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에 해당되는 글 90건

  1. 2009.07.17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포즈들 13
  2. 2009.07.16 "아빠가 작아져서 내 짝이 되었으면 좋겠다" 8
  3. 2009.07.04 수(繡)를 놓는 7살 딸아이 8
  4. 2009.07.03 컴퓨터에 뿔난 딸아이, 아빠 힘내라 1
  5. 2009.06.18 세례식 전야, 눈물 펑펑 딸아이 사연 13
  6. 2009.06.17 엄마, 아빠를 따로 사랑하는 딸의 이유 4
  7. 2009.06.16 7살 딸이 달걀 노란자를 먹지 않는 까닭 9
  8. 2009.06.05 7살 딸의 컴퓨터로부터 눈보호하는 법 9
  9. 2009.05.28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2
  10. 2009.05.19 펑펑 울던 7살 딸, 엄마를 쉽게 용서했어요 4
  11. 2009.05.19 동서양인의 눈 크기 차이는 쌀과 감자 때문? 11
  12. 2009.05.17 슈퍼스타가 안 되겠다는 7살 딸의 변심 12
  13. 2009.05.16 7살 딸이 아빠와 산책 좋아하는 이유 2
  14. 2009.05.15 발코니 딸기, 꽃피고 익을 때까지 2
  15. 2009.05.13 노래경연 1등한 딸, 화가가 되겠다니 5
  16. 2009.05.09 비오는 날 나무 목욕하니, 우리도 할까? 4
  17. 2009.05.08 어머니날 선물 지분 50%를 아빠가 차지한 까닭 3
  18. 2009.05.07 왜 낮에 달이 하늘에 떠있지? 7
  19. 2009.05.05 딸에게 애완동물을 사주지 않는 까닭 14
  20. 2009.05.01 4식구 성(姓)이 각각 다른 우리 가족 1
  21. 2009.04.30 부모를 별침, 동침시키는 7살 딸아이 사연 4
  22. 2009.04.29 꽃을 꺾으면 빨리 죽잖아!
  23. 2009.04.27 꽃선물 없이 본 7살 딸아이 노래공연 1
  24. 2009.04.20 아픈 딸아이에게 준 아빠의 선물 4
  25. 2009.04.14 7살 딸아이가 그린 태극기 6
  26. 2009.04.09 7살 딸이 영어 아닌 불어를 선택한 이유 32
  27. 2009.03.31 딸 덕분에 운동하는 창피한 아빠 2
  28. 2009.03.27 한국 사람들 결혼 빨리 해라 5
  29. 2009.03.23 생일이 3개인 아빠에게 준 딸의 선물 15
  30. 2009.02.14 밸런타인데이에 7살 딸이 준 선물 14
요가일래2009. 7. 17. 08:38

요즘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만나면 "여름이지만 여름이 아니다"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영상 20-30도의 날씨에 해가 쨍쨍나야 여름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여름날은 지금껏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니 이 말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편 바쁜 일에 파묻혀 있는 아빠는 호수로 가자라는 딸아이의 성화같은 재촉을 받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다.

딸아이는 손님으로 가기를 좋아하고, 또한 낯에 익은 손님들이 오는 것을 좋아한다. 어제 저녁 드디어 모처럼 가족이 교외에 있는 친척집으로 손님으로 갔다. 잘 다듬어진 잔디밭을 보더니 딸아이의 모델끼가 발동했다. 그 동안 바빠서 딸아이와 같이 놀아주지 못한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열심히 촬칵촬칵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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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사람들 모두를 사랑해요."

"아빠, 아빠는 나하고 이렇게 손잡고 산책하는 것을 좋아해?" — "정말 좋아해."
"나도. 우리 이제 자주 이렇게 하자. 알았지?" — "날씨가 좋아지도록 우리 소원을 빌자."

* 관련글: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수영복 포즈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7. 16. 16:31

딸아이 요가일래는 오는 11월이면 만 8살이 된다. "딸은 엄마보다 아빠를 더 가까이 한다"는 속설을 그 동안 별로 느끼지를 못했다. 때론 엄마가 부러웠다. 이럴 때에도 딸아이의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너, 아빠와 엄마 중 누구를 조금 더 사랑해?"
"둘 다 똑 같이 사랑하지."

최근 들어서 딸아이는 아빠의 기분을 부쩍 즐겁게 해주고 있다.
어젯밤 12시에 자러가는 딸아이는 아직도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있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책 읽어줘! 아빠가 책 읽어주면 잠이 빨리 와."
"그래 알았다. 가자." 딸아이를 등에 업고 침대방으로 갔다.

책을 읽어내려가는 중에 딸아이는 "잠깐!"이라고 외쳤다.

"아빠, 아빠는 정말 좋다. 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읽어주고, 내가 물을 달라고 하면 주고..."
"봐. 그러니까 너도 아빠 말을 잘 듣고, 약속을 잘 지켜야 된다."

"알아서. 아빠가 나만큼 작아져서 내 짝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아빠가 작아질 수 없지. 너가 더 자라면 아빠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난 결혼하기 전의 Vilma (빌마)가 될거야."
(치과의사 빌마는 우리집에 자주 오는 친척이다.)
"치과의사가 된다고?"

"아니. 빌마처럼 결혼하지 않고 살래. This is my destiny!"라고 딸아이는 영어로 단호하게 말했다.
"너 그런 말 어디에서 배웠니?"

"TV 만화에서 배웠지. 크면 결혼하지 않고 엄마 아빠와 오래 오래 살래."
"그래, 크면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자, 이제 계속 책을 읽을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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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포즈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7. 4. 07:24

드디어 어제 중요한 일을 끝냈다. 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침에 일어나 아빠 컴퓨터가 켜져있지 않자 "와! 우리 아빠 일 다 끝났네! 축하해~~~"라고 말하면서 아빠를 꼬옥 안았다. 그리고 딸아이는 얼른 방으로 사서 닌텐도를 가져왔다.

"아빠, 내가 가르쳐 줄테니 한 번 이것으로 나하고 같이 놀자."
"난 이런 놀이 정말 힘들어." (사실 아빠는 게임에는 문외한이다)
"아빠, 여기 노는 방법이 다 적혀있어. 읽으면 돼!"

그래서 한 두 게임을 같이 해봤다.
그리고 딸아이 왈: "아빠는 정말 게임을 못한다. 그만하자!"

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 딸아이는 이렇게 심심하게 논다. 하지만 종종 즐겨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천에 그림을 그려 수를 놓는 일이다. 30-40년전 시골에서 누님들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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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혹시 바늘에 손가락이 찔리면 어쩌나 걱정스럽기도 했다.

"너 그러다가 손가락이 찔려 피가 나면 어떻게 하나?"
"괜찮아. 아빠가 내 의사이니까."

* 관련글: 컴퓨터에 뿔난 딸아이, 아빠 힘내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7. 3. 08:52

지난 5월 말에 여름방학을 한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요즘 심심해 죽을 맛이다. 방학이면 학교에 가지 않으니 부모와 많은 시간을 가질 것이라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방송분야에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는 아빠는 여름철이면 낮시간이 길어서 촬영꺼리가 겨울철보다 훨씬 많아 바쁘게 지낸다. 6월 초순내내 서울에서 온 피디와 함께 리투아니아 전역을 돌아다니느라고 딸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없었다.

이어서 중순부터 조금 전까지 그야말로 죽기살기로 또 다른 일을 했다. 자는 시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번역하고, 편집하고, 조판 작업만 했다. 274쪽에 달하는  에스페란토로 된 책이다. 평소 존경하시던 분이 지난 해 이맘 때 돌아가셨다. 그분의 1주기인 7월 4일을 맞아서 후학들이 추모문집을 만드는 데 번역과 컴퓨터 조판작업을 맡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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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컴퓨터 조판한 책의 한 부분

번역하고, 사진 고르고, 다시 컴퓨터 조판하는 데 생각보다 엄청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방학에 아빠와 같이 한글, 천자문 등 여러 것을 같이 배우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났는데도, 아빠는 여전히 바쁘다. 딸아이가 일어나 보면 아빠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고, 자러갈 때도 아빠는 여전히 컴퓨터에 눈을 응시하고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다.

