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해당되는 글 81건

  1. 2016.02.09 설날에 선물 받은 한국 맥주 알고보니 속임수
  2. 2015.10.02 주말엔 숲 속으로 버섯 채취 가족 나들이 6
  3. 2015.09.03 김밥으로 도시락,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다 2
  4. 2015.06.30 크로아티아 고급 호텔에 한국 음식 등장
  5. 2015.04.13 배부르다는 외국인 처남에 알고보니 속았구나 7
  6. 2015.04.08 유럽인 장모님은 왜 양파를 잘라내고 심을까? 4
  7. 2015.03.26 딸 키워서 부모가 처음으로 대접 받은 요리 15
  8. 2015.03.05 "한국 당근"으로 불리는 이 음식의 정체는 3
  9. 2015.02.12 세계 친구들이 부러워한 어느 한국 가정의 저녁상 4
  10. 2014.12.25 유럽에서 먹은 12가지 크리스마스 전야 음식 3
  11. 2014.12.23 유럽인 친척에게 딱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김치
  12. 2014.12.22 효 상징 잉어 판매대가 아수라장된 이유는
  13. 2014.12.11 남은 국으로 여전히 유럽인 아내와 실랑이 9
  14. 2014.11.25 스페인 단감 10일 후 달콤한 홍시로 변해 7
  15. 2014.11.19 스웨덴인이 특이하게 공개한 한국요리 제육볶음 1
  16. 2014.11.18 폴란드 시골집 음식, 호텔 만찬 부럽지 않아 19
  17. 2014.11.12 불이 필요 없는, 연료값 '0원'의 악마 레스토랑 5
  18. 2014.10.16 세종학당 개원에 동나버린 한국 음식 3
  19. 2014.09.18 이웃이 선물한 낯설은 야생 버섯 먹을까 버릴까 2
  20. 2014.07.28 주말 가장 즐겨 먹는 음식 - 샤실릭 1
  21. 2014.07.14 유럽에서 버리는 마늘쫑으로 짱아찌를 담아보다 1
  22. 2014.05.12 양파 껍질을 까는 데 - 너 벌 받고 있니?
  23. 2014.04.30 콩나물국 냄새에 문을 꽝 닫아버린 딸아이 4
  24. 2014.03.04 인터넷 보고 요리해내는 한국 교환학생들 1
  25. 2014.02.18 김밥 함께 만들어본 외국인들 아주 좋아해 3
  26. 2013.12.12 차도르 쓴 이슬람 여성이 스파게티 먹는 법 5
  27. 2013.12.06 해외에서 콩나물 키우기는 과거로의 시간여행 4
  28. 2013.10.23 양귀비 열매 탈탈 털어 씨앗을 꼭꼭 씹어보니
  29. 2013.08.16 우크라이나 마약은 바로 돼지비계다 6
  30. 2013.03.27 캘리퍼스로 당근 크기를 재면서 썰어봐
생활얘기2016. 2. 9. 10:14

거의 매년 설날을 즈음해서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설날을 '동양 새해'로 부른다. 그래서 동양적인 분위기의 옷을 입고, 동양적인 음식을 각자 준비해서 가져온다. 그렇게 튀가 나지 않지만 중국 등 여행에서 사온 옷 등을 입고 왔다. 옷 색깔은 주로 붉은 색이다. 

* 설날 기념으로 모인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티스토들


* 옷은 붉은 색


우리 집은 이날 오는 손님들을 위해 잡채, 만두, 김밥 등을 준비했다. 식구들은 각자 일을 부담했다. 아내는 잡채를 하고, 딸은 김밥을 말고, 나는 만두를 구웠다.



이날의 압권은 친구가 가져온 선물이었다. 먼저 몽골의 말젖 치즈를 꺼냈다. 모두들 신기하면서 환호를 보냈다. 그는 이어서 중국, 일본, 한국 맥주를 차례로 꺼냈다. 대형상점에서 종종 일본이나 중국 맥주를 볼 수 있지만, 아직 한국 맥주를 본 적이 없다. 어디서 샀는 지 물어보았지만, 그는 비밀이라고 한다.


신기함의 취기가 식어가자 모두 한바탕 크게 웃게 되었다. 보기에도 엉성했지만, 캔맥주 상단에 리투아니아어 글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 한국 맥주, 알코올 도수 6도

속은 리투아니아 맥주이고, 겉포장만 한국 맥주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검색하고 칼러로 인쇄하고 또 붙이는데 솔찬히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의 정성과 아이디에 모두 박수를 보냈다. 가짜 한국 맥주는 내 몫이었다. 세 나라 맥주 중 이름 때문인지 한국 맥주가 더 맛었다. 

음식을 준비하느라 힘들었지만, 설날을 맞아 현지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년 설날을 또 기약하면서 모두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10. 2. 07:25

발트 3국 관광안내사 일을 하면서 수 차례 에스토니아 탈린을 방문했다. 여름내내 일정이 맞지 않아 현지 에스토니아인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 그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그는 태블릿 컴퓨터를 꺼내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에 푹 빠졌다. 최근 그의 가족은 숲 속을 다녀왔다. 바로 버섯채취 계절이기 때문이다.


에스토니아는 45,000평방 킬로미터의 면적을 가지고 있고 그 중의 50%가 숲이다. 숲에는 소나무, 자작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버섯채취를 하다가 잠시 쉬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다,


숲에는 버섯뿐만 아니라 빌베리(billbery), 크랜베리(cranberry) 등도 많이 자라고 있다.



버섯 중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 그물버섯(boletus)이다.



그의 가족이 주말에 채취한 버섯이다, 



딸이 채취한 버섯을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그물버섯, 달걀버섯, 살구버섯...



이렇게 정리한 버섯을 보니 식탁 위헤 맛있는 버섯 요리가 떠오른다.  



올해는 바빠서 우리 가족하고 버섯 채취를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다음 기회에 에스토니아 현지인 친구따라 버섯 채취 나들이를 함께 하고 싶다. [사진제공: Tonu Hirsik]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9. 3. 05:31

발트3국 출장으로 8월 중순부터 거의 집을 비웠다. 다행히 학년이 시작되는 9월 1일 가족과 함께 했다. 리가에서 저녁 버스를 타고 4시간 걸려 빌뉴스 집에 밤 10시경 도착하니 전기밥솥에 솔솔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분명히 리가에서 저녁을 먹고 온다고 했는데 밥을 해놓다니... 잠시 후 딸아이가 부엌으로 들어와 음식을 준비하려고 했다.

"아빠, 저녁 먹었는데."
"알아."
"건데 왜 지금 늦은 시간에 음식을 하니?"
"이제 학교에서 밥을 사먹지 않고 도시락을 사서 가져가려고. 김밥해서 가져갈거야."
"네가 직접?"
"그래. 엄마가 조금 도와주고 내가 할거야."


6년 전 초등학교 2학년 때 도시락으로 가져간 김밥이 놀림감이 되었다는 글이 떠올랐다.  

그땐 아빠가 만들어주었는데,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은 이렇게 스스로 김밥을 사가지고 학교에 가져가겠다고 한다. 지나가면 역시 세월은 참 빠르다. 김 위에 밥을 얹고 그 위에 계란말이, 오이 등을 얹으면서 딸아이의 말은 이어졌다.


"아빠, 내가 정말 한국인인가봐."
"왜?"
"김밥을 좋아하고 이렇게 김밥을 만들고 있으니까,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다."
"그래?"
"아버님, 감사합니다."
"왜?"
"나를 한국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으니 정말 고맙지."
"아이구... 내일 아침에 아빠가 깨워줄게."

책장에는 벌써 중학교 2학년 시간표가 붙여져 있다. 하루 수업수는 6-7시간이다.


학교 사물함에 놓을 물건을 보니 빗, 머리끈, 비상 간식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공부와 학교 생활이 재미있다고 하는 딸아이의 마음이 이번 학년 끝까지 쭉 이어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6. 30. 06:15

유럽 여러 나라의 수도나 대도시 등에 한국 식당을 만나는 일은 이제 어렵지가 않다. 발트 3국에도 한국 식당이 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는 <맛>,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는 <설악산>,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는 <고추> 식당이 있어 현지인들과 한국인 여행객들 에게 한국 음식을 맛볼 기회를 주고 있다. 

