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에 해당되는 글 590건

  1. 2015.08.07 중국제 시계 박수 치면 멈춰버려 휴대전화 필요 2
  2. 2015.07.15 유럽에서 경험한 야생진드기, 겨드랑이와 다리에 1
  3. 2015.07.06 새도 궁전에 살 권리가 있다
  4. 2015.07.01 십자가 언덕에 홀로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2
  5. 2015.06.30 파파라치로 비췄는데 생생한 내 삶의 기록자로 2
  6. 2015.06.30 크로아티아 고급 호텔에 한국 음식 등장
  7. 2015.06.23 다기를 선물로 주고 간 여행객에 유럽인 아내 감동 1
  8. 2015.06.17 축구장 한가운데 150년 된 참나무 한 그루
  9. 2015.06.08 아버지 날에 받은 쪽지에 피곤함이 사르르 녹아
  10. 2015.06.05 만나자마자 한국 음식 선물 준 관광객에 눈물 글썽 4
  11. 2015.05.20 주차장 차단기 봉을 보니 건물 용도가 쉽게 떠올라 1
  12. 2015.04.28 20년 된 아빠 필통 학교 가져간 딸아이의 문자쪽지 1
  13. 2015.04.27 우리집 햄스터 장례에 노잣돈 넣고 민들레 심어 6
  14. 2015.04.16 인종차별적 글 번역 부탁시 어떻게 답할까 3
  15. 2015.04.13 배부르다는 외국인 처남에 알고보니 속았구나 7
  16. 2015.04.13 딸 덕분에 텀블러 블로그에 애드센스 넣어 보기 2
  17. 2015.04.10 날카로운 거 주고 받는 법이 달라 아내와 싸울 뻔 1
  18. 2015.04.08 유럽인 장모님은 왜 양파를 잘라내고 심을까? 4
  19. 2015.04.04 한국 운전면허증에 첫 취득일이 없어 당한 불편 7
  20. 2015.04.03 유럽 슈퍼마켓에 왜 양파껍질을 팔까 6
  21. 2015.04.02 셀카 찍는 구두 등장, 셀카봉의 무한 진화 3
  22. 2015.04.01 약통 열어보고 깜짝 놀라 - 밑바닥만 채운 약 7
  23. 2015.03.31 가게 안으로 몰려온 집시들 이렇게 물건 슬쩍~~~ 4
  24. 2015.03.30 밀랍으로 예쁜 부활절 달걀 만들어 보기 4
  25. 2015.03.27 한국 우즈베키스탄 축구 해외 생중계 사이트
  26. 2015.03.26 딸 키워서 부모가 처음으로 대접 받은 요리 15
  27. 2015.03.23 생일 선물로 한국 노래 잘하겠다는 딸애, 그 결과는? 14
  28. 2015.03.21 유럽 개기일식 엑스레이 사진으로 보다 3
  29. 2015.03.18 잘 익은 망고 유혹에 비행기표 날릴 뻔한 사연 2
  30. 2015.03.17 학교 점수로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 사랑해? 2
생활얘기2015. 8. 7. 08:02

7월부터 유럽 여러 국가에는 40도의 고온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발트 3국 리투아니아도 요즘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아스팔트 거리를 걷다보면 물렁물렁함을 쉽게 느낄 정도이다. 최근 폴란드 웹사이트에 올라온 중국제 신호등의 모습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듯하다.


중국제 제품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얼마 전 프랑스에서 만난 스페인 친구의 중국제 손목시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보기에 아주 멋진 중국제 손목시계를 차고 있어 부러웠다. 이 친구의 반응이 재미 있었다. 


"이 시계를 3유로 주고 샀다. 아주 싼 시계다. 하지만 내가 박수 칠 때 시계는 멈춰버린다. 그래서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해 맞춰야 한다."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손목시계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10여년이 훨씬 넘었다. 그런데 종종 손목시계가 필요함을 느낀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주머니 안에 든 휴대전화를 꺼내기가 귀찮기 때문이다.

휴대전화가 있으면 손목시계가 필요 없을 것이라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다시 손목시계를 차고 싶다. 값은 싸서 좋지만, 박수 치면 멈춰버리는 시계... 중국제 제품이 다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7. 15. 06:45

야생진드기라... 
한국에서 야생진드기에 물려 그 감염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가 발생했다라는 소식을 종종 인터넷 기사를 통해 접한다. 유럽 공원이나 숲 입구에 야생진드기를 경고하는 안내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럽에서 25년 동안 살면서 여러 차례 야생진드기에 물린 적이 있다. 그래서 숲이나 공원을 산책하고 난 후에는 반드시 샤워를 하면서 온몸을 살펴본다.

일전에 호수, 강, 숲으로 유명한 리투아니아 아욱쉬타이티야 국립공원에 에스페란토 친구들과 2박 3일 동안 야영을 하고 돌아왔다. 낮에는 노를 저어 배를 타고, 밤에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담소와 노래를 즐겼다.
 


식구 모두 집으로 돌아와 깨끗이 몸을 싣고 혹시 있을 법한 야생진드기를 찾아보았다. 다행히 없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겨드랑이가 건지러웠다. 무심코 손가락으로 만져보니 물렁한 물체가 느껴졌다.


앗, 진드기겠지!
영락없이 진드기였다.


아내도 아침에 일어나 다리에 평소에 없는 까만 점을 발견했다. 영락없이 진드기였다. 그렇게 유심히 찾았지만, 보이지 않더니 피를 머금은 진드기가 까만 점으로 나타났다. 


진드기의 머리가 몸에 남아있지 않도록 조심히 핀셋으로 뽑아냈다. 후유증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무런 부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여름철 유럽에 있는 공원, 잔디밭, 풀밭, 숲속 등에 어느 정도 머물었다면 반드시 온몸을 살펴보면서 혹시 야생진드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 유럽인들이 보통 취하는 살인진드기 예방 요령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7. 6. 08:10

최근 리투아니아 빌뉴스 집 근처에 있는 공원을 산책하다가 재미난 것이 하나 눈에 띄였다. 나무에 매달린 물건이다. 멀리서 봐도 새집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새집이 참 특이하다.  


이 새집은 아름다운 궁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 기발한 사람 덕분에 새들이 비록 외관상 멋진 궁전에 살 수 있게 되었구나...   



이 새집을 보면서 머리 속에 금방 떠오른 문구는 다음과 같다. 
"새도 궁전에 살 권리가 있다."

새가 스스로 이것을 행하지 못하니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그 뜻을 이루고 있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한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대부분 리투아니아 방문자가 들러가는 곳이 있다. 바로 리투아니아 중북부 지방 샤울레이에 있는 십자가 언덕(리투아니아로는 십자가 산)이다. 



높이야 언덕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하지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를 산이라 부른다. 산이 주는 의미가 있기에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번역 지명 '십자가 언덕' 대신에 나는 '십자가 산'을 선호한다.

한국인 관광객들을 이곳으로 안내하면서 종종 홀로 여행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물론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를 이용해 이곳을 찾아가는 방법을 이 블로그를 통해 알리고자 한다.

혹시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 근거지를 두고 십자가 산을 다녀오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먼저 리가-샤울레이 버스시간표이다.  관련 사이트: https://www.autobusubilietai.lt

* 샤울레이 - 리가 - 샤울레이


샤울레이 버스역에서 십자가 산 인근에 있는 도만타이(리투아니아어 도만투 Domantu는 도만타이(Domantai)의 소유격이다. 정류장에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 아래는 샤울레이-도만타이-샤울레이 버스시간표이다. 

* 샤울레이 - 도만타이 - 샤울레이


아래는 초유스가 찍은 다양한 십자가 산 모습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이곳에는 크고 작은 수십만개의 십자가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십자가를 세우기 시작한 것은 14세기이고, 대량의 십자가가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1831년과 1863년 일어난 반러시아 민중봉기 때에 희생당했거나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당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서이다. 
  
소련 체제하에서 이곳은 천주교인의 성지뿐만 아니라 리투아니아 민족 전체의 성지였다. 소련은 세 차례나 불도저로 이곳의 십자가들을 깔아뭉겨 철거했지만, 용기 있는 리투아니아인들이 또 다시 이곳에 우후죽순처럼 십자가를 세웠다. 
 


그야말로 오뚝이 정신으로 일구어낸 승리의 현장이다. 소원 성취를 기원하기 위해 세우기도 하고, 소원을 이루게 해 주신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세웠다. 이제 이곳은 신앙인이든 아니든 누구나 찾아오는 성지이다. 해마다 수많은 순례객과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15. 6. 30. 06:29

관광안내사(가이드, 이하 안내사로 표현) 일을 하다보면 자주 부탁을 받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관광객들로부터 사진을 좀 찍어달라는 것이다. 

