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 7. 20. 13:05

일전에 올린 "아빠, 낯선 손님 데리고 오지마!" 글에 써여진 댓글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왜 맨날 요가일래 얘기만 나오고 17살 딸 얘기는 하나도 안나오나요? ㅋㅋ 너무 신비주의~ 전 요가일래가 외동딸인줄 알았어요...

우리집 가족 구성원은 모두 4명이다. 아내, 나, 17살 딸 마르티나, 7살 딸 요기일래 이렇게 이루어져 있다. 작은 딸과 늘 집에서 함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가일래에 대한 글을 많이 올리고 있다. 마르티나는 오는 9월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2년이 된다. 10대 후반이니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집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러 놀고 있다.

"아빠, 이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려줘," "아빠, 내가 포즈를 취할테니 사진 찍어서 사람들이 보도록 해줘" 등등 요가일래는 자신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친권이 부모 둘 다에게 있기 때문에 민감한 주제에 관해서는 늘 아내의 동의를 구한다.

한편 마르티나는 사생활 문제에 예민한 나이에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글을 올리기가 주저된다. 그래서 자연히 마르티나에 대한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서 거의 접할 수 없게 되었다. 위의 댓글을 아내와 마르티나에게 전해주었더니, 오히려 섭섭해 하는 듯했다. 이 댓글은 마르티나에 관한 글을 쓸 수 있게 한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마르티나를 통해 유럽 10대들의 이야기를 기회 있는 대로 쓰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마르티나가 남자친구와 단 둘이서 이웃 나라 벨로루시로 여행을 떠난 이야기이다.

마르티나는 6월 초순 벌써 여름방학을 맞았다. 방학이면 집에서 그 동안 못한 공부도 하고, 고등학교 2년 때 배울 과목도 미리 공부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공부하라"는 말에 늘 마르티나와 요가일래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다.

"왜 방학이 있나? 바로 그 동안 공부하느라 지친 데서 잠시 쉬는 것이야!"

모두가 자녀들에게 "공부하라" 윽박지르는 혹은 윽박지르게 하는 사회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부부는 두 딸의 항변에 순응하기로 했다.

"그래, 방학인데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라."

아뿔사, 6월 하순 마르티나는 난데 없이 남자친구와 벨로루시로 여행을 떠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남자친구가 벨로루시에는 살고 있는 친척을 방문하는 길에 마르티나에게 동행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 2년 동안 남자친구와 사귀는 것에 우리 부부는 익숙해 있지만, 막상 아직 미성년자인 마르티나가 남자친구와 단 둘이서 해외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니 그 당돌함에 충격을 받았다. 한 바탕 질책 후에 며칠 간 마르티나와 냉전을 치루었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여자 나이 만 17세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마르티나의 이모는 만 16세에 시집갔고, 외삼촌은 만 17세에 장가갔다. 마르티나 또래 친구들을 보면 남친과의 둘 만의 여행은 흔하다. 그들 부모들은 동양인이 보기에 지나칠 정도로 자녀들의 이성교제에 관대하다. 결국 아내와 함께 마르티나의 해외여행에 동의하기로 했다.

"가서 러시아어도 좀 배워오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직접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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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비자발급비와 여행경비 지원까지 받은 마르티나는 이렇게 남자친구와 함께 벨로루시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우리 부부도 단 둘이 해외여행을 떠난 경우도 드문데 여고 1학년 딸이 남자친구와 오붓이 해외여행가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 관련글: 유럽인 아내, 김치에 푹 빠지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