드디어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도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라는 소식을 에스페란토 현지인 친구가 에스페란토로 어제 알려주었다. 참고로 일전에 문화일보가 <'에스페란토어 공용화' 꺼지지 않은 불씨>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인터넷판 기사의 댓글을 쭉 훑어보니 대부분 에스페란토는 시간 낭비로 쓸모 없는 언어라고 주장했다. 세상의 어느 물건이든 그 자체의 유용성 여부는 그것을 바라보고 사용하는 사람에 달렸다.

언젠가 발에 걸린 길거리 돌을 주워서 집으로 가져왔다. 며칠 후 이 돌은 우리 집 화분 속 화초 밑가지를 지지해주는 유용한 물건이 되었다. 에스페란토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배운 에스페란토는 지금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이자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 중 하나다. 바로 다문화 가정인 우리 가족의 공용어가 에스페란토다.

인터넷 덕분에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에스페란토 사용자들과 각종 사회교제망을 통해 매일 소식을 주고 받는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살고 있는 오랜 에스페란토 친구가 내가 한국인이라는 점으로 인해 반가울 것 같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 한국 음식 소개 잡지 기사


자그레브에 한국 음식 메뉴를 가진 호텔이 있다는 기사를 읽자마자 그는 사진을 찍어 한국인 친구인 나에게 보내왔다. 이 호텔은 바로 그의 직장 앞에 위치해 있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국 식당이 아니라 고급 특급호텔에서 한국 음식을 메뉴로 제공한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즉각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 에스플라나데 호텔 한국 음식 메뉴 사이트 화면

정말이다. 
호텔은 에스프라나데 자그레브(Esplanade Zagreb)으로 5성급이다.
위치는 미하노비체바 1 (Mihanoviceva 1)이고 식당은 Le Bistro이다.

* 에스플라나데 자그레브 5성급 호텔 (사진 인터넷)


* 에스플라나데 호텔 구글 지도


주방장은 놀랍게도 한국인이 아니라 크로아티아인 아나 그르지치 (Ana Grgic)이다.

크로아티아 한국대사관의 협력과 후원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메뉴를 보니 김치 7유로, 단호박죽 6유로, 불고기 19유로, 해산물잡채 17유로, 비빔밥 13유로, 계절과일과 호박젤리 9유로이다. 적어도 경험상 5성급 호텔 비빔밥 가격 13유로는 과하지 않은 듯하다.    

언젠가 자그레브에 갈 기회가 있다면 이 소식을 에스페란토로 알려준 친구를 이곳으로 초대해 한국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람에 따라 이렇게 에스페란토는 세계 도처의 따근따근한 소식을 실시각으로 전해주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4. 13. 08:12

거의 평생 고정된 직업은 없지만 하고 있는 일과 해야 할이 왜 그렇게 많은 지...
일요일, 아내와 작은딸은 연극 보러 연극장으로 가고 집에 없었다. 책상 위 종이쪽지엔 이날 해야 할이 쭉 적혀 있었다.
                 신문 고정란 기사 5개 작성
                 화분 불갈이
                 법문 번역
                 불경 번역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토 협회 누리집 수정...

컴퓨터에 앉아 일하고 있었다. 낮 2시경 아내와 딸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현관문에서 누군가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올 시간이 아닌데 누가 왔나... 잠시 후 처남이 올라왔다.

"아이구, 처남이 웬 일이야?"
"일요일이라 집에 있으니 답답해서 탁구 한번 치러 왔다."

아파트 내 방에는 탁구대가 있다. 여러 해 전 탁구 동아리에 참가하던 딸아이가 졸라서 사놓았다. 그 후 함께 칠 사람이 없어서 그냥 탁구대 혼차 놀고 있다. 큰딸이 명절에 영국에서 집에 와 있을 때 함께 시합을 벌이는 것이 고작이다. 



겉으로는 처남을 반갑게 맞았지만, 속으로는 '아, 오늘 계획 이렇게 날아가는구나!' 아쉬움이 감돌았다. 이렇게 예고 없이 오다니... 그런데 나중에 전화를 보니 처남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소리를 꺼놓았기 때문에 듣지를 못했다. 처남은 벌써 아내와 통화했다고 했다.

하던 일을 멈추기가 그래서 졸업 논문을 쓰고 있는 큰딸에게 처남하고 잠시 탁구치라고 했다. 그래도 손님인데 얼마 후 일을 멈추고 탁구를 함께 쳤다. 두 사람 실력은 비슷하지만, 처남은 힘이 좋고, 또한 승부욕이 강하다. 2대 1로 한국이 졌다. 아침도 먹지 않아서 탁구 치고 나니 배가 몹시 고팠다.


"라면 끓어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처남도 같이 먹을래?"
"아니 됐어. 집 나올 때 먹고 나왔어. 곧 집에 갈거야."
"그래도 나와 같이 밥 먹자."
"아니 됐어."
"정말?"
"정말이라니까."
"정말 안 먹겠다는거지?"
"그래. 정말이야. 나 밖에서 담배 피우고 올게."

이렇게 해서 라면 하나만 끓이게 되었다. 그 사이 큰딸은 연극장에 있는 엄마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 아내는 냉장고에 있는 편육(리투아니아어 Šaltiena, 직역하면 냉고기, 아스픽, Aspic)을 처남에게 주라고 했다.

* 리투아니아 편육 image source link


이 쏼티에나는 여러 가지 채소와 함께 돼지고기를 푹 삶아 식힌 후 단묵(젤리)화시킨 음식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장모님이 직접 만들어 이번 부활절에 주신 음식이다. 난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처남은 한 사발을 빵과 함께 다 먹어치웠다. 
속으로 '배불러 안 먹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다 먹어다니... 아, 또 속았구나!'

처남이 가고 난 후 아내가 돌아왔다. 
처남 얘기를 했더니 "나도 그 편육을 정말 먹고 싶은데. 좀 남겨놓지 않고서"라면서 아내가 아쉬워 했다.

"내가 여러 번 묻고 또 물었는데도 처남이 안 먹겠다고 했어. 그런데 나중에 그 편육 한 사발을 혼자 다 먹어버렸다."
"당신도 벌써 알잖아.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얼마나 체면을 차리는 지."
"처남이라 체면 차리지 않고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할 사람이라 믿었지. 앞으로는 그냥 묻지 말고 무조건 많이 해서 같이 먹어야겠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4. 8. 06:42

유럽 리투아니아 월요일도 부활절 휴가일이다. 일년에 의무적으로 처가집을 방문하는 날이 두 번 있다. 한 번은 성탄절이고 다른 한 번은 부활절이다. 학교는 주말을 합쳐 10일 동안 방학이다. 올해도 어김 없이 부활절 날씨는 기대밖이었다.
 
부활절 전날만 하더라도 대체로 맑은 날씨에 영상 10도의 따뜻한 날씨였다. 그런데 부활절를 기해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눈까지 쏟아졌다. 짧은 시간일망정이지 서너 시간 이렇게 내렸다면 적설량이 꽤 되었을 것이다. 

* 올해도 부활절 아침에 눈이 내렸다


부엌 창가 너머 쏟아지는 눈을 보는 동안 초록색 양파 줄기가 눈길을 끌었다. 겨울철 부엌 창가를 꾸며주는 마치 훌륭한 분재처럼 보였다. 겨울철 부엌 창가에 앙파를 키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키우는 양파는 관상용뿐만 아니라 식용으로도 아주 요긴하다. 이 양파 줄기를 흔히 사용하는 데에는 아침식사이다. 빵 위에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훈제 고기를 얹고, 그리고 그 위에 이 양파 줄기를 얹는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니 장모님 집 양파는 윗부분이 잘려져 있다. 보통 컵에 물을 담고 양파를 얹어 키우는데 장모님은 도시락컵라면을 닮은 플라스틱통에 흙을 담아 양파를 키우신다. 궁금증이 발동해 여쭈어보니 직접 방법을 보여주시면서 일려주셨다.

* 양파 윗부분을 잘라내고 심는다


간단하다. 
양파의 1/4에 해당하는 윗부분을 잘라낸다.
껍질을 벗긴다.
양파 뿌리 부분을 다듬는다.
흙에 심는다.


