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5. 4. 27. 06:30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우리집 애완동물은 햄스터이다. 드와르프 햄스터(dwarf hamster)이다. 2012년 12월 성탄절에 장모님이 작은딸에게 선물했다. 작고 귀여웠다. 우리집 햄스터의 이름은 길레(리투아니아어로 도토리)이다. 



아침에 일어나 잠결에 있는 듯한 햄스터에 "더 자~"라고 인사하고, (야행성이라) 밤에 잘 때는 "밤새 혼자 잘 놀아라"라 인사한 후 잠에 든다. 햄스터 집을 청소하는 일은 딸이 맡아서 다 했다. 1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톱밥으로 바닥을 깔아주었다. 


부엌 창가에 놓아두었다. 아침 밥을 먹으려고 하면 야자껍질 안에 자고 있는 듯한 햄스터가 일어나 철망을 물어뜯거나 쳇바퀴를 돌려댄다. "밥 줘!"라는 신호이다. 그래서 해바라기씨앗 서너 개를 먹이통에 넣어주면 쏜살깥이 먹이통 안으로 들어가 야금야금 씨앗을 까서 먹거나 먹이주머니에 저장해둔다.


새벽까지 일하다가 부엌으로 들어가면 마치 반기듯이 쳇바퀴를 신나게 돌린다. 그에 대한 답례로 먹이통에 해바라기씨앗을 넣어준다.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같은 해바라기씨앗을 먹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여기 유럽 사람들은 날해바라기씨앗 대신에 주로 소금에 볶은 해바라기씨앗을 먹는다. 


딸아이는 햄스터에게 나를 할아버지로 소개한다. 그래서 늘 햄스터에게 말을 걸 때는 "여기, 할아버지다"로 시작한다. 햄스터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면 우리 가족이 아주 좋아한다. 사실 사람이 사는 집에 사람외에 다른 생령을 들이는 것에는 나는 적극적이지 못하다. 어린 시절 시골집 마당에 개를 길러본 것이 전부이다. 애완동물 기르기에는 다 장단점이다.


금요일 오후에 딸아이가 햄스터가 힘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낮이라 그런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갈수록 힘이 없어지고 다리가 불편해보였다. 평소 잽싸게 먹이통에 기어올라가더니 이제는 몸시 힘들게 올라갔다. 직감적으로 때가 왔구나라고 느꼈다. 그런데 오전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햄스터는 활동했다.


밤이 되자 우리에 있던 햄스터는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며칠 전 중앙난방이 끊겼다. 체온을 떨어질 것 같아 아내에게 마지막 순간이라도 따뜻하게 갈 수 있도록 천으로 덮어주라고 했다. 저녁 시간부터 우리집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평소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간다"라고 딸아이에게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손수건을 꺼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2년반을 함께 지냈던 생명 하나가 죽어가는데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기 전 가족이 햄스터 앞에서 좋은 곳에 몸을 다시 받기를 기도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햄스터는 자기가 평소 달리던 쳇바퀴 밑에서 싸늘한 채 누워있었다. 창문 밖 뜰에 묻어주기로 했다. 


묻어있는 톱밥을 털어내고 하얀 부드러운 종이로 햄스터를 둘러쌌다. 막 꽃이 필 사과나무 밑둥 옆에 땅을 팠다. 노잣돈의 상징으로 동전을 식구수대로 넣고 햄스터를 묻고 도토리 열매 4개와 해바라기씨앗 10개, 호박씨앗 3개를 함께 넣은 후 땅을 덮었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민들레 2개를 옮겨 심었다.


아파트 계단을 올라오면서 "아빠, 길레를 묻어줘서 고마워"라고 딸아이가 듬듬한 듯 말했다. 그런데 자기 방에 들어간 딸아이는 나오지를 않았다. 돌아와서 두 시간이나 혼자 슬퍼서 훌쩍이고 있었다. 손수건이 흠쩍 젖어있었다. 안아주면서 "힘내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햄스터와 놀다가 자기 가슴 위에 올려놓으면 그대로 새록새록 잠이 들어버리는 햄스터를 딸아이가 쉽게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햄스터 옆에 옮겨심어 놓은 민들레가 뿌리를 내려 해마다 노란꽃을 피워주면 참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3. 9. 9. 06:11

우리 집 애완동물은 난쟁이 햄스터이다. 초등학생 딸아이가 돌본다. 지난해 성탄절에 외할머니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딸아이는 햄스터에게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고, 햄스터를 "길레(도투리라는 뜻)라 부른다.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길레야, 엄마 왔어. 잘 있었어?"라고 말한다.

"자, 할아버지하고도 놀아야지?"라면서 종종 딸아이는 햄스터를 내 손에 놓는다. 햄스터는 손바닥에서 어깨까지 살금살금 기어올라간다.    



최근 딸아이는 아빠에게 카메라를 준비하라고 했다.

"아빠, 내가 길레를 재울 수 있어."
"어떻게?"
"잘 보고 촬영해."

