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9. 7. 25. 10:42

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방학이건만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학교갈 때보다 적다고 투덜댄다. 유럽인들의 생활이 일반적으로 한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 집 일상에서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방학마다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유독 올해는 다른 여름보다 할 일이 많이 생겼다.

오늘부터 오는 8월 1일까지 이웃 나라 폴란드 비얄리스토크에서 열리는 세계에스페란토대회에 우리 부부가 가기로 했다. 두 딸에게 같이 갈 것을 제안했으나, 큰 딸은 리투아니아 작은 도시에 사는 이모집을 선택했다. 덩달아 요가일래도 시골을 택했다. 강남콩도 먹고, 딸기도 먹고, 버찌고 따먹고, 강아지도 돌보고......

세계에스페란토대회에 참가해 각국에서 온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 혹은 어린이들과 같이 어울리면 교육상으로 아주 좋은 것 같지만, 우리 부부는 두 딸에게 강요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어제도 부부는 대회참가 준비를 위해 밖에서 동분서주했다. 그리고 집에 오니 요가일래가 문구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었다. 제묵은 "요가일래의 준수사항"이다. 부모가 없는 사이 마르티나가 요가일래를 돌봐야 한다. 그래서 부모가 출타한 사이 이들은 서로 토의하면서 "요가일래의 준수사항"이라는 협약서를 만들었던 것이다.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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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니(마르티나)가 먹는 거 무엇이든지 (요가일래도) 다 먹어야 한다.
2. 언니가 필요해 외출할 때 혼자 집에 있어야 한다.
3. 언니가 허락할 때 혹은 집에 혼자 있을 때 니텐도를 가지고 놀 수 있다.
4. 밤 11시엔 무조건 자야 한다. 잘 쯤에는 일체 말을 하지 말고, 놀지도 말고, 시끄럽게 해서는 안된다.
5. 언니 말을 들어야 하고, 반박하거나 소리를 질러서는 안된다.


찬찬히 따지고 보면 불평등협약서이지만, 언니와 동생이 정한 것이니 부모가 이렇다 저렇다 개입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요가일래, 너 언니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지?"
"아니, 우리 같이 이야기했고, 언니가 썼어."

"그래. 아빠하고 엄마하고 폴란드 있는 동안 언니하고 잘 지내. 알았지?"
"옙, 대장님! 걱정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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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와 동생은 10살 차이다. 친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그래도 언니는 든든한 또 하나의 보호자다.

폴란드에서 돌아오면 준수사항 실행여부를 알아보고 상을 주려고 한다.

* 관련글: 부모를 그리워하며 그린 딸아이의 그림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