어제 아침 일어난 딸아이는 아빠 방 책장 옆에서 종이를 꺼내 무엇인가를 그리고 있었다. 심심하니까 그림을 그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후 딸아이는 아래 그림을 아빠에게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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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어 철자로 된 "HIMNERA" (힘내라)라고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데스크탑, 노트북 모두가 빨간색으로 X로 금지 표시를 해놓았다.
"아빠, 힘내서 빨리 일을 끝내고 컴퓨터 하지 말고 우리 같이 놀자!"
최근 딸아이가 무엇인가를 부탁할 때마다 아빠가 빨리 일을 끝내야 마음껏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고 거절해야 했다. 그래서 딸아이는 "힘내라"라고 응원하고 있다.
"아빠를 이해해줘 고마워~"
오늘 아침 딸아이가 일어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내나 공원으로 산책을 가야겠다.

* 관련글: 21C 세계 평화의 언어 에스페란토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6. 1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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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아이들 대부분은 유아시절 세례식을 받는다. 그래서 성탄절이나 부활절 등 대모와 대부로부터 선물 받기를 즐겨한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만 7살반인데 아직 대모와 대부가 없었다. 이런 명절이 되면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가끔 엄마와 외가쪽에서 대모와 대부를 정하자는 뜻을 피력했지만, 아빠의 신앙이 달라 주저했다. 또 다른 이유는 적합한 대모와 대부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래에 들어와 엄마는 결혼해서 아들을 낳은 조카부부를 대모와 대부를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우선 딸아이에게 물으니 좋다고 했다. 그리고 조카부부에게 물으니 선뜻 응하겠다고 답했다. 이렇게 7년이라는 긴 세월 수면 아래에 있던 딸아이 세례가 3일만에 일사천리를 이루어졌다.

먼저 월요일 조카부부를 집에 초대해 승낙여부를 확답 받았다. 그리고 시골에 사시는 는 장모님에게 전화해 화요일 성당 신부님께 부탁해 수요일 오후에 일정을 잡도록 했다. 모든 것이 원만하게 이루어졌다.

화요일 엄마는 딸아이와 함께 백화점에서 속옷부터 시작해 세례식 때 입을 옷을 모두 새 것으로 샀다. 헌옷을 입고 세례식에 참가하면 평생 좋은 옷을 입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아빠는 자기 전에 딸아이에게 목욕재계를 시켰다. 그리고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깨끗이 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딸아이는 다음 날 세례식에 대한 설레이는 마음으로 혼자 방에서 잘 준비했다. 하지만 한참 후 방안에서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가보니 딸아이는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울고 있었다. "왜"라고 물어도 대답 없이 엄마를 꼭 껴안고 울기만 했다.  

우리 부부는 원인분석에 들어갔다. 답은 간단했다.

이날 낮 백화점에서 옷을 사면서 엄마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대모와 대부의 역할을 이야기했다. 부모가 불상사를 당하면 아이의 성장을 책임지는 것이 리투아니아인들이 생각하는 대모와 대부의 첫 번째 역할이다. 그래서 대모와 대부는 친척들 중 신망 있는 사람들 중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위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보니 이 세례식은 새로운 신앙인으로 태어나는 것보다는 아이를 후견하는 대모와 대부를 공식적으로 정하는 의미가 더 강해 보인다.   

바로 이 '불상사'라는 말에 딸아이가 서럽게 울었던 것이다. 이런 지경이라면 당장 세례식을 취소하자는 말이 목구멍 아래까지 치밀어 올라왔다. 딸아이가 이렇게 서럽게 우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길거리에서 죽어있는 새 등을 볼 때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저렇게 생을 마감한다고 어릴 때부터 딸아이에게 이야기해왔지만, 막상 가까운 인연을 그렇게 상상하니, 그 상상마저도 7살 딸아이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두가 오래 오래 같이 살자고 간절히 기도하면 그 기도에 감응이 올 것이다"라고 설득에 설득을 한 후에야 딸아이의 서러운 한 시간 울음은 그쳤다.

어제 수요일 딸아이 세례식은 잘 끝났다. 특히 머리 위로 컵 가득 물을 쏟는 순간 울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지만 미소 띤 딸아이의 얼굴을 보니 대견스러웠다. 이날 엄마는 아빠의 신앙을 고려해 딸아이의 왼손 팔에 염주를, 그리고 오른손 팔에 묵주를 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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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딸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대모와 대부가 생겨서 좋다고 하니 덩달아 아빠로서 기분이 좋다. 특히 대모는 미스 리투아니아 출신이고, 대부는 리투아니아 축구 대표선수이니 딸아이의 성장에 좋은 인연이 되어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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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식을 마친 딸아이의 해맑은 미소 속에 펑펑 서럽게 울던 세례식 전야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딸아, 이 행복한 미소로 일생을 살아가도록 노력해~~~"

* 관련글: 7살 딸이 달걀노란자를 먹지 않는 까닭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6. 1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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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아파트 발코니에서 7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그네를 타면서 노는 동안 한국에서 온 주간지 잡지를 읽고 있었다.

이때 딸아이는 잡지 광고에 있는 아름다운 한국인 여자를 보더니 아빠에게  대뜸 물었다.

"아빠, 아빠는 한국 여자가 아빠의 아내가 되었으면 좋겠어?"
"아니. 벌써 아내가 있잖아. 너는 이런 사람이 너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어?"
"아니. 나도 벌써 엄마가 있잖아."
 
다문화 가정에 살고 있는 딸아이는 철이 들어가면서 점점 더 많이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느끼는 것 같다.

언젠가 엄마와 아빠를 따로 사랑하는 이유를 말하는 딸아이의 앙증스러운 순간이 떠올랐다.

"엄마, 난 아빠 안 사랑하고 엄마 사랑해."
"왜?"
"내가 엄마 뱃속에 있었으니까, 여자가 되었고 엄마를 사랑해.
내가 아빠 뱃속에 있었더라면, 남자가 되었을 것이고 아빠를 사랑했을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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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난 엄마 안 사랑하고 아빠를 사랑해."
"왜?"
"아빠 머리카락이 까맣고, 내 머리카락도 까맣다.
아빠 눈 까맣고, 내 눈도 까맣다. 그러니까 난 아빠를 사랑해."

* 관련글: 7살 딸이 달걀노란자를 먹지 않는 까닭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6. 16. 14:00

종종 삶은 달걀을 먹는 7살 딸아이 덕분에 덤으로 먹는다.
삶은 달걀을 볼 때마다 기차칸에서 출출한 배를 채우던 시절이 떠올랐다.

평소 아무런 말 없이 삶은 달걀을 잘 먹던 딸아이는
몇일 전 아빠 책상 옆 자기 책상에서 삶은 달걀을 까면서
뜬금없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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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정말 나빠!"
"왜?"

"우리가 달걀을 먹으니 병아리가 태어날 수가 없잖아!"
"........"

그렇게 달걀을 먹던 딸아이는 쟁반을 건네주었다.
그 쟁반 위에는 노란자가 남아있었다.

"왜 노란자를 먹지 않았니?"
"병아리가 너무 불쌍해서 먹을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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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딸아이는 노란색 노란자에서 노란색 병아리를 떠올리면서
노란자를 먹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세상에 먹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겠다.
소시지를 보면 돼지가 생각나고, 딸기를 보면 예쁜 꽃이 생각나고...."
"아빠, 됐다! 그만...."

* 관련글: 7살 딸의 컴퓨터로부터 눈보호하는 법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6. 5. 07:46

지난 월요일부터 아내와 함께 매일 아침 9시경 집을 나가 저녁 9시경에 집에 돌아온다. 서울에서 온 손님을 도와주고 있다. 여름방학으로 하루 종일 집에 있는 7살 딸아이를 어떻게 하나가 제일 걱정꺼리였다. 다른 도시에 사시는 장모님에겍 부탁했으나 여러 일로 바쁘다고 하신다. 다행히 언니가 여름방학 전 마지막 주 수업이라 평소보다 일찍 집에 올 수 있다.

