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8. 10. 22. 04:04

대부분 유럽 사람들이 조상들의 묘소를 찾아가는 날인 11월 1일과 2일이 곧 다가온다. 묘를 찾아가서 미리 단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 주말 지방에 있는 묘지를 다녀왔다. 낙엽으로 뒤덮혀 있는 묘를 말끔히 청소하고 촛불을 커놓고 왔다. 

묘지 곳곳에는 단풍나무, 자작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이들 나무로부터 떨어진 낙엽이 환절기 갑작스러운 추위로부터 묘나 꽃을 보호하듯 덮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분홍색 아스터(Aster)꽃 사이에 꽂혀 있는 누런 낙엽을 걷어내고 싶지가 않다.  



대부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묘 위에 꽃밭을 가꾸고 있지만 더러는 이렇게 돌로 덮기도 한다. 돌 위에 내려 앉은 낙엽을 걷어 내고 촛불을 켜놓는다.



여름철 싱싱하게 장식한 화초는 벌써 시들고 그 사이에 피어 있는 페튜니아(petunia)꽃이 군계일학처럼 돋보인다. 



노란 팬지꽃도 리투아니아 묘지에서 흔지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선명하게 노란 국화꽃은 점점 말라가는 노란 단풍 색을 땅 위에서 계속 이어가는 듯하다. 



노란 다알리아꽃이다.



베고니아꽃이다.



근래 묘지에서 점점 늘어나는 꽃 중 하나가 바로 히스(heather)꽃이다. 노란색, 하얀색, 분홍색, 연두색 등 여러 색이 있다.



이 꽃은 얼거나 말라도 한동안 떨어지지 않고 가지에 붙어 있어 마치 계속 피어있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 11. 2. 05:52

11월은 리투아니아어로 lapkritis로 "잎 떨어짐"을 의미한다. 대부분 단풍은 떨어지고 나뭇가지는 앙상한 채로 내년 봄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11월 1일은 특별한 날이다. 가톨릭교의 축일로 국경일이다. 모든 성인의 대축일이다. 하늘 나라에 있는 모든 성인을 기리면서 이들의 모범을 본받고 다짐하는 날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날 묘지를 방문한다. 며칠 전 미리 묘에 가서 묘와 주변을 말끔하게 청소를 하고 이날은 화초나 꽃과 함께 촛불로 묘를 장식한다. 예전에는 주로 해가 진 어두운 저녁 무렵에 묘지로 가서 촛불을 밝혔지만 지금은 주로 낮 시간에 간다.


10월 31일 하늘은 모처럼 맑았다. 다음날도 이런 날씨이길 바랐다.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늘 그렇듯이 11월 1일은 이상하게도 날씨가 흐리다. 어느 때는 눈이 내리고 어느 때는 구슬비가 내리고... 



사람들은 이날 돌아가신 조상의 영혼이 자신의 묘로 찾아온다고 믿는다. 어제 우리 가족도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일가 친척의 묘가 있는 묘지 세 군데를 다녀왔다. 



늘 느끼듯이 리투아니아 묘지에 오면 마치 화초 공원을 산책하는 듯하다. 묘마다 화초나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사진으로 이날 방문한 리투아니아 묘지를 소개한다.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모양으로 장식한 촛불 묘도 인상적이고 이 묘를 찾아온 사람도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작은 헝겊으로 묘를 덮고 있는 돌을 닦고 있는 데 그 사람이 선뜻 자신의 긴 헝겊을 건네주었다.

"샴푸 묻힌 이 큰 헝겊으로 닦으세요."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0. 11. 3. 09:08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 번 묘지 참배로 300가지 죄를 용서받는다
"한 번 묘지를 참배하면 과거에 지은 300가지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믿어왔다. 리투아니아 묘지는 보통 시내나 그 근교에 사방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햇빛이 잘 드는 언덕에 위치해 있다. 묘는 봉분이 아니고 평분이다.

일반적으로 묘에는 화초를 심어 꽃밭을 만들어 놓는다.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늘 싱싱하게 피어 있는 꽃이 망자의 넋을 달래고 있다. 사람들은 망자의 기념일을 비롯해 수시로 묘를 찾아서 이 화원을 정성스럽게 가꾼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고대부터 한 해의 수확을 마친 후부터 시작해 조상들의 묘를 방문하고, 이는 11월 첫 주에 절정에 이른다. 11월 1일은 모든 성인의 날, 2일은 망자의 날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 두 날을 따로 구별하지 않고 벨리네스(Vėlinės)라 부른다. 망자를