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5. 2. 27. 06:06

이번 주말이 지나면 벌써 봄계절이 시작된다. 25년 동안 유럽에 살면서 이번 겨울만큼 눈이 적고 춥지 않은 때는 없었다.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해마다 한 두 번 고생시키던 감기도 2월 중순까지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속으로 이렇게 하다가 이번 겨울에 무감기 신기록을 세울 것 같았다. 같은 방에 자는 아내가 감기에 들었지만, 거의 다 나을 때까지도 나에게 옮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 목이 조금씩 아파오더니 콧물, 기침 등으로 이어졌다. 한 집에 사는 식구라 어쩔 수가 없다. ㅎㅎㅎ 함께 사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1월 초순에 이미 감기를 겪었다. 

나는 감기에 들면 가급적이면 철저히 폐쇄적으로 생활하려고 한다. 방을 따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가까이 오거나 내 몸에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이것이 딸에게 가장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침 인사, 낮 인사, 저녁 인사 등 하루에도 여러 번 포옹으로 한다.

어느 순간 내가 감기에 든 것을 잊어버린 딸아이는 습관적으로 포옹하려고 다가온다.

"안 돼!!!! 아빠 감기 들었어."
"정말 안고 싶어."
"아빠가 감기 나으면 많이 안아줄게."

저만치 떨어져 있던 딸아이는 말한다. 
"아빠, 두 팔을 벌려라. 나도 두 팔을 벌린다. 자 , 우리 포옹하자."
"그래, 우리 포옹했다. 잘 자라~~~"
"아빠, 우리가 이렇게 포옹하다니 정말 미쳐나봐 ㅎㅎㅎ"

어제는 요가일래가 다니는 음악학교에서 노래 전공자 독창과 합장 공연이 있었다. 유명 작곡가를 초대하고, 학생들이 그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행사였다. 


"오늘 아빠가 촬영하러 갈까?"
"와야지. 내가 노래 잘 부를거야."
"그래. 알았다."

이렇게 해서 공연 시간에 학교에 가서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노래는 리투아니아어이고, 제목은 "노래가 바람 속에 소리난다"이다.
 


노래가 끝난 후 잘 했다고 꼭 안아주고 싶었으나 아직 콧물과 기침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했다.
"축하하고 미안해. 아빠가 다 나으면 왕창 안아줄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12. 26. 06:36

인사하는 법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때론 사람마다 다르다. 유럽에서 가장 흔한 방법은 악수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자주 보는 사람이나 처음 보는 사람이나 통상적으로 악수한다. 

친밀도가 있다면 악수하면서 볼에 한 번 입맞춤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양볼에 입맞춤을 한다. 폴란드에 살 때 가까운 친구나 친척이 서로 만나면 양볼뿐만 아니라 입술까지에도 입맞추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다.

그렇다면 우리 식구는 어떻게 할까?
누가 집밖으로 나가거나 집으로 돌아오면 손을 들고 "안녕"이나 "잘 갔다와"라고 말한다. 때론 포옹한다. 

최근 초등학생 딸아이는 심심했는지 아빠와의 포옹법을 생각해냈다면서 보여주었다.


이에 따르면 네 번을 포옹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에 자주 했던 몸푹기 동작 중 하나를 한다.  

"이건 좀 복잡하다."
"그래도 재미있잖아."

언젠가 아내는 신문기사에 읽었다면서 가족은 하루에 적어도 10번은 서로 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도해봤지만 작심삼일이었다.   


딸아이의 포옹법은 과연 얼마나 지속될까? 
하지만 하루에 이렇게 2번만 해도 아내가 말한 10번 포옹은 쉽게 이룰 수 있다. 

악수나 손짓보다 훨씬 길지만 이 포옹법으로 서로의 존재와 친밀감을 더 길게 느낄 수 있어 좋다. 앞으로 오래도록 이 포옹법으로 딸아이와 서로 인사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2. 20. 08:33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유럽 사람들에 처음 소개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때 대개 유럽 사람들은 악수를 하기 위해 다가온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머뭇거린다. 상대방이 손을 내밀면 그때서야 마치 마지 못해 손을 내민다. 이는 마지 못해 악수를 하는 듯한 인상을 풍길 수 있다.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악수를 할 때 머리나 허리를 굽히므로 시선이 아래로 내려간다. 이에 반해 유럽 사람들은 상대방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 사람의 눈에 시선을 두고, 손을 잡은 채 자기 이름을 밝힌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밝히는 데 익숙하지 않다. 한국 사람들에게 유럽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유의해야 할 것을 가끔 미리 알려준다.

"유럽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 눈을 쳐다보면서 악수를 하고 이름을 분명하게 말하십시오."

* 리투아니아 정착 초기에 아내는 "당신, 절대 고개 숙이면서 악수하지 마라!"고 신상당부했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실제로 자연스럽게 이를 행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종종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굽힌다든가,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든가 여전히 똑 부러지게 하지 못한 경우가 있어 리투아니아인 아내로부터 핀잔을 들을 때가 있다. 

한편 한국 사람들이 유럽 사람들의 이름을 들을 때 금방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유럽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석"[daeseok]이라는 이름의 소리에 daeseok보다는 tiesiog 단어를 더 쉽게 떠올린다. 이는 리투아니아어 단어로 '직접, 진실로, 직진'이라는 뜻으로 '대석'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극히 드물지만 이런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이름이 수빈[subin]이라고 하자.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subin보다는 subinė를 더 빨리 떠올린다. 이는 리투아니아어 단어로 '엉덩이'라는 뜻으로 속어적인 표현이다. 가정에서도 이 단어 사용을 꺼린다. 이처럼 이 언어에서는 아름다운 단어이지만, 다른 언어에서는 그 발음이 엉뚱한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

굳이 심각하게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방문하고자 하는 외국에서 자기 이름이 현지 언어 발음으로 어떤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를 미리 알아보면 좋을 듯하다. 예로 수빈을 [subin]이 아니라 [suvin] 혹은 [supin]으로 발음한다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엉덩이이라는 잠재적인 인상은 심어주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