얼마 전 딸아이가 혼자 밖으로 나가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그 동안 혼자 어디로 나간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어딜 가니?"
"응, 가게에 아이스크림 사러 가."
"혼자?"
"응."
"안 돼! 가려면 아빠하고 같이 가야 돼!"
"아빠, 난 아기가 아니야. 이제 나도 컸어!"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은 딸아이를 혼자 보내고 내내 창문으로 딸아이의 가고옴을 지켜보았다. 걱정 되었지만, 혼자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것을 보니 "아, 이제 딸아이도 컸구나!"에 미소가 나왔다.

이번에서도 딸아이는 좀 무섭기는 하지만, 언니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혼자 있어보겠다고 했다. 딸아이가 자고 있는 사이에  집을 나간다. 그리고 일어난 딸아이는 전화해서 안부를 전한다. 대부분 컴퓨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컴퓨터 놀이에 집중하다보면 무서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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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도 늦게 집에 돌아왔다. 딸아이는 오이를 썰어달라고 했다. 일부는 먹고, 일부는 눈 위에 올려놓았다. 눈 위에 올려놓은 이유를 물으니, 대답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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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컴퓨터를 많이 해서 눈이 아파. 그래서 내일도 컴퓨터를 하려면 이렇게 눈을 보호해주어야 돼!"
"그래, 아빠가 일을 다 마치면 컴퓨터 대신 많이 같이 놀아줄께!"

* 관련글: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28. 13:48

조금 전 7살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왔다.
오늘도 딸아이와 실랑이를 벌인 여러 날 중 하나였다.

이유는 책가방이다.

책가방을 들어보니 다소 무거웠다.
딸아이가 옷을 입고 사이에
이 가방을 어깨에 메고 현관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옷을 다 입고 방에서 나온 딸아이는
얼른 가방을 낚아채더니 엄마에게 준다.

"엄마, 잘 보관해! 아빠가 가져갈 수 없도록."
"가방이 무거우니까. 아빠가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

엄마가 아빠에게 다시 주려는 가방을 놓고
딸아이는 재차 빼앗았다.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가면 자라고 있는 허리에 좋지가 않아!"
"그래서?"
"그러니까 가방이 무거운 날은 아빠가 들고가야지."
'아빠, 내가 학생이야! 학생이 책가방을 들고가야지!"
"그래. 맞다. 무겁지만 학생인 너가 들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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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딸아이의 "내가 학생이야!"라는 말에 책가방을 둘러싼
아빠와 딸아이의 실랑이는 종료되었다.

중학교 다닐 때 한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가방이 너보다 더 크다!"
그땐 참으로 무거운 가방을 많이 들고  다녔다.
교과서에다 참고서에다......

이렇게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수십년 묵은 옛 기억들을 되살려보는 아침이 많다.

* 관련글: 저울이 있는 특이한 책가방 등장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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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9일은 7살 딸아이 요가일래의 학교생활사에 길이 남을 날이다. 써놓고 보니 너무 거창한 구절인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이다. 2008년 9월 1일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요가일래는 그 동안 등교와 하교 시에 늘 누군가 함께 했다.

처음에는 학교 교실까지, 나중에는 학교 입구까지, 그리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하교시엔 학교와 집 중간에서 만나서 같이 돌아왔다. 그러다가 근래에 와서는 하교시에 친구 엄마가 태워주는 일이 잦았다.

이렇게 학교 수업이 끝나기 전 늘 교실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이 사라졌다. 이제 딸아이가 수업을 마친 후 전화해서 어떻게 할 지를 결정했다. 지금껏 학교 다닌 지 10개월이 넘었지만, 혼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적이 없었다. 과잉보호라고 할 수 있겠지만, 딸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동안 아버지와 딸 사이 재미가 솔찬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이것을 좋아한다.

5월 19일 어제 아침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자명종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주말이나 딸아이의 휴대전화 카드에 돈을 충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신은 되지만 걸 수는 없었다. 투덜대는 딸아이에게 엄마는 학교수업이 끝나자마자 꼭 전화할 것을 약속했다.

아내는 딸아이가 학교에 있는 동안 여러 가지 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전화해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나버렸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 아파트 현관문에세 코드번호를 입력하는 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요가일래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누가 태워져서 온 것으로 여겼다.

아파트 문을 열고 딸아이를 맞았다. 하지만 요가일래는 엄마를 보자마자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이제껏 그렇게 슬프게 운 적을 본 적이 없는 같았다. 이날따라 어느 정도 거리까지 같이 올 수는 친구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사라졌다. 그래서 딸아이는 엄마 전화를 기다리다가 지쳐 혼자 집으로 돌아오길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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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울음 소리에 약 1km 길을 걸어오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엄마는 연신 딸에게 잊어버린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딸아이는 엄마 품에서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진정된 후 딸아이는 점심을 먹고 예전처럼 평온을 되찾았다.

"너, 오늘 처음으로 집으로 혼자 오게 된 것을 축하해. 정말 대단해!"
"아빠, 그렇게 말하지 마. 오면서 길을 건너고, 신호등을 건널 때 무서웠어."

"엄마가 전화하지 않아서 너 아직도 마음이 아파니?"
"아니, 벌써 엄마를 용서했어. 사람은 잊어버릴 수가 있지."


펑펑 울던 딸아이는 어느 새 "사람은 잊어버릴 수가 있지."라는 말로 엄마를 용서하고 평상심을 되찾았다.아이들의 마음이 하늘마음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어른들은 별 것 아닌 것으로 서로 토라지고 삐져 며칠을 대화단절로 가는 데 아이들은 이렇게 빨리 평상심을 찾아가는구나를 새삼스럽게 느꼈다.

* 관련글: 7살 딸이 아빠와 산책 좋아하는 이유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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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는 팝뉴스의 "동양인 인종 차별 디카?"라는 글과 사진이 화제를 모우고 있다. 사람의 미소나 눈 깜박임 등을 읽을 수 있는 인공기능을 갖추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피사체가 동양인의 좁은 눈을 "눈을 감았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서양인 등의 큰 눈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며 카메라가 동양인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일부에서는 항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큰 눈을 가진 백인들 사이에 살고 있는 조그만하고 좁은 눈의 동양인으로서 몇 자 적어본다. 한국에 살 때 백인이 옆으로 지나가면 한국인들이 "저기 코쟁이가 간다!"라며 말하는 것을 종종 들은 적이 있다. 이는 코가 크다는 뜻에서 서양인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서양인들은 동양인을 놀림조로 어떻에 부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좁은 눈"이다. 서양인 아이들이나 청소년들 옆으로 지나갈 때 "저기 좁은 눈이 간다!"라는 말을 듣는다. 언젠가 아이들이 그렇게 말하기에 현지어로 인사하니까 오히려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대개 아무런 반응 없이 그냥 지나간다. 어느 때는 "좁은 눈 덕분에 너희들보다 더 멀리 볼 수가 있지!"라고 속으로 웃어보기도 한다.

언젠가 한 친구가 동양인이 왜 좁은 눈을 가지고 있는 지 나름대로 분석했다. 동양인이 어릴 때부터 젓가락으로 작은 쌀 한 톨씩을 잡으려고 눈을 찌푸린다. 그래서 이를 반복하다보니 눈이 작고 세로로 좁아지게 된 것이다.

이 말을 듣자, "그렇다면 서양인은 어릴 때부터 둥근 감자를 많이 먹어서 눈이 둥글고 큰 것이 되었구나!"라고 응답했다. 우스개 소리로 결국은 쌀이냐 감자이냐 따라서 눈의 크기가 정해졌으니 "좁은 눈", "코쟁이"라고 서로 놀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엄마를 닮아서 눈이 둥글고 크다. 어느 날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요가일래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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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제부터 밥 대신 감자를 많이 먹어야 돼! 알았지?"
 
* 최근글: 김치에 정말 좋은 한국냄새가 나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7. 07:02

주말이다. 어제 아침부터 7살 딸아이는 아침부터 실내수영장에 가자고 졸라댔다. 하지만 아빠는 주말이면 바쁘다. 행사들이 많이 열리니 카메라를 들고 소식꺼리가 될 만한 것을 찾아나서야 한다. 어제 아침 리투아니아 이름 역사서 등장 1000년을 맞아 보트 1000척을 빌뉴스 네리스 강변에 띄우는 행사가 열렸다. 당연히 소식꺼리로 판단하고 우리 가족은 모두 행사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늦은 오후 한 친척의 초대를 받아 빌뉴스 교외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가는 길에 신혼부부 등을 태운 호화스러운 자동차들이 옆으로 지나갔다.

