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6. 12. 30. 08:59

11월 중순부터 가급적이면 휴대전화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계기는 휴대전화를 통신회사 수리소에 맡긴 것이다.  그 전에는 집에서도 휴대전화를 거의 손에 놓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컴퓨터 옆에 놓아두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사회교제망을 휴대폰으로 사용했다. 잠에 떨어지기 직전까지도 침대에서 휴대전화기를 뉴스 등을 읽어야 했다.

그런데 휴대전화기가 수리소에 있는 동안 처음에는 없어서 아주 불편했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없는 것에 차차 익숙해졌다. 자기 전에는 책을 읽고, 잠시 쉴 때에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12월 중순 통신회사로부터 새 전화기 삼성 갤럭시 S7 엣지로 교체 받은 이후부터는 무선뿐만 아니라 아예 전화기 자체를 꺼서 작업방에 놓고 침실로 간다.

3일 전에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딸아이의 하얀 휴대전화기가 딸아이 방문 앞 복도에 놓여있었다. 휴대전화기 전원도 꺼져 있었다. 


이틀 전에도 역시 방문 앞 복도에 휴대전화기가 놓여있었다. 이유는 묻지 않아도 쉽게 알 수가 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이렇게 아빠따라 자기 전에 휴대전화기를 방 밖에 놓고 자는 것을 스스로 결심하고 실행하는 딸아이가 훨씬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 아무쪼록 우리 집 세 식구 모두가 이 습관에 익숙해져 앞으로도 쭉 이어가면 좋겠다. 새해부턴 아내도 동참하길 기대해본다. 아래는 아내의 기타 반주에 노래하는 딸아이 영상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3. 27. 06:30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친척이 얼마 전 우리 집을 방문했다. 친척은 여고 3학년생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왔다. 손에는 아이폰이 있었다. 

'요즘 리투아니아 젊은 세대들도 스스로의 경제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폼나는 최신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커피를 마시던 남자 친구의 주머니에서 전화 소리가 울렸다. 그도 역시 좋은 전화를 가지고 있겠지라고 짐작했다. 주머니에서 꺼낸 그의 전화를 보니 내 짐작이 완전히 틀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전화보다 더 오래된 것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된 휴대전화를 사용하나?"
"무겁지만 아직까지 성능이 좋아서."
"나도 같은 생각이야. 봐, 내 전화도 오래되었지."

친척의 아이폰은 그가 선물한 것이었다. 여자친구에겐 최신 휴대전화, 자기는 고물 휴대전화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나와 닮아서 그에게 호감이 간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0. 11. 06:35

지난 토요일 드디어 아내가 3주간 해외연수로 아시아 인도로 떠났다. 공항으로 배웅할 시간이었다.

"엄마 배웅하러 공항에 함께 가자."
"아니, 그냥 집에 있을 게."
"그래. 알았다."

아내에게는 초등학교 4학년생 딸에게 공항가기를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분명 눈물로 엄마를 보낼 것이므로 그냥 담담하게 서로 헤어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내가 없는 첫날은 평소대로였다. 일요일 침실에서 딸아이가 혼자 TV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동안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혹시 피곤해서 일찍 자나라고 생각했다. 살짝 가보니 딸은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엄마 보고 싶어."
"어제 엄마 인도에 갔는데"
"나 한국 안 갈래. 엄마 보고 싶어."
"우리가 한국에 갈 때 엄마가 아직 인도에서 집에 오지 않아. 너 혼자 있을 수 있어?"
"아빠도 한국 가지 마."
"구입한 표는 어떻게 해?"
"다른 사람에게 팔아."
"조금 있으면 기분이 좀 좋아질 거야. 엄마 생각은 하지만 울지마. 아빠가 뭐 먹을 거 갔다줄까?"
"알았어."

평소에는 새벽까지 일을 하지만 이제 아내 대신 딸을 등교시켜야 하므로 일찍 자야 했다. 비교적 딸아이는 아내가 있을 때보다 더 자발적으로 학교갈 준비를 했다. 아침 식사를 마련하는 동안 딸아이는 가방을 챙겼다. 바깥 온도가 영상 5도로 추운 날씨였다. 모자까지 챙겼다. 이렇게 아내 없는 첫날 등교시키기는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첫 수업이 끝난 시간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렇게 아침 일찍 누가 전화했을까...... 화면에 찍여있는 번호를 보니 딸아이 전화였다. 무슨 일이 생겼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먼저 가슴이 쿵덩쿵덩 뛰었다.

"아빠, 나야. 학교로 와줘."
"무슨 일인데?"
"내가 볼펜이 없어."
"친구한테 빌리면 안되나?"
"안돼. 내 방에 가면 볼펜을 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와."
"필통 말이니?"
"그래 맞아. 필통! 내 방 책상 위에 있어."
"알었어. 아빠가 빨리 갈 게."

학교 생활 4년째 필통없이 학교에 간 날은 처음이었다. 딸의 필통을 챙겨 1km 떨어진 학교로 달려갔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수업 중이었다. 교실 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었다.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건너편에서 딸아이가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자, 여기 필통."
"아빠, 고마워." 

필통에는 연필, 볼펜, 색연필 등이 있었다. 없으면 다섯 시간 수업 내내 불편했을 것이다. 전화에 불안했지만 이렇게 딸아이를 돕고 나니 흐뭇했다.

집으로 돌아와자 다음 휴식 시간에 딸아이가 문자쪽지를 보냈다. 
"Gomawo! :}" (고마워: 휴대전화에 한글 자판이 없어 이렇게 라틴글자로 쓴다.)
 


일전에 학교 수업 중 휴대폰으로 인해 생긴 아내의 불편한 심기(관련글: 선생님도 수업시간에 휴대폰 꺼놓아야 할 판)를 떠올리면서 "휴대폰이 참으로 유용하네"라고 되새겨보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