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6. 1. 20. 07:44

거짓말 같지만 지난해 12월 30일까지 북동유럽은 참으로 따뜻했다. 이러다가 정말 겨울 없는 겨울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라는 기대감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빗나갔다. 바로 12월 31일부터 영하 20도내외로 떨어지는 날씨가 열흘 동안 지속되었다. 조금 풀리는 듯했으나 요즘 다시 영하 15도 내외의 날씨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 내륙에 살고 있는 한국인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소식을 전해왔다. 그는 파리 한 마리가 날라와 창문에 붙어 있는 장면을 보았다. 


여름철에는 별일 아니지만, 겨울에 이렇게 파리가 나타나다니... 처음 목격하는 일이라 그는 바깥온도를 재어보았다. 무려 영하 16.8도였다. 


* 사진 제공: 정흥


이런 혹한에도 파리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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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모음2015. 2. 12. 05:55

25년을 동유럽에서 살면서 이번 겨울만큼 따뜻한 적이 없었다. 특히 리투아니아는 일반적으로 영하 20도 내외의 날씨가 1주에서 3주 정도 지속되지만, 올해는 지금까지 1월 중순경 영하 15도 날씨가 이틀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영상 5도에서 영하 5도 사이였다.  

이렇게 포근한 날씨로 인해 벌써 1월 하순에 남쪽에서 황새가 날아오기도 했다. 눈이 내리곤 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영상의 낮 온도로 인해 녹곤 했다. 

며칠 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거리를 산책하는데 이색적인 풍경이 눈 앞에 나타났다. 거미줄에 장갑들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누군가 설치예술 작품을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이 장갑들을 보고 있으니 겨울철 이상기후로 이들이 실직해 시위를 하는 듯했다. 겨울철 장갑의 직장은 바로 사람들의 손가락인데 날씨가 따뜻해 사람들이 장갑을 끼지를 않으니 장갑이 실직을 한 셈이다. ㅎㅎㅎ




겨울철 날씨가 따뜻해져 난방비 지출이 줄어서 다행스럽지만, 이런 급격한 이상기후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심히 걱정스럽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3. 31. 08:01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친구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었다. 어제 일요일 예레반에는 폭설이 쏟아졌다. 밤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사진출처 facebook.com]

겨울인 나라에 이런 날씨이면 쉽게 이해가 가지만, 아르메니아는 벌써 완연한 봄기운이다. 홍조를 띄우면서 피어나고 있는 살구꽃이 '미쳐버린 날씨' 때문에 눈에 파묻혔다. 혹한도 맞았다. 과연 저 꽃이 살아남아 맛있는 살구를 맺을 지 의문이다. 


아르메니아 친구는 "올해 우린 맛있고 붉은 살구를 잊어야 한다"고 비관적이다. 폭설에 파묻힌 살구꽃을 보니 우크라이나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북반구에 서서히 봄기운이 다가와 만물을 소생시키는 데 그만 우크라이나는 정국불안과 전쟁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출처 facebook.com]

저 살구꽃이 폭설과 혹한을 끝까지 잘 버텨서 아르메니아 사람들에게 맛있는 살구 공양을 해주길 바란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봄을 만끽할 수 있도록 국내외 위정자들이 '자기만의', '자기민족만의' 욕심을 버리고 인류인주의에 바탕해서 빠른 시일내에 원만한 해결점을 찾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12. 12. 09:40

어제 낮 올해 들어 처음으로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눈이 펑펑 쏟아졌다. 그런데 저녁 무렵이 되자 언제 눈이 왔는 듯 완전히 녹고 사라져버렸다. 영상 3도 날씨였기 때문이다.

평년 같으면 "왜 이렇게 추워.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를 연발했을 것이다. 정말이지 유럽에서 산 지 20여년만에 가장 따뜻한 12월을 보내고 있다. 어제 아내와 날씨에 대해 잠시 얘기했다.

"올 겨울은 계속 이렇게 따뜻할까?"
"그럴 것이라고 하더라."
"왜 그렇데?"
"일본 쓰나미 등이 해류에 영향을 미쳐 그렇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네."
"뭐? 일본 쓰나미가 이곳 유럽까지?! 좌우간 올해 난방비 걱정은 좀 덜할 것 같네."
"천만에. 11월 난방비가 700리타스(약35만원)로 나왔어. 따뜻해도 가스비가 올랐으니까."  

