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9. 9. 16. 05:06

요즈음 한국은 청문회 정국이다. 국무총리와 장관 지명자 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에도 예전과 별반 차이 없이 후보자의 세금탈루, 위장전입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런 것들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듯하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공직자 후보자라면 이런 사실이 있었거나 밝혀졌다면 단칼에 물러서는 것이 깨끗한 처사일 것이다.      

이제 의원 141명으로 구성된 리투아니아 국회로 돌아와 보자. 지난 9월 15일 리투아니아 국회는 또 하나의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다. 바로 자신들이 지난 2008년 11월 17일 선출한 아루나스 발린스카스(42세) 국회의장을 다수결로 해임시켰다. 95명이 해임을 찬성했고, 20명이 반대했다.

리투아니아 권력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국회의장이 왜 해임되었을까? 지난 여름 그가 속한 민족부활당은 내분을 겪었고, 이 와중에 한 동료가 발린스카스가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를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닥타라스의 범죄조직과 개인적인 연결을 가지고 있으며, 이 조직을 보호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를 접한 리투아니아 달랴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그의 사임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발린스카스는 이를 즉각 부인했고, 그 동료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닥타라스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이 언론에 공개되었지만, 그는 이들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국회의장으로서의 일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임을 택하지 않고 자신의 말에 국회의원들이 믿어주기를 바라면서 어제 해임투표까지 갔다. 결과는 해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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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사당으로 들어오고 있는 발린스카스 부부

아루나스 발린스카스는 22년간 2500개의 다양한 공연, 연예, 시사, 코미디, 퀴즈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정도로 "쇼" 산업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프로그램 제작자와 사회자로 명성을 얻은 그는 2008년 봄 민족부활당을 창당해 정치일선에 뛰어들었다. 2008년 10월 열린 국회의원 선거에서 16 의석을 차지해 돌풍을 일으켰다.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얻지 못해서 4당이 연정을 구성했고, 그는 연정에서 2위 정당의 총재로 국회의장이 되었다.

인터넷 뉴스사이트 delfi.lt가 실시간 조사하고 있는 그의 해임에 대한 누리꾼의 반응은 이렇다. 현재 15125명 참가에 "해임에 기쁘다"가 52%, "그렇지 않다"가 29.8%, "상관 없다"가 18.2%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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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미스 여죄수 선발대회에 사회를 보고 있는 발린스카스

아루나스 발린스카스는 많은 일화를 남긴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1999년 15,000리타스 (750만원) 벌금형을 받았는데, 벌금을 1센트(5원) 15,000개로 법원에 지불했다. 2002년 여자교도소에서 "여죄수 미인 선발 대회"를 개최해 전 세계로부터 커다란 이목을 끌었다.

해임은 되었지만 여전히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한다. 유명 가수인 그의 아내도 국회의원이다. 앞으로 그가 또 어떤 역할로 리투아니아 정치무대에 우뚝 나설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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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