"왜 윗부분을 자르시나요?"
"이유는 간단하다. 줄기가 더 빨리 위로 올라오고, 굵다."
"컵물에 키우는 것보다 흙에 키우는 것의 차이는?"
"흙에 키우는 것이 더 빨리 자라고 줄기 또한 굵다."


종종 양파를 물컵에 키웠다. 그런데 한 번도 이렇게 양파 윗부분을 잘라내고 키워본 적이 없었다. 경험상 더 빨리 자라고 굵다고 하니 다음 번 양파를 키울 때 이 방법을 사용해야겠다. 이렇게 유럽인 장모님의 생활 경험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5. 3. 26. 08:39

"아, 우리 딸 언제 다 커나?" 
힘든 육아 시절에 가장 흔히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 중 하나다. 그땐 같은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데 요즘 13살 딸아이를 보니 너무 짧게 느껴진다. 이러다가 4-5년 지나 큰딸처럼 외국에 나가 유학이라도 한다면 함께 한 집에서 생활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가 않을 것이다.

며칠 전 학교에서 다녀온 딸아이가 자기가 점심을 만들어 대접하겠다고 했다.
"오늘 점심은 내가 할게."
"뭘 할거야?"
"마카로니."
"네가 할 수 있어?"
"한번 지켜봐."

그 동안 샌드위치 정도 딸아이가 직접 만들어 얻어 먹은 적은 있었지만, 요리를 대접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근래에 학교 요리 수업에서 배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눈물 나오게 하는 양파도 직접 썰었다,


버섯을 어렵게 써는 모습을 보니 안스러웠다. 혹시나 칼에 베일까 제일 걱정 되었다.
"아빠가 도와줄까?"
"아니. 내가 다 할거야."
"칼 조심해라."
"알아. 내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니야. 그런 말 이젠 하지마. 나를 믿어줘."
"알았다."


한쪽 불에서는 썰은 채소를 볶고, 다른쪽 불에서는 마카로니를 삶고... 
소스도 능숙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우리집 부엌에 새로운 요리사 탄생!!!

영국에 있는 있는 언니가 스카이프로 요가일래의 요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만든 요리를 접시에 담아주었다. 


맛은?

딸 키워 처음 대접 받은 요리 맛은 세상에 유일무이한 맛일 수밖에... 

"처음이라 소스의 양을 잘 몰라서 부족하다. 그렇지?"
"이 정도로도 충분해."

다 먹은 후 딸아이는 설겆이까지 말끔하게 마쳤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요리 부탁해. 오늘 정말 배부르게 잘 먹었다."
"고마워~~~ 맛이 없는 것 같았는데 잘 먹어줘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3. 5. 08:00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뉴스 포털사이트인 delfi.lt이다

3월 4일 첫 화면에 한국당근 기사가 올라왔다.

"매운 한국 당근"(Aštrios korėjietiškos morkos)은 음식 이름이다. 

이 "매운 한국 당근"을 만드는 요리법이 소개되어 있다.


* 출처 source link


이 "한국 당근" 음식의 정체는 무엇일까?

여러 해 전 TV 방송을 위해 취재한 적이 있었다. 

당시 대형매점 이끼(Iki)의 수석요리사가 설명해준 바에 따르면 

소련 시대 고려인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인 당근을 이용해 

한국적인 매운 맛을 내는 음식을 만들어 먹은 데서 

이 "한국 당근"이라는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은 발트 3국을 비롯해서 옛 소련 공화국에 널리 펴져 있다.  


요리법은 간단하다. 

당근을 채썰어, 후추, 카르다몬, 석탕, 식용유, 식초 등으로 버무려 샐러드처럼 만든다.



이날 기사에 실린 요러법을 소개하면 이렇다.

당근 1kg

백포도주 4 숟가락

마늘 100g

매운 고춧가루

해바리기씨 식용유 100g

고수(빈대풀, coriander, kultiva koriandro)씨앗가루 2 숟가락

소금 약간



대형상점 식품판매대서 쉽게 이 샐러드를 볼 수 있다. 또한 유리병에 든 "한국 당근"도 볼 수 있다. 종종 자기도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다거나 즐겨 먹는다고 말하는 현지인들을 만난다.


"한국 음식 맛이 어때?"

"매워."

"어떤 한국 음식을 먹었는데?"

"한국 당근."


한국에는 없는 "한국 당근"이 이렇게 여기 유럽 사람들에게 한국 음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가끔 우리 집도 이 "한국 당근" 샐러드를 가게에서 구입해서 고기 등과 함께 먹는다. 먹을 만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2. 12. 06:04

1월에 3주에 걸쳐 한국을 방문했다. 짧은 일정에 전국 도처에 흩어져 있는 친구나 지인을 방문하기란 쉽지가 않다. 여러 해 동안 보지 못한 지인을 방문해 직접 요리한 푸짐한 저녁식사를 대접받았다. 이날 먹은 음식 사진을 사교망(사회교제망, SNS)을 통해 세계 곳곳에 있는 친구들에게 알려주니 아주 부러워했다.   


유럽에 사는 다문화가정이라 식사를 어떻게 하는지 흔히 질문을 받는다.

답은 간단하다.

"때론 한국식, 때론 유럽식"


막상 한국식이라고 쉽게 답하지만 속으로는 부끄럽다. 바로 반찬 때문이다. 반찬이 빈약한 것이 아니라 거의 없다. 그저 미역국, 된장국, 쇠고기무국 혹은 계란국 한 그릇에 밥 공기가가 전부이다. 그래서 육해공을 망라한 다양한 반찬이 없어 아쉽고 또한 그립다.   


한국의 지인이 정성스럽게 요리한 다양한 반찬을 보니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것저적 젓가락으로 집어먹으니 식사의 속도도 느려지고, 천천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날 저녁상에 올라온 반찬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 두부

▲ 계란

▲ 말린 오징어

▲ 도토리묵

▲ 미역


▲ 콩나물

▲ 돼지고기

▲ 대구국

▲ 후식 - 딸기와 단감


정다운 지인들과 함께 먹으니 더 맛잇었다. 내가 봐도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날 저녁에 초대해준 지인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다양한 반찬이 정결하게 차려딘 이날 저녁상은 사교망을 통해 세계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 문화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2. 25. 07:33

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야 만찬에 12가지 음식을 마련한다. 12는 예수 그리스토의 12 제자를 기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람들은 신의 은총을 받아 12개월 동안 무병 건강하기를 바란다. 어제 크리스마스 전야 만찬에서 우리 가족이 먹은 음식들이다.

1. 민물의 상어 - 강꼬치고기


2. 콩샐러드


3. 샐러드


4. 청어


5. 김치


6. 그물버섯


7. 쌀밥샐러드


8. 붉은사탕무샐러드


9. 빵


10. 훈제연어


11. 강꼬치고기 돈까스


12. 양귀비씨앗, 건빵, 우유


그 동안 눈이 내리지 않다가 전야 만찬을 하는데 눈이 쏟아졌다. 산타 할아버지가 오기 위한 눈썰매길을 만들어준 셈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야의 눈내림을 새해에 풍성한 양봉 생산을 예견한다. 이 믿음처럼 새해엔 쓰라린 삶 대신에 달콤한 삶이 개인 가정 사회에 널리 펼쳐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2. 23. 07:28

이제 이틀 후면 크리스마스다. "즐거운 크리스마스"라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지만, 어느 때엔 즐거움은 사라지고 고민만 머리 속에 맴돈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인데 가까운 친척들에게 "올해는 무엇으로 선물해야 하나?"가 12월 초순부터 우리 집의 화두다. 

어린이들은 순진무구하다. 그저 자기가 받고 싶은 물건을 산타 할아버지에게 부탁하는 편지를 쓰기만 하면 된다. 이 또한 부모로서는 고민거리다. 어떤 아이는 그 편지를 다른 식구들이 뜯지 못하도록 풀로 꼭꼭 붙여놓는다. 이 경우 부모로서 먼저 그 받고 싶은 물건이 무엇인지 파악해내야 한다. 설사 알아내었더라도 그 물건이 황당하거나 값이 부모가 감당하지 못할 때는 역시 고민스럽다.