유럽 전체가 다 이상기후의 영향에 있다. 2010년 12월과 2011년 12월 영국의 도시 모습을 비교한 사진이 이것을 그대로 잘 말해 주고 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지난해 유럽 폭설로 크리스마스 교통 대혼란이 떠오른다. 이로 인해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이 엉망이된 주변 사람들이 여러 있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백설이 없어 아쉬울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5. 3. 09:41

어제 저녁 무렵 내리쬐는 햇살이 컴퓨터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뒷머리를 데우고 있었다. 그때 전화 벨이 울렸다. 빌뉴스에서 북서쪽으로 240km 떨어진 도시에 살고 장모님 전화했다.

"거긴 날씨가 어때?"
"해가 쨍쨍 나 있어요. 왜요?"
"여긴 지금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네."
"뭐라구요? 장난하시죠?"
"지금 온도가 0도야! 눈이 벌써 20cm나 왔어. 거기는?"
"영상 12도요."


면적 6만5천 평방킬로미터에 높은 산이 없는 리투아니아가 지역간 이렇게 기후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장모님 말씀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위해 날씨사이트를 방문했다. 맞았다. 리투아니아 북서지방과 남동지방의 온도 차이가 확실히 달랐다.

온라인상에 있던 처조카에게 인증샷을 부탁했다. 아래 사진이다. [사진: Elvina Enikaite]


완연한 봄에 겨울 눈풍경이라 보기는 좋다. 하지만 저 피어난 꽃들은 난데 없는 눈으로 얼마나 고생이 심할까......

* 최근글: 자신의 꿈, 김연아를 직접 만난 김레베카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 11. 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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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의 11월은 보통 겨울이다. 10월 중순이나 하순에 첫눈이 내린다. 11월이면 영하의 날씨가 흔하다. 리투아니아에 10년을 사는 동안 이번 11월만큼 따뜻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아직 첫눈도 내리지 않고 있다. 곳곳에 꽃들이 계절감각을 잃어버린 듯 피어나고 있다.

저러다가 눈이 오고 얼음 얼면 저 꽃들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맞이할까?! 이상기후의 희생양은 저 꽃들만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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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8. 3.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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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겨울은 눈이 자주 내린다. 대개 11월부터 3월까지 눈이 있다. 하지만 막 지나가는 이번 겨울은 한 쪽에선 구름이 눈을 만들고, 다른 쪽에선 햇빛이 곧장 그 눈을 녹이는 날이 유난히 많았다.

어쩌다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는 날, 딸아이가 창문에 장식한 바구니에 그 눈을 담아놓고 싶을 정도였다. 예년보다 더 빨리 새싹이 돋고 꽃망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뭇생명들이 부활에 부푼 기대와 기쁨을 누리려는 순간 부활절 휴일 마지막일인 어제(화요일)는 하루 종일 눈이 내렸다.

마치 겨울에 못 다 내린 눈이 한풀이라도 하는 듯하다. 밖을 내다보며 던진 아내의 한 마디가 이날의 풍경을 잘 나타내준다 — "부활절이 아니라 성탄절을 보내는 것 같다." 내린 눈으로 부활절 휴가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엔 교통 체증과 사고가 빈발했다.

지구촌 이상기후로 리투아니아의 이른 봄은 이렇게 봄비 대신 겨울눈으로 시작된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8. 2. 9. 01:24

이번 겨울 한국엔 폭설이 곳곳에 내려 많은 피해를 주었습니다. 빠른 복구를 기원합니다. 하지만 20여년 가까이 동유럽에 살면서 올해처럼 춥지 않고 눈이 없는 겨울은 처음입니다.

리투아니아 겨울은 보통 영하 20에서 30도의 추운 날씨가 두서너 주 지속됩니다. 올해는 단지 영하 15도 내외의 날씨가 사오일 간 것이 고작입니다. 대부분 영하 3도에서 영상 5도에 이르는 날씨입니다.

겨울 맛은 뭐니 뭐니 해도 눈입니다. 특히 하얀 눈은 늘 회색빛 구름으로 뒤덮인 낮하늘에서 오는 침울한 기분을 그나마 잊게 해줍니다. 하지만 올 겨울은 이 눈마저 거의 없었으니...

눈이 왕창 내리고 영하 1도에서 5도면 사람들이 가장 즐길 수 있는 날씨입니다. 이런 날씨엔 공원이나 숲 속엔 스키를 타고, 눈썰매를 타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정말 겨울답지 않네요. 눈썰매를 거의 타지 못한 딸은 울상입니다. "-다워야 좋다"말이 어느 때보다도 많이 회자됩니다.

그나마 지난 해 찍어 놓은 펑펑 쏟아지는 눈 풍경을 보면서 잠시만이라도 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랩니다. 특히 이번 겨울은 심각한 세계기후변화를 어느 해보다 더욱 확연히 실감케 합니다.

* 배경 노래는 리투아니아 가수 안드류스 마몬토바스의 "달콤하고 어두운 밤"의 일부입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