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8. 4. 16. 02:3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람이 새로운 곳에 가면 익숙해 있는 곳의 것과 다른 모습이 눈에 더 띤다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금요일 한국을 모처럼 방문해 잠시 머물고 있다. 다른 모습 중 하나가 바로 신호등이다.

이번에 경험한 한국의 푸른 신호등은 들어오자마자 잠시 후 계속 깜박거린다. 이에 반해 리투아니아는 푸른 신호등이 한 동안 정지하다가 깜박거림으로써 다른 신호등으로 곧 바뀐다는 것을 알려준다. 즉 건너가고 있는 중인 사람이 서둘러 건너라는 알림 역할을 한다.

이번에 제일 먼저 방문한 대구에서 이런 푸른 신호등을 접하자, 한국의 푸른 신호등은 이렇게 수명이 짧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총알택시로만 부족해 이젠 총알걸음이 필요한 듯하다. 그래서 걸음을 빨리하자 옆에서 그렇게 빨리 가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차이점을 발견하는 첫 순간이었다. 

어제 부산의 한 신호등 횡단보도를 건널 때 일어난 일이다. 친구와 함께 깜박거리고 있는 푸른 신호등을 보자마자 건넜다. 하지만 중간을 거의 도착하자 빨간 신호등이 들어오고 성급한 운전자들은 급하게 차를 발진시켰다. 겁이 나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었다. 다행히 뒤로 보니 아직 차들이 움직이지 않아 급히 뒤돌아왔다. 순간적으로 정말 아찔했다. 등 뒤에 있는 차마저도 빨간 신호등을 받고 급하게 출발했다면 우리는 중간 지점에서 사고의 위험으로 불안에 떨고 있었을 것이다.

푸른 신호등이 들어오자마자 깜박거리는 것이 과연 정지해 있는 것보다 더 안전할까?
이 환경에 사는 사람들은 깜박거림 속에 시간지속을 읽어내는 탁원한 능력을 소지한 것일까?
재빠르게 적응을 하지 못한 이의 쓸데없는 딴죽 걸기일까?
깜박거리는 신호등보다 몸통은 고정되고 팔다리만 움직이는 신호등은 만들기가 어려울까?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등은 없을까?
길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쳤다.

어쨌든 이방인들은 한국에선 안전한 횡단보도 건너기를 위해서 있는 푸른 신호등의 깜박거림을 조심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