어떤 인솔자(한국에서 같이 비행기를 타고와 호텔, 숙박 등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도와주는 사람)는 안내사는 관광지 안내자의 역할만을 규정하면서 사진 촬영을 안내사에게 부탁하지 말라고 냉정하게 선을 그어 준다. 

하지만 세상사가 그렇듯이 이는 인간미가 없는 듯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안내사는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더우기 안내사가 사진 촬영에 일가견이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안내사가 찍어주는 사진은 멋질 것이고, 이로써 더 멋진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일정에 차질이 없는 이상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에 나는 기꺼이 응한다.

한편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어도 안내사와 같이 사진 찍자는 관광객은 극히 드물다. 적게는 2박,많게는 8박을 함께 하면서 열정적으로 관광지를 설명하는데 말이다. ㅎㅎㅎ  

어떤 이는 여행의 보람은 만나는 안내사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해외여행을 선택할 때 대부분 여행지와 가격 등에 중점을 두지만, 개인적으로 안내사 또한 경시할 수 없는 사항이다. 여행자는 여행사로부터 안내사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얻을 필요가 있겠다.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누군가 관광지를 안내하는 내 근로현장의 생생한 장면을 찍어주면 좋겠다.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아내나 딸이 동행해 내 안내사의 삶을 담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물론 이 동행시 비용은 내가 부담할 것이다.

이런 내 바람이 통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최근 일어났다. 단체 여행객 21명 중 한 분이 내 모습을 찍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한 두 번으로 그칠 것이라 생각했으나, 여행이 끝날 때까지 관광객들에게 설명하는 내 모습까지 넣어서 사진을 찍었다.

'한 두 번 찍고 말 것이지 왜 파파라치처럼 자꾸 찍으실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관광안내를 다 끝내고 일정 중 마지막 점심 식사를 하기 전 여러 가지 약과 음식을 선물로 주면서 연락처를 물었다. 내 또한 그 분의 남편이 제기한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해, 정확한 답을 안 후에 알려주기로 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카카오톡 아이디를 알려주었다.

다음날 카카오톡이 수없이 카톡카톡카톡... 울어댔다. 놀라운 사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내사 일을 십여년 해오고 있지만, 안내사 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담은 사진은 극히 적다. 우리 가족은 내가 안내사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현장은 사진으로도 쉽게 볼 수가 없다. 그래서 한 번 정도는 가족을 동반시키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관광안내사로서의 내 삶을 엿볼 수 있도록 바로 이 분이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분의 동의를 얻어 보내준 여러 사진 중 몇 장을 올린다.

이렇게 남이 모르게, 어쩌면 남에게 오해의 소지를 남기면서까지 그에게 아주 소중한 일을 하는 사람이 세상이 있구나를 새삼스럽게 확신하게 된다. 참으로 그 분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6. 30. 06:15

유럽 여러 나라의 수도나 대도시 등에 한국 식당을 만나는 일은 이제 어렵지가 않다. 발트 3국에도 한국 식당이 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는 <맛>,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는 <설악산>,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는 <고추> 식당이 있어 현지인들과 한국인 여행객들 에게 한국 음식을 맛볼 기회를 주고 있다. 

드디어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도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라는 소식을 에스페란토 현지인 친구가 에스페란토로 어제 알려주었다. 참고로 일전에 문화일보가 <'에스페란토어 공용화' 꺼지지 않은 불씨>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인터넷판 기사의 댓글을 쭉 훑어보니 대부분 에스페란토는 시간 낭비로 쓸모 없는 언어라고 주장했다. 세상의 어느 물건이든 그 자체의 유용성 여부는 그것을 바라보고 사용하는 사람에 달렸다.

언젠가 발에 걸린 길거리 돌을 주워서 집으로 가져왔다. 며칠 후 이 돌은 우리 집 화분 속 화초 밑가지를 지지해주는 유용한 물건이 되었다. 에스페란토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배운 에스페란토는 지금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이자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 중 하나다. 바로 다문화 가정인 우리 가족의 공용어가 에스페란토다.

인터넷 덕분에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에스페란토 사용자들과 각종 사회교제망을 통해 매일 소식을 주고 받는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살고 있는 오랜 에스페란토 친구가 내가 한국인이라는 점으로 인해 반가울 것 같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 한국 음식 소개 잡지 기사


자그레브에 한국 음식 메뉴를 가진 호텔이 있다는 기사를 읽자마자 그는 사진을 찍어 한국인 친구인 나에게 보내왔다. 이 호텔은 바로 그의 직장 앞에 위치해 있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국 식당이 아니라 고급 특급호텔에서 한국 음식을 메뉴로 제공한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즉각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 에스플라나데 호텔 한국 음식 메뉴 사이트 화면

정말이다. 
호텔은 에스프라나데 자그레브(Esplanade Zagreb)으로 5성급이다.
위치는 미하노비체바 1 (Mihanoviceva 1)이고 식당은 Le Bistro이다.

* 에스플라나데 자그레브 5성급 호텔 (사진 인터넷)


* 에스플라나데 호텔 구글 지도


주방장은 놀랍게도 한국인이 아니라 크로아티아인 아나 그르지치 (Ana Grgic)이다.

크로아티아 한국대사관의 협력과 후원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메뉴를 보니 김치 7유로, 단호박죽 6유로, 불고기 19유로, 해산물잡채 17유로, 비빔밥 13유로, 계절과일과 호박젤리 9유로이다. 적어도 경험상 5성급 호텔 비빔밥 가격 13유로는 과하지 않은 듯하다.    

언젠가 자그레브에 갈 기회가 있다면 이 소식을 에스페란토로 알려준 친구를 이곳으로 초대해 한국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람에 따라 이렇게 에스페란토는 세계 도처의 따근따근한 소식을 실시각으로 전해주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15. 6. 23. 06:15

여전히 발트 3국에서 이 나라 저 나라, 이 도시 저 도시를 한국 관광객들에게 안내하면서 돌아다니고 있다. 지금은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이다. 어제는 단체 여행객들과 헤어졌다. 라헤마 국립공원 습지 오솔길을 도보산책(4킬로미터, 1시간 15분)한 후 발트해 해변의 한적한 시골 마을 식당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 에스토니아 라헤마 국립공원


점심 후 이들은 페테르부르크로 떠나고, 나는 탈린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이때 한 여행객이 감기약, 해열제, 진통제, 컵라면, 햇반, 김 등을 시장가방에 담아서 선물로 주었다. 탈린에서 새로운 여행객들을 기다리는 이틀 동안 요긴한 음식이 될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일전에 만나자마자 한국 음식을 선물한 관광객을 소개했다. 오늘은 이렇게 헤어질 때 선물한 관광객 한 분을 소개한다. 어린 시절 시골 마을 소꼽친구들인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함께 왔다. 이 중 한 분이 다기를 가져왔다. 관광안내 중 보온병에 든 따뜻한 차를 주곤 했다. 관광지 설명 등에 시달리는 목에는 그야말로 보약이었다. 그런데 이 분이 다기 전체를 가져왔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마지막날 장거리 이동 중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밖에서 서성이고 있던 나를 안으로 불렀다. 이 일행들은 커피 대신에 모두 차를 마시고 있었다. 가운데에는 작은 차주전자가 있었고, 그 주위에는 작고 귀여운 찻잔이 여러 개 놓여있었다. 차를 권하기에 마셨다. 차를 다 마신 후 물었다.

"혹시 차를 좋아하세요?"
"우리 집 식구 모두 차를 좋아합니다."
"그럼, 비록 사용한 것이지만 이것을 다 주고 싶어요."
"아이구, 감사하지만 그렇게까지 호의를 베푸지 않으셔도 됩니다."


야외나 여행을 갈 때도 차를 마실 있도록 부피가 적게 나갔다. 이날 선물로 받은 차주전자와 찻잔 등이다.



예쁜 보자기에 든 이 선물 다기를 유럽인 아내가 보더니 한국인의 아낌 없이 주는 행위에 감동과 감탄을 마지 않았다. 소중히 아끼는 물건을 이렇게 아낌 없이 줄 수 있는 마음을 참으로 본받고 싶다.


