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5. 4. 27. 06:30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우리집 애완동물은 햄스터이다. 드와르프 햄스터(dwarf hamster)이다. 2012년 12월 성탄절에 장모님이 작은딸에게 선물했다. 작고 귀여웠다. 우리집 햄스터의 이름은 길레(리투아니아어로 도토리)이다. 



아침에 일어나 잠결에 있는 듯한 햄스터에 "더 자~"라고 인사하고, (야행성이라) 밤에 잘 때는 "밤새 혼자 잘 놀아라"라 인사한 후 잠에 든다. 햄스터 집을 청소하는 일은 딸이 맡아서 다 했다. 1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톱밥으로 바닥을 깔아주었다. 


부엌 창가에 놓아두었다. 아침 밥을 먹으려고 하면 야자껍질 안에 자고 있는 듯한 햄스터가 일어나 철망을 물어뜯거나 쳇바퀴를 돌려댄다. "밥 줘!"라는 신호이다. 그래서 해바라기씨앗 서너 개를 먹이통에 넣어주면 쏜살깥이 먹이통 안으로 들어가 야금야금 씨앗을 까서 먹거나 먹이주머니에 저장해둔다.


새벽까지 일하다가 부엌으로 들어가면 마치 반기듯이 쳇바퀴를 신나게 돌린다. 그에 대한 답례로 먹이통에 해바라기씨앗을 넣어준다.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같은 해바라기씨앗을 먹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여기 유럽 사람들은 날해바라기씨앗 대신에 주로 소금에 볶은 해바라기씨앗을 먹는다. 


딸아이는 햄스터에게 나를 할아버지로 소개한다. 그래서 늘 햄스터에게 말을 걸 때는 "여기, 할아버지다"로 시작한다. 햄스터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면 우리 가족이 아주 좋아한다. 사실 사람이 사는 집에 사람외에 다른 생령을 들이는 것에는 나는 적극적이지 못하다. 어린 시절 시골집 마당에 개를 길러본 것이 전부이다. 애완동물 기르기에는 다 장단점이다.


금요일 오후에 딸아이가 햄스터가 힘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낮이라 그런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갈수록 힘이 없어지고 다리가 불편해보였다. 평소 잽싸게 먹이통에 기어올라가더니 이제는 몸시 힘들게 올라갔다. 직감적으로 때가 왔구나라고 느꼈다. 그런데 오전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햄스터는 활동했다.


밤이 되자 우리에 있던 햄스터는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며칠 전 중앙난방이 끊겼다. 체온을 떨어질 것 같아 아내에게 마지막 순간이라도 따뜻하게 갈 수 있도록 천으로 덮어주라고 했다. 저녁 시간부터 우리집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평소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간다"라고 딸아이에게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손수건을 꺼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2년반을 함께 지냈던 생명 하나가 죽어가는데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기 전 가족이 햄스터 앞에서 좋은 곳에 몸을 다시 받기를 기도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햄스터는 자기가 평소 달리던 쳇바퀴 밑에서 싸늘한 채 누워있었다. 창문 밖 뜰에 묻어주기로 했다. 


묻어있는 톱밥을 털어내고 하얀 부드러운 종이로 햄스터를 둘러쌌다. 막 꽃이 필 사과나무 밑둥 옆에 땅을 팠다. 노잣돈의 상징으로 동전을 식구수대로 넣고 햄스터를 묻고 도토리 열매 4개와 해바라기씨앗 10개, 호박씨앗 3개를 함께 넣은 후 땅을 덮었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민들레 2개를 옮겨 심었다.


아파트 계단을 올라오면서 "아빠, 길레를 묻어줘서 고마워"라고 딸아이가 듬듬한 듯 말했다. 그런데 자기 방에 들어간 딸아이는 나오지를 않았다. 돌아와서 두 시간이나 혼자 슬퍼서 훌쩍이고 있었다. 손수건이 흠쩍 젖어있었다. 안아주면서 "힘내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햄스터와 놀다가 자기 가슴 위에 올려놓으면 그대로 새록새록 잠이 들어버리는 햄스터를 딸아이가 쉽게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햄스터 옆에 옮겨심어 놓은 민들레가 뿌리를 내려 해마다 노란꽃을 피워주면 참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11. 4. 12:58

11월 1일은 유럽 사람들에게 각별한 날이다. 많은 나라들이 이날을 국경일로 정해놓았다. 이날은 "모든 성인의 날"의 날이고, 다음날은 "망자의 날"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1일과 2일을 구별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벨리네스’라 부른다. ‘벨레’는 영혼, ‘벨리네스’는 ‘죽은 사람을 추모하는 날’을 뜻한다. 

