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4. 3. 11. 07:14

한국이 아니라 외국에 사는 사람이 한국어를 말한 해도 감지덕지일 수 있겠다. 하지만 더 큰 욕심이 있어 말뿐만 아니라 글까지도 잘 알면 좋겠다. 

딸아이의 한국어 상대자는 아빠가 유일하다. 한때 또래 아이가 둘이 있어 한국어로 재잘거리면서 재미나게 지냈다. 하지만 이들이 떠나자 딸아이의 한국어 사용 빈도는 훨씬 줄어들었다. 

흥부전과 신데랄라 동화책을 읽고 쓰기를 하도록 했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완성했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간적 여유로움이 없다. 한국어 쓰기가 당장 학교나 생활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래도 태어나서 12살인 지금까지도 아빠와는 무조건 한국어로 대화한다. 그러다보니 휴대폰으로 문자쪽지를 보낼 때도 한글이나 한국어 로마자 표기를 사용한다.

문자쪽지엔 문법이나 철자가 완전히 엉터리 투성이다.  
삼십분 - 삼씹뽄
할게요 - 핼캐요
자세요 - 자새요
집에 - 지배
친구랑 -찐고랑 


이렇게 딸아이로부터 쪽지가 오면 그 쪽지를 철자와 문법에 맞게 고쳐서 자주 보내준다. 

"딸아, 친구를 어떻게 찐고라고 쓰니? 그래도 기본은 알아야지. 참 너무했다."
"괜찮아. 아빠가 이해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
"좀 노력해자!"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7. 22. 05:49

발트 3국 관광안내사 일을 하느라 이번에는 10일간 계속해서 집을 비웠다. 이 사이에 아내와 딸은 아내의 고향인 지방도시로 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아무도 없는 집을 향해 빌뉴스 버스 정류장을 나섰다. 혼자 식사는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면서 느리게 발걸음을 옮겼다. 

보통 아내는 여러 날 동안 집을 비우면 냉장고에 음식을 남겨놓지 않는다. 오는 도중에 가게에 들러 빵, 치즈, 상추, 토마토, 복숭아 등을 샀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니 복도에 의자가 하나 놓여있었다. '천장에 있는 전구를 교체하다가 그만 의자를 제자리에 갖다놓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노란 쪽지가 붙여져 있었다. 쪽지에 사용한 언어는 아쉽게도 한국어가 아니라 국제어 에스페란토다.


1. 아빠, 다른 곳에는 절대 가지 말고 침실로 가서 베개 밑을 봐!


2. 달콤하게 과자를 먹은 후에 요가일래 방으로 가서 가구 유리문에 있는 것을 봐!


3. 아빠, 아빠의 삶이 달콤하기를 원해? 그렇다면 거실에 있는 소파로 가봐!


4. 이 과자를 맛보고 아빠 방으로 가서 소파에 앉아봐!


5. 이 맛있는 과자를 먹어봐! 하지만 아빠의 삶이 더 달콤하기를 원해? 아직 충분하지 않아? 그렇다면 FINNAIR 꼬리표가 있는 아빠 서랍장 서랍을 열어봐!


도대체 최종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혹시 한국을 방문하라고 Finnair(핀에어) 비행기표를 사놓지는 않았을까... 별별 생각이 떠올랐다. 


6. 아빠, 엄청 즐기고 아내와 딸에게 전화해!


삼성 갤럭시 노트 2 똑똑전화(스마트폰) 곽을 열어보니 다음과 같은 쪽지가 있었다.

"달콤함으로 아빠는 벌써 날아가고 있어?"  
(핀에어 꼬리표는 기분이 좋아서 날아가라는 뜻이구나......)


출장으로 집을 비운 동안에 아내와 딸은 내가 가지고 싶었던 똑똑전화(스마트폰)을 선물로 구입해놓았다. 똑똑전화 선물도 감동적이지만, 식구가 없는 빈 집에 이런 쪽지를 남겨놓은 것 그 자체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빈 집에 이 쪽지들을 보면서 '우리는 서로 멀리 있어도 가족이고, 가까이 없어도 가족이다.'라고 독백을 해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 12. 13. 07:30

운전중 전화도 위험하지만 쪽지보내기는 더 위험할 것 같다. 전화하면서 계속 전방을 응시할 수 있지만, 문자보내기를 하는 동안에는 문자를 확인하기 위해 시선이 휴대폰으로 가기 때문이다. 

2009년 영국 웨일스의 궨트(Gwent) 경찰서는 운전중 문자보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공익광고를 제작해 화제를 불러모운 바가 있다. 여성 운전자가 문자를 보내다가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과 충돌한다. 당시 충격적인 장면으로 논란이 일었지만 궨트 경찰서장은 "현실은 이 광고보다 더 처참하다. 이 광고로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동영상 보러가기 어린이와 심약자는지 마세요].

최근 러시아의 한 운전자의 운전중 쪽지보내기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전방 촬영 카메라와 차 실내 촬영 카메라가 각각 작동하고 있었다.