한편 당시 옆에 있던 일행 한 분이 여행 중 마시려고 가져 왔던 믹스커피를 꺼냈다. 여행 내내 이 동창이 우러내는 차를 마시느라 믹스커피를 전혀 먹을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차 덕분에 이렇게 믹스커피도 한 봉지 가득 선물로 받게 되었다. 뭐니해도 아기자기한 다기는 휴대하기가 아주 쉽다. 이제 현지인 친구집 등을 방문할 때도 이것을 가져가 함께 차를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본이라도 먼저 다도를 익히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기를 선물한 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Posted by 초유스
카테고리 없음2015. 6. 17. 07:38

sksksks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세 나라 중 면적(4만5천 평방 킬로미터)이든 인구(130만명)로든 규모가 제일 작다. 하지만 1인당 국민총생산에서는 IMF 기준 2014년 19,671달러로 가장 높고, 안정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다. 비록 바다 건너에 있지만, 선진국인 핀란드와 스웨덴이 이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발트 3국에서 특이하게 1500여개의 섬이 전국토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이 섬들 중 가장 큰 섬인 사레마를 다녀왔다. ‘섬의 땅’이라는 뜻인 사레마는 에스토니아의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다. 중심 도시인 쿠레사레에는 발트해에 접해 있는 나라들에서는 유일한 중세시대 요새 성이 잘 보존되어 있다.

* 해변 쪽에서 바라본 쿠레사레 성

* 북유럽에서 남은 유일한 중세 요새인 쿠레사레 성


올해 들어 이 섬에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볼거리가 하나 더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다름 아닌 참나무다. 수령이 오래 되어서가 아니라 그 위치 때문이다. 사레마의 오리사레 마을 축구장에는 참나무 한 그루가 있다. 150년 된 이 참나무는 바로 축구장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다. 이 참나무가 "2015년 유럽 나무"라는 선정되었다.

2011년부터 매년 체코 환경 파트너쉽 재단이 "올해의 유럽 나무" 경연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는 관심과 보호를 받을만한 자연 문화유산 속에 오래된 나무의 의미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먼저 국내 경연 대회를 거친 나무들이 최종 국제 경연 대회에 참가한다.


그런데 어떻게 축구 경기장 한 가운데 150년 동안 참나무가 자랄 수 있을까? 사연은 이렇다.
예전에 이 참나무 뒤에 운동장이 있었다. 1951년 운동장을 확장하려고 할 때 장애물이 될 이 참나무를 뿌리 채 뽑아내기로 결정했다. 스탈린 트랙터 2대가 쇠줄을 이용해 뽑아내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뿌리는 뽑히지 않고 나무에 깊은 상처만 주고 쇠줄이 그만 끊어지고 말았다.

결국 뽑아내기를 포기하고 그대로 놓아두게 되었다. 이렇게 살아남은 참나무는 축구 경기 중 때론 방해물이 되기도 하고, 때론 좋은 방패막이 되어 준다.

장애물이 되니 어떻게 해서라도 꼭 뽑아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이를 실행했더라면 이 "올해의 유럽 나무"는 세상에 있을 수가 없었겠다. 경기에 불편하더라도 함께 세월을 보내다보니 나무와 지역이 이런 영광을 얻게 되었다. 

이 참나무는 눈앞의 불편만 보지 말고 먼 안목으로 보면 자연과 인간의 공존과 조화를 이루어 지역의 새로운 명물을 탄생시킬 수 있음을 여실히 잘 보여주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6. 8. 07:48

벌써 일주일째 집을 떠나 이 도시 저 도시로 돌아다니고 있다. 관광안내사 일을 하면서 올해 들어 이번이 가장 좋은 날씨다. 아직 비도 한 방울 떨어지지 않았고, 낮 온도는 15도-25도로 쾌적하다. 하지만 하루에 보통 만 5천보를 걸어다니면서 관광지를 안내하고 있다. 하루 일정을 다 마치고 나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싶다.

* 라트비아 리가의 검은 머리 전당과 베드로 성당


* 라트비아 리가의 아르누보 양식 건축물


* 에스토니아 타르투 일몰과 요한 성당


어제는 이런 피로감이 딸아이가 보낸 쪽지로 사르르 녹았다. 6월 첫 번째 일요일은 아버지 날이다. 한국은 어버이날로 같은 날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은혜를 되새기지만, 유럽의 많은 나라는 따로 정해져 있다. 어머니날은 5월 첫 번째 일요일이다. 어머니 날은 모두가 기억하고 기념하지만, 아버지 날은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이 날은 잊고 산다. 

인터넷이 되는 라트비아 리가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페이스북에 접속해보니 딸아이 요가일래가 보낸 쪽지가 있었다. 


로마자를 쓴 한국어를 한글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오늘 아빠 날이다... 우리랑 같이 있어서 고마워.. 제일 제일 사랑해"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같이 있어서"라는 말이 감정을 뭉클하게 했다. 건강, 행복, 부, 소원성취 등 수많은 축하의 단어들이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같이 있어서"라는 이 표현이 최상으로 다가왔다. 

'그래,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같이 있다! 맞아.'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15. 6. 5. 07:18

여름철이다. 리투아니아 관광청으로부터 관광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을 한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발트 3국을 방문하고 있다. 


관광안내사 일을 하면서 부차적으로 얻게 되는 좋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 음식이다. 발트 3국 현지 음식 적응을 걱정해서 적지 않은 한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음식을 가져온다. 


지금까지 경험에 따르면 여행이 다 끝나고 헤어질 무렵에 조금스럽게 "남은 한국 음식을 줘도 될까요?"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주시면 정말 감사하죠"라고 주저 없이 답한다. 이렇게 선물 받은 한국 음식으로 한 동안 식사를 즐긴다.   

그런데 일전에 만난 관광객들 중 60대 두 자매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일을 해서 기억에 남는다. 공항에서 단체를 영접을 한 후 시내 호텔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사람들이 다가오더니 물었다.

"가이드님, 혹시 한국 음식을 자주 먹나요?"
"자주 먹을 기회가 없어요."
"그럼, 먹고 싶으세요?"
"그렇죠."
"한국에서 가이드님께 드릴려고 미리 한국 음식을 봉지 담아왔는데 드려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지금까진 남겨진 한국 음식을 받았는데, 이렇게 가이드에게 줄 한국 음식을 미리 따로 챙겨가지고 왔다고 하니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내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거렸다.


집에 와서 봉지를 열어보니 고추장, 김, 컵라면, 과자 등이 적지 않게 담겨져 있었다.



감동 자체였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런 답례를 받다니...  현지 한국인 관광안내사를 이렇게 배려해주는 두 자매는 오래도록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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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발트3국 관광안내사 일을 하느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을 자주 방문한다. 관광객을 안내하는 곳은 아니지만, 지나가다가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있어 소개한다. 


다름 아닌 주차장 차단기 봉이다. 흔히 차단기 봉은 붉은색과 흰색이 칠해진 긴 막대기이다. 그런데 이곳의 차단기 봉은 아주 색다르다. 바로 지휘자를 연상시킨다. 


이를 보면 주차장이 속해 있는 건물의 용도를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오페라극장과 연주회장이다. 



이처럼 건물 주차장이 획일적인 차단기 봉 대신에 그 용도에 맞게 차단기 봉을 마련한다면 그 다양성으로 인해 도시 공간의 예술미가 더욱 돋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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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5. 4. 28. 05:50

일요일부터 에스토니아 출장 중이다. 집을 떠나온 후 책상컴퓨터는 딸아이 몫이다. 성능이 좋아 놀이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놀이만 하면 될 것인데 그만 책상에 있는 오래된 아빠 필통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문자쪽지를 보냈다. 


아빠 이 필통 빌려줘도 돼?


20년쯤 된 이 필통을 보내더니 탐이 난 듯했다. 


이거 쓸 때 아빠 생각 난다.


월요일 처음으로 학교에 이 필통을 가져갔다. 그리고 딸아이는 출장 중인 아빠에게 페이스북으로 쪽지를 보냈다. 비록 철자가 틀린 쪽지이지만 아빠된 재미를 솔솔하게 느끼기엔 충분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4. 27. 06:30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우리집 애완동물은 햄스터이다. 드와르프 햄스터(dwarf hamster)이다. 2012년 12월 성탄절에 장모님이 작은딸에게 선물했다. 작고 귀여웠다. 우리집 햄스터의 이름은 길레(리투아니아어로 도토리)이다. 



아침에 일어나 잠결에 있는 듯한 햄스터에 "더 자~"라고 인사하고, (야행성이라) 밤에 잘 때는 "밤새 혼자 잘 놀아라"라 인사한 후 잠에 든다. 햄스터 집을 청소하는 일은 딸이 맡아서 다 했다. 1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톱밥으로 바닥을 깔아주었다. 


부엌 창가에 놓아두었다. 아침 밥을 먹으려고 하면 야자껍질 안에 자고 있는 듯한 햄스터가 일어나 철망을 물어뜯거나 쳇바퀴를 돌려댄다. "밥 줘!"라는 신호이다. 그래서 해바라기씨앗 서너 개를 먹이통에 넣어주면 쏜살깥이 먹이통 안으로 들어가 야금야금 씨앗을 까서 먹거나 먹이주머니에 저장해둔다.


