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 10. 6. 07:22

2001년 2월 중순 아내가 몰고 다니던 소형차 Honda Civic를 팔고, 좀 더 크고 안전한 차를 사려고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새차보다는 중고차를 선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새차는 고가일 뿐만 아니라 도난 위험이 많고, 고장시 수리비도 비싸다. 더군다나 당시엔 지금과는 달리 리투아니아에는 자동차 보험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여러 고민 끝에 안전, 승차감 그리고 연비 등을 고려해 1992년 생산된 BMW 525 TDS 차량을 구입했다. 그 당시 아내가 딸아이 요가일래를 임신한 상태라 승차감이 좋고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중형차를 선택했다. 자동기어에다가 에어백이 있는 차는 그 당시 리투아니아엔 그렇게 흔하지 않았다.

특히 엔진모델이 TDS라 연비가 아주 좋았다. 100km에 평균 8리터 디젤을 소비했다. 초기에 디젤 가격이 휘발유 가격의 60% 정도라 아주 경제적이었다. 자동차 전문가 친구들이 중고차 상태가 좋다고 평했다. 하지만 역시 중고차 구입은 복권 구입과 같다라는 말을 확신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차된 상태에서 종종 시동이 끄져버렸다. 많은 정비소를 찾아다녔으나 원인 규명조차 하지 못했다. 한 정비소가 BMW 5시리즈 TDS의 흔한 결함은 연료펌프라 하면서 교체를 권했다. 2002년 교체후 더 이상 시동이 끄지는 일은 없었다.

2009년 8월까지 소모품과 오일 교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큰 지줄은 거의 없었다. 꾸준히 가계비를 쓰고 있는 아내 덕분에 2008년 한 해 동안 들어간 자동차 관련 비용(한국돈)을 뽑아보았다.
       책임보험                14만원
       타이어수리               5만원
       에어컨 냉매 보충       4만원
       차체수리                12만원
       소모품 및 세차          8만원

16년 된 BMW 525 TDS의 2008년 한 해 동안 유지비가 43만원 들어갔다. 이렇게 저렴하게 애용하던 차를 지난 여름 작별했다. 몇 년 더 타고 싶었지만, 자동변속기 수리 필요와 차체 일부 부식 등으로 차를 바꾸는 쪽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 불황으로 새로 살 자동차 가격이 많이 하락한 점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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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2월 16일부터 우리 가족을 태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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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0월 1일. 리투아니아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린다. 그래서 겨울 도로엔 제설로 염분이 많다. 염분으로 인한 차체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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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8년 동안 딱 한 차례 사고났다. 네거리에서 신호 대기중 좌측 거리에서 달려오는 차가 들이받고 줄행랑을 쳤다. 이 문짝 하나 교체하는 데 한국돈으로 5만원 들었지만, 보험금을 타내는 데 1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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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동안 (주행거리 10만km) 우리 가족를 안전하게 태워준 자동차를 떠나보내는 것이 꼭 품안에 자란 자식을 내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헤여져야 만난다는 원칙에 이제 순응해야 할 때였다.

* 관련글: 중고차 살 때 등골이 오싹했던 순간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