"아빠, 나도 저런 차를 타고 싶어. 사줘~~~"
"아빠의 능력으로서는 도저히 너의 소원을 들어줄 수가 없어. 미안해~~~"
"알았어. 내가 슈퍼스타가 될 거야!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슈퍼스타가 좋은 차를 타고 다니더라."

"너 옛날에는 슈퍼스타가 안 되겠다고 하더니 이제 되고 싶으니?"
"당연하지. 내가 이제 모든 대회에 나가서 우승할거야!"
 
지난 해 요가일래는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슈퍼모델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사인해달라고 해. 난 그런 것이 싫어"라고 말을 했다. 그래서 방송용으로 요가일래를 촬영해야 하는 데 무척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SBS TV 지구촌 VJ 특급 프로그램에서 "내 사랑 대한민국, 리투아니아 소녀 요가일래"라는 제목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일전에 열린 노래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한 심리적 효과를 보는 것인지 요즘 들어서 남들 앞에 나서는 데 부끄러움이나 두려움이 다소 누그려 떨어진 것 같다.

어제 식당에서 요가일래는 평소와는 달리 "아빠, 내가 자세를 취할 테니까 사진을 찍어서 아빠 블로그에 올려줘!"라면서 자원해서 자세를 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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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슈퍼스타가 되어 이름과 재물을 얻으면, 혼자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진정한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야. 알았지?"
"알았어. 아빠, 걱정하지마!"

가정의 슈퍼스타가 세계의 슈퍼스타가 되어 좋은 일을 많이 해주기를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원할 것이다.

* 관련글:  -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수영복 포즈들
                - 세계 男心 잡은 리투아니아 슈퍼모델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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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금요일 엄마는 일찍 음악학교로 갔다. 바로 음악학교가 개교 40주년을 맞는 기념일이다. 부탁을 받고 기념공연 행사를 촬영하러 가게 되었다. 7살 딸아이를 혼자 집에 둘 수가 없어서 함께 가기로 했다.

집에 같이 살면서도 딸아이와 대화할 시간은 엄마와 언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세 모녀가 있는 날이면 아빠는 일한다는 핑계도 있지만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자주 있다. 더군다나 딸아이와 아빠는 늘 한국말로 한다.

딸아이와 단 둘이 집에 있어도 대화하는 시간은 사실 그렇게 많지가 않다. 딸아이는 TV 보기, 인터넷, 그림 그리기 등 여러 놀이를 혼자서 하고, 아빠는 늘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밖에서 단 둘이서 걸을 때는 무척 많은 말을 하게 된다. 어제도 걸어가면서 딸아이는 온갖 일을 다 말했다. 그 중에서 재미있는 말을 적어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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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에서 친구와 둘이서 말을 했는데
지나가는 큰 학생(고학년생)들이 우리 말을 엿들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어떻게 꼬마들이 어른처럼 말을 할 수가 있냐라고 말했다."

"하늘에 왜 비가 오는 지 알아? 바로 구름이 울기 때문이야."

"아빠, 우리가 이렇게 한국말을 하고 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깜짝 놀랄 것이야.
웬지 알아? 어떻게 우리가 다른 나라말을 잘 할 수 있지라고 아주 궁금해할 거야.
아빠, 내가 아빠하고 산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렇게 한국말을 하고 가면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니까."

* 관련글: 다문화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5. 1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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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빌뉴스 아파트 발코니에는 요즘 딸기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아파트에 살지만 무엇인가 키우고 싶다. 그래서 몇해 전부터 아파트 발코니에 딸기를 키우고 있다. 비록 몇 포기 밖에 안 되지만, 새싹이 나오고, 하얀 꽃이 피고,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

"아빠, 왜 딸기는 빨간색이야?"
"한 번 생각해봐."
"처음에 초록색이었는데 햇빛이 점점 뜨거워지니까 빨간색이 되었다. 맞지?"
"그래. 딸기에는 빨간색을 결정짓는 것이 있으니까 햇볕을 받아서 빨간색이 되는 것이다."

4월 13일 피어오르는 딸기꽃을 처음 찍은 후 5월 13일 빨갛게 익어가는 딸기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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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서 그네를 타고 놀던 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익어가는 딸기를 보면서 군침을 마냥 흘린다.

"아빠, 딸기도 사과처럼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등 색깔이 여러 가지이면 참 좋겠다."
"너가 커서 노란색 딸기를 한 번 만들어봐! 하지만 검은색 네 눈을 갈색으로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세상에는 변화시킬 수 없는 것도 있다."

* 관련글:
  • 2008/07/15 베란다에 익어가는 방울토마토와 뱀딸기
  • 2008/05/06 딸기 사이에 왜 마늘을 심을까

  •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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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지난 해 9월 초등학교와 음악학교에 동시에 입학했다. 학년이 끝나가는 무렵 음악학교는 어제 5월 12일 노래경연 대회를 개최했다. 음악학교를 다니면서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아이는 커면 화가가 되겠다는 말을 종종 한다.

    물론 아이들의 꿈이나 장래 희망은 쉽게 변화할 수가 있다. 부모된 입장으로서는 음악학교에서 노래를 전공하고 있으니, 일찍부터 노래와 연관된 꿈을 키워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강요하지 않는 것이 제일 상책이라 믿는다.  

    그래도 노래경연이라 5월 11일 저녁에는 혼자 여러 차례 식구들을 불러놓고 노래를 불렀다. 저러다가 목이라도 쉬어 정작 경연때 노래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 걱정이 되었다. 

    "아빠, 오늘 내가 노래 시합하는 데 꼭 와!"라고 말하면서 요가일래는 엄마와 함께 보다 더 일찍 학교로 갔다.

    오후 5시 드디어 대회가 열렸다. 시험이나 시합을 앞두고 늘 가슴이 두근두근한 경우를 생각하니 요가일래가 안스러웠다. 더군다나 1번 타자이다.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노래하는 지를 지켜본 후 하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나이순으로 노래를 부르기로 정해졌다. 최연소 참가자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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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번 출장공연 때보다는 좀 미흡했지만 담담하게 노래는 부르는 모습이 좋았다. 이어서 노래 부르는 참가자들을 보니 1등은 힘들겠다고 생각했으나, 심사결과 1등을 했다. 학교내 노래경연이지만, 그래도 큰 대회를 위한 준비도 될 수 있고, 대회라는 곳에서 1등을 했으니 동기부여도 될 것 같았다.

    "아빠, 저 언니가 자기가 꼭 1등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내가 1등 했어."

    목표를 세우고 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부담없이 하는 것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너 오늘 1등 했으니, 앞으로도 잘 해라."
    "알았어. 오늘 1등 했으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피짜 파티를 열자."  
    "좋지. 그런데 아직도 커면 화가가 되고 싶지?"
    "물론이지."

    집에서 돌아오자마자 요가일래는 자랑스럽게 상장을 벽에 붙였다. 그리고 가족 피짜 파티를 마친 후 요가일래는 5월말에 있을 공연 때 부를 노래를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연습했다. 1등으로 얻은 동기부여가 성공한 셈이다. "그래 노래부르는 화가가 되어라" 혼잣말을 해본다.


    * 관련글:  -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
    꽃선물 없이 본 7살 딸아이 노래공연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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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목요일 아침 7살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려고
    아파트 현관문을 나섰다. 이내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빠, 정말 냄새가 좋다. 너무 향긋해! 왜 일까?"
    "지난 밤에 비가 와서 그런가?"

    "맞아. 그런데 비가 왔는데 왜 향긋하지?"
    "비가 오니까, 더러운 것이 다 씻겨내려가서 그런 거지.
    너가 목욕한 후 냄새가 좋지? 마찬가지야."

    "아빠, 그럼 비가 오는 날 나무와 풀은 목욕하네. 맞지?"
    "맞아. 우리도 비가 오면 밖에 가서 목욕할까?"

