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모음2014. 4. 15. 07:48

전날 일기예보를 보니 어제 아침 해와 구름이 반반이었다. 이후는 날씨가 흐렸다. 벚나무가 꽃망울을 맺었다는 소식을 며칠 전 신문을 통해 접했다. 온도계를 보니 영상 3도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메라 가방을 챙겨 벚나무 있는 네리스 강변 언덕을 향했다. 

한국이나 일본에 자라는 벚나무는 리투아니아에는 자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여기에 벚나무가 있을까?


바로 한 일본인 때문이다. 지우네 스기하라(1900-1986)이다. 와세다대학교 재학중 일본 외무부 관비유학생 시험에 합격해 1919년 중국 하얼빈에 파견되어 러시아어를 배웠다. 1939년 리투아니아 일본 영사관 영사대리로 근무했다.    


1940년 여름 나치 점령 아래 폴란드에서 탄압을 피해 도망쳐온 유대인들은 리투아니아 임시 수도 카우나스에 있던 각국 대사관으로부터 비자를 취득하고자 했다. 그러나 당시 소련은 리투아니아를 병합(1940년 6월)했고, 대사관 폐쇄를 요구했다. 그러자 아직 업무 중이던 일본 대사관으로 유태인들이 몰렸다.

일본 정부는 유대인들에게 비자 발급 조건을 까다롭게 함으로써 사실상 제한했다. 하지만 스기하라는 나중에 자격 조건 미달의 유대인들에게도 제한없이 비자를 발급하기로 결단했다. 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유대인들이 약 6천여명이나 되었다.


스기하라 탄생 백주년을 맞아 와세다대학교가 주축이 되어 2001년 일본으로부터 벚나무 묘목 100그루를 공수해와 빌뉴스에 심었다. 이렇게 해서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도 벚꽃구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스기하라의 인류애적 감동이 오늘의 벚꽃을 있게 했다. 국가나 민족 지상주의에 빠져 인간과 인류를 저버리는 행위들이 지금도 세계 도처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마음 아프게 한다. 이 벚꽃정원은 빌뉴스 중심가 네리스 강변에 있는 라디슨 블루 례투바 (Radisson Blue Lietuva) 인근에 위치해 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 5. 7. 06:57


▲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조성된 벚꽃 공원
 
북동 유럽에 위치한 리투아니아 봄의 상징 꽃은 설강화(snowdrop)와 청노루귀꽃이다. 덮인 눈 사이로 초록 줄기에 하얀색 꽃을 피우는 설강화는 보통 3월 초순에 핀다. 이어서 눈이 다 녹은 숲에 지난 해 낙엽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꽃이 청노루귀꽃이다. 

▲ 리투아니아 봄을 상징하는 설강화(스노우드롭, 상)과 청노루귀꽃(하)  

한편 4월 중하순경 도심 곳곳에 피는 개나리꽃이 있다. 이 꽃은 자생이 아니라 관상용으로 심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이 개나리꽃 이름을 아느냐고 물어보며 그냥 노란 꽃이라 답할 만큼 생소하다. 빌뉴스에서 개나리꽃이 한 군락을 이루고 크게 자라는 곳이 고층 건물이 우뚝 솟은 네리스(Neris) 강변이다. 개나리꽃이 피는 철이면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나와 산책을 한다. 그리고 개나리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를 즐겨한다.

▲ 벚꽃 출현으로 찬밥 신세로 전락한 개나리꽃 

그런데 지금은 이 개나리꽃이 거의 외면당한 듯하다. 왜일까? 개나리꽃보다 더 생소한 꽃이 같은 시기에 그 주변에 피기 때문이다. 무슨 꽃일까? 바로 한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피는 벚꽃이다. 이곳에 벚나무가 심어진 사연이 있다. 

▲ 개나리꽃과 벚꽃의 공존. 한 때 개나리꽃은 사진 촬영을 위한 인기 배경이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대사관 스기하라 영사는 본국의 훈령을 무시하면서까지 유대인 수천명에게 일본 사증(비자)를 발급해주었다. 스기하라의 "생명의 사증" 덕분에 많은 유대인들이 소련과 일본을 거쳐 제 3국으로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다. 2001년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곳에 기념 공원이 조성되었고, 일본 북부지방에서 직접 가져온 벚나무 100그루가 심어졌다. 