* 방문에 부모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몰래 포장하니 방해하지 마라는 딸아이의 안내문 


친척들도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살짝 이야기해준다면 좋겠다. 말이 가까운 친척이지 일년에 서너 차례 정도 만난다. 그러니 이 또한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선물은 주는 사람 마음이다'라는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올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만든 물건을 선물하는 것이 유행이다. 며칠 전 한국어 종강 수업에 한 학생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 다른 학생들은 초콜릿 등을 선물했지만, 이 학생은 집에서 직접 만든 사과잼과 토마토잼을 선물했다.

* 빌뉴스대학교 한국어 수강생이 직접 만들어 선물한 사과잼과 토마토잼


자, 그렇다면 우리 집은 올해 어떤 선물을 결정했을까?
12월초 유럽인 아내와 선물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올해 친척들에게 무엇을 선물하지?"
"친척들이 우리 김치가 맛있다고 하니 김치로 하면 어떨까?"
"하기야 지금까지 김치를 선물한 적은 없었지."
"평소보다 더 많이 담그면 되겠네."
"우리만이 할 수 있으니 김치 선물이 딱 좋겠다." 

유럽인 아내의 일가친척들은 결혼 초기에 김치를 냄새가 나는 괴상한 음식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김치에 익숙해지더니 우리 집에 오면 이들이 제일 먼저 찾는 음식이 바로 김치가 되어버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느듯 김치는 이들에게 신(神)적인 음식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김치 선물이 딱 좋을 수밖에... 

이렇게 아내와 함께 김치를 넉넉하게 담갔다. 소금을 뿌리고, 양념을 준비하고, 절인 배춧잎에 양념을 바르는데 더 많은 시간과 힘이 들었다. 하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아 좋아할 친척들을 생각하니 힘들지는 않았다.    


어젯밤 아내는 먹기 쉽게 긴 배춧잎을 입에 넣기 좋을 만큼 잘게 잘랐다. 그리고 유리병에 김치를 담아 포장까지 마쳤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야 때 12가지 음식을 먹는다. 다가오는 새해의 12달 동안 건강하게 살자라는 염원이 담겨져 있다. 이날은 생선을 제외한 고기 음식은 없다. 


* 유럽인 친척들의 크리스마스 전야 식탁에 오를 초유스표 김치

  

이 식탁에 우리가 만든 김치가 12가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겨울철이라 김치에 마늘을 평소보다 2배는 더 넣었다. 매워서 입은 헐 수도 있지만 김치 효능으로 모두 건강한 새해를 맞기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2. 22. 07:11

유럽에서 가장 큰 명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사람들은 선물 등을 사기 위해 상점으로 몰린다. 일년 중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은 무엇일까? 

요즘 한국은 여전히 허니버터칩이 인기이다.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군부대를 방문하면서 가져간 것이 "특별히 구했는데 다섯 상자밖에 못 구했다"라는 허니버터칩이다. 상점에는 1인당 한계를 정해 파는데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다. 1월에 한국 가면 맛볼 기대감으로 지낸다.  

그렇다면 폴란드는? 
최근 폴란드에 인기있는 품목이 하나 있다. 여긴 과자가 아니라 잉어이다. 왜 잉어일까?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인 폴란드는 지금 대림절(예수 탄생 4주전부터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까지)을 맞아 고행과 기도 분위기다. 육식을 피한다. 크리스마스 전야제 때 식탁에 올라오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잉어이기 때문이다. 폴란드에 살았을 때 크리스마스 때마다 잉어를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대형상점 수조에는 잉어가 가득 담겨져 있다. 이 잉어를 사서 다듬어 냉동실에 넣어놓거나 아니면 산 채로 욕조에 담아 키우다가 크리스마스 전야에 주로 튀겨서 먹는다. 크리스마스 명절로 가장 수난 당하는 물고기가 바로 잉어다.

* 폴란드 이웃 체코 블타바 강에서 서식하는 잉어: 사진출처 - 위키백과

 

며일 전 폴란드 상점의 잉어 판매대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12월 18일 폴란드 대형상점망(체인상점)인 리들(Lidl)이 잉어 1킬로그램당 9.9즐로티(3천3백원)에 할인 판매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과히 폭발적이었다. 얼마나 많은 폴란드 사람이 이 시기에 잉어를 사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먼저 폴란드의 중부에 있는 도시 시에라즈(Sieradz) 리들 (Lidl) 상점의 할인 판매장이다. 몰려드는 인파 속에 한 여성이 잉어를 판매대에서 꺼내 계속 뒤로 던진다.



다음은 폴란드 서부에 있는 도시 고주브(Gorzów Wielkopolski)의 할인 판매장 모습이다. 



아래는 폴란드 북부에 있는 도시 뫄비(Mława) 할인 판매장 모습이다. 


이렇게 인파가 사라진 뒤의 잉어 판매대의 모습이다.

* 사진 출처 : http://i.imgur.com/LanTE3w.jpg


잉어,

동양에서는 양자강 상류의 거센 물결을 뛰어넘어 용이 되었다는 엉어,

온갖 고난을 이겨 장원 급제를 통해 출세한 선비로 비유되는 잉어,

아들의 효성으로 한겨울 병든 어머니에게 공양된 잉어... 


이렇게 폴란드에서는 잉어 판매대가 아비귀환의 복마전(伏魔殿)이 되어버렸다. 명절에 특정 생선만을 고집하는 풍습은 지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Posted by 초유스
다음첫면2014. 12. 11. 07:55

어제 수요일 낮 유럽인 아내는 모처럼 미역국을 직접 끓였다. 간이 약간 밍밍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사실 밍밍한 것이 좋다. 흔히들 북유럽 음식은 짜다고 한다. 그래서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즐겨하는 말이 있다. 남편이 짜다고 불평하면 이렇게 말한다.

"짠만큼 당신을 사랑해~~~"

그러니 짜를수록 사랑의 깊이가 더한다는 말이니 화가 아니라 웃음으로 보답해야 되겠다. 사실 음식은 짠 것보다 덜 짠 것이 좋다. 그래야 취향에 맞게 소금이나 간장을 더 넣을 수도 있고, 고추장을 풀어서 먹을 수 있다. 

아내는 오후에 직장에 나간다. 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후 음악학교에 수업 받으러 오기 때문이다. 이날따라 중학생 딸아이도 바빴다. 일반학교 마치고, 잠시 집에 와서 점심 먹고, 미술학교를 갔다가 곧당 음악학교를 갔다. 

나 또한 저녁에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 수업 들어가지 전 식사를 한다. 그래서 아래가 낮에 끓어놓은 미역국이 식어서 냄비 채로 다시 끓렸다. 


이날따라 아내가 차를 가지고 와서 식구 셋이 다 같이 만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옷을 갈아입고 부엌으로 들어간 아내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당신 또 남은 미역국을 냄비 채로 데웠지?"

대답 대신 내 머리 속에 아래 와 같은 생각이 맴돌았다.
'아. 또 시작이구나!'
'그냥 넘어가면 안 되나...'
'한국인 남편의 고치기 힘든 습관이라 생각하고 그냥 스긍하면 살 되면 되지 않나...'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이를 좋아하는 읺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은 반복해서 끓일수록 그 영양분이 점점 감소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체 큰 냄비를 데우는 것보다 작은 냄비를 사용하는 것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 나는 국을 끓이고 식힌 후 다시 한 번 더 끓여 놓으면 남은 국을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길들여져 있다. 또한 국 일부만을 들어내지 않고 냄비 전체를 데우고 식힌 후 냉장고에 보관하면 더 좋다라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대체로 주변 사람들은 국을 많이 끓여서 남기는 일이 거의 없다. 그저 그때끄때 먹을 만큼만 끓인다. 그러니 남겨서 이를 데우고 할 일이 없다. 한국인 남편을 만나 살다보니 중간 냄비 대신에 큰 냄비에 끓여 남으면 다음날에 별다른 수고 없이 끼니를 때울 수 있다. 그런데 영양분 감소에는 전혀 관심 없고 냄비 채로 다시 데우는 남편이 못 마땅하다. ㅎㅎㅎ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1. 25. 06:13

일전에 "스페인 단감을 딸 위해 홍시로 만들어보다"에서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번 글은 그 후기인 셈이다. 홍시 만드는 데는 대봉감이 좋다고 한다. 떫은 맛을 맛을 지닌 감을 잘 보관하면 홍시로 변해 단맛을 낸다. 그런데 이미 단맛을 지닌 단감을 굳이 홍시로 만들어 먹을 필요가 있나라는 의문이 든다.