죽은 사람 영혼을 추모하는 이 풍습은 고대로부터 내려왔는데, 죽은 이들의 영혼이 특정 시점에 사후 세계를 떠나 가족을 방문하러 돌아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일가 친척의 묘를 두루 방문한다. 

* 11월 1일 낮(왼쪽 사진)과 밤(오른쪽 사진)

우리의 추석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은 미리 시간을 내서 부모나 조상의 묘를 찾아서 정성껏 꽃단장을 하고 말끔하게 정리한다. 11월 1일 다시 묘를 찾아 촛불을 밝히면서 추모하고 염원한다. 

* 11월 1일 묘지는 불야성을 이룬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슬픈 망자의 날을 보냈다. 지난해 연말 처제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맞는  망자의 날이었다. 가장 슬픔에 복바치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바로 장모님이시다. 

이날은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조상의 묘가 있는 고향을 찾는다. 일년 중 가장 도로가 막히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 가족도 예외없이 장모님이 살고 계시는 지방 도시를 찾았다.



장모님은 고인이 된 딸을 못잊어 여전히 눈물로 세월을 보내신다. 거실에는 딸의 영정을 놓고 늘 촛불을 밝히면서 추모하고 있다. 이날도 장모님은 수시로 눈물을 훌쩍였다. 딸아이도 함께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슬퍼서 우는 것은 좀 그렇다."
"나도 그래. 좋은 데 갔는데 울면 안 되지."
"그래. 나중에 아빠가 나이가 정말 많아서 죽으면 너는 울지 말고 웃어라. 아빠가 세상의 힘듬을 버리고 편안하게 쉬러가는데 울면 안 되잖아."
"알았어. 그런데 죽는다고 하면 안 되잖아. 돌아간다라고 해야지."
"맞다."

어릴 때부터 딸아이에게 가르친 효과가 나타났다.

"동물은 죽는다. 사람은 돌아간다. 살고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사라진다."

며칠 전 친척집 개가 나이가 너무 많아 안락사 당했다. 친척 식구 모두 아직도 힘들어 한다. 슬퍼는 하지만 그 슬픔에 완전히 빠져 자기 건강을 훼손하거나 해오던 일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집 애완동물은 햄스터이다. 수명이 있으니, 그때를 위해 보내는 마음 훈련을 종종 딸아이에게 티가 나지 않게 시키고 있다. 

'좋은 데 갔는데 울면 안 되지"라는 말을 상기시켜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9. 9. 06:11

우리 집 애완동물은 난쟁이 햄스터이다. 초등학생 딸아이가 돌본다. 지난해 성탄절에 외할머니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딸아이는 햄스터에게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고, 햄스터를 "길레(도투리라는 뜻)라 부른다.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길레야, 엄마 왔어. 잘 있었어?"라고 말한다.

"자, 할아버지하고도 놀아야지?"라면서 종종 딸아이는 햄스터를 내 손에 놓는다. 햄스터는 손바닥에서 어깨까지 살금살금 기어올라간다.    



최근 딸아이는 아빠에게 카메라를 준비하라고 했다.

"아빠, 내가 길레를 재울 수 있어."
"어떻게?"
"잘 보고 촬영해."

딸아이는 길레는 손에 보듬고 소파에 누웠다. 


잠시 동안 길레는 딸아이 손의 포근함에 정말 잠이 들었다.