새벽까지 일하다가 부엌으로 들어가면 마치 반기듯이 쳇바퀴를 신나게 돌린다. 그에 대한 답례로 먹이통에 해바라기씨앗을 넣어준다.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같은 해바라기씨앗을 먹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여기 유럽 사람들은 날해바라기씨앗 대신에 주로 소금에 볶은 해바라기씨앗을 먹는다. 


딸아이는 햄스터에게 나를 할아버지로 소개한다. 그래서 늘 햄스터에게 말을 걸 때는 "여기, 할아버지다"로 시작한다. 햄스터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면 우리 가족이 아주 좋아한다. 사실 사람이 사는 집에 사람외에 다른 생령을 들이는 것에는 나는 적극적이지 못하다. 어린 시절 시골집 마당에 개를 길러본 것이 전부이다. 애완동물 기르기에는 다 장단점이다.


금요일 오후에 딸아이가 햄스터가 힘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낮이라 그런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갈수록 힘이 없어지고 다리가 불편해보였다. 평소 잽싸게 먹이통에 기어올라가더니 이제는 몸시 힘들게 올라갔다. 직감적으로 때가 왔구나라고 느꼈다. 그런데 오전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햄스터는 활동했다.


밤이 되자 우리에 있던 햄스터는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며칠 전 중앙난방이 끊겼다. 체온을 떨어질 것 같아 아내에게 마지막 순간이라도 따뜻하게 갈 수 있도록 천으로 덮어주라고 했다. 저녁 시간부터 우리집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평소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간다"라고 딸아이에게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손수건을 꺼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2년반을 함께 지냈던 생명 하나가 죽어가는데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기 전 가족이 햄스터 앞에서 좋은 곳에 몸을 다시 받기를 기도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햄스터는 자기가 평소 달리던 쳇바퀴 밑에서 싸늘한 채 누워있었다. 창문 밖 뜰에 묻어주기로 했다. 


묻어있는 톱밥을 털어내고 하얀 부드러운 종이로 햄스터를 둘러쌌다. 막 꽃이 필 사과나무 밑둥 옆에 땅을 팠다. 노잣돈의 상징으로 동전을 식구수대로 넣고 햄스터를 묻고 도토리 열매 4개와 해바라기씨앗 10개, 호박씨앗 3개를 함께 넣은 후 땅을 덮었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민들레 2개를 옮겨 심었다.


아파트 계단을 올라오면서 "아빠, 길레를 묻어줘서 고마워"라고 딸아이가 듬듬한 듯 말했다. 그런데 자기 방에 들어간 딸아이는 나오지를 않았다. 돌아와서 두 시간이나 혼자 슬퍼서 훌쩍이고 있었다. 손수건이 흠쩍 젖어있었다. 안아주면서 "힘내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햄스터와 놀다가 자기 가슴 위에 올려놓으면 그대로 새록새록 잠이 들어버리는 햄스터를 딸아이가 쉽게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햄스터 옆에 옮겨심어 놓은 민들레가 뿌리를 내려 해마다 노란꽃을 피워주면 참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5. 4. 16. 06:26

얼마 전 리투아니아 인권 사무소가 제작한 사회실험 동영상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광고 촬영을 위한 배역 선발을 다양한 연릉층의 사람들을 한 사람씩 대기실로 초대했다.



대기실에는 리투아니아에 온 지 2주일 밖에 안 되었다고 하는 소개하는 흑인 한 명이 앉아서 읽고 있다. 그는 사회교제망에 올라와 있는 그에 대한 한 개인의 글을 번역해달라고 부탁한다. 


이 글을 읽자마자 리투아니아인들의 얼굴 표정이 달라진다. 

이들은 주저하거나 번역을 해줄 수 없다고 답한다. 

아주 미안해 한다. 어떤 이는 눈물마저 글썽인다. 



왜 일까?


그 글은 흑인을 경멸하는 단어인 원숭이 등 인종차별적이고 인권에 반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비록 번역일지라도 동영상 속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상대방의 눈 앞에 두고 "원숭이"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 리투아니아에서 15여년을 살고 있지만, 인종차별적인 상황을 겪은 적은 거의 없다. 간혹 청소년 무리들이 지나갈 때 등 위에서 "저기, 츄르카(čiurka)가 간다"라는 소리가 들린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4. 13. 08:12

거의 평생 고정된 직업은 없지만 하고 있는 일과 해야 할이 왜 그렇게 많은 지...
일요일, 아내와 작은딸은 연극 보러 연극장으로 가고 집에 없었다. 책상 위 종이쪽지엔 이날 해야 할이 쭉 적혀 있었다.
                 신문 고정란 기사 5개 작성
                 화분 불갈이
                 법문 번역
                 불경 번역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토 협회 누리집 수정...

컴퓨터에 앉아 일하고 있었다. 낮 2시경 아내와 딸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현관문에서 누군가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올 시간이 아닌데 누가 왔나... 잠시 후 처남이 올라왔다.

"아이구, 처남이 웬 일이야?"
"일요일이라 집에 있으니 답답해서 탁구 한번 치러 왔다."

아파트 내 방에는 탁구대가 있다. 여러 해 전 탁구 동아리에 참가하던 딸아이가 졸라서 사놓았다. 그 후 함께 칠 사람이 없어서 그냥 탁구대 혼차 놀고 있다. 큰딸이 명절에 영국에서 집에 와 있을 때 함께 시합을 벌이는 것이 고작이다. 



겉으로는 처남을 반갑게 맞았지만, 속으로는 '아, 오늘 계획 이렇게 날아가는구나!' 아쉬움이 감돌았다. 이렇게 예고 없이 오다니... 그런데 나중에 전화를 보니 처남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소리를 꺼놓았기 때문에 듣지를 못했다. 처남은 벌써 아내와 통화했다고 했다.

하던 일을 멈추기가 그래서 졸업 논문을 쓰고 있는 큰딸에게 처남하고 잠시 탁구치라고 했다. 그래도 손님인데 얼마 후 일을 멈추고 탁구를 함께 쳤다. 두 사람 실력은 비슷하지만, 처남은 힘이 좋고, 또한 승부욕이 강하다. 2대 1로 한국이 졌다. 아침도 먹지 않아서 탁구 치고 나니 배가 몹시 고팠다.


"라면 끓어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처남도 같이 먹을래?"
"아니 됐어. 집 나올 때 먹고 나왔어. 곧 집에 갈거야."
"그래도 나와 같이 밥 먹자."
"아니 됐어."
"정말?"
"정말이라니까."
"정말 안 먹겠다는거지?"
"그래. 정말이야. 나 밖에서 담배 피우고 올게."

이렇게 해서 라면 하나만 끓이게 되었다. 그 사이 큰딸은 연극장에 있는 엄마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 아내는 냉장고에 있는 편육(리투아니아어 Šaltiena, 직역하면 냉고기, 아스픽, Aspic)을 처남에게 주라고 했다.

* 리투아니아 편육 image source link


이 쏼티에나는 여러 가지 채소와 함께 돼지고기를 푹 삶아 식힌 후 단묵(젤리)화시킨 음식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장모님이 직접 만들어 이번 부활절에 주신 음식이다. 난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처남은 한 사발을 빵과 함께 다 먹어치웠다. 
속으로 '배불러 안 먹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다 먹어다니... 아, 또 속았구나!'

처남이 가고 난 후 아내가 돌아왔다. 
처남 얘기를 했더니 "나도 그 편육을 정말 먹고 싶은데. 좀 남겨놓지 않고서"라면서 아내가 아쉬워 했다.

"내가 여러 번 묻고 또 물었는데도 처남이 안 먹겠다고 했어. 그런데 나중에 그 편육 한 사발을 혼자 다 먹어버렸다."
"당신도 벌써 알잖아.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얼마나 체면을 차리는 지."
"처남이라 체면 차리지 않고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할 사람이라 믿었지. 앞으로는 그냥 묻지 말고 무조건 많이 해서 같이 먹어야겠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4. 13. 06:50

여러 해 전에 텀블러(tumblr.com) 회원으로 가입했다. 영어로 짧은 문장을 작성해 동영상이나 글을 연결시킬 목적이었다. 하지만 방문자와 구독자는 극소수에 그쳤다. 그래서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최근 13살 딸아이가 이 텀블러 블로그에 푹 빠져 있다. html 소스 변경을 직접하면서 아주 흥미로워 한다. 새로운 코드를 넣어 성공하면 아빠를 불러 보여주면서 아주 즐거워 한다. 테마를 편집하다 의문 사항이나 개선할 사항을 찾으면 테마 개발자에게 메일을 보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그동안 텀블러의 테마 편집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제 딸아이의 텀블러 블로그의 구독자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해서 구글 애드센스 넣기를 권했다. 승낙했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어떻게 넣을 것인 지에 대한 공부를 해보았다.       