    "그래, 아빠. 비누 가지고 밖에 가서 목욕하면 우리 집 물도 아낄 수 있지."
    "건데, 사람들이 보면 창피하지 않을까?"

    "맞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 나무가 목욕한다는 말이 제일 재미나다. 그렇지, 아빠?"

    딸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재미가 이런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다.
    10대초가 되면 벌써 부모보다도 친구와 더 어울러 다닐테니까.....

    함께 있을 때 재미난 일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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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련글: - 딸에게 애완동물을 사주지 않는 까닭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9. 5. 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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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5월 8일 한국은 어버이날이다. 어린이날이 공휴일인데, 어버이날은 공휴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움직임이 한국에서 일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유럽 리투아니아는 어떨까? 리투아니아엔 어버이날이 없다. 5월 첫 일요일은 어머니날, 6월 첫 일요일은 아버지날이다. 어느 날을 공휴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일요일을 어머니날과 아버지날로 정해서 자연스럽게 쉬면서 기념할 수 있게 했다.

    올해 어머니날은 5월 3일이었다. 식구가 네 명인 우리 집은 바로 전날 엄마를 제외한 나머지가 은밀히 모여서 구수회의를 했다. 7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빠, 내일이 어머니날인데 무슨 선물을 할까?"
    "어머니날인데 아빠는 열외다!"

    "아빠,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 내가 언니하고 선물을 생각한다. 그리고 아빠는 돈을 준다."
    "평소에 용돈을 절약해 선물을 사야지......" (두 딸 모두 돈이 있으면서 자기돈 쓰기를 아까워한다)

    "나는 예쁜 그림을 그려 선물하고, 언니는 내일 아침 꽃가게에 가서 꽃을 산다."
    "그림하고 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은데......"

    옆에서 언니가 거들었다.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있으니까 상품권을 사주자."
    "좋은 생각이다. 상품권 가격의 50%는 아빠가 부담하고, 너희들은 각각 25% 부담한다."

    가끔 아내가 "우리 집의 큰 아이"라고 불평하는 일이 생각났다. 그래서 이번 어머니날에는 큰 아기 몫을 좀 해보자고 선물 지분 50%을 기꺼이 쏘겠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딸도 선물 지분에 스스로 참가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려고 나머지 반을 부담하도록 제안했다.        

    이렇게 셋이서 합의했다. 요가일래는 방문을 닫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르니타는 상품권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 그리고 다음날 엄마가 일어나기 전 두 딸은 인근 꽃가게에 가서 튜립 아홉 송이를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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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가 어머니날을 맞아 그린 그림이다 "MAMA MES TAVE MYLIM" (엄마, 우린  엄마를 사랑해요).

    이들은 부엌에서 엄마를 위해 아침 커피를 탔다. 그리고 방안에서 막 일어나고 있는 엄마에게 가서 커피, 그림, 상품권, 꽃을 선물주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이런 날이면 얼마나 좋을까? 고마워~"라고 엄마는 답했다. 상품권 선물 지분 50%가 아빠에게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이날 엄마는 아내가 아니라 엄마로서 즐겁게 보냈다.  


    지난 해 요가일래가 다니던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어머니날을 맞아 빌뉴스 시내 중심가 거리에 종이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꽃을 전시했다. 이렇게 전시된 꽃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 관련글: 4식구 성(姓)이 각각 다른 우리 가족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7. 08:06

    최근 낮에 산책하면서 갑자기 7살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저기 하늘 봐! 왜 낮에 달이 떠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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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하늘에 반달이 선명하게 떠있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전해내려오는 옛날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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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 있는 해와 달은 원래 부부였다.
    이들 부부는 딸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딸은 땅이다.
    어느 날 부부인 해와 달이 싸웠다.
    그리고 이들은 헤어졌다.
    서로가 딸인 땅을 보살피겠다고
    또 한 번 더 크게 싸우게 되었다.
    이때 하느님이 판단했다.
    지금부터 해(엄마)는 낮에 땅을 보살피고,
    달(아빠)은 밤에 땅을 보살펴라......


    이 이야기에 따르면
    해는 낮에 있고, 달은 밤에 있어야 정상이다.
    그래서 딸아이가 의문을 제기했다.

    "왜 일까? 스스로 생각해봐."
    "나는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또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거야.
    이번엔 아빠가 생각해서 말해봐."

    [여기서 김연아에게 전화로 고대정신을 팍팍 집어넣었더니, 그 결과가 고교생 때와는 전혀 달랐다고 주장하는 이기수 고대 총장이 떠오른다(관련기사). 그는 정신을 주입한 결과라고 평한다. 참고로 초유스는 딸아이가 어릴 때부터 "왜"라고 물으면 딸아이에게 "왜 일까? 너가 한 번 답을 찾아봐"라고 응답한다.] 

    "이제 여름이 되어서 날이 길어지고 있지.
    그래서 겨울에는 밤에만 있을 달이 지금은 저렇게 낮에도 볼 수가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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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리투아니아 일출시각은 아침 5시 32분
    일몰시각은 저녁 9시이다. 그래서 하루가 참으로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5. 07:40

    오늘 한국은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많은 부모들은 이날을 맞아 자녀들에게 선물도 하고 공휴일이라 함께 가족 나들이를 할 것이다. 유럽 리투아니아은 어린이날이 6월 1일이다. 국제 어린이날로 인해 막상 어린이날로 정해져 있지만 공휴일도 아닐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이 날을 대대적으로 기념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부모나 아이 모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요즘 같은 불황 속 주머니 사정에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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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일요일 너무나 날씨가 좋아 가족과 함께 소나무가 우거진 인근 공원에 산책갔다. 산책가면서 7살 딸아이가 길거리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자 먼저 말을 꺼냈다.

    "아빠, 나도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자기 개가 눈 똥을 치우지 않으면 벌금이 15만원이야!"
    "그럼, 개가 우리처럼 화장실에서 누도록 가르치면 돼."
    "개가 있는 친척집에 갔다 와서 옷에 묻은 개털을 터느라고 힘들지?"
    "맞아. 하지만 개가 있으면 우리가 없을 때 도둑으로부터 집을 지켜주잖아."
    "우리 집에는 침입경보시스템이 되어 있으니 필요가 없지."

    "아빠, 그럼 고양이는 어때?"
    "고양이 키우는 친척을 한 번 생각해봐. 고양이가 손, 팔 심지어 얼굴까지 할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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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 그럼 새는 어때?"
    "지금 가는 공원 숲에 있는 새들을 생각해봐. 새장에 있는 새가 보다 숲에 사는 새가 더 자유롭잖아."

    "맞아. 그럼 물고기는 어때?"
    "지난 번 언니가 키우는 물고기 한 마리 때문에 아빠가 시골에 같이 못 갔지? (물론 다른 이유가 더 있었지만) 물고기는 바다, 호수, 강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돼."

    "맞아. 그럼 다람쥐는 어때?"
    "다람쥐도 마찬가지지. 숲에서 자유롭게 사는 다람쥐가 좋지. 가끔 숲에 와서 보면 되잖아."

    "아빠 말이 다 맞다. 아빠 말대로라면 우린 애완동물을 집에서 키울 필요가 없다."
    "그래. 애완동물 없이 우리 식구가 서로서로 보살피면서 사는 것이 좋지."

    이렇게 가끔 딸아이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주위 친구들이나 친척들을 부러워하고, 집에서도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한다. 가끔 어린이날 등 선물로 딸아이의 뜻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욕심에 집착해서 울음으로 떼를 쓰지 않고 아빠 말을 이해해주는 딸아이가 무척 기특해 보인다.

    * 관련글: - 꽃선물 없이 본 7살 딸아이 노래공연
                   - 4식구 성(姓)이 각각 다른 우리 가족
                   - 부모를 별침, 동침시키는 7살 딸아이 사연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 07:29

    한국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봄의 절정인 5월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등 가족을 위한 행사가 즐비하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르지 않는다.