한 동안 길레는 작은 철망 우리 대신 넓은 거실을 우리 삼아 잠에 빠졌다. 말은 서로 통하지 않지만 딸아이와 햄스터는 이렇게 교감하며 즐거워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6. 29. 07:12

지방 통역 출장을 떠났다. 그 다음날 아내와 작은 딸은 큰 딸이 사는 영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우리 집은 하루 밤 동안 빈 집으로 남게 되었다. 통역은 3일 하고, 상황에 따라 2일 더 연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더 하는 것이 좋겠어요? 아니면 집중적으로 3일만 하고 돌아갈려요?"
"아내가 없는 집이지만 ,그래도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 통역말고도 할 일이 많아요."
"우리(리투아니아 남편들)은 아내가 없으면 집에 가지 않고 술 마시고 노는데...... ㅎㅎㅎ"

더 하면 더 벌 수 있겠지만, 그래도 웬지 일찍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집에는 나외에도 또 다른 동물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딸이 키우는 애완동물 햄스터다. 딸아이는 친척 집에 맡겨놓고 영국으로 떠나려고 했지만, 마지막에 마음을 바꿨다. 혼자 놓아두는 시간이 하루라서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 먼저 부엌에 놓아둔 햄스터 집으로 가보았다. 27일 새벽 5시에 아내가 떠났고, 내가 돌아온 시간은 28일 저녁 9시였다. 햄스터가 혼자 있은 시간은 총 40시간이었다. 평소에 누군가 가까이 오면 반기는 듯 행동을 하는데 힘이 전혀 없어 보였다.

* 40시간이 지나도 해바리기 씨앗은 그대로

먹이통을 보니 해바라기 씨앗이 그대로 있었다. 그렇다면 40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을까? 보통 해바라기 씨앗을 손으로 입 가까이에 주면 얼른 받아 까먹거나 통채로 입 먹이주머니에 넣는다. 그런데 집 밖으로 나왔지만, 먹이에 대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곧 야자수 열매 속으로 들어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 기운이 쭉 빠진 듯한 햄스터 

돌봐주던 주인이 집을 비운 것을 알고서 올 때까지 단식하면서 기다리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니 정말 집에 빨리 돌아오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완동물 기르기에 익숙하지 않지만 딸을 대신에 무엇인가를 해야 했다. 우선 햄스터에게 주인은 아니지만 내가 집 안에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못 부르는 노래도 하면서 일단 햄스터의 기분을 전환해주기로 했다. 부엌에 혼자 있게 하지 말고 내 방에 햄스터 집을 옮겨 놓았다. 컴퓨터 자판기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 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보면 생기를 되찾아 쳇바퀴 놀이를 할 것 같았다. 아내가 없다고 집에 가지 않고 노는 것 대신 슬픔에 빠져 있는 듯한 햄스터를 돌보게 되었다. 이 공덕으로 아내와 작은 딸이 영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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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3. 5. 3. 15:57

인파 속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면서 저 사람은 저 동물을 닮았고, 이 사람은 이 동물을 닮았네라는 연상놀이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애완동물이 주인을 닮았다고 흔히 말한다. 캐나다의 사진작가 자크 드리프트우드(Zach Driftwood)는 여기에 동기를 얻어 재미난 사진을 찍었다. 바로 머리는 애완동물이고, 몸은 그의 주인이다. 


이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서 한 생각이 떠올랐다. 부부는 서로 닮고, 일심동체라고 하는데 몸통은 아내, 머리는 남편 혹은 반대로 찍어보는 것도 재미날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3. 19. 07:22

우리 집 애완동물은 난쟁이 햄스터이다. 며칠 전 초등학교 딸아이의 숙제가 자신이 기르는 애완동물에 대한 글짓기였다. 딸아이는 열심히 글을 써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아내가 평소 애완동물에 대해 별다른 감정을 갖지 않고 있는 나에게 한마디했다.


"봐, 우리가  적어도 햄스터라도 애완동물을 가지고 있으니 망정이지 만약 없다면 딸아이가 어떻게 숙제를 잘 할 수 있겠어?!" 