텀블러는 유료와 무료 테마가 있다. 아래에 설명하는 것은 무료 테마 Single A Premium이다. 테마마다 코드가 다를 수 있다. 각자가 여러 번 시도해보고 맞게 설정하면 된다. 혹시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성공한 과정을 여기에 적는다.   

로그인을 한다
설정에서 테마 편집으로 들어간다
상단에서 html  편집으로 들어간다
마우스로 스크롤하면서 해당 코드를 찾아간다.

1. 글 제목 바로 위에 넣을 경우
 
기존 코드: <div class="alert tagged bF tF">Posts tagged "{Tag}"</div>
    {/block:TagPage}
    <div class="posts">
    <!--wNMfuiLp4L2Mub-->
    {block:Posts}


수정 코드: <div class="alert tagged bF tF">Posts tagged "{Tag}"</div>

     {/block:TagPage}

위에 이미지에서 보듯이 이곳에 애드센스 코드를 넣는다. 

     <div class="posts">
     <!--wNMfuiLp4L2Mub-->
     {block:Posts}

2. 글 본문 밑에 넣을 경우

기존 코드: </div>
{block:Date}
<div class="meta bS tS lS">


수정 코드       </div>

위에 이미지에서 보듯이 이곳에 애드센스 코드를 넣는다. 

{block:Date}
<div class="meta bS tS lS">

3. 사이드 바에 넣을 경우

기존 코드: <div class="col">
         </div>



수정 코드: <div class="col">
위에 이미지에서 보듯이 이곳에 애드센스 코드를 넣는다. 
            </div>


주의: 이 경우 애드센스 광고가 기존 박스에 겹쳐 나올 수 있다(위 이미지 위에 있는 이미지: 오른쪽).
해결법: <br></br>를 중첩되지 않을 때까지 넣는다.

중요한 것은 작업을 한 후 엡데이트 프리뷰를 누르고 반드시 저장해야 수정 사항이 적용된다. 딸아이의 텀블러 블로그가 나날이 발전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4. 10. 08:47

모처럼 온 식구 4명이 요즘 함께 생활하고 있다. 부활절 휴가로 큰딸이 아직 집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우리 집 식탁에 있었던 일이다. 숟가락이 필요했다. 숟가락통 가까이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부탁했다. 숟가락을 아래와 같이 주었다. 


잠시 후 또 다른 숟가락이 필요했다. 여자 셋 중 한 사람이 일어서더니 자기가 갔다주겠다고 했다. 숟가락을 아래와 주었다. 


"어, 누구는 저렇게 주고 너는 이렇게 주네."
"나는 항상 이렇게 줘."
"한국 사람들처럼 주는 법을 어떻게 알았는데?"
"어릴 때부터 내가 스스로 생각했지. 뭐든지 받는 사람이 더 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줘야 한다는 것을..."
"잘 생각했네."
"난 늘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해."


그렇다. 어린 시절 숟가락 등을 줄 때는 항상 받는 사람이 편하도록 줘야 한다고 가르쳐주시던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 내 자식은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스스로 어릴 때부터 알았다고 하니 기특한 생각이 절로 나왔다. 부모된 기쁨을 느낀 순간이었다.

오래 전 한국에서 살 때 생맥주집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생맥주 잔에 술을 붓고 잔을 돌리는 일을 내가 맡았다. 손잡이가 없는 맥주잔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잔 윗부분을 잡고 돌렸다. 그때 옆에 있던 한 어른의 지적은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잔을 돌릴 때마다 그분의 말씀이 떠오른다.

다른 사람이 술을 마시는 부분을 손으로 잡고 주면 안 되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짧은 한 순간의 가르침이 이렇게 오래도록 각인되어 있다.

주고 받는 예법은 나라마다 다른 경우가 있다. 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과 살면서 겪은 주고 받기 예법을 하나 소개한다. 바로 날카로운 물건 주고 받기다. 

리투아니아인 아내에게 칼이나 가위 등을 달라고 하면 절대로 손에 쥐어주지 않는다. 거의 던지다시피 옆에 놓아준다. 그리고 내가 직접 이것을 잡아 가져와야 한다.

왜 그럴까?

만약 날카로운 물건을 상대방 손에 직접 쥐어주면 둘이 서로 싸우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물건을 선물하지도 않는다. 누군가 어쩔 수 없이 칼 등을 선물해야 할 때, 반드시 1원이라도 주고 받는다. 내가 직접 샀다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결혼 생활 초기에 이런 주고 받기를 무례한 행동으로 오해하면서 상당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때론 말싸움할 뻔하기도 했다. 지금도 종종 연유를 잊어버리고 칼을 던져주는 리투아니아인 아내의 행동이 눈에 거슬릴 때가 있다. 만약 이때 기분이 안 좋은 상태라면 큰 소리로 꾸짖어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처럼 날카로운 부분은 자기 쪽으로 향하고 손잡이 부분을 상대방에게 주면 얼마나 좋아!'

살다보니 이제는 나 또한 칼이나 가위 등을 한국식으로 손에 쥐어주지 않고 그냥 가까운 곳에 놓아두게 되었다. 오늘따라 "난 늘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해"라는 딸아이의 말이 말에만 그치지 말고 늘 행동으로 식구 모두가 함께 실천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4. 8. 06:42

유럽 리투아니아 월요일도 부활절 휴가일이다. 일년에 의무적으로 처가집을 방문하는 날이 두 번 있다. 한 번은 성탄절이고 다른 한 번은 부활절이다. 학교는 주말을 합쳐 10일 동안 방학이다. 올해도 어김 없이 부활절 날씨는 기대밖이었다.
 
부활절 전날만 하더라도 대체로 맑은 날씨에 영상 10도의 따뜻한 날씨였다. 그런데 부활절를 기해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눈까지 쏟아졌다. 짧은 시간일망정이지 서너 시간 이렇게 내렸다면 적설량이 꽤 되었을 것이다. 

* 올해도 부활절 아침에 눈이 내렸다


부엌 창가 너머 쏟아지는 눈을 보는 동안 초록색 양파 줄기가 눈길을 끌었다. 겨울철 부엌 창가를 꾸며주는 마치 훌륭한 분재처럼 보였다. 겨울철 부엌 창가에 앙파를 키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키우는 양파는 관상용뿐만 아니라 식용으로도 아주 요긴하다. 이 양파 줄기를 흔히 사용하는 데에는 아침식사이다. 빵 위에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훈제 고기를 얹고, 그리고 그 위에 이 양파 줄기를 얹는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니 장모님 집 양파는 윗부분이 잘려져 있다. 보통 컵에 물을 담고 양파를 얹어 키우는데 장모님은 도시락컵라면을 닮은 플라스틱통에 흙을 담아 양파를 키우신다. 궁금증이 발동해 여쭈어보니 직접 방법을 보여주시면서 일려주셨다.

* 양파 윗부분을 잘라내고 심는다


간단하다. 
양파의 1/4에 해당하는 윗부분을 잘라낸다.
껍질을 벗긴다.
양파 뿌리 부분을 다듬는다.
흙에 심는다.


"왜 윗부분을 자르시나요?"
"이유는 간단하다. 줄기가 더 빨리 위로 올라오고, 굵다."
"컵물에 키우는 것보다 흙에 키우는 것의 차이는?"
"흙에 키우는 것이 더 빨리 자라고 줄기 또한 굵다."


종종 양파를 물컵에 키웠다. 그런데 한 번도 이렇게 양파 윗부분을 잘라내고 키워본 적이 없었다. 경험상 더 빨리 자라고 굵다고 하니 다음 번 양파를 키울 때 이 방법을 사용해야겠다. 이렇게 유럽인 장모님의 생활 경험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4. 4. 05:33

몇 명 되지는 않지만 교민들의 숙원이 해결되었다. 바로 한국과 리투아니아간 운전면허 상호 인정 및 교환에 관한 협정이 체결되어 지난 1월부터 발효되고 있다. 운전 건강증명서를 담당 종합진료소에서 발급 받고 운전면허증 번역문을 번역소에서 찾았다.


필요한 서류를 다 갖추고 운전면허 업무를 관장하는 리투아니아 기관(Registra)을 방문했다. 상호 인정에 대한 내용을 담당 직원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는 듯했다. 

그런데 잠시 후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 운전면허증 어디에도 최초 취득일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것이 원이었다. 발급일은 첫면 사진 밑 오른쪽에 적혀 있다. 면허증 갱신기간이 무려 1년간으로 되어 있는 것도 직원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물론 알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국 운전면허증 뒷면을 살펴보았다. 역시나 공란이었다. 