    리투아니아엔 어버이날이 없다. 5월 첫 일요일은 어머니날이다. 그리고 6월 첫 일요일은 아버지날이다. 하지만 아버지날을 기념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그런지 이 날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드물다. 어제 가게에 같이 간 7살 딸아이는 "아빠, 어머니날에 무슨 꽃을 살까?"라고 벌써 선물 준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어린이날이 한국은 5월 5일이지만, 리투아니아는 6월 1일이다. 한국은 가정의 달에 평소보다 많은 지출에 걱정하는 가족들이 있을 법하다. 리투아니아에는 이런 걱정이 없다. 일년 중 아이들에게 가장 선물을 크게 많이 하는 날은 성탄절과 생일이 거의 다 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날에도 사실 자녀들이 꽃 선물 등을 하지만 어머니들이 한턱 쏘는 날이다. 자녀들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음식과 술을 준비한다.

    사실 대부분 사람들은 직장 일을 제외하고는 가족 중심으로 살아가므로 굳이 특별히 가정의 달을 정할 필요가 없는 같다. 누구를 방문하더라도 부부 동반, 가족 동반이 주를 이룬다. 물론 10대들은 이런 것을 싫어해 그 시간에 또래 친구들과 즐겨 논다.

    각설하고 우리 가족은 식구가 네 명이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우리 식구 네 명의 성이 모두 다르다. 부부가 성이 다른 것은 당연히 이해되지만 자녀와 아버지 혹은 어머니 성이 다르는 것에 의아해 할 법하다. 네 식구 성은 이렇다.

    아빠 성은 "최"이고, 엄마 성은 "초예네"이다.
    큰딸 성은 "암브로자이테"이고, 막내 성은 "초유테"이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인들이 보면 적어도 세 식구는 한 가족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엄마 성 "초예네"는 "초유스"(최의 리투아니아어식 표현)의 아내라는 뜻이다. 결혼 서약식에서 신부는 자신의 성을 결정한다. 결혼 전의 성을 유지할 것인지, 남편의 성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사용할 것인지 결정한다. 대부분 남편의 성을 따라 이렇게 누구의 아내임을 나타내는 성을 선택한다.

    막내 성 "초유테"는 "초유스"의 딸이라는 뜻이다. 큰딸 성 "암브로자이테"는 "암브로자스"의 딸이라는 뜻이다. "초유테"로 변경하려고 했으나, 여러 가지 절차가 복잡하고 또한 큰 의미가 없어서 그대로 놓아두기로 했다. 하지만 만 18세 성인이 되면 스스로 결정할 수가 있기 때문에 엄마 성을 근거로 해서 "초유테"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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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성이 각각 다른 네 명이 한 집에서 가족을 구성하고 살아가고 있다. 7살 딸아이가 그린 "우리 가족" 그림을 위에 소개하면서 5월을 맞아 모든 가족에 은혜와 화목이 충만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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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3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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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10차 부부이다. 2001년 태어난 딸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다. 생후 몇 개월간 잠깐 아기 침대에서 잠을 자다 그 이후부터 줄곧 부모와 한 침대에 잤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겠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품안에 안고 자는 날이 과연 몇 해나 될까라고 생각하면서 셋이 같이 자는데 서로 반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게에서 구입하지 않고 넉넉한 크기의 침대를 주문 제작시켰다.

    그렇게 불편 없이 여러 해를 지내오다가 드디어 딸아이가 점점 켜자 차지하는 공간이 넓어졌다. 또한 아이들은 열이 많이 나므로 자다가 보면 이불은 발밑에 가기 있기 일쑤였다. 추워서 깨는 일이 더욱 잦아졌다. 결국 한 침대에 이불 2채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불을 푹 덮고 자는 습관이 있어서 도저히 발밑으로 밀린 이불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잠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딸아이가 더 커서 세 사람이 자기엔 침대가 좁았다. 그러던 차에 딸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자기 침대가 있었다. 입학 기념으로 당당히 딸아이는 "홀로 잠"을 선언했고, 한 동안 자기 침대에서 홀로 잤다. 간혹 주말이 되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빠, 내일 학교에 안 가니까 나 엄마하고 잘래. 괜찮지? 아빠는 내 침대에서 자. 알았지?"

    딸아이는 자는 데 아주 편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직접 딸아이 침대에 자보니 딱딱하고 좁아서 자기가 무척 힘들었다. "이런 침대에 내 귀한 딸을 재우자니!!! 차라리 내가 따로 자는 것이 좋겠다"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딸아이는 이렇게 몇 번 엄마하고 자더니 얼마 후 자기 침대 존재를 영원히 잊어버린 듯했다. 더군다나 늘 새벽까지 일하는 아빠는 자는 식구를 깨우지 않으려고 일하는 방에서 그냥 자게 되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부부방은 모녀방이 되었고, 책상방은 아빠방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최근 딸아이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어제 오후 딸아이는 갑자기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엄마를 많이 사랑해야 돼. 엄마한테 뽀뽀도 많이 해야 돼. 엄마를 많이 사랑하려면 같이 자야 돼. 그러니까 오늘부터 나는 내 침대에 진짜 자고, 아빠는 엄마하고 잔다. 알았지?!"
    "왜 갑자기 그래? 아빠는 아빠방에서 자는 것이 더 편한데......"


    "아빠, 난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 동생이 있으면, 수학 공부도 어떻게 하는 지 가르쳐 주고 싶고, 무엇이든지 많이 알려주고 싶어. 엄마한테도 아빠를 많이 사랑하라고 말했으니까, 오늘부터 진짜 엄마하고 자!"
    "나이 적은 세상 아이들이 다 너의 동생인데 굳이 한 명 더 필요하니?"


    "아빠, 그래도 난 우리 집에서 같이 사는 동생이 필요하단 말이야!"

    딸아이는 저녁을 보내고 밤 10시가 되자 잘 준비를 했다. 혹시 낮에 한 말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나 궁금했다. 엄마하고 같이 자기 침대를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곧 딸아이는 책상방 문에 나타났다.

    "아빠, 오늘은 새벽까지 일하지 말고 엄마하고 자! 알았지? 안녕히 주무세요, 아버님!"

    부모를 동침시키는 딸아이의 이번 다짐이 과연 며칠이나 더 지속될 지 궁금하다. 아무튼 부모 사이에 이런 튼튼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딸아이가 있음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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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29. 07:17

    오늘 7살 딸아이 요가일래를 학교에서 데리고 왔다.
    지난 해 9월 1일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여전히 등교와 하교 길에 딸아이와 함께 한다.
    하지만 요즈음 하교 때는 학교까지 안 가고
    학교와 집 중간 지점쯤 만난다.

    오늘도 그렇게 만났다.
    요가일래는 혼자가 아니라 남자 반친구와 함께 걸어왔다.
    그는 늘 할머니가 하교 길을 함께 하고 있다.

    넓은 도로의 인도이지만, 이 인도변에는 민들레꽃이 사방에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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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반친구가 이 민들레꽃을 보자 갑자기 꺾어서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딸아이 요가일래는 한 마디 했다.

    "아빠, 정말 꽃이 아프겠다. 꽃을 저렇게 꺾으면 빨리 죽잖아!"
    "그래 맞는 말이야!"

    아파트 뜰에는 자두나무가 한창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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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저 하얀 꽃이 꼭 겨울 눈과 같다.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우리 꺾지 말고 함께 냄새 맡아보자!"

    그 동안 요가일래는 공원에 놀려갔을 때
    아름다운 꽃과 풀을 뜰어 꽃다발을 만들어
    엄마 아빠에게 꽃선물을 주곤 했다.

    오늘 요가일래 말이 진짜 씨가 되어 이제부터는 늘
    그냥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는 데 그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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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27. 07:14

    지난 금요일 주말을 맞이하는 날이었지만, 식구들 모두가 바빴다. 엄마는 이날 오후 내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다. 아빠는 이날 오후 스웨덴에서 온 손님과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날 오후 초등학교 1학년 요가일래는 다른 음악학교에 원정가서 그 동안 음악학교에서 배운 노래실력을 선보이는 날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다른 음악학교 학생들과 합동으로 공연을 하는 자리였다. 같은 음악학교 4명과 함께 선생님을 인솔을 받아 공연이 열리는 학교로 가기로 했다.