딸아이와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내가 햄스터에게 먹이를 주거나 같이 놀아주면서 관심을 보일 때다. 어느날 주는 해바라기 씨를 잘도 받아먹기에 먹이통이 비었다는 것을 확인하면 또 해바라기 씨를 넣어주었다.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받아먹지 않겠지라고 믿으면서 이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다음날 우리 한 구석이 엄청 높아져 있음을 발견했다. 햄스터는 먹이를 저장할 수 있는 볼주머니가 있고, 또한 둥지에 저장을 해둔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해바리 씨로 정말 두툼한 태산을 쌓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좋은 경험이었다. 


"아빠가 햄스터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많이 주면 안 돼. 
 이제 아빠도 햄스터에 대해 공부를 좀 해!" 
"아빠가 많이 무식해서 미안해."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3. 5. 06:31

학교에서 초등학교 5학년생 딸아이가 집으로 돌아온다. 현관문에서 서재까지 상대적으로 긴 복도가 있다. 햄스터가 없었을 때 딸아이는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있는 나를 향해 "학교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하곤 했다. 그런데 요즈음 부엌 창가에 놓아둔 햄스터에게 달려가 '(출필고)반필면'을 잊어버렸다.  

"봐, 햄스터 때문에 아빠를 잊었지?"
"햄스터는 살아있는 장난감이잖아. 아이들은 장난감을 좋아해. 그래서 먼저 장남감하고 놀아."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외할머니가 난쟁이 햄스터(드워프 햄스터, dwarf hamster) 새끼 한 마리를 선물로 주었다. 여러 차례 애완동물, 특히 강아지를 사달라고 졸라대었지만 완고하게 거절했다. 애완동물 기르기는 많은 장점이 있는 줄은 알지만, 그저 사람은 사람끼리 사는 것이 좋다는 주의에 충실하고 싶다. 애완동물에 대한 특별한 애(愛)나 증(憎)은 없다. 

어제 딸아이는 학교에서 오자마자 햄스터를 우리에서 꺼내 침실로 가져갔다. 조금 후 딸아이는 햄스터에게 재미나게 호통을 쳤다.
"야~~~ 이렇게 내 옷에 오줌을 누면 어떻게 해? 앞으로 한번만 더 하면 엉덩이를 때릴 거야!"


우리에서 꺼낸 햄스터가 침대포 위에 똥을 누는 경우도 있다. 좁쌀만한 똥을 딸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맨손으로 주워 쓰레기통에 버린다. 

"비누로 손 씨는 것을 잊지마!" 

애완동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떠오르는 구절(정산 종사)이 있다.

어항을 치워라. 못에서 마음대로 헤엄침을 보리라. 
화병을 치우라. 정원에 피어있는 그대로를 보리라. 
조롱을 열어 주라. 마음대로 날으는 것은 보리라.


어느 날 이 구절을 딸아이에게 해주었다. 
"이 햄스터가 야생에서 자유롭게 자라면 얼마나 좋겠니?"
"아빠, 그렇게 하면 매가 햄스터를 잡아먹잖아. 햄스터가 그렇게 죽으면 아빠는 좋겠어? 우리가 키워주면 자연히 죽을 때까지 잘 살잖아."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7. 21. 06:17

일전에 장모님을 방문했다. 

뜰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작약꽃 사이로 개가 보였다.


편한 개집 안을 놓아두고 지붕에 올라가 대문을 향해 보고 있었다.  


지붕 위로 올라가 집을 지키는 개는 지금껏 보지 못했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 6. 15. 06:42

"발레 수업을 1년 더 받으면 안 되나?"
"싫어."
"1년 더 다닌다면 선물을 사줄 수 있지."
"그렇다면 강아지를 사줘!"
"강아지 말고 다른 것......"
"그럼, 안 갈거야." 

지난 1년간 발레 수업을 받은 10살 딸아이는 힘들다고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한다. 1년 더 다니도록 여러 유인책을 써보지만 효과가 없다. 근래 들어 딸은 무척 애완견을 가지고 싶다고 졸라댄다.

노래 대회 상품으로 받은 개 저금통[관련글]이 애완견을 대신할 것이라고 기대해보았지만, 오히려 애착심에 불씨를 짚힌 것 같다. 