직원은 현재 한국 운전면허증에 나와있는 발급일을 리투아니아 면허증 취득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10년 전에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는데 지난 해 7월 경신하면서 이 한국 운전면허증을 반납했다. 그러므로 2005년에 취득했다는 것을 리투아니아 기관에 증명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최초 취득일이 중요할까?

교환해서 받을 리투아니아 운전면허증에 한국 운전면허증에 있는 날짜 2014년 7월 17일이 기재되면 아직 운전한 지 일년도 안 된 초보운전자 취급을 받게 된다. 제한속도 시속 130km 고속도로에 초보자는 시속 90km만 달릴 수 있다. 이를 모르고 130km 밟고 달리다 교통경찰에 걸리면 40km를 초과하게 된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보험이다. 특히 종합보험을 들 때 초보자는 더 많이 낸다. 종합보험에 든 우리 승용차는 현재 약정서에 따르면 초보자가 운전할 수가 없도록 되어 있다. 리투아니아 운전면허증으로 내 차를 운전할 수가 없게 되다니...   


취득일 좀 기재해주세요

공란으로 남아있는 한국 운전면허증 뒷면에 최초 취득일이 적혀 있으면 참 좋겠다. 그러면 오랜 기간이 지나 내가 언제 첫 면허증를 취득했지라는 의문이 생겨 인터넷 접속으로 조회해야 하는 수고도 면할 수 있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운전면허증 앞면 견본이다. 성, 이름, 생년월일, 발급일자, 발급기관, 면허증번호 등등 모두가 숫자로 적혀져 있다. 이는 유럽연합 통일이다. 즉 숫자 1의 의미는 성, 숫자 2의 의미는 이름...    



뒷면을 한번 살펴보자. 9번은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유형이다. 승용차는 B이다. 10번이 중요하다. 바로 최초 취득날짜가 기재되어 있다. 11번은 언제까지 유효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결국 이날은 운전면허증 교환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일단 대사관으로부터 최초 취득일에 대한 영사확인서를 받아오면 이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리투아니아에는 한국 대사관이 개설되지 않아 이웃나라 겸임국인 폴란드 대사관에 부탁해야 한다. 아쉬었다. 아, 한국 운전면허증에 취득일만 적혀 있어도 이런 불편과 헛걸음을 하지 않을 텐데... 


왜 한국에는 이 최초 취득일 기재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고 있을까... 의문이로다...


Posted by 초유스
다음첫면2015. 4. 3. 09:09

어제 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 슈파마켓을 갔다. 채소 판매대에 낯설은 물품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양파껍질이다. 양파는 필수채소이지만, 그 껍질을 왜 팔까? 물론 수요가 있으니까 당연히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 물건을 팔지 않을 수가 없겠다. 


누구나 앙파껍질을 벗길 때 그 눈물 나는 고통을 알 것이다. 일반적으로 쓰레기로 버리는 이 껍질을 이렇게 판매도 하는구나... 이들의 풍습을 알지 못할 때에는 이해가 쉽게 되지 않을 것이다. 

* 슈퍼마켓에 파는 양파껍질 


이 껍질을 보니 부활절마다 방문하는 유럽인 장모님이 떠올랐다. 부활절을 앞두고 장모님은 앙파껍질을 버리지 않고 한 곳에 모아둔다. 그래서 부활절 전날 저녁 이것을 아주 요긴하게 사용한다. 이 껍질은 바로 달걀 물들이기용이다.

양파껍질을 물에 푹 삶으면 천연색을 얻을 수 있다. 어디 한번 그 과정을 함께 보자.
 

먼저 쌀, 풀잎 등으로 달걀를 두른다. 그리고 스타킹으로 이를 감싼다. 


이 달걀을 양파껍질에 넣고 삶는다.



그러면 바로 아래와 같은 색깔이 나온다.



가장 흔한 방법은 달걀을 양파껍질에 넣고 삶는다. 색이 곱게 든 달걀을 날카로운 도구로 모양을 내면서 이를 긁어낸다. 자, 왜 슈퍼마켓에서 양파껍질을 판매하는 지에 대한 의문점이 이제 해결이 된 셈이다. 부활절 주말 모두 잘 보내시십시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4. 2. 04:51

4월 1일 만우절에 유럽 누리꾼들 사이에 새롭게 등장한 셀카(이하 자촬) 구두가 화제다. 셀카봉(이하 자촬봉)은 한국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집에도 자촬봉 2대가 있다. 

우리집을 방문한 유럽 현지인들에게 이 자촬봉을 보여주면 몹시 신기해 하고 부러워 한다. 하지만 가지고 싶냐라고 물으면 대답을 주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특별히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라는 속담이 있다. 유럽인들이 이 속담대로 해결하는 예를 한번 보자.


쓰레받기로 쉽게 해결하고 있다. 
그렇다. 자촬봉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자기 자신을 마음대로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점은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접이식 막대기라도 가방 안 공간을 차지하거나 손에 늘 들고 다녀야 한다. 

이런 불편함이 셀카 구두 발명을 있게 한 듯하다. 뉴욕에서 인기있는 신발 브랜드 Miz Mooz는 최근 여성들을 위해 획기적인 자촬법(셀카법)을 고안했다. 자촬봉을 휴대할 필요가 전혀 없다. 바로 구두 앞부분에 휴대전화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 Image source link


평소에 다리를 위로 올리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 자촬(셀카, Selfie)과 신촬(슈피, Shoefie) 사진을 한번 비교해보자. 


그렇다면 이 자촬 구두는 만우절의 깜짝 행사일까?
출처 기사를 보면 말미에 "만우절과 전혀 관계가 없다"라는 구절이 있다. 관련 영상은 4월 1일이 아니라 이미 3월 30일에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과연 이 자촬 구두(셀카 구두)가 자촬봉만큼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이번 여름 유럽 유명 관광지에서도 다리를 위로 치켜 올려고 자촬(셀카)하는 여성들이 나타날까... 일단 우리집 두 딸은 반응이 냉담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4. 1. 06:01

흩어진 식구들이 모이는 유럽의 명절 부활절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집에도 식구가 하나 더 늘어났다.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큰딸이 돌아왔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식구별로 선물을 사가지고 왔다. 작은딸에게는 신발을 선물했다. 굽이 높은 신발이다. 이 신을 신으니 아빠 키보다 커졌다. 반에서 키가 작은 축에 속하는 딸에게 아주 마음에 드는 선물이다.

여담으로 한마디했다.
"아빠는 이런 신발은 별로다."
"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좋지. 사실을 부풀러서 보이게 하니까 안 좋다."
"그래도 커 보이니까 좋잖아."

나에게 준 선물은 약통이다. 내용물은 비타민D 알약이다. 딱 맞는 선물이다. 햇볕이 많은 한국에 살다온 사람으로서 이곳에서 오니 특히 겨울철 몸안에 제일 부족한 것이 비타민D다. 검사를 할 때마다 정상치 밑에 있다. 담당 가정의사는 겨울철 비타민D 복용을 권한다. 구입한 약이 물약이다. 한 방울씩 숱가락에 떨어뜨려 물을 타서 먹는다.

* 체내 비타민D 기준치 75-250에 못 미치는 50.2


그런데 이번에 받은 선물은 알약이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약통을 열었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 영국에서 제조된 비타민D 


"이거 배달사고 난 것이지?"
"아니, 방금 봉해진 약통을 직접 열었잖아."
"그런데 약이 왜 이렇게 적어? 바닥만 채워졌잖아."
"생산된 그대로야."

* 밑바닥만 채워져 있는 약통 


물론 합리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어떻게 상대적으로 큰 약통에 이렇게 바닥만 채워져 있을까... 자원낭비라는 인상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3. 31. 07:25

최근 또 다시 폴란드 한 웹사이트에서 가게 안 집시들이 화제였다. 집시는 롬(Rom, 복수는 Roma, Roms)으로 불리는 북부 인도에서 기원한 유랑 민족이다. 현재 동유럽 일대에 가장 많이 흩어져 살고 있다. 루마니아 50여만명, 불가리아 40여만명, 러시아 20여만명 등이 살고 있다. 한편 폴란드에는 만5천- 5만명, 리투아니아에는 약 3천명의 집시들이 살고 있다. 

가게 안 집시들의 행태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서너명이 함께 들어온다
2. 가게 주인에게 물건을 사는 척하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인한다
3. 이 사이 동료들 뒤에 있는 사람이 물건을 슬쩍해서 긴치마 안으로 쑥 넣는다
4. 작업 완료...         


지금이야 대부분 가게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이들의 범행을 쉽게 알 수가 있지만,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가게들이 이렇게 당했을까...


아래는 집시들이 노트북까지 슬쩍하는 장면이다.




아래는 봉지가 아니라 긴치마를 안으로 물건을 쑥쑥 담아넣고 있다. 



어디 이런 일이 가게에만 국한되랴? 