운전자는 왼손으로 운전하면서 오른손으로 쪽지를 쓰고 있다. 하품까지 하는 생생한 장면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긴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그런데 어느 한 순간 운전사의 시선은 한 곳을 응시한다. 바로 앞차가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서 도로가 눈밭으로 전복된다. 쪽지를 보내다가 앞차의 사고를 목격하게 되었다.
 

조수석 여성도 운전중 쪽지보내기가 특히 도로가 미끄러운 겨울철에 얼마나 위험한 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면 자신의 생명까지도 앗을 수 있는 데 말이다. 아뭏든 쪽지보내기 운전자는 사고를 당하지 않았지만 앞차가 준 경고를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운전중 휴대폰 사용시 리투아니아 벌금은 100-300리타스(5만원-15만원)이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0. 13. 08:04

그 동안 네 식구가 부딛끼면서 살았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부터 초등학교 4학년생 딸 요가일래와 단 둘이 지니고 있다.  큰 딸은 영국으로 유학가버렸고, 아내는 지금 인도 델리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아침 7시 딸을 깨워 아침 식사를 챙기고 학교을 보내는 일은 힘들지 않다. 하지만 뚝 떨어진 바깥온도를 보고 옷을 더 따뜻하게 입히려고 하는데 딸이 이를 거절하면서 생기는 실랑이는 괴롭다.

아내는 연일 딸에게 옷을 따뜻하게 입히라고 편지로 지시한다. 하지만 딸은 이제 멋을 부릴 시기가 되었는지 두툼한 것보다는 날씬한 것에 고집을 부린다. 적어도 딸아이에게는 윽박지르는 것을 싫어하는 체질이라 궁색하게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라고 종용해본다.

제일 힘든 일은 딸아이를 혼자 집에 있게 하는 것이다. 특히 저녁 시간이다. 일 때문에 월요일과 수요일 저녁에는 두 서너 시간 딸아이가 혼자 집에 있는다. 이런 경우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쪽지로 의사소통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둘 다 휴대폰은 한글이 없다. 한국말을 소리나는 대로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표기한다. 한 마디로 딸아이가 표현한 한국말은 엉성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의사소통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몇 가지 쪽지를 공개한다. 밤에 아이팟으로 찍은 것이라 선명하지 않음에 양해를 구한다.

▲ Apa nega bolso džibe wanda. Islkoja?
   
아파 네가 볼소 지베 완다. 이슬코야? (아빠 내가 벌써 집에 온다. 있을 꺼야?)

▲ Bagu innde apaga bogušipči
   바구 인느데 아파가 보구쉽치 [(TV)보고 있는데 아빠가 보고싶지.] 

▲ Nega  džibe itagu malhegušiposo.
   네가 지베 이타구 말해구쉬포소 (내가 집에 있다구 말하고 싶어서.) 

▲ Bolso  džibe wa! Musowo...
   볼소 지베 와! 무소워...(벌써 집에 와! 무서워...] 

이렇게 한국말로 쪽지를 보내는 딸아이가 대견스럽다. 리투아니아어로 하면 오히려 더 정확게 쓸 수 있는데 왜 굳이 엉성한 한국말로 쓸까?

이유는 간단하다. 딸아이는 예외없이 아빠하고는 죽이든 밥이든 한국말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고 저절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말 읽기와 쓰기가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는 시간문제라 여겨진다. 이번에 한국을 같이 방문할 때 길거리 간판들을 보면서 한국말 읽기 공부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3. 18. 08:17

지난 주 병원생활을 하는 동안 초등학교 2학년생 딸아이 요가일래와 여러 차례 휴대폰 문자쪽지를 주고 받았다. 이 덕분에 요가일래는  최근 들어 매일 문자쪽지를 보내고 있다. 어제는 Apa mohe?(아빠, 뭐해?)라는 쪽지를 보내왔다.

그런데 지난 화요일 아직 학교 수업을 다 마치지 않은 요가일래로부터 문자쪽지가 왔다.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내가 문자쪽지를 읽어주었다. 하지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휴대폰을 아내로부터 건네받아 직접 읽어보았으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했다.

Apa maredzima vilia hante mondzi saranhe mondzi ok?
아파 마레지마 빌리아 한테 몬지 사란해 몬지 ok?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요가일래가 학교에서 보내온 순간적으로 난해했던 문자쪽지

mondzi가 두 번 들어간 것을 보니 제일 중요한 단어인 것 같았다. 아내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았지만 mondzi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mondzi가 뭔지였다. 아내에게 요가일래가 돌아오면 무슨 상황에서 이 문자쪽지를 보냈는 지를 물어봐야겠다고 답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빌리아가 사랑해가 뭔지 물으면 싫어해라고 답해. 알았지? 아니다. 그냥 영어로 i don't know, 아니면 리투아니아어로 aš nežinau라고 답해."

이 말을 듣고 보니 이제야 요가일래의 문자쪽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Apa maredzima vilia hante mondzi saranhe mondzi ok? 이 쪽지가
Apa vilia hante saranhega mondzi maredzima ok?라고 했더라면 정확하게 이해했을 것이다.
아빠, 빌리아한테 사랑해가 뭔지 말하지마. ok?