*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서 수입해온 단감


단감은 사근사근 씹으면서 그 단맛을 느끼면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자라지 않아 수입에만 의존하는 단감의 가격은 변화가 심하다. 시장에 많이 나올 때는 1킬로그램에 4리타스(약 1500원)하다가 금방 8-12리타스(약 3000원-4500원)으로 뛴다. 


값이 싸다고 왕창 살 수도 없다. 그래서 한번 이 단감을 가지고 홍시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사근사근 씹는 단맛보다 후르륵 넘어가는 단맛을 더 좋아하는 나이에 접어든 것도 한 이유다. 단감을 홍시로 만들겠다고 하니 유럽인 아내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썩어면 다 버리게?"
"안 썩을 거야."

아내가 며칠 동안 집을 떠난 사이에 11월 14일(금) 5킬로그램 단감을 사서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놓았다. 단감 사이엔 사과를 쪼개서 놓았다. 사과에서 발생하는 에틸렌가스가 식물의 노화 부패를 촉신시킨다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었다.


시일이 지나남에 따라 감귤색 단감이 점점 빨갛게 변해가고 있다.   



그런데 쪼개 넣어 놓은 사과가 점점 썩어가고 있다. 



이렇게 10일이 지난 후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감귤색 노란 단감은 사라지고 잘 익은 토마토색 빨간 홍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 사왔을 때의 단감(상), 스티로폼에 10일 동안 보관한 단감 (하)

색은 완전히 변하고, 껍질은 터지고, 속은 수분이 많고 물렁물렁했다. 차숟가락으로 퍼먹기엔 딱 좋았다.  



스티로폼에 10일 동안 보관한 단감,

이렇게 달콤한 홍시가 되어서 입안으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20여년을 유럽에서 단감을 먹어왔지만, 홍시로 만들어본 것은 처음이다. 음악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에게 단감 홍시를 내놓고 반응을 지켜보았다.


"어때?"
"생단감일 때보다 단감 홍시가 훨씬 달콤하고 맛있네."
"이제 내가 단감 많이 사서 홍시로 만드려고 할 때 반대하지 않겠지?"
"않겠지만, 우리 집 냉장고 냉동실에 공간이 없어." 

단감 홍시를 많이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 놓고 긴긴 겨울밤에 하나씩 얼음 홍시를 꺼어먹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다. 그렇다고 이를 위해 냉동고를 따로 살 수도 없고... 
그냥 상황따라 적당하게 해서 먹어야겠다. 썩으니까 홍시 만드는 것에 반대하는 아내에게 홍시가 더 맛있다는 사실 하나만 알게 해준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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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11. 19. 07:00

세계 여러 나라 음식 요리를 즐겨하는 어느 스웨덴인[처음엔 폴란드인으로 여겼으나 관련인과 직접 접촉을 통해 알아본 결과 스웨덴인]의 제육볶음 동영상이 최근 눈길을 끌었다. 유튜브 사용자 "The Food Emperor"는 자신이 직접 제육볶음을 요리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11월 14일 유튜브에 공개했다. 현재 이 동영상 조회수는 16만을 넘었다.

동영상 속의 언어는 폴란드어이고  
"제육 볶음"
"최고의 레시피예요"
"기뻐서 강 같은 눈물을 흘릴거에요"라는 한글 자막이 뜨고, 목소리도 나온다.

그의 제육볶음 레시피는 아래 사이트(영어)에 있다.
http://www.foodemperor.com/cooking/spicykorean

어떤 내용이 있기에 그의 제육볶음 요리과정 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을까?
아래 동영상에서 볼 수 있다.



유튜브 계정의 이름에서 보듯이 그는 자신을 "Food Emperor"라 부른다. 이에 걸맞게 그는 동영상 중간중간에 북한의 뉴스 방송화면을 삽입했다. 아주 특이한 착상으로 그는 한국음식 제육볶음 요리를 누리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1. 18. 07:46

일전에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족여행을 한 후 폴란드 바르샤바를 들러서 리투아니아 빌뉴스 집으로 돌아왔다. 바르샤바에서는 20여년을 알고 지내는 폴란드인 친구 라덱을 만났다. 그리고 함께 시골에 있는 그의 삼촌집을 방문했다. 

당시 라덱의 초등학생 사촌동생은 이제 30대 중반이 되어서 자기 가족이 살 단독주택을 거의 다 짓고 있었다. 축하할 겸 이 집도 둘러보았다.   



이어서 라덱의 삼촌댁에 도착했다. 벌써 식탁에는 많은 음식들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폴란드 시골 사람들은 어떤 음식으로 손님을 맞이할까 궁금한 블로그 독자들을 위해 이날 먹은 음식을 차례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아래 컵에 담긴 것은 커피도 아니고, 차도 아니다. 

무엇일까?

비트(붉은사탕무)를 끓인 국이다. 비트는 적혈구를 만들고 혈액 전부를 조절해주는데 가장 좋은 야채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비트국과 먹은 전식이다. 부침개로 그 속에 고기가 들어가 있다. 한 번 베어먹고 비트국을 마신다.  



다음은 비고스(bigos)라는 음식이다. 폴란드,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등지의 전통 음식이다. 양배추에 고기(돼지고기, 훈제, 소고기, 베이컨, 햄 혹은 소시지 등)를 넣어 푹 삶은 음식이다. 리투아니아인으로 1386년 폴란드 왕이 된 요기일라가 폴란드에 전한 음식이라는 말도 있다.  



옥수수, 새우 샐러드이다.



절인 오이다. 



직접 채취해 요리한 버섯이다.



돼지고기 커틑릿(돈가스)이 이날 주된 고기였다.



모처럼 접한 삶은 감자다. 분이 참 많았고, 아주 맛있었다.



오른쪽으로부터 라덱 삼촌, 그리고 그의 아들, 며느리와 부인이다.  



직접 만든 소시지이다.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접시에 담았다.



손님맞이에 술이 빠질 수는 없다. 아주 특별한 술을 대접 받았다. 

바로 직접 민들레꽃으로 만든 술이다. 민들레화주!!!   



그 다음이 감동이었다. 안주인은 식물학자로 식물원에서 일하다 정년 퇴임했다. 한국과 각별한 인연(라덱의 작고한 어머니가 한국인)으로 뜰에 소나무 품종 하나인 한국소나무를 심었다. 이 소나무에서 피어나는 어린 꽃을 따서 술을 만들었다. 술에 취하고, 향내에 취하고...   



커피다. 커피가루을 밑에 놓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케잌이다. 직접 집에서 만들었다.



정성어린 음식, 푸짐한 음식,

정말이지 호텔 만찬이 부럽지 않았다. 

더욱이 한국소나무꽃술까지 대접 받았으니 포만감과 만족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이날 만남의 절정은 이 참나무다. 22년 전 처음 이 시골집을 방문했을 때 내가 심은 나무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 나무를 내 이름을 따서 "대석나무"라 부른다. 벌써 이렇게 자랐다. 또 20년이 흐른다면 저 나뭇가지에 매달린 그네가 누군가의 아이를 즐겁게 해줄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음식과 시간이 벌써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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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족여행지로 카나리아 제도 란사로테(Lanzarote) 섬을 선택하면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악마 레스토랑이었다. 몇 해 전 인터넷을 통해 이 특이한 레스토랑을 접한 후 궁금증이 접한 후 궁금증이 이어져 왔다.     

 

* 티만파야 국립공원 불의 산에 위치한 악마 레스토랑 전경

 

이 레스토랑은 란사로테 남서부 지방에 위치하고 있는 티만파야(Timanfaya) 국립공원 내에 자리잡고 있다. 티만파야 국립공원은 51평방킬로미터의 면적으로 전부가 화산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사르 만리케(Cesar Manrique, 1919-1992 건축가, 예술가)이 악마를 이 국립공원의 상징으로 정했다. 