점점 유럽에 여행철이 다가오고 있다. 여행에서 제일 안 좋은 기억은 바로 여행 중 이런 일을 겪는 경우이다. 여행객은 항상 주의하지만, 그 주의심을 해제시키는 것이 바로 이런 사람들의 능력이요, 기술이다. 

리투아니아에도 일어난다. 세계적인 성지순례지로 알려진 샤울레이 십자가 언덕에서 지난 해부터 이렇게 당했다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서너명이 몰려와서 시선을 빼앗고, 지갑 등을 훔쳐 간다. 모든 여행객이 이런 사람들로부터 안전하게 돌아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3. 30. 08:13

부활절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사람들은 버드나무나 자작나무 가지를 꺾어 화병에 담아놓는다. 실내 온도로 가지에는 야외보다 훨씬 빨리 버들강아지나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이 가지를 장식하는 것 중 하나가 빠질 수 없는 부활절 달걀이다. 리투아니아에는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봄 문턱에 만물의 소생을 기다리면서 달걀을 색칠하는 풍습이 내래오고 있다.

* 리투아니아 부활절 달걀 공예가 작품 감상은 여기로 -> http://blog.chojus.com/915


지난 토요일 딸아이와 함께 전통 부활절 달걀 색칠하기 강습에 다녀왔다. 혹시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하나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준비물
주사기
색소
밀랍 왁스 (없을 경우 촛농)
달걀
끝을 뭉실하게 한 철사 막대기
바늘

먼저 바늘로 달걀 밑에 작은 구멍을 낸다. 그리고 주사기로 공기를 넣어 달걀 안에 있는 내용물을 밖으로 빼낸다. 다 빼낸 후에는 주사기에 물을 넣어 달걀 안으로 깨끗하게 씻어낸다. 이때 공기나 물을 집어넣을 때 아주 서서히 해야 한다. 세게 하면 달걀 껍질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촛불로 밀랍 왁스를 액체로 만든다. 


이제는 인내력 싸움이다. 머리 속에 상상한 무늬를 녹은 밀랍 왁스로 달걀에 하나하나 점이나 선으로 표현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색소물에 달걀을 잠시 담궈 색을 입힌다. 또 다른 색을 더 입히고 싶으면 위의 작업을 반복하면 된다.


달걀에 묻은 밀랍농은 촛불 옆 가까이 달걀을 놓고 열을 가한다. 그리고 휴지로 닦아내면 된다. 



미술감각이 기준미달인 초유스가 이날 만든 부활절 달걀이다.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가장 예쁘게 무늬를 만든 사람에게 상을 주는 등 부활절에 앞서 즐거운 가족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Posted by 초유스
스포츠 생중계 안내2015. 3. 27. 15:19

2017년 9월 5일 해외생중계 사이트는 여기로

오늘 3월 27일(금) 한국 시간으로 오후 8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우즈베키스탄을 맞아 평가를 갖는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최고로 강한 팀 중 하나이다. 현재 FIFA 순위는 72위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56위이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역대전적은 9승2무1패로 한국이 월등히 앞서고 있다.

 

지난 1월 아시아컵 경기의 감동이 오늘도 이어질 지 궁금하다. 당시 차두리의 폭풍질주 도움으로 손흥민이 두 번째 골을 넣은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축구 경기를 아래 사이트를 통해 해외에서도 실시간으로 응원하면서 시청할 수 있다. 시간은 헬싱키 시간대이다.   

 

13:00-15:00

Korea

친선 경기

대한민국 - 우즈베키스탄
* 경기 시간  직전에 더 많은 중계 사이트에 대한 안내는 http://www.fromhot.com/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3. 26. 08:39

"아, 우리 딸 언제 다 커나?" 
힘든 육아 시절에 가장 흔히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 중 하나다. 그땐 같은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데 요즘 13살 딸아이를 보니 너무 짧게 느껴진다. 이러다가 4-5년 지나 큰딸처럼 외국에 나가 유학이라도 한다면 함께 한 집에서 생활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가 않을 것이다.

며칠 전 학교에서 다녀온 딸아이가 자기가 점심을 만들어 대접하겠다고 했다.
"오늘 점심은 내가 할게."
"뭘 할거야?"
"마카로니."
"네가 할 수 있어?"
"한번 지켜봐."

그 동안 샌드위치 정도 딸아이가 직접 만들어 얻어 먹은 적은 있었지만, 요리를 대접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근래에 학교 요리 수업에서 배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눈물 나오게 하는 양파도 직접 썰었다,


버섯을 어렵게 써는 모습을 보니 안스러웠다. 혹시나 칼에 베일까 제일 걱정 되었다.
"아빠가 도와줄까?"
"아니. 내가 다 할거야."
"칼 조심해라."
"알아. 내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니야. 그런 말 이젠 하지마. 나를 믿어줘."
"알았다."


한쪽 불에서는 썰은 채소를 볶고, 다른쪽 불에서는 마카로니를 삶고... 
소스도 능숙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우리집 부엌에 새로운 요리사 탄생!!!

영국에 있는 있는 언니가 스카이프로 요가일래의 요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만든 요리를 접시에 담아주었다. 


맛은?

딸 키워 처음 대접 받은 요리 맛은 세상에 유일무이한 맛일 수밖에... 

"처음이라 소스의 양을 잘 몰라서 부족하다. 그렇지?"
"이 정도로도 충분해."

다 먹은 후 딸아이는 설겆이까지 말끔하게 마쳤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요리 부탁해. 오늘 정말 배부르게 잘 먹었다."
"고마워~~~ 맛이 없는 것 같았는데 잘 먹어줘서."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3. 23. 08:02

해마다 누구에게 찾아오는 의미 있는 날이 하나 있다. 바로 생일이다. 일전에 크로아티아 친구과 대화하면서 1년에 내 생일이 3번이다라고 하니 몹시 놀라워했다. 두 번도 아니고 3번이라니... 설명을 해주니 참 재미있어 했다.

먼저 여권상 기재된 태어난 해의 음력 생일이다. 바로 이날 생년월일이 공개된 사회교제망(SNS) 친구들로 가장 많이 축하를 받는다. 더우기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들은 이날을 쉽게 기억한다. 리투아니아 국가 재건일인 국경일이 이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음력 생일인데 이는 해마다 달라진다. 서양력을 사용하고 있는 유럽이라 음력을 일상에서는 거의 잊고 산다. 셋째는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이다. 

축하받을 일이 세 번이라 많을 것 같으나, 실제로는 생일 자체를 별다르게 찾지 않으니 오히려 받을 일이 없게 된 셈이다. 식구들이 손님들을 초대해 잘 챙겨준다고 하면 양력일에 하자고 한다. 양력일이 오면 벌써 여권상 생일이 지났는데 내년에 하자고 한다.

생일 축하 답례로 꼬냑을 준비했으나 도로 가져와 
이 세 생일 중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을 좋아한다. 바로 춘분이기 때문이다. 봄기운 받아 늘 생생하게 살아가라는 의미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마침 이날 현지인 친구들과 탁구 모임이 있었다. 그냥 가려하는데 아내가 가방 속에 꼬냑을 한 병 넣어주었다.

"오늘 모임에서 누군가 당신 생일을 알아보고 축하하면 그 답례로 이걸 나눠 마셔라."
"아무도 축하하지 않으면?"
"그냥 도로 가져와."
"내가 먼저 오늘 내 생일이니 한잔 하자라고 하면 안 되나?"
"그러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생각할거야."
"난 한국 사람인데."
"여긴 리투아니아잖아."

아내 말처럼 대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자기 것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자기 자신이 먼저 나서지를 않는다.

돌 선물은 은 숟가락
마침 이날 교민 친구 딸이 첫돌을 맞아 초대를 받았다.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선물 선택에 평소 많은 고민을 하는 리투아니아 아내는 돌 선물로 무엇을 살까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주로 은 숟가락을 선물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돌 선물로 은 숟가락


이 은 숟가락으로 먹는 것이 늘 풍족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돌케익이 두 개였다. 하나는 친구 딸의 첫돌 케익 ,다른 하나는 내 생일 케익으로 친구 아내가 배려해주었다. 이렇게 느닷없이 생일 케익과 축노래까지 받게 되었다.

생일 선물로 한국 노래 잘할게
이날 오후 딸아이가 음악학교 노래 경연 대회에 나가는 날이었다. 아침에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는 왜 생일을 안 하는데?"
"생일이 어제 같으니까 안 하지."
"그게 뭔데?"
"어제는 생일이 아니었잖아. 그냥 평범한 날이었잖아. 오늘이 지나가면 어제가 되잖아. 낳아준 부모에게 감사하고 특히 하루 종일 착한 마음으로 지내면 되지."
"그래 알았다. 내가 오늘 한국 노래 잘 부르는 것으로 아빠 생일 선물을 할게."