▲ 빌뉴스 중심가 네리스 강변에 자리 잡은 스기하라 기념 공원
 
12년이 지난 벚나무는 이제 사람 키를 훨씬 넘게 자라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벚나무 밑에 자리를 차지하고 따뜻한 햇살을 즐기고 있다. 

▲ 벚나무 곁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빌뉴스 시민들
 
꽃 냄새를 맡거나 꽃잎을 만져보는 등 모두들 신기해 한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벚꽃 장면을 이곳 북위 55도 빌뉴스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동이다.


벚꽃을 배경을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얼굴만 다를 뿐이지, 서울의 벚꽃 축제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벚꽃이 만발하니, 사람들로부터 인기도 만발하다. 일본 벚나무 공원이 조성된 유럽 도시는 오스트리아 빈, 독일 베를린, 그리고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알고 있다. 완전히 뿌리내린 빌뉴스 벚나무를 바라보면서 한국도 외국에 진달래 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9. 4. 28. 12:40

한국은 벌써 벚나무의 꽃이 지고 잎이 무성해지고 있을 것이다. 한국보다 위도가 높은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도 과연 벚나무가 자랄까? 자란다. 하지만 키가 크고 웅장하게 자라며, 꽃이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왕벚나무는 자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네리스 강변에는 바로 이 왕벚나무가 자라고 있고, 요즘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아직은 크게 자라지 않아 운치는 한국만큼 못하지만 그래도 한국이나 일본의 봄을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다.

그러면 자생하지 않는 왕벚나무가 어떻게 빌뉴스에서 자랄까? 이야기는 8년 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인 지우네 스기하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최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성대하게 열렸다. 스기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수천명의 유대인들에게 일본 통과사증을 발급해 이들의 목숨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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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위)기념식수를 하는 미망인 유키코 스기하라, 리투아니아 대통령 발다스 아담쿠스, 일본대사, 리투아니아 외무부장관(앞줄 왼쪽으로부터)
/ 빌뉴스 스기하라 기념비와 갓 심어진 왕벚나무


2001년 10월 빌뉴스를 동서로 가르는 네리스강(江) 부근 경관 좋은 언덕에 열린 이 행사에는 리투아니아 대통령 발다스 아담쿠스, 일본 대사 쇼헤이 나이토, 스기하라 미망인 유키코 스기하라(88세), 와세다대학교 관계자 등 200여명에 이르는 일본의 정치인과 예술인, 리투아니아의 정치인과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리투아니아어, 일본어, 영어로 쓰여진 약력과 함께 스기하라 기념비를 제막했고, 그 주변에 100그루의 벚꽃나무를 심었다.

"리투아니아와 일본에 있어 나무에 대한 존경은 인간애와 문명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존경처럼 지대하다. 리투아니아에 심어지는 이 일본 나무들의 뿌리는 두 나라 국민간 친선을 더욱 강화하는 데 도울 것이다"라고 아담쿠스 대통령은 축사를 하였고, "스기하라의 영웅적인 행동은 61년 전 유대인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리투아니아와 일본간 우호관계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주었다"라고 나이토 대사는 말했다.

이 벚꽃나무는 일본 북부지방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었다. 스기하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 벚꽃나무로 빌뉴스는 유럽에서 오스트리아 빈, 독일 베를린에 이어 일본 벚꽃나무 공원이 조성된 세 번째 도시가 되었다.

2차 대전 초기 1939-1940년 스기하라는 리투아니아 일본영사관 부영사로 근무했다. 독일에 공포를 느낀 리투아니아, 폴란드 심지어 독일 출신 유대인들은 일본 영사관으로 몰려갔다. 그 당시 소련은 일본의 사증을 받으면 자국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영사관 밖에서 두려움에 떨며 기다리고 있는 수 많은 유대인들을 바라보면서 스기하라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본국 정부에 사증 발급 허가를 요청하는 전보를 쳤고, 독일과 동맹을 맺은 일본 정부는 사증을 발급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하지만 스기하라는 이 훈령을 무시하고 양심의 소리에 따라 유대인들에게 약 6,000개의 통과사증을 발급했다. 이 스기하라의 '생명의 사증' 덕분에 많은 유대인들은 소련과 일본을 거쳐 제3국으로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국가와 민족에 관계없이 사람을 구한 스기하라의 용기 있는 인도적 행동은 오늘날 시대에도 소중한 귀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스기하라의 아름다운 인류애가 아름다운 벚꽃으로 피어오르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