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 10. 1. 07:14

어제 아침 시내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일어난 두 가지 일을 전했다.

먼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의 Lexus 차의 유리창이 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벌써 여러 차례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차의 유리창문이 깨어졌다. 도심에 있는 우리 아파트 주변엔 여러 나라 대사관 건물들이 많이 있다.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다고 하지만 밤새 이런 피해가 자주 일어나 불안하다.

또 다른 일은 아내에게 직접 일어났다.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힘들게 후진으로 주차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운전석 문을 열면서 말을 걸었다.

"제 차를 좀 끌어줄 수 있나요? 주위 모든 남자 운전자들이 도와주지 않아 힘들어요."
"어디까지요?" (난데 없이 말을 걸어오는 남자로 순간 당황한 아내는 침착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파네레이까지." (약 10km 정도 떨어진 외곽지역이다.)
"...... 그곳까지 끌고갔다 올 시간이 없어요......" (분위기가 좀 이상한 듯해서 아내는 시간 핑계를 대었다.)

"그럼,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사야 하는 데 돈을 좀 빌려줄 수 있나요?"
"아니, 처음 본 사람인데 어떻게 돈을 빌러줄 수 있나요?!"
"댁의 전화번호와 집주소를 알려주면 금방 갚을 줄께요."
"처음 본 사람에게 전화번호나 집주소를 알려주고 싶지 않아요."

"제가 자동차 안전검사증을 맡길께요."
"그러다 경찰에게 걸리면 벌금이 더 많을텐데요..."

상황을 보니 남자는 의심이 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내는 얼른 주머니에서 5리타스(2500원)를 꺼냈다.
"기름값에 보태세요."
"아니, 이렇게 적은 돈으로 어떻게 기름을 살 수 있나요?!"라고 남자는 불만스러운 듯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리투아니아에 어떤 사람이 남의 차문을 직접 열고 말을 걸어오겠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창문을 두드리고 말을 걸었을 것이다."라고 수상쩍음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만약 그 남자가 나를 밀치고 차를 몰고갔다면, 아니면 위협해서 가방을 가져갔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라고 아내는 5리타스에 상상의 위기를 모면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 동안 아내는 차가 주행하는 동안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사고가 날 경우 문을 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기능 사용을 두고 늘 아내와 실랑이를 벌인다. 하지만 이날 아침 사건으로 이 실랑이는 끝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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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아내는 앞으로 주행중이든 정차중이든 항상 자동으로 문잠그기 기능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날 낯선 남자가 선생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 관련글: 아내가 처음으로 경찰서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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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