    만약에 식구중 한 사람이라도 제 시간에 가지 못하면 선생님이 요가일래를 다시 학교로 데려다줄 것을 부탁했다. 딸아이의 첫 원정공연에 부모가 참석해 보이지 않는 힘을 보태지 못한다면 무척 아쉬울 것이다. 그래서 제 시간에 참석하려고 무척 애썼다.

    스웨덴 손님과 일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부랴부랴 카메라를 챙겨들고 공연할 학교로 버스를 타고 갔다. 도착하니 다행히 개막식 인사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앞 줄에 앉은 딸아이는 뒤로 돌아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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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가일래 차례가 왔다. 혹시 중간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스스로 창피함을 느껴 그만두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평소 집에서 노래연습하다가 잘못하거나 잘못을 지적 받으면 그 순간에 토라져서 자기 방으로 달려가곤 한다. 카메라 모니터를 통해 본 요가일래 이날 공연은 아무런 실수가 없었고, 아주 자신감 있게 보였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요가일래에게 다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참 잘했다"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둘 다 흐뭇했다. 집에 와서 촬영한 것을 컴퓨터로 옮겨 다시 보면서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바로 꽃선물을 하지 못한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래 영상에서 이날 요가일래가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리투아니아어 노래입니다. 훗날 이렇게 한국어 노래도 부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에 드시면 박수 짝짝짝~~~)



    "네가 공연 끝나고, 아빠가 꽃선물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괜찮아. 그런데 꽃선물 받았으면 기분이 더 좋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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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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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목요일 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를 앉게 했다. 그리고 리투아니아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빠, 내일(금) 학교에서 이 이야기를 아이들 앞에서 해야 돼. 자, 내가 연습할 테니까, 잘 들어봐."

    하늘에 있는 해와 달은 원래 부부였다.
    이들 부부는 딸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딸은 땅이다.
    어느 날 부부인 해와 달이 싸웠다.
    그리고 이들은 헤어졌다.
    서로가 딸인 땅을 보살피겠다고
    또 한 번 더 크게 싸우게 되었다.
    이때 하느님이 판단했다.
    지금부터 해는 낮에 땅을 보살피고, 달은 밤에 땅을 보살펴라......


    이렇게 요가일래는 오후 내내 씩씩하고 즐겁게 보냈다.
    그런데 저녁 무렵이 되자 갑자기 기운이 빠진 듯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늦게까지 일하고 있는 데 엄마가 오더니 요가일래가 고열이라서
    아침에 학교가라고 깨우지 말라고 했다.

    "오늘 오후 내내 내일 학교에서 할 이야기를 연습했는데......"

    이렇게 금요일 학교에 가지 못했다.
    해열제로 열을 내렸지만 약효가 떨어지자 또 고열이 나타났다.
    금요일 하루 이렇게 반복되었다. 고열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
    열이 내려갔을 때는 평소처럼 활기차 보였다. 토요일도 마찬가지였다.

    일요일 새벽 해열제를 주입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보니 벌써 고열에서 해방된 듯
    엄마와 재잘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대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다. 하지만 온도는 영상 5도이다. 겨울 날씨였다.

    이틀 꼬박 밖에 나가지 못한 딸을 위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개나리꽃이 피었을 것 같았다. 집 근처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개나리꽃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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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곳에는 밤새 추워서 그런 지 막 피어오른 꽃에 생기가 없어보였다.
    햇볕이 많이 드는 곳에 가보니,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카메라에 정성껏 담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는 딸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여기, 아빠 선물이야! 노란 개나리꽃이야!
    꽃이 부활하듯이 너도 고열로부터 빨리 부활해서
    아빠하고 진짜 개나리꽃 구경 가자!"
    "아빠, 고마워~ 사랑해~"

    낮에 활발하던 요가일래에게 저녁 무렵 고열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낮에 보니 유치가 빠진 두 곳에 새로운 치아 두 개가 동시에 솟아오르고 있었다.
    혹시 이 치아 때문에 그럴까?

    지금 이 시각 딸아이 요가일래는 평온하게 자고 있다.
    몇 시간 후 일어나면 보건소로 가야할 지 아니면
    아빠가 보여준 개나리꽃 선물 덕분에
    고열로부터 완전히 건강을 되찾을 지 판가름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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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 오늘은 고열로부터 벗어나자! 그래서 노란 꽃 구경 가자!"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14. 14:40

    며칠 전 차를 타고 가는 데
    7살 딸아이는 길에 있는 태극 문양 광고를 보더니
    태극기를 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옆에 있는 막대기 그림이 없다면서
    태극기가 되려면 이렇게 이렇게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4괘를 손으로 그렸다.

    기회 대로 태극기를 보았지만 특별히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4괘를 정확하게 기억할까?
    차 안에서 손으로 공중에 그린 것이 정말 맞는지 의심이 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어른인 나도 때로는 헷갈릴 때가 있다.

    "어떻게 그렇게 막대기 모양을 다 기억하니?"
    "그냥."
    "집에 가서 종이 위에 한 번 그려봐."
    "알았어."

    딸아이는 부활절 휴가로 외할머니집에 가서 어제 돌아왔다.
    한참 놀다가 하얀 종이를 꺼내더니 혼자 책상 위에서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아빠, 여기 태극기!"

    규격에는 영 맞지가 않는다. 하지만 4괘의 모양와 위치는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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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아이들의 관찰력은 남다르구나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 순간이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다문화 가정의 일원으로 살고 있는
    딸아이는 여러 국기 중 태극기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한다.

    "왜, 그러니?"
    "태극기 안에는 빨간 파란 일원상이 있고, 그 주위에 막대기가 있어 참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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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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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아이에게 결정의 순간이 점점 다가온다. 바로 언어 선택 문제이다.

    집에서 비슷한 거리에 몇몇 학교가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깝고, 또한 건널목이 더 적은 초등학교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이 학교는 빌뉴스에서 유일하게 외국어 불어(프랑스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학교이다. 2학년부터 불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리투아니아 학교 대부분은 제1 외국어로 영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이 학교를 선택했을 때 제일 큰 고민거리가 바로 이 외국어 문제였다.

    소련에서 1990년 독립한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어 영향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지금껏 영어를 향해 무한질주를 해오고 있다.

    이 마지막 남은 이 불어 집중 교육 학교마저도 학부모들의 요구로 영어 집중 교육반이 개설될 예정이다. 그래서 또 한 번 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최근 가족이 모여 각자의 의견을 말했다.

    아빠 의견:
    불어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또 다행히 영어 중점 교육반이 개설된다고 하니 영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더군다나 영어 구사능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언니 의견:
    요가일래가 스스로 익힌 영어가 있으니, 영어를 선택한다면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게 한다는 것이 그에게 엄청 큰 부담이 될 것이다.

               ▲ 요가일래(당시 6살)가 만화 TV를 보면서 익힌 영어로 하는 이야기  

    엄마 의견:
    그렇다면 애초에 불어 집중 교육 학교를 어렵게 선택한 이유가 퇴색된다. 영어를 선택하면, 불어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불어를 선택하면, 영어는 자주 접하는 언어이므로 배울 기회가 불어보다 훨씬 많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요가일래의 의견은 어떨까? 7살 아이의 의견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다.

    "아빠, 난 영어를 알아! 그러니까 불어를 선택할 거야.
    옛날에 아빠가 모르는 것을 배우는 곳이 학교라고 설명했지?!
    불어는 내가 모르니까 배울 거야!"

     
    모르는 것을 스스로 배우겠다고 나서는 데 굳이 막을 생각은 없다. 가장 큰 부모의 고민거리는 이렇게 쉽게 해결될 듯하다. 여러분 가정이라면 어느 언어를 선택할까요?
     
               ▲ 요가일래(당시 6살)가 4개 국어로 하는 양말 인형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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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후기: 일일이 댓글에 답하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이렇게 진지한 댓글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요가일래의 언어습득에 관해 종종 글을 올리겠습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31. 11:32

    어제 초등학교 1학년 딸로부터 '할아버지' 소리를 들었다.
    머리카락이 벌써 하얗게 된 것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딸아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집으로 왔다.
    3층에 위치한 아파트를 올라올 때마다
    딸아이는 코앞에 있는 집으로 빨리 가고자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간다.
    뭐, 덕분에 딸아이이가 현관문을 열어주는 셈이다.