문자쪽지를 보내기 전 상황을 요가일래가 이야기해주었다.
"내가 노는 시간에 친구들에게 "루카스를 사랑해!"라고 한국말로 떠들고 다녔다. 그렇더니 여자친구 빌리아가 사랑해가 무슨 뜻인지 캐물었다.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랬더니 빌리아가 아빠에게 무슨 뜻인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빌리아는 평소 요가일래와 스카이프로 대화를 할 때 종종 끼어들어서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요가일래가 가르쳐주지 않자 아빠에게 직접 물어보겠다고 으럼장을 놓았다. 요가일래는 '사랑해'의 진짜 뜻이 발각될까봐 급히 아빠에게 문자쪽지를 보냈던 것이다.

요가일래는 학교 교실에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한국말을 이렇게 혼자 즐기고 있다.
"아빠, 내가 한국말로 '바보', '똥' 뭐든지 말해도 친구들이 모르니까 정말 재미있어."
"그러니,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한국말을 아빠하고 공부하자. 알았지?"
"옙, 대장님!"


* 최근글: 한글 없는 휴대폰에 8살 딸의 한국말 문자쪽지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3. 16. 07:51

사용자 삽입 이미지
7박 8일 동안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있느라 집을 비웠다. 어제 월요일 아침 퇴원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에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빠에게 달려오려고 했다.

규칙 1 - 집에 오면 무조건 손을 제일 먼저 씻는다에 걸려 방문까지만 왔다.

얼른 손을 씻고 온 요가일래는 아빠에게로 왔지만 갑상선 수술자국이 최근접 접근을 막고 말았다.

"아빠, 상처를 보니 무서워......"
"그래도 아빠잖아."

고개를 뒤로 돌리고 아빠 가까이에 와서 눈을 감고 볼에 입맞춤으로 환영인사를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요가일래는 딱 한 차례 방문했지만 아빠와 여러 차례 휴대폰 쪽지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집에서 나는 휴대폰 기계치로 알려져 있다. 소리변경이나 전화번호 입력도 아내나 딸에게 부탁하곤 한다. 그런데 병원에 있으면서 길고 무료한 시간에 한 동안 휴대폰를 가지고 놀았다. 쪽지 기능에 익숙하게 되어 요가일래와  쪽지 놀이를 했다.

휴대폰에는 한글 기능이 없다. 요가일래는 아직 한글 읽기와 쓰기에 서투르다. 그렇다면 아빠가 보내는 쪽지를 읽고 다 이해할까? 어떻게 한국말을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표기할까? 궁금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니 나 콤부 오딘지 몰라 구리구 나 손에 피가나 솔수 옵소.

어와 으에 상응하는 리투아니아어 철자는 없다. 그래서 요가일래는 이를 오나 우로 표현했다. 위의 쪽지를 고치면 아래와 같다.

아니 나 흥부(와 놀부 책이) 어딘지 몰라. 그리구 나 손에 피가나 쓸수 없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아니 하구 노라요 -> 이는 언니하구 놀아요 이다.

이렇게 한글 없는 휴대폰로 딸아이에게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한국말 문자쪽지를 보내보았더니, 서로 의사소통이 됨에 흐뭇했다. 이 계기로 아빠하고는 문자로도 한국말을 쓰야 한다는 인식을 요가일래에게 심어주었다. 이제 점점 요가일래를 자연스럽게 한글 읽기와 쓰기 길로 안내하고자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최근글: 자면서 노래 한 곡을 다 부른 8살 딸아이
* 최근글:
한국인 사위 수술에 깜짝 출현한 유럽인 장모님


* 다른 블로거 글: 칠레 지진 현장에서 보내온 글
* 다른 블로거 글: 브라질 속의 작은 유럽 Monte Verde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8. 26. 08:04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휴대전화를 통화뿐만 아니라 문자쪽지, 인터넷 검색 등 다양한 통신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을 "엄지족"이라고 한다. 리투아니아 엄지족들은 아직 문자쪽지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 리투아니아 이동전화 회사인 "tele2"는 누가 더 빨리 문자를 입력하는 지 겨루는 엄지족 대회를 개최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최초로 열린 이 대회는 적지 않은 상금 등으로 엄지족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역 예선에 2000여명이 참가했다.

최고수 엄지족 175개 문자를
1분 4.84초에 입력
이 지역 예선에서 우승한 43명이 지난 23일(토) 결선 대회를 치렀다. 리투아니아 철자와 기호가 섞여 있는 175개 문자를 입력하는 시합이었다. 이날 가장 빨리 입력한 사람은 6년째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고등학생 아리야스 슈키스(16세). 그는 175개 문자를 1분 4.84초에 다 입력했다. 상금으로 10,000리타스(약 500만원)과 1000리타스(50만원) 상당 전화비를 충전 받았다.

인구가 340만명인 리투아니아의 하루 평균 문자쪽지 개수는 2천7백만개이다. 인구 1인당 하루 8개 휴대전화 문자쪽지를 보내고 있다. 가히 '문자천국' 대열에 들어갈 만하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더욱 엄지족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2006년 부활절에 리투아니아 친구로부터 받은 문자쪽지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