* 티만파야 국립공원의 상징물 악마

 

왜 상징이 악마일까?가장 큰 규모의 화산 분출이 1730년에서 1736년까지 일어났다. 당시 주민들은 그러한 화산 분출의 위력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악마의 행위로 묘사했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화산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 지하 약 13미터 범위의 온도가 섭씨 100도에서 600도이다. 이를 쉽게 증명해주는 몇 가지 체험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악마 레스토랑의 요리이다.

 

보통 생산이나 고기를 구울 때 숯불이나 전기 등을 이용한다. 그런데 여기는 불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우물처럼 만들어 놓은 곳 위에 큰 석쇠를 걸쳐놓다. 그리고 그 위에 고기를 얹은 작은 석쇠를 놓는다. 그러면 화산열에서 나오는 열기로 자연스럽게 고기가 구워진다. 요리 연료값이 '0'로인 레스토랑이다.
자연열을 이용한 요리 장면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워험하다고 접근을 금지시킬 수 있는 곳에 이렇게 관광객들을 위한 부대시설을 설치해 관광명소로 만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티만파야 국립공원에서 지켜야 주의 사항 중 하나가 바로 표시된 경로를 절대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구덩이에 발이 빠져 이렇게 고기처럼 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6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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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4. 10. 16. 07:08

발트 3국에서는 처음으로 세종학당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개설되었다. 세종학당은 외국어 또는 제2언어로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자를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고 교육하는 기관이다. 

한국의 동서대학교(총장: 장제국)와 리투아니아의 미콜라스 로메리스 대학교(총장: 알비다스 품푸티스)이 서로 협력해 세종학당을 개설하고 10월 10일 개원식을 가졌다. 

* 미콜라스 로메리스 대학교 본관

이 두 대학교는 2+2 공동 학사학위 과정을 설립해 참가 학생들의 사전 언어습득을 위해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고 또한 한류 확산 등으로 리투아니아 내 한국어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이번에 개원된 세종학당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현지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게 된다. 


개원식을 맞아 리투아니아 지역도 담당하는 폴란드 한국문화원(원장: 김현준)은 한복입기 체험, 서예로 한글이름 쓰기, 관광사진 전시, 한국음식 맛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한국 문화를 로메리스 대학생들과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개원식 후 열린 환영 리셉션에서 나온 김치, 잡채, 호박전, 김밥 등 한국 음식은 동나버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개원식에 참가한 정관계 인사들도 한국 음식을 즐겼다.


6개월 시범운영될 이 세종학당이 앞으로 좋은 성과를 내어 지속적으로 운영되어 리투아니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많은 기여를 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9. 18. 06:22

요즘 리투아니아 숲 속은 사람들로 붐빈다. 야생 버섯이나 열매를 채취하기 위해서이다. 어제 오후쯤 아파트 윗층에 사는 주부가 초인종을 눌렀다. 

"이거 숲에서 오늘 아침에 내가 직접 채취한 버섯이야. 한번 요리해 먹어봐. 맛있을 거야."
"아이구, 감사합니다."


막상 이렇게 받았지만, 우리 부부는 순간 고민스러웠다. 흔히 알고 있는 식용버섯이 아니라 정말 낯설은 버섯이었기 때문이다. 그물버섯, 꾀고리버섯 등 두 서너 개 외에 알고 있는 식용버섯이 전무하다. 이웃이 가고 난 다음 부엌에서 우리 부부는 경계심을 가지고 버섯을 대했다.

"우리 먹을까? 아니면 버릴까?" 아내가 먼저 물었다.
"설마 이웃이 이웃을 해하려고 버섯을 선물할까?"
"의도는 좋지만, 혹시 이 버섯들 중 정말 비슷하게 생긴 독버섯이 있을 수 있잖아!"
"이 세상 모든 버섯은 다 먹을 수 있는 데 한 번이냐 아니면 여러 번이냐 그 차이뿐이야."
"일단 이 버섯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보고 먹을 지를 결정하자."


리투아니아어로 gudukas이고, 라틴명은 rozites caperate이다. 한국어로는 노란띠버섯이다. 검색해보니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되는 버섯이다.

"맛일까?"
"양념에 따라서."

이웃은 친절하게 요리법도 일러주었다.
버터에 적당하게 튀긴 후 마지막에 양파를 짤게 썰어넣고 소금으로 간하면 된다.



이에 따라 아내가 요리했다.

처음에 의구심으로 보았는데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요리하기도 쉬웠다.



"이웃이 준 버섯량은 4-5번 정도 요리할 수가 있다."
"우와, 우리 음식값 많이 절약하겠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다 이맘때면 숲 속으로 가잖아."
"겨울식량 비축하러 우리도 갈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7. 28. 07:19

이상 기온이 지속되고 있다. 낮온도가 27-30도이다. 이곳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의 여름 날씨는 보통 영상 20도 내외이다. 한국인들이 피서하기에 참 좋다. 여름철 주말이면 친구나 친척들의 모임이 잦다. 그러면 이들은 주로 무엇을 해먹을까?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 샤실릭이다. 이는 중앙 아시아, 구 소련 공화국, 동유럽 등지에서 유명한 꼬치구이이다. 원래는 양고기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주로 사용한다. 

일전에 친척집을 방문해 이 샤실릭으로 대접을 받았다. 숯불구이통은 직접 친척이 만들었다. 


또 다시 이런 샤실릭이 먹고 싶다. 시원한 맥주나 보드카를 마신 후 고기 한 점을 입안에 넣어 오몰오물 씹는 재미가 솔찬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7. 14. 08:10

서양 사람들은 한국 사람을 마늘 냄새 나는 민족으로 여긴다고 흔히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서양 사람들은 마늘을 전혀 먹지 않을까? 유럽에서 25여년 동안 살면서 마늘을 의도적으로 먹지 않는 사람을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 

음식에 간을 할 때 마늘을 사용한다. 웬만한 집 부엌에는 마늘과 양파가 늘 준비되어 있다. 하루 중 마늘과 양파가 든 음식은 주로 더 이상 외출을 하지 않을 때 먹는다. 마늘은 특히 겨울에 많이 소비된다. 감기 증세를 느끼면 깐 생마늘을 이겨서 빵 위에 발라서 먹는다. 

텃밭에 심는 대표적인 채소 중 하나가 바로 마늘이다. 일전에 리투아니아 지방도시 쿠르세네이에 살고 있는 장모님 텃밭을 둘러보았다. 적지 않은 양의 마늘이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특히 음자리표처럼 생긴 마늘쫑이 눈에 확 들어왔다. 한국에서 즐겨 먹던 마늘쫑 짱아찌가 불현듯 떠올랐다. 여기 사람들은 마늘쫑을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마늘 줄기과 함께 그냥 버린다. 꾸불꾸불 자란 것을 보니 이미 제철은 지난 듯했지만, 그래도 한번 짱아찌를 담그보자는 욕심이 생겨났다. 


그래서 마늘쫑을 뽑아서 말끔하게 씻었다. 짱아찌 요리법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아냈다. 그런데 한국 음식을 만들다보면 늘 유럽인 아내와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요리법에 정확한 양의 측정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요리법에 따르면
마늘쫑 2단에 간장 3컵, 소금 1컵......

"2단의 정확한 무게는?
컵의 정확한 양은?
소금 1컵이라면 짜서 먹을 수 없을 텐데 정말 1컵이냐?"

정확한 수치를 요구하는 아내의 따지기가 귀찮을 정도로 이어진다.   

"맛이 없으면 나만 먹을 테니 그냥 해보자!"로 매듭 짓는다.
 
이번에 마늘쫑 짱아찌를 담그면서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유리병을 소독하는 데 끓는 물을 붓는다. 막바로 부으면 유리병이 쉽게 깨어진다. 그래서 쇠숟가락을 넣은 후에 물을 붓는다.