* 한국 노래 잘하겠다라는 것으로 생일 선물한 딸아이 요가일래


변성기라는 핑계로 평소 집에서 노래 연습을 안 하던 딸아이가 노래 경연 대회에 나가 한국 노래를 잘하겠다고 하니 의외했다. 

"그래, 오늘 아빠 생일 기운으로 어디 한번 잘해봐라."
"고마워."

아래는 아빠 생일에 노래 경연 대회(참가자: 리투아니아 노래 1곡, 외국 노래 1곡)에서 부른 한국 노래 "바위섬" 영상이다.  



저녁 무렵 선생님이 전화로 결과를 알려왔다. 딸아이 요가일래가 부른 "바위섬"이 "가장 아름다운 외국 노래"로 선정되었다고 했다. 정말 좋은 생일 선물이었다. 아내는 "당신이 탁구 모임에 가니까 내가 영상을 잘 찍는 것으로 생일 선물을 하겠다"고 했다. 촬영물 결과를 보더니 "무대 위 딸아이가 심리적으로 떨 것을 내가 대신 촬영하면서 떨어주었다."고 웃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3. 21. 08:36


3월 20일 유럽 전역은 개기일식이 화제였다. 개기일식은 태양과 달 그리고 지구가 일렬로 늘어서서 일어나는 우주 현상이다. 지구에서 보기에 달에 태양이 가려진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낮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약 두 시간 정도 일식을 볼 수 있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100%가 아니라 70%가 가려졌다. 1999년 8월 11일 헝가리에서 본 이후로 처음이었다. 시간이 다가오자 점점 아파트 안이 점점 빛이 줄어들었다. 

집안에 있으므로 특별하게 준비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선글라스 여러 개를 이용해 보고 있는데 친구들과 시내 광장에서 일식을 보고 있던 딸아이가 때마침 전화했다.

"친구가 엑스레이 사진을 가지고 왔는데 이것으로 보니까 아주 잘 보여."
"그래?! 우리도 해봐야겠다."

아내는 집안 어딘가에 있는 엑스레이 사진을 급히 찾아서 창문벽에 붙였다. 


그래서 이렇게 생애 두 번째로 개기일식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딸아이가 준 정보 때문에 우주의 신비한 현상을 즐길 수 있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3. 18. 07:10

누구나 항공 여행을 앞두고 달콤하든 쓰라리든 기억할 만한 추억이 있을 법하다. 오늘은 그 추억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유럽에서 한국에 갈 때 대개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finnair)를 탄다. 일단 비행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11시경에 출발해 경유지인 핀란드 헬싱키까지 1시간 15분 정도 소요된다. 환승장에서 4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인천으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8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돌아올 때 경유지 대기시간은 약 2시간이다. 서울에서 아침에 출발해 빌뉴스 집에 오후 6시 정도에 도착한다. 

비행기표는 항공사에서 알려주는 할인기간을 이용한다. 1월에 한국에 가려고 한다면 9월 할인기간에 표를 구입한다. 마일리지 적립 최소 점수이고, 날짜 변경 불가의 제약이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좋다. 왕복 항공권이 600유로 미만이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표를 구입했다. 1월 중순 한국으로의 출국일 바로 전날 저녁 혹시나 한국에 가져갈 선물을 더 살까해서 대형상점(슈퍼마켓)에 갔다. 그런데 이날따라 과일판매대에는 망고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잘 익은 듯한 망고가 참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 잘 익은 망고 유혹에 하마터면 손해가 엄청

이 망고를 보니 2009년 리오데자네이로에 있는 거대한 예수상 바로 밑 가게에서 멀리 꼬까까바나 해변을 내려다보면서 마신 망고 생과즙 음료수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 리오데자네이로 예수상



그래서 이날 망고를 3개를 샀다. 
집에 오자마자 망고 하나를 맛있게 먹었다. 이것이 화근이 될 줄이야... 시간이 좀 지나자 배가 아파오더니 설사와 구토가 났다.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다음날 아침 9시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말이다. 새벽까지 힘빠짐과 고통으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국에 가지 말라라는 뜻인가"라는 등 천만 가지 상상이 머리 속에 맴돌았다. 
가지 못한다면 표는 날짜 변경을 할 수가 없으니 날리는 수밖에 없었다. 

갈림길에서 편하게 마음 먹기로 하고 이렇게 결정했다. 만약 잠깐 잠이 든 후 깨어나서 계속 아프면 병원 응급실로 직행할 것이고, 아프지 않으면 공항으로 직행할 것이다. 다행히 일단 잠이 들었다. 두 시간 후에 자명종 울렸다. 

자, 상태는 어떻게 되었을까?
병원행인냐, 공항행이냐...

믿기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그 짧은 두 시간 잠이 든 사이에 몸 상태가 완전히 달라졌다. 복통, 구토, 설사 등으로 심하게 고생하면서 잠들었건만 깨어나보니 아무렇지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다니!!!

* 지금도 기억 나는 리오데자네이로 가게 망고 생과즙...


아침으로 쌀죽을 먹었다. 그리고 한국에 무사히 잘 다녀왔다. 
이때 얻은 교훈 하나! 
특히 항공 여행을 출발 할 때는 그 전날 절대로 음식이나 과일을 조심해서 먹을 것이다. 
하마터면 비행기표와 한국 일정 전부를 날릴 뻔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3. 17. 07:42

유럽 리투아니아에 요즘 날씨가 맑아 기분마저 좋아지고 있다. 마침내 하늘이 잿빛 구름을 걷어내고 파란 자기 실체를 드러내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이렇게 하늘도 완연한 봄을 맞이할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중학교 1학년생 딸아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기분이 엄청 좋았다.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왜 기분이 좋니?"
"오늘 수학 시험 아주 잘 봤어. 만점 받을 거야."
"지난주에 보고 또 수학 시험이 있었어?"
"여러 명이 다시 시험 봤어."

사연인즉 이렇다.

지지난해까지만 해도 딸아이는 수학을 아주 힘들어했지만 지난해부터 수학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집에서도 거의 부모 도움 없이도 혼자 쉽게 잘했다. 이 덕분에 반에서 성적도 상위권이다. 

3월 초순까지 1등 하던 딸아이는 중순이 되자 20등으로 내려앉았다. 어떻게 짧은 기간에 1등이 20등이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평가를 하는데 모두가 성적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3월 전체 과목 평균 성적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29명중 무려 22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시험 번수가 학생마다 다르다. 어떤 학생은 5번이고, 어떤 학생은 13번이다. 어떤 학생은 5번 시험 쳐서 평균 점수 9.8을 받았고, 어떤 학생은 13번 시험 쳐서 9.5를 받았다. 등위는 전자 학생이 더 위에 있다. 

지난주 백분율를 공부했는데 딸아이는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시험 전날 자기 분에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공부했다.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으나, 시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반밖에 받지 못했다. 그래서 반에서 등수가 급격히 하락했다.

부모 입장에선 쭉 최상위권으로 그대로 끝까지 가주었으면 좋았겠는데 그렇하지 못해 아쉬웠다. 성적을 인터넷으로 확인한 후 한마디 살짝 했다. 

"네가 반에서 하위권으로 내려가 마음이 좀 아프네."
"나도 마찬가지야."
"이제 텔레비젼도 덜 보고, 인터넷도 덜 하고, 취미생활도 덜 하고..."
"아빠는 학교 점수로 날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해?"
"그거야, 아빠 딸로서 사랑하지."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하면 더 이상 점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마. 내가 나중에 좋은 사람이 될 테니까 지금 점수가 중요하지 않아."
"그래, 점수로 더 이상 마음 아파하지 않을 게. 하지만 그래도 좋으면 좋지..."

재시험을 보다
지난주 수학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못 받은 학생이 비교적 많았다. 그래서 선생님이 이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이는 목적이 성적으로 학생 순위를 매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 습득을 점검하는 데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좋은 점수를 얻으면 지난번 나쁜 점수는 기록에서 삭제된다.

"아빠는 학교 점수로 날 사랑해? 아니면 아빠 딸로서 날 사랑해?"라는 딸아이의 말이 오래도록 내 귀에 남을 것이다. 이날 점수가 낮다고 크게 야단치지 않기를 참 잘했다. 그렇다가는 딸에게 깊은 상처만 줄었을 법하다. 

* 요즘 실팔찌 만들기에 푹 빠진 딸아이 요가일래


공부가 전부인 경쟁 사회에 익숙해진 옛 버릇이 나도 모르게 그날 튀어나와버렸다. 덕분에 딸아이로부터 한 수 배우게 되었다. 어제도 딸아이는 한국 방송을 보면서 공부보다 실팔찌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