최근 폴란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를 모은 애완동물이 저질러놓은 엉망진창 집안 사진을 보여준다면 애완견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까......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이런 엉망진창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를 보고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마음 속에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는가라는 쪽보다는 사람 사는 집에는 사람과 사람이 부딛끼는 것이 좋겠다는 쪽에 더 무게중심이 이동해 있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 8. 10. 07:12

가까운 친척 한 사람은 애완견을 두고 있다. 식구 모두가 집을 비워야 하는 경우 골칫거리가 애완견이다. 애완견에게 먹이를 주고 산책을 시켜줄 사람을 찾느라 애를 쓴다. 이는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의 한 애로사항이고, 애완견을 두지 않으려는 사람의 한 변명거리이다. 
 

지난 주말 리투아니아 메르키스 강을 따라 카누 여행을 다녀왔다. 점심 식사를 위해 카누 젓기를 쉬고 강변에 있었다. 이때 애완견을 태우고 카누를 젓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개팔자 상팔자"라는 속담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1. 6. 22. 19:39

똑 같은 개가 짓는 소리에 한국 사람들은 멍멍으로, 러시아 사람들은 가프가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아우아우로 듣는다. 똑 같은 고양이가 우는 소리에 한국 사람들은 야옹야옹, 러시아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먀우먀우로 듣는다. 이처럼 민족별로 동물의 소리를 달리 표현한다.

또한 개와 고양이 엄연히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정말 개가 짓는 소리인 멍멍을 낼 수 없을까? 최근 러시아에서 촬영된 동영상에 의하면 고양이도 멍멍거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북미 누리꾼들 사이에 급속도로 화제를 끌고 있는 동영상 하나를 소개한다.

* 유튜브 동영상 정지 화면


윗창문에 열려있는 공기창에 고양이가 올라가 있다. 누군가 몰래 촬영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고양이는 멍멍거린다. 어느 순간 고양이가 주인을 느끼고 뒤로 고개를 서서히 돌린다. 멍멍거림은 조금씩 야옹야옹으로 바뀐다.

고양이도 소리를 흉내낼 수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중남미 숲에서 살고 있는 꼬리가 긴 야생 고양이는  희생자를 유혹하기 위해 어린 원숭이 목소리를 흉내낸다고 한다.
 

하지만 앙숙지간으로 알려진 고양이가 개 소리를 이렇게 낼 수 있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1. 3. 28. 06:15

리투아니아 서부지방에 있는 작은 도시 크레팅가(Kretinga) 거리에 이색 수레가 다니고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수레는 소도 말도 아니고 개가 끌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 개는 코우케이시안 세퍼드(Caucasian Shepherd) 종류이다. 례투보스 리타스 기사에 따르면 1년 9개월인 이 개는 주인이 자신의 승용차를 사고낸 이후부터 수레를 끌고 있다.

겨울철 우물에서 집까지 썰매로 물을 실어날렸다. 이 개가 120kg의 무게까지 끌 수 있다고 확인한 주인은 특수 수레를 제작했다. 개가 끄는 수레를 타고 그는 수 킬로미터 떨어진 가게에 물건을 사오기도 한다. 또한 12살 아들을 하교시키는 데에도 종종 이 수례를 이용한다.

하지만 최근 이 개는 뜻하지 않은 일을 겪고 있다. 수레를 끌고 길을 가는 데 한 취객이 나타나 개에게 접근했다. 개는 앞발을 들고 취객을 밀었다. 이에 취객은 넘어졌고, 다리를 다치게 되었다.

기사에 따르면 경찰은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아직 고민하고 있다. 개 주인의 관리 소홀로 행인이 다쳤을 경우 벌금은 500-1000(25만원-50만원)리타스이다. 하지만 개 주인은 입에 재갈을 채우는 등 관리 소홀로 보이기도 어렵다. 만약 이 수레를 교통수단으로 간주한다면 벌금은 300-500리타스(15만원-25만원)이다.