진공유리병을 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1달간 한번 기다려보련다. 조금이라도 먹을 만하다보면 다행스럽다. 괜히 공력만 쏟았다는 핀잔을 듣지 않길 바랄 뿐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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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5. 12. 07:50

주말 에스페란토 행사에 다녀왔다. 리투아니아 언론일에 종사하거나 언론에 관심있는 에스페란토인이 참가했다. 장소는 수도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호숫가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집 전체를 빌려서 1박 2일 동안 강연, 토론, 문제풀이 등을 하면서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장 즐긴 것은 뭐니해도 사우나였다. 호숫가 사우나에서 몸을 데운 후 차가운 호숫물에 풍덩하는 재미 때문에 이 행사에 참가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행사 중 식사는 항상 자발적인 참여로 준비한다. 무엇인가 도울 일을 찾아보았다. 부엌에 양파 한 묶음이 눈에 띄었다. 다른 사람들이 눈물 흘리는 것보다 내가 한번 흘러보자는 생각으로 양파 묶음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열심히 혼자 양파를 까는 데 할머니 한 분이 옆으로 오더니 물음을 던지고 지나갔다.


"너 벌 받고 있니?"
"아닌데..."

순간적으로 '양파 까는 데 벌 받나고 왜 물었을까' 의문이 생겼다.
답을 찾는데는 찰나였다.

눈물을 흘리니까.

벌로서 양파 까기...
진작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말썽꾸러기 자녀에게 한번 시도해봄직한 벌이 아닐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4. 30. 09:01

유럽인 아내와 같이 살면서 힘드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요리다. 아내가 밥상을 다 차려놓고 부르면 가서 먹으면 되는 일은 꿈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은 우리 집에서는 지극히 드물다. 이것을 요구했다가는 보따리 싸서 집 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 ㅎㅎㅎ

그러니 자의든 타의든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특히 아내가 오후에 직장에 나가는 날이면 점심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또한 학교에서 돌아오는 딸아이 점심까지 챙겨줘야 한다. 어제 냉동실을 살펴보는데 까맣게 잊어버린 콩나물을 발견했다.

* 직접 키워 손질한 콩나물

'잘 됐네. 오늘은 콩나물국이다.'

이렇게 부엌에서 콩나물을 끓이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콩나물 냄새가 냄비뚜껑 사이로 새어나왔다. 이 냄새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딸아이가 자기 방에 나오더니 한마디했다. 

"아빠, 뭐해? 정말 냄새가 지독하다. 숨을 쉴 수가 없어. 토하고 싶어."

그리고 딸아이는 부엌문을 꽝 닫아버렸다. 콜록콜록 기침까지 했다. 냄새가 나는 집에 있기 싫다면서 평소보다 더 일찍 음악학교로 가버렸다. 속으로는 딸아이의 과한 행동을 나무라고 싶었다. 

같은 식구도 이렇게 반응하는대 이웃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생각하면 콩나물국 끓이기를 결심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사실 직접 힘들게(?) 키워서 냉동실에 넣어둔 콩나물이라 버리기가 아깝다.

아무튼 혼자 콩나물국을 먹고 있는데 휴대폰으로 문자쪽지가 하나 날아왔다. 딸아이가 보낸 문자였다. 아빠의 음식에 너무 과격한 반응을 일으킨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딸아이의 엉터리 한글을 번역하면 이렇다.
"문을 쾅 때려서 미안해. 냄새가 나빠."

사과할 줄 아는 딸 때문에 남아있는 콩나물은 딸아이가 서너 시간 동안 집에 없을 때 몰래 끓여먹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3. 4. 07:12

인구 3백만명이 사는 리투아니아에 한국 교민은 10여명이다. 그런데 교민수보다 한국에서 오는 교환학생수가 이제는 더 많다. 학기마다 약간 차이는 있지만 빌뉴스에 30-50여명의 교환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종종 명절에 교민들과 교환학생들이 한인회 초청으로 만난다. 일전에 몇몇 교환학생들과 시내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리투아니아에 온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 김치를 먹어보지 못했다는 학생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 이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 우리 집을 방문한 경희대학교 교환학생들 (좌로부터 지연, 보라, 혜빈 지원 학생)

사실 집으로 한국 손님을 초대하는 일은 좀 민감하다. 나와 딸은 대환영이지만,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부담스러워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각이 뛰어난 한국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음식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분의 꾀를 내야 했다. 우리 집엔 한국에서 보내준 잡채용 당면이 있다. 잡채는 딸아이가 무척 좋아한다. 아내는 한 두 번 시도해보았지만 호응을 얻지 못하자 더 이상 잡채 요리를 하지 않고 있다. 

"우리 집에 와서 잡채를 맛있게 해주면 좋겠다."라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우와~, 정말요? 당연히 가야죠."라고 하면서 이들은 덥석 받아들였다.    

이날 집으로 돌아와 "한국 교환학생들이 와서 딸아이가 좋아하는 잡채를 해줄 거야. 괜찮지?"라고 아내에게 말하자 "나도 좀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니 좋아."라고 답했다. 

잡채요리에 필요한 버섯, 피망, 시금치 등 재료를 아내와 함께 구입해놓고 교환학생들을 기다렸다. 미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는 큰딸과 비슷한 나이를 가진 학생들이라 아내도 기쁘게 이들을 맞이했다.

우리 집 부엌은 일시에 교환학생 4명에다가 아내 그리고 딸아이 요가일래까지 합쳐 6명의 요리인들로 북쩍거렸다. 그런데 이들 곁에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한 잡채요리법 때문이었다. 능숙한 가정주부처럼 만드는 잡채요리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한 수 배워보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아내는 약간의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금요일 저녁식사를 준비한 6명의 요리인

"요즘 요리법 일일히 익힐 필요 없어. 인터넷 검색하면 쫙 나와. 한국 학생들 집에서 직접 요리해볼 기회가 많지 않아. 사실 우리 큰딸도 몇 가지를 제외하면 요리하지 못하잖아."
"하기야 그래."   
"다 같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잖아. 어느 한 사람이 고생해서 바치는 맛있는 음식보다 다 같이 어울러서 만든 덜 맛있는 음식이 난 더 좋아." 

* 주요리 잡채

이렇게 한 시간 반을 거쳐 잡채, 된장국, 호박전 등이 완성되었다. 한인회 회장(김유명)도 초대했다. 잡채를 먹어본 딸아이의 맛평가가 이날 교환학생 초대가 의미있었음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아빠, 내가 이제까지 먹어본 잡채 중 제일 맛있어."
"그래? 아빠가 언니들 정말 잘 초대했지?"
"맞아. 언니들이 또 우리 집에 왔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딸아이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잡채를 먹었다.    


한 학기 동안 머무는 교환학생수가 교민수를 훌쩍 넘어섰다. 이제는 교민들보다 교환학생들이 주변 리투아니아인들에게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심는 데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친다. 있는 동안 공부도 하면서 리투아니아 현지를 이해하고, 한국을 알리는 데 힘닿는 대로 기여해주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18. 07:38

1월에 한국 방문한 주된 목적은 에스페란토 국제선방이었다. 내국인 38명과 7개국에서 온 외국인 19명이 참석했다. 선, 종교, 요가 등 다양한 주제로 한 강연들이 열렸다. 한국음식 김밥 만들기 체험도 아주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요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외국인들도 적극 동참했다. 김에 밥을 얹고, 다양한 재료를 넣어 좋은 색깔을 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중국인: "어렵지만 직접 해서 먹어보는 일은 참 재미있다." 
헝가리인: "내가 만든 김밥은 자꾸 터져버린다. 짤라서 먹는 것보다 통채로 잡고 먹는 것이 더 맛있다."
브라질인: "그냥 구경만해도 배가 부른다."

이날 한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어울려 김밥을 만드는 광경을 아래 영상에 담아보았다. 



리투아니아 우리 집에서도 좋은 기회가 오면 유럽인 친구들을 초청해 김밥 잔치를 함께 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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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감탄 세계화제2013. 12. 12. 06:25

차도르를 쓴 이슬람 여성 두 사람이 식당에서 스파게티를 먹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최근 접했다. 검은 천으로 온 몸을 감싼 이 여성들은 어떻게 스파게티를 먹을까?

한 여성은 턱밑의 천을 들어올린 후 스파게티 면을 먹고 있다. 다른 여성은 눈밑까지 감싼 천을 손가락으로 잡아당긴 후 그 틈 사이로 스파게티 면을 집어넣은 후 먹고 있다. 

문화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영상 속 차도르는 스파게티를 먹는데 참으로 불편하다.    
 

아래는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비교 사진이다. 1970년대와 40년이 지난 2012년 현재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의 모습니다.   


