑 얘기하는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요가일래도 그런 멋지고 진보적인 당당한 여자로 자랐으면 합니다아!!! 멋진 추석 보내세요

    2009.10.03 16:00 [ ADDR : EDIT/ DEL : REPLY ]
  4. anygood

    너무 이쁜 딸을 두셧네요 부럽습니다 즐거운 추석명절 보내세요 ^^

    2009.10.03 16:00 [ ADDR : EDIT/ DEL : REPLY ]
    • 감사합니다. 한국의 보름달을 이쪽으로 던져주세요. ㅎㅎㅎ 풍성한 추석 기원합니다.

      2009.10.03 16:16 신고 [ ADDR : EDIT/ DEL ]
  5. 이야

    이야..이런 가정도 있었네요,따님이 참 귀엽고 예쁩니다..거기다 어린 나이에 그렇게 많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니,훌륭한 따님을 두셔서 좋으시겠어요^^

    2009.10.03 16:39 [ ADDR : EDIT/ DEL : REPLY ]
  6. rubykisha

    오랜만에 들르네요! 예쁜 요가일래 이야기 잘 읽고 가요~ ^^

    2009.10.03 21:36 [ ADDR : EDIT/ DEL : REPLY ]
  7. 미국에서 리투아니아 출신 이민자들과 이웃으로 살았습니다. 그 할아버지/할머니가 얼마나 활달하고 성실한지, 동네에서 유명했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을 상당히 아끼더군요. 3남매를 모두 근처에서 살고 수시로 손자까지 모이더군요. 그 분만 그런 건지, 리투아니아 국민성이 밝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얘기를 보니 참 귀엽군요. 이미 multi-lingual 은 엄청난 benefit이 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그럴 것입니다. 저는 그런 세계가 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09.10.03 23:06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렇군요. 리투아니아인들이 부지런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물론 개인차이는 있겠지만. 좋은 날 보내세요.

      2009.10.04 02:01 신고 [ ADDR : EDIT/ DEL ]
  8. Angenehm

    전 한국인 가정이지만 저만 외국에서 태어나고 아빠와 단둘이 외국에서 생활했기에 부모님께 원망이 참 많았어요. 나중에 가족들이 다 외국으로 넘어왔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부모님 밑에서 생활하려니 힘들더군요. 밑으로 있는 동생들은 영어를 더 유창하게 합니다만은, 전 한국어와 같이 접했기 때문인지 참 힘들었어요. 요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페인어와 불어를 영문학과 같이 전공하고 틈틈히 시간이 날 때마다 독일어와 이태리어를 공부하고있습니다. 요가일래를 보니 제가 다 자랑스럽네요~ 요가일래는 더욱더 당당하고 지혜롭게 자라리라 생각하네요^^

    2009.10.03 23:56 [ ADDR : EDIT/ DEL : REPLY ]
  9. 하루에 엄마가 꾸준히 13세때까지 리투아니아 책 읽어주라 하세요.
    하루에 15분만
    그럼 국어실력이 좋아진다는데요

    2009.10.03 23:59 [ ADDR : EDIT/ DEL : REPLY ]
  10. 5개 국어면...

    외무고시 응시자격기준이네요.
    한국서 외교관 시켜도 손색이 없을듯.

    2009.10.04 07:25 [ ADDR : EDIT/ DEL : REPLY ]
    • 감사합니다. "시키는" 것보다 "선택하는" 원칙으로 자녀 교육에 임하고 있습니다.

      2009.10.05 03:38 신고 [ ADDR : EDIT/ DEL ]
  11. 친아빠가 보고싶다는것 같은데

    딸이 아버지가 리투아니아 사람이길 바라는게 묻어나네
    그런데 친부와 요가일래 만나게는 해주나요?
    친아빠가 궁금하고 보고싶다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돌려말하는것 같습니다.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공부를 잘 못하고 엄마가 힘들다...-_-

    2009.10.05 01:59 [ ADDR : EDIT/ DEL : REPLY ]
    • 저기요

      큰딸 마르티나는 친부가 따로 있지만, 요가일래는 초유스님 친딸입니다.. 초유스님 글을볼때 마르티나가 특별히 친부를 보고싶어하는데 못보게하고 그러시는것 같지도 않고요...

      2009.10.04 07:52 [ ADDR : EDIT/ DEL ]
    • 헐... 리투아니안아버지가 다른 여자애들이 둘

      저기요님,초유스 본인도 아니면서 왜 답을 달았는지? 친아버지가 리투아니아인 큰딸이 또 있습니까?저기요 사람을 바보로 아는것도 아니고ㅋㅋ 요가일래 친부도 한국인이 아니라 리투아니아 사람입니다 . 두 딸 모두 리투아니안 친부를 만나주게 하는것이 계부의 도리 입니다.족보가 뒤죽박죽 집안 -_-

      2009.10.05 02:08 [ ADDR : EDIT/ DEL ]
    • 작은 딸 요가일래 친부는 한국인이고, 큰 딸 마르티나 친부는 리투아니아인입니다. 마르티나는 시골에 갈 때마다 친부를 만나 용돈도 받고, 또 친부는 자주 마르티나에게 전화를 하고 그 전화를 보통 제가 받아서 전하죠. 좋은 밤 보내세요.

      2009.10.05 03:33 신고 [ ADDR : EDIT/ DEL ]
    • ㅋㅋㅋ

      진짜 오지랖도 넓다. 남 참견하고 싶은 그 열정을 좀 건설적인데 써보시든지요

      2010.01.18 19:58 [ ADDR : EDIT/ DEL ]
  12. 나그네

    요가일레 꼬마숙녀가 커 갈수록 예뻐지네요..남자들 좀 울릴듯합니다 초유스님 걱정좀 하실듯

    여기 블로그 들린지도 근 1년이 다돼어 가네요.

    한번씩 들를때마다 재미난 소식들 잘 보고 있습니다.

    2009.10.05 14:21 [ ADDR : EDIT/ DEL : REPLY ]
    • 지난 1년간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다니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계속 수년을 블로그하다보면 요가일래가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등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겠네요. 저도 요가일래가 커서 무엇인 될 지 몹시 궁금하네요. ㅎ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09.10.05 19:15 신고 [ ADDR : EDIT/ DEL ]
  13. 동유럽 엘프의 나라네요.
    동경합니다.

    2009.11.09 05:05 [ ADDR : EDIT/ DEL : REPLY ]
  14. ^^

    자식에게 아버지의 나라 언어를 함께 익히도록 하셨군요.
    참 잘하셨습니다.
    아이한테도 언젠가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010.05.29 16:13 [ ADDR : EDIT/ DEL : REPLY ]
  15. dhkdn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말을 가르치다니 무지 대단하시군요.
    그런 보람으로 외국에서 가장 사랑스런 한국말할 상대를 만드셨으니

    2011.08.20 17:5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