딸아이는 길레는 손에 보듬고 소파에 누웠다. 


잠시 동안 길레는 딸아이 손의 포근함에 정말 잠이 들었다.


한 동안 길레는 작은 철망 우리 대신 넓은 거실을 우리 삼아 잠에 빠졌다. 말은 서로 통하지 않지만 딸아이와 햄스터는 이렇게 교감하며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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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3. 4. 8. 05:21

초등학생 딸아이는 피자를 좋아한다. 그런데 딱 한 종류만 좋아한다. 리투아니아 피자가게에서 '이탈리아식 피자'로 불리는 아래 피자이다. 


주말이고, 또한 음악학교 노래 공연도 한 딸아이의 부탁을 받고 대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피자가게를 방문했다. 이 가게 회원이면, 피자 하나를 주문할 시 다른 하나를 그냥 준다. 

"크기가 최소, 최대, 그란드(왕대, 지름이 50cm) 이렇게 세 가지인데 어느 것을 살까?"
"물론 그란드이지."

한 판 가격이 40리타스(약 1만 7천 원)였다.
집으로 가져오자마자 딸아이는 우리에서 햄스터를 꺼냈다.

"길레(도토리라는 뜻으로 햄스터 이름)야, 엄마가 피자 줄게. 우리 피자 먹자!"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먹는 음식인데......"
"괜찮아. 길레도 우리와 같이 사는데 먹을 수 있잖아."
"그러면, 아빠가 먹을 피자의 딱딱한 부분만 주자." 


이렇게 이날 파자는 햄스터가 먼저 시식했다.


딸아이 덕분에 처음 피자를 먹은 우리 햄스터,
살 때까지 함께 잘 살자.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3. 19. 07:22

우리 집 애완동물은 난쟁이 햄스터이다. 며칠 전 초등학교 딸아이의 숙제가 자신이 기르는 애완동물에 대한 글짓기였다. 딸아이는 열심히 글을 써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아내가 평소 애완동물에 대해 별다른 감정을 갖지 않고 있는 나에게 한마디했다.


"봐, 우리가  적어도 햄스터라도 애완동물을 가지고 있으니 망정이지 만약 없다면 딸아이가 어떻게 숙제를 잘 할 수 있겠어?!" 

딸아이와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내가 햄스터에게 먹이를 주거나 같이 놀아주면서 관심을 보일 때다. 어느날 주는 해바라기 씨를 잘도 받아먹기에 먹이통이 비었다는 것을 확인하면 또 해바라기 씨를 넣어주었다.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받아먹지 않겠지라고 믿으면서 이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다음날 우리 한 구석이 엄청 높아져 있음을 발견했다. 햄스터는 먹이를 저장할 수 있는 볼주머니가 있고, 또한 둥지에 저장을 해둔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해바리 씨로 정말 두툼한 태산을 쌓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좋은 경험이었다. 


"아빠가 햄스터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많이 주면 안 돼. 
 이제 아빠도 햄스터에 대해 공부를 좀 해!" 
"아빠가 많이 무식해서 미안해."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2. 2. 9. 09:00

10여일 동안 영하 20-30도의 혹한이 지속되더니 어제부터 기온이 조금 높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시각 기온은 영하 11도이다.

유럽 전역이 한파로 고생하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경찰과 소방대가 추운 날씨에 출동해 아파트 발코니에 머물고 있는 남녀를 구조했다.

유럽 언론(balsas.lt lenta.ru)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영하 11도였다. 부부가 잠시 발코니로 나가 있는 동안 자신의 고양이가 발코니 출입문을 우연히 닫아버렸다. 부부는 발코니 쪽에서 이 문을 열지 못해 아파트로 들어올 수가 없었다. 

발코니에 떨고 있는 이들을 본 이웃이 구조를 요청했다. 경찰과 소방대가 충돌해 한 시간 동안 작업을 펼친 끝에 이들 부부는 무사히 아파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 아파트 현관문은 문짝이 두 개다. 안쪽 문은 자동으로 잠긴다. 열쇠를 집안에 그냥 놓고 무의적으로 이 안쪽 문을 닫았다가는 문을 부수지 않는 한 들어올 수가 없다. 그러므로 안쪽 문을 열기 전 반드시 주머니난 손에 열쇠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것이 귀찮아서 아예 자동잠김 장치를 해제해 놓았다.

고양이가 닫아버린 문도 이런 문일 것으로 여겨준다. 길러주었더니 혹한에 주인 부부를 발코니에 가둬버리다니...... 물론 전혀 의도한 것이 아니겠지만, 한 순간은 얄미운 생각이 들었을 법하다. 

아래는 폴란드 소방대가 화재현장에 출동해 의식을 잃은 고양이를 심폐소생술로 살리는 장면이다. 


우연히 주인을 혹한에 가둬버린 고양이,
소방대 도움으로 생명을 되찾은 고양이......

애완 고양이를 키우다보면 이런 애환을 겪겠지...... 그래도 키워볼 마음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