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8. 12. 31. 06:30

지난 11월 한국을 잠시 방문했을 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거의 만나지 못한 친구를 한 명 만났다. 37년만이었다. 오랫 동안 소식을 모르다가 몇 해 전부터 사회교제망으로 서로 연락하고 있다. 몇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짧은 한국 체류 일정으로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많은 세월이 흘렸지만 친구의 옛 모습은 그대로였다. 다음 약속으로 정해진 짧은 시간 안에 그 동안 쌓인 수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기는 불가능했다. 그가 한 이야기 중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이 있었다. 이순의 나이로 접어들 무렵 시절마다 자기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친구들을 손꼽아 보면서 인생을 한번 되돌아 보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2명
초등 시절 2명
고등 시절 2명
대학 시절 2명
그후 시절 2명

참으로 멋진 생각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면서 마음 속으로 나도 한번 되돌아 보았다. 나에게도 과연 그와 같은 친구들이 있었을까... 아쉬운 작별을 하면서 그는 선물 하나를 주었다. 


빌뉴스 집으로 돌아와 포장을 뜯어보니 선물은 바로 도자기 액자였다. 친구가 손으로 직접 글씨를 썼다고 했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서로를 만나 
사랑하고 다시 멀어지고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어쩌면 또다시 만나
우리 사랑 운명이었다면 
내가 너의 기적이었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기적이 되는 삶...
이를 이루기는 힘들지만 늘 이를 지향하면서 살아야겠다. 그가 나에게 전해준 이야기는 화두처럼 내 마음 속에 여전히 맴돌고 있다. 한편 훗날 소일거리를 하면서 지낼 때 나도 손글씨를 한번 익혀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13. 05:46

1년만에 또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유럽 리투아니아 집에서 흔히 마시는 차는 숲열매차다. 산딸기(raspberry, frambo), 검은딸기(bramble, rubuso), 빌베리(bilberry, mirtelo), 뱀딸기(mock strawberry) 등으로 만든 차다. 

* 유럽에서 즐겨마시는 숲열매차

한국에서 차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무슨 차를 마실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유럽에서 마실 수 없는 차를 간단하게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저녁 전주 덕진공원 길 옆 찻집에서 마신 쌍화차가 기억에 남는다. 대추와 잣으로 이루어진 내용물이 참 많았다. 차가운 날씨에 마시는 뜨거운 쌍화차는 그야말로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 전주에서 마신 쌍화차

뭐니해도 이번 한국 방문에서 마신 차 중 돋보이는 것은 연꽃차이다. 여름에 피는 연꽃을 겨울에 차로 마시니 잠시나마 추운 겨울을 잊었다. 

* 대구에서 마신 연꽃차

특히 이날 연꽃차 모임에 만난 사람들은 30년 전 대구에서 고등학생 시절 거의 매주 토요일에 만나 학생활동을 같이 했다. 30여년 공백의 정(情)이 상큼한 연꽃차 향기따라 몸안으로 스며드는 듯했다.
 


정성이 듬뿍 담긴 연꽃차, 
옛 우정을 듬뿍 담아 마시고 마시고 또 마셨다. 
이런 차를 가져와 유럽 친구들에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간절하게 들었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 1. 29. 07:00

무슨 시합이든지 친구를 상대로 하는 것은 그렇게 마음이 내키지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결승전에서 정말 친한 친구를 만난다면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양보하자니 그렇게, 싸우자니 또 그렇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물론 우정이나 사랑에 집착하지 말고 오로지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하지만 이게 쉽게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최근 러시아와 폴란드 등 동유럽 누리꾼들 사이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동영상이 있어 소개한다.


바로 결승전에서 만난 두 친구 이야기다. 이들은 시합을 시작하기 자세를 가다듬는다. 곧 이들은 보호장갑을 벗고 주먹으로 대결한다. 어떻게 대결할까?


보호장갑을 벗은 후 이들은 주먹질 대신 가위바위보로 시합한다. 가위바위보에 진 친구가 이긴 친구의 손을 번쩍 들어준다. 관람객들은 큰 박수로 이들에게 화답한다. 형식적인 승패를 떠나 이 시합의 진정한 승자는 바로 이들의 아름다운 우정이다.

* 최근글:
 꿈에서 멋진 남자 만났다는 아내에게 안마 중단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8. 27. 06:13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약 320km 떨어진 리투아니아의 유일한 항구도시 클라이페다를 다녀왔다. 이곳에는 1990년부터 알고 지내는 친구가 살고 있다.

이날따라 친구의 부모와 여동생 가족이 다 모였다. 서로 알고 있어 무척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멀리서 친구가 왔으니 술상이 차려졌다. 술상이라 해봤자 한국처럼 풍성하지가 않다. 훈제된 생선 안주로 맥주와 포도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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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조금 들어가자 친구는 아주 귀한 술이 있다면서 가져왔다. 그의 아내가 체코 업무여행에서 선물로 사온 술이다. 보드카가 보통 40-50도인데, 이 술은 알코올 성분이 70도나 되는 엄청 독한 술이다. 술을 접시에 약간 붓고 성냥으로 질러보니 파란 불이 일어났다.

그런데 술병 안에는 이상한 물체가 들어가 있다. 술병에 써여진 "beetle"라는 단어를 딱정벌레류에 속하는 곤충이다. 어떻게 병목으로 넣었을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곤충이 켰다. 처음으로 딱정벌레로 만든 술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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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 말에 의하면 1년 반 전 아내가 사온 이 술을 친구들이 이미 술이 얼큰한 상태에 맛을 보았다. 당시 친구들은 병 속에 약초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고 모두가 기분 좋게 맛을 보았다. 건데 다음날 아침 술이 깬 상태에 거대한 딱정벌레 곤충을 발견하고 모두가 기절초풍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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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아무도 이 독주를 더 이상 마시지 않았고, 용감한 자를 기다리고 있다. 친구는 솔선해서 한 잔을 마신 후 내 잔에 딱정벌레 술을 채웠다. 마실까? 말까? 주저하다가 여행 중에는 푹 자는 것이 명약이라 생각하면서 마셨다. 독주는 역시 독주였다. 이렇게 손님이 독주를 마시니 술상의 분위기가 한층 더 좋았고, 우정의 긴 공백이 일순간에 채워지는 듯했다.

* 관련글: 술광고에도 건강경고문이 붙어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