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4. 8. 22. 08:03

유럽 여러 나라의 도심을 거니는 동안 한자를 문신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전에 교육 도시로 유명한 에스토니아 타르투(Tartu) 구시가지를 산책했다. 

시청광장 양쪽으로 신고전주의식 건물이 들어서 있고, 가운데에는 바로크식 시청 건물이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상징물이 있어 기념 사진 찍기에도 좋다. 
  

이 앞으로 한 금발여인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등에 새겨진 문신의 한자가 눈길을 끌었다. 무슨 의미일까 확대해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愛吉錢 幸福
사랑, 길함, 금전이 행복이다

얼마 전 딸아이와 한 대화가 떠올랐다. 장모님 칠순 생신을 맞아 돈봉투를 챙기면서 딸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나중에 아빠가 70살이 되면 봉투에 돈을 얼마나 넣을 줄래?"
"난 돈을 주지 않을 거야!"
"왜?"
"난 돈이 아빠나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럼 무슨 선물을 줄래?"
"아직 내가 생각할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있어."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 10. 08:13

고민 끝에 차는 건물 앞에 주차
요즘 곧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무척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요일 아내는 동료 교사와 딸아이를 차에 태우고 유명 성악 교수를 찾아갔다. 다가올 노래 경연대회를 앞두고 조언을 받기 위해서다. 방문을 마친 후 딸아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학교로 향했다.

잠시 고민했다. 차를 아파트 마당에 주차해 놓고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차로 학교에 갈 것인가. 동료 교사를 태우고 있는지라 그냥 학교까지 차로 가기로 했다.

학교에 도착해 또 다시 고민했다. 인근 도로가에 주차할 것인가 아니면 학교 건물 앞 좁은 길에 주차할 것인가. 마침 공간이 있어 학교 건물 앞에 차를 주차했다. 그리고 2층에 있는 교감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창문으로 내려다보았다. 주차한 후 10여분 정도 지났다. 

믿기 어려운 상황 전개 - 트렁크에서 연기가 새어나와    
눈 앞에 있는 차 트렁크에서 연기가 엄청 새어나오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우리 차였다. 112로 소방소에 즉각 신고했다. 그런데 벌써 소방대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행인이 연기나는 자동차를 보자마자 신고했기 때문이다. 

우리 차와 아내는 갑자기 학교의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로부터 집중 관심을 받았다. 4명의 소방대원들이 달려와 트렁크에서 막 번지려고 하는 불을 소화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모포로 쉽게 진화했다.


한국 차를 샀어야지
한국 차를 가지고 있는 한 동료 교사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봐! 이런 비싼 차 사지 말고 한국 차 샀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잘 굴려갈텐데 말이야!"

아내는 잠시 동안 충격에 빠졌지만, 동료 교사들의 격려에 감사할 사항을 찾았다. 만약 차를 아파트에 주차해 놓았더라면, 만약 차를 학교 건물 코 앞이 아니라 도로가에 주차해 놓았더라면 고스란히 우리 차는 앙상한 뼈만 남았을 것이다. 승용차 한 대가 전소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행인의 전화도 도움됐고, 또한 소방소가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다. 더욱 다행스러운 일은 기름통 반대편 트렁크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트렁크에 있는 전기배선에 이상이 생겨 화재가 발생했다.    

심리적 안정을 찾은 아내는 곧 바로 보험사로 전화해 후속조치를 밟아갔다. 종합보험에 들었기 때문에 보험처리가 되고, 또한 수리하는 동안 차량 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자동차 전기 수리사가 순간 떠올랐다. 그로부터 좋은 조언을 얻었다.

BMW 서비스센터로 
"BMW 차 제작결함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BMW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해서 상의해보는 것이 좋겠다."


그의 조언 덕분에 어제 견인차로 BMW 서비스센터로 우리 차를 보냈다. 이곳에서 빠른 시일내 정밀진단을 한 후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사고난 차를 많이 견인하는 운전사의 말은 불행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신 차는 정말 운좋았다."    

이렇게 새해 첫 번째 달에 승용차 한 대를 공중으로 날릴 뻔했다. 불행 속 다행에 감사하면서 잠시 말썽을 피운 지금의 차에 더 애정이 간다. 하지만 "한국 차 샀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잘 굴려갈텐데 말이야!"라는 동료 교사의 말이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4. 1. 07:11

오늘은 만우절이다. 오늘은 만우절이다. 지금 글을 올리는 이 시각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자기 전 내일이 만우절이라 의식하지만, 일어나면 진짜 같은 거짓말에 속기가 십상이다. 한국은 벌써 오전이므로 벌써 선의의 거짓말을 했거나 속은 사람들이 있을 법하다.

지난해 여론조사에 의하면 리투아니아 사람 74%가 만우절을 좋아하고 이날을 기억한다. 이날을 1년 중 가
장 자유롭고 유쾌하게 보낼 수 있는 날로 여긴다. 많은 사람들이 만우절 거짓말에 속아야 1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흔히 화장실 성별 표시 중 하나는 치마가 있는냐 없느냐이다. 남자 화장실 표시에 치마만 살짝 입혔다. 특히 남자들이 우글대는 때라면 웃음보다 창피가 앞설 것 같다.  


무지개가 바로 코앞에 떠있다. 이렇게 기발한 방법으로 사라름들은 만우절을 즐긴다. 그런데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만우절 속이기는 정말 그 정성에 감탄을 자아낸다.  [사진출처 source link]


만우절 재미를 만끽하려면 이 정도 공력은 들어야 하지 않을까. 아뭏든 만우절은 빈약한 거짓말이라도 속고 속이며 한 바탕 크게 웃는 날이다. 오늘 아침 리투아니아 신문이나 저녁 텔레비전 뉴스에 어떤 거짓 뉴스가 나올지 궁금하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만우절 속아 1년간 모두 행복하세요.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8. 28. 16:26

주황색 등에 까만 점들이 박힌 작은 무당벌레는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대개 다른 곤충들은 겁을 먹지만,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이 무당벌레를 손등이나 손바닥에 올려놓고 기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일전에 리투아니아 숲속에 산책을 하면서 이 무당벌레는 만났다. 그러자 옆에 있던 리투아니아인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무당벌레가 자기 몸에 와서 기어다니면 이를 떼내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당벌레가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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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20년 살면서 무당벌레가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아이들이 무당벌레를 가지고 노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이들은 손바닥에 놓인 무당벌레를 보고 노래를 한다.

"무당벌레야, 날아라, 날아라.
아기들한테 너가 필요해, 필요해.
의자 밑에 숨겨놓은
식기를 아직 안씻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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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전에 다리 위로 날라온 메뚜기를 그냥 떼어나지 않고 놓아두었다. 어릴 때 한국 시골 논에서 메뚜기를 잡던 추억이 되살아나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

* 관련글: 초대형 메뚜기상 리투아니아 등장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