아뭏든 주인의 불편을 도와주는 개가 끄는 수레가 참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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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Kazlaučiūnaitė / source link, Lietuvos Rytas]

* 최근글: 폴란드 장애인용 주차장 존중하기 이색 캠페인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8.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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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고 있지만 물고기 한 마리가 같이 살고 있다. 두 딸이 개를 키우자고 졸라대지만 용케 지금까지 이들의 간청을 뿌리치는 데 성공했다. 빌뉴스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려면 이웃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 오른쪽 사진: 마르티나가 기르는 물고기 '구티스')

1년 반 전 큰 딸 마르티나의 남자 친구 어머니가 생일 선물을 했다. 바로 물고기였다. 난감했다.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마르티나는 어항을 자기 방에 놓아두면서 관리하고 있다. 물고기에게 '구티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마르티나가 집에 없을 경우 아내가 그 일을 맡는다. 식구 모두가 집을 비울 경우 옆집 할머니에게 부탁한다. 이럴 때마다 작은 딸 요가일래에게 "봐, 애완동물이 있으면 불편하지?"라고 묻는다.

마르티나는 일주일에 한 번 어항물을 갈아준다. 물갈기뿐만 아니라 어항, 돌, 풀 등을 아주 깨끗하제 청소한다. 수돗물을 그대로 하지 않고 정화시킨 물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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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나도 아내도 집에 없다. 벌써 마지막으로 물을 갈은 지 벌써 10일이 넘었다. 어항 내면은 녹조가 끼어 물고기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한 담? 내가 애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식구들은 다 잘 안다.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내가 어항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 오른쪽 사진: 녹조 낀 어항)

20여일째 매일 저녁 냉동실에서 지렁이 밥을 꺼내 먹이를 주고 있다. 어제는 큰 맘을 먹고 어항청소를 결심했다. 막상 하려고 하니 청소규칙이 있을 법했다. 일단 영국에 머물고 있는 물고기 주인 마르티나에게 물었다. 아내에게도 물을 수도 있었으나, 비밀로 해두고 싶었다. 분명이 감동주는 깜짝행위가 될 것이다. 마르티나가 알려준 대로 했다.

     정수를 작은 그릇에 담고 물고기를 옮긴다.
     씻는 동안 그 그룻에서 계속 정수를 담는다.
     기존 어항물을 욕실에 쏟고, 어항을 비누를 사용하지 않고 깨끗이 씻는다.
     돌과 풀을 꺼내서 따로 깨끗이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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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6개월 동안 내가 처음으로 어항을 청소하고 있다.

쉽다. 어항물을 쏟으니, 케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냄새가 몹시 역겨웠지만, "오늘 내가 아내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청소할 생각을 잘했다."고 위안하면서 작업을 계속했다. 작은 돌들을 씻은 후에는 손가락 끝이 한 동안 시큰거렸다. 손가락 안마로 여겼다. 이렇게 하다보니 3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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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항 속 하얀 접시는 아내의 착안이다. 지렁이밥이 돌 위로 떨어지면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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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한 어항에 힘차게 움직이는 '구티스'

깨끗한 어항에 넣자마자 물고기는 힘차게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어항 속 물고기를 보면 늘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어항을 치우라, 못에서 마음대로 헤엄침을 보리라.
      화병을 치우라, 정원에 피어있는 그대로를 보리라.
      조롱(鳥籠)을 열어 주라, 숲에서 마음대로 나는 것을 보리라."
(정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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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0. 4. 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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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에 모처럼 따뜻한 봄날의 햇살을 받으면서 시내를 산책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사는 친구가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

여자친구가 대통령궁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친구와 함께 빌뉴스 시내중심가를 3시간 걸어다녔다.

집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헤어진 후 갑자기 피곤이 쏟아져 잠을 청했다. 그런데 얼마 후 아내와 두 딸이 컴퓨터 앞에서 쏟아내는 폭소로 그만 잠을 깨고 말았다.

"아빠, 빨리 일어나 이 고양이들 좀 봐! 정말 재미있다."라는 요가일래의 성화에 일어나야 했다.

우리 가족을 폭소시킨 고양이 동영상들을 소개한다.

1. 두 다리로 직립해 밖을 살피는 고양이




2. 프린터기와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고양이
 
 

3. 권투 선수인 듯한 고양이



4. 혼비백산하는 고양이



* 최근글: 유럽 친구가 요리한 다양한 한국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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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7. 21. 14:57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는 녹지대가 많다.
해가 쨍쨍나는 날 공원에는 여기 저기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원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개똥이다. 겨울에는 개똥이 눈이 잘 띄지만
여름에는 풀에 가려 잘 안 보인다.