    어제는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3층에서 2층을 막 올라오는 아빠에게 한 마디 했다.

    "아빠는 할아버지다!"
    "왜? 네가 시집가야 아빠가 할아버지가 되지!"
    "아니, 아빠가 할아버지처럼 힘없이 걸으니까!
    아빠, 나처럼 운동 많이 해야 돼!"

    학교에 갔다 숙제하고 TV 보고, 혼자 놀다가 심심할 무렵인 저녁이 되면
    딸아이는 컴퓨터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아빠에게 와서 운동하자고 보챘다.

    얼마 전 학교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한부터 요즈음은 줄넘기를 자주 한다.
    때론 원불교 좌산 상사님이 지은 "건강관리의 요제" 책을 펴놓고 
    그 안에 있는 몸동작을 따라 한다.
    때론 딸아이가 주도하는 다양한 몸동작을 같이 한다.

    일전에 딸아이는 앉아서 다리를 힘껏 벌리고
    손으로 반대편 발가락 잡기 운동을 열 번하자고 했다.
    동작 빠른 딸아이가 10번을 먼저 하고
    나중에 마친 아빠에게 외친 말이 압권이었다.

    "아빠, 창피하지도 않아? 내가 나이가 더 어린데
    10번을 했으면, 아빠는 20번, 30번 더 해야지!"
    "10번 하자고 해놓고서는 왜 아빠에게 창피를 주니?!"

    거실에 있던 엄마 왈:
    "맞다! 맞아! 7살 딸아이와 똑 같이 운동한다면, 효과가 어디 있겠나?"
     
    비록 창피한 아빠가 되었지만,
    이런 딸아이와 함께 살게 된 것에 대한 행복감이 온몸으로 전율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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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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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동안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감기로
    최근 여러 날을 고생하면서  
    일곱살 딸아이에게 접근금지를 내리곤 했다.  
    그래서 안기고 싶어하는 딸아이는
    몇 차례 삐지기도 했다.

    다행히 주초에 감기로부터 벗어났다. 
    어제 저녁은 모처럼 딸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딸아이는 그 동안 못한 말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었다.

    "아빠, 우리가 한국에 갔을 때
    어린 아기들을 많이 보지 못했는 데
    왜 한국에는 아기들이 없어?"

    리투아니아 빌뉴스에는  
    인근 공원이나 숲에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언제라도 쉽게 볼 수가 있다.

    이것을 기억한 요가일래는 
    지난 해 여름 한국에 한 달 있으면서
    아기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 어디 한 번 기억을 더듬어 보자.
    날씨가 더워서 아기들이 집에 있었는 것 같네."

    "아빠, 한국 사람들이 빨리 결혼했었으면 좋겠다."
    "왜?"
    "그래야 내가 한국에 가면 아기들을 많이 볼 수 있을 테니까."

    "아빠, 아빠가 아기였으면 좋겠다."
    "왜?"
    "아빠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니까."

    "아빠가 어렸을 때 어떻게 생겼어?"
    "아빠가 어떻게 생겼을까? 아마 요가일래처럼 생겼을거야."
    "아빠!!!!! 엄마도 그렇게 말하고,
    언니도 그렇게 말하고. 도대체 왜 그래?
    좀 설명할 수 없어?!"
    "그럼, 너가 상상해봐!"
    "아빠 머리카락은 지금처럼 딱딱하지 않았고,
    얼굴도 작았고, 피부도 부드럽고......"

    "아빠, 알아?
    우리가 옛날에 하늘에 있는 달에 살았는데, 우리가 죽었어.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태어났어.
    달에서는 죽었지만, 여기에 다시 살아 있어.
    아빠, 우리가 여기서 죽으면 또 하늘 다른 곳에서 태어날 거야."

    아빠의 어린 시절을 설명하라고
    책상으로 주먹을 치며 호통하는 딸아이,
    죽음과 삶을 공간이동으로
    자유롭게 상상하는 딸아이의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모처럼 유쾌한 저녁을 보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23. 07:11

    생일이 무려 3개나 된다. 그래서 늘 이맘 때가 되면 모두가 헷갈린다. 어느 날에 초대해야지? 어느 날에 방문해야지?

    먼저 여권에 적힌 생일은 2월 16일이다. 음력생일이 없는 리투아니아인들에겐 바로 여권상 생일이 생일이다. 특히 이날은 1918년 리투아니아가 제정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날이라, 사람들이 기억하기에도 좋다. 이날 멀리 떨어져 있는 현지 친구들로부터 생일축하 편지를 받았다.

    두 번째 생일이다. 사실 2월 16일은 음력생일이다. 그러니 이 생일은 매년 바뀌게 된다. 한국에 살 때는 이 생일을 생일로 했지만, 리투아니아에 살다보니 매년 바뀌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태어난 해의 2월 16일은 3월 21일이었다. 3월 21일은 춘분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그리고 이제 낮이 점점 더 길어지는 봄의 시작일이다. 이 날이 생일이라 의미도 좋다.

    2월 초순 올해도 네 식구가 모두 모여 어느 생일을 아빠의 생일로 할 것인지 대화했다. 결론은 여권상 2월 16일도 아니고, 음력 2월 16일도 아닌 3월 21일로 하기로 했다. 일곱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달력 3월 21일에 아빠 생일이라고 적었다.

    그래서 2월 16일은 그냥 지나갔고, 3월 12일(음력 2월 16일)도 그냥 지나갔다. 생일 며칠 전 아빠 생일에 무엇을 할 것인지 나머지 식구들이 궁리를 했다. 아뿔사, 생일이 든 주의 목요일에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콧물에 몸살......

    결국 생일 전날 식구들에게 "몸이 아픈데, 올해는 아빠 생일이 없다. 필요하면 꽃피는 봄 5월 엄마 생일하고 같이 한다"고 선언했다. 매년 가까운 친척을 초대해 하던 생일 저녁식사는 감기로 무산되었다.

    그래도 생일인데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미역국을 끓였고, 하트 모양의 부침개를 만들었다. 경제력이 없는 요가일래의 최고 선물은 바로 직접 그린 그림이다. 올해는 그림을 종이 양면 다 그렸다. 이 정도 큰 하트라면 생일이 3개임에도 생일 파티 없이 보낸 올해가 전혀 아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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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뒷면에 그린 그림 속에는 사랑으로 가득 찬 하늘에서 햇볕과 봄비가 내려 꽃이 피우는 장면이다. 춘분에 태어난 아빠에게 딱 어울리는 그림이라 마음에 쏙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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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2. 14. 09:44

    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어제 저녁 물었다.
    "아빠, 내일이 밸런타인데이지?"
    "그래, 맞아."
    "내가 선물 준비할게."

    그리고 요가일래는 방문을 닫고 혼자 무엇인가를 한다. 살짝 보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빠의 인기척을 느낀 딸아이는 "이건 비밀이야! 보면 안 돼!"라고 말하며 그림을 감춘다.

    잠자리에 들기 전 요가일래는 엄마 아빠를 불러 한 줄로 세운다.

    "내일 선물인데. 내가 더 늦게 일어나니까 미리 준다."
     
    얼른 보기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림을 한 장 그려 칼라 복사를 한 듯했다(하트는 스캐너의 불빛 때문에 색이 변해버렸다.) 어미 새가 먹이감을 잡아와 새끼 새에게 주는 장면이다.    

    엄마 옷 색이 리투아니아 국기 색과 같아 눈길을 끈다. 리투아니아어로 "엄마, 정말 사랑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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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사랑해요 정말!!"라고 발음나는 대로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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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하트가 있는 그림을 볼 때마다 요가일래의 그림 하나가 떠오른다.
    “아빠, 하늘에 있는 저 큰 사랑의 화살을 맞아야 돼! 이 화살을 맞으면 아빠의 마음에서 사랑이 아주 많이 나와서 우리 모두를 사랑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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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런타인데이에 딸아이 요가일래는 이렇게 자신의 사랑을 부모에게 표현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 어떻게 딸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해야 할 지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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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