각 종교와 민족의 전통에 충실해야겠지만, 인류의 보편적 인권을 신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본질은 유지하되 시대에 적합한 외형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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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12. 6. 07:28

유럽에 살면서 종종 콩나물을 키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서 자주 먹었던 얼큰하고 시원한 콩나물국이 먹고 싶기 때문이다.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물을 주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콩나물에서 나는 냄새도 있다. 특히 콩을 선별할 때 간과된 조각난 콩이 섞어가는 냄새를 뿜어낸다. 콩나물 키우기에 전혀 생소한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이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콩나물에 물을 주고 콩나물을 다듬는 일은 다 내 몫이다. 나에게 콩나물 키우기는 그야말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다. 

어렸을 때 시골집 안방에는 콩나물 시루가 있었다. 동네 공동 우물에서 퍼온 물로 콩나물로 키웠다. 물을주는 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좁은 콩나물 사이로 흘러 떨어지는 물의 똑!똑!똑! 소리가 귀에 울리는 듯하다. 콩나물을 다듬을 때는 집에 있는 형제들이 모여 각자 할당량을 배분해 돕곤 했다.

좀 더 자랄 때까지 키우고 싶었는데 아내가 콩나물에서 냄새 난다고 빨리 정리하라고 재촉했다. 어제는 큰 마음 먹고 저녁 식사 후 욕실에 혼자 앉아 콩나물을 3시간 동안 다듬었다. 


간간히 그 옛날 추억의 시간여행을 하면서 또한 스마트폰으로 한국 영화를 시청하면서 콩나물을 다듬었다. 한편 이곳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콩나물을 구입할 수 있는데 콩나물을 직접 키운다고 괜히 시간낭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주는 힘들지만, 종종 생각날 때 이렇게 키우는 것도 추억 상기에 도움이 되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0. 23. 06:28

최근 중국 광저우 일부 식당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음식에 마약으로 쓰이는 양귀비 가루를 첨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유럽 사람들도 음식에 양귀비를 자주 사용한다. 마약 성분이 거의 들어있지 않은 양귀비 씨앗을 빵이나 베이글(손바닥 정도의 넓이에 이스트와 밀가루를 반죽해서 끓는 물에 데친 다음 구워서 만든 빵), 후식파이 등이다. 제과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여름 한국인들과 에스토니아 탈린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주문한 적이 있었다. 후식을 고르는 데 음식에 양귀비가 들어있다고 하니 일행들이 매우 신기해했다. 아래 사진은 이날 먹은 후식이다. 육안으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파이 속에 있는 검은 점이 양귀비 씨앗이다.


특히 리투아니아 크리스마스 전야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쿠츄카이(kūčiukai)다. 이는 양귀비 씨앗을 갈은 물에다 건빵을 넣어서 만든 음식이다. 크리스마스 전야 만찬을 쿠쵸스(Kūčios)라 부르는 데 이는 이 음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

* 리투아니아 크리스마스 전야 만찬에 반드시 등장하는 쿠츄카이

리투아니아에서도 양귀비 재배는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종종 소규모로 군데군데 자생하는 양귀비도 있다. 꽃이 아름다워 정원에 극소수로 관상용으로 심는 경우도 있다. 아래는 어느 한 정원에서 자라는 양귀비다. 꽃이 시든 후 열매 속에 까만 씨앗들이 듬뿍 담겨져 있다. 


뜰에서 심심할 때 먹는 좋은 간식거리이다. 때론 후식을 만들 때 사용한다.   



한 지인이 뜰에 자라는 양귀비 열매를 손바닥에 탈탈 털어 한번에 입안에 넣는다. 이것도 부족한 듯 마지막 남은 씨앗까지 톡톡 털어넣어 오물조물 씹는다. 양귀비 씨가 지니고 있는 기름 성분으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생긴다고 하는데 난 특별히 경험하지 못했다. 

오히려 치아 사이로 끼어들어가서 무척 불편하다. 그래서 양귀비 씨앗이 들어있는 빵이나 빵과자를 거의 먹지 않는다. 이에 반해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무척 양귀비 씨앗을 좋아한다. 양귀비 씨앗을 보니 벌써 크리마스 전야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8. 16. 06:28

일전에 여러 민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러시아인, 한국인, 리투아니아인, 우크라이나인 등이었다. 국제어 에스페란토 행사였다. 한 참석자가 생일을 맞았기 때문이다.

모두들 갑자기 들은 생일 소식인지라 즉석에서 선물을 찾아야 했다. 나는 마침 소주가 있어서 "여기 한국에서 온 만병통치약 소주!"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면서 그에게 선물했다.


한 우크라이나인의 선물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민족음식"이라고 소개하면서 서랍에서 하얀 물건을 꺼냈다. 여기에 외국 세관원과 우크라이나 여행객의 대화를 덧붙였다.


세관원: "마약이 있나?"
우크라이나인: "당연히 있지."
세관원: "꺼내봐."
우크라이나인: "여기!"
세관원: "이건 돼지비계잖아!"
우크라이나인: "우리에겐 이것이 마약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인에게는 돼지비계가 마약으로 통한다. 그만큼 좋아하고 많이 먹는다는 뜻이다. 외국에 여행갈 때 한국인이 김치나 깻잎 등을 가져가듯이 우크라이나인은 돼지비계를 가져간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이 돼지비계를 살로로 부른다. 살로는 돼지비계를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한 것으로 얇게 썰어 먹는다. 이날 아래와 같이 빵조각에 우크라이나 돼지비계를 얹어서 먹어보았다. 평소 비계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우크라이나 돼지비계는 입안에 살살 녹는 듯 정말 부드럽고 맛이 있었다.  


'아~~~ 그래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이를 마약이라고 부르는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해보았다. 아래는 이날 우크라이나 돼지비계를 선물하는 장면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언젠가 우크라이나에 가서 이 살로로 불리는 돼지비계 요리를 직접 먹어볼 기회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3. 27. 08:02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쌀밥을 먹느냐라는 질문을 드물지 않게 받는다. 쌀이 주된 재료인 요리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필라프(리투아니아어로 plovas, 에스페란토로 pilafo)이다. 이는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서아시아와 동유럽 등지에서 아주 흔한 음식이다.

필라프는 무굴 제국이 인도 반도에 전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름에 굽은 닭고기, 돼지고기 혹은 양고기와 당근, 양파, 완두콩 등을 쌀과 함께 끓인 음식이다. 인도에서는 결혼식 같은 특별한 날에 먹는다. 지방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열량이 높다.   

구 소련 시절 필라프 요리법은 소련내 연방국과 동유럽 나라 각지로 전파되었다. 이 덕분에 리투아니아인 아내도 필라프 요리에 능숙하고, 제일 잘 하는 음식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필라프 중 폴란드인 친구 라덱이 요리한 것이 제일 맛있다.

근래에 그의 집을 방문해 필라프를 함께 만들어보았다. 말이 함께 이지 내가 한 것은 양파와 당근을 써는 일뿐이었다.

"당근은 어느 크기로 썰어야 좋아?"
"기다려."


친구는 캘리퍼스를 공구 서랍장에서 가져와서 측정하면서 좋은 크기를 보여주었다. 요리 숙련공과 초보자가 이렇게 차이가 났다. 등잔불을 끈 상태에서 글을 쓰는 한석봉과 떡을 써는 그의 어머니가 떠올랐다[갤러퍼스는 작은 수치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공구이다].

먼저 양파조각을 넣고 기름의 적절한 가열여부를 판단한다. 듬성듬성 썬 돼지고기를 기름에 굽는다. 양파를 넣는다. 양념을 한다. 쌀, 당근, 완두콩을 순서대로 위로 얹는다. 그리고 이를 섞지 않는다. 불을 조절하면서 쌀이 다 익을 때까지 가열한다. 친구가 필라프를 만드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밥상에 올려놓은 필라프는 볶음밥과 거의 닮았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볶음밥은 차가운 밥을 다른 재료와 곁들여 볶은 것이고, 필라프는 생쌀을 다른 재료와 함께 끓인다는 것이다. 구 소련권이나 동유럽 여행자들은 한번 필라프를 맛보길 권한다. 물론은 제일은 숯불 가마솥에 한 필라프이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