이렇게 빌뉴스 시청은 개똥 처리에 골머리를 앓다가
올해부터 공공장소에 개똥전용 쓰레기통을 설치하고 있다.
이 쓰레기통은 녹색 철통에 하얀 색 개 그림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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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통을 버리는 행위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개똥을 방치하다가 처음으로 적발되면 벌금이 20-200리타스(1만원-10만원),
두 번째 적발되면 벌금이 400-800리타스(20만원-40만원)이다.

개똥을 줍지 않고 그냥 방치하다 적발되면
개값을 온통 날리는 수도 생길 법하다.
여러분이 사는 도시엔 어떻게 개똥을 처리하나요?

* 관련글: 프라하엔 개똥 전용 쓰레기통이 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4. 24. 15:02

녹지대가 많은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 도심엔 개주인들이 개똥을 그대로 방치해 도시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시청은 지난 10년 동안 개똥 봉투를 구입할 것을 권유하는 등 개 주인들의 자발적인 수거를 독려했지만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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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날씨가 풀려 딸아이와 인근 공원에 자주 산책을 간다. 사방에 있는 개똥을 피해 어느 풀밭에 앉아야 할 지 늘 자리를 물색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왜 일까?

최근 빌뉴스 시청은 도시 미관과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벌금제를 도입제를 도입했다. 네발 짐승을 기르는 주인이 공공장소에서 이들 애완동물의 배설물을 직접 수거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최고 300리타스(15만원) 벌금을 물게 된다. 개똥 하나에 15만원! 너무 비싸서 모두가 치울 것만 같다.

공공장소는 빌뉴스 전역의 공원, 거리, 광장, 심지어 숲속까지 포함한다. 4월과 5월 관할구청은 집중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아아, 개똥 염려없이 딸아이와 인근 공원 풀밭에서 마음 뛰어 놀 시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관련글: 프라하엔 개똥 전용 쓰레기통이 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3. 2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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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례투보스 리타스 3월 19일자 관련 기사.

어제 학교 수업을 마차는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를 데리려 가기 위해 학교길을 따라 나섰다.

작은 슈퍼가게 앞에서 몰골히 흉칙한 검은 색 개 한 마리기가 이리저리 두러번거리다 학교쪽으로 사라졌다. 단번에 집 없는 개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딸아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나면서 보니 그 검은 색 개는 아이들이 던지는 눈뭉치를 따라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성공하자 눈을 먹으려했다. 눈보다 밥을 주어야 할텐데......
 
배고픈 개를 저렇게 뺑뺑이 돌리면 남은 기력마저 소진할텐데......

여기는 남의 일에 간섭하고 간섭받는 것을 싫어한다.
"야, 너희들 개가 힘드는 데 이제 그만하지?!"라는 말에
돌아올 답은 뻔하다.

"아저씨가 어떻게 개가 힘드는 지 알아요?
개가 힘들면 스스로 안 하고 이 자리를 떠나갈거예요.  
참견 말고, 그냥 가는 길이나 가세요"라고 할 것 같다.

일전에 술을 너무 자주 마시는 리투아니아인 친구에게
"너 술 이제 좀 그만 마셔라!"라는 말에
"나는 너에게 한번도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데
너는 왜 그렇게 하니?"라는 말이 떠올랐다.

집으로 돌아와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신문을 읽어내려갔다. 사진 속에 개 다섯 마리가 있는 기사였다. 리투아니아 지방도시인 우크메르게의 중심가에 요즘 난데없이 주인들이 버린 개들로 교통과 행인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버려진 개들의 처리로 시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리투아니아에선 버려진 개를 쏴서 죽이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주사로 안락사를 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한 마리당 20리타스(1만천원)이다. 지난 해 후반부터 경제위기로 살기에 힘들어져 키우던 개나 고양이를 버리는 주인들이 현저하게 늘고 있다.

아아, 경제위기로 애꿎은 애완동물도 고생하는구나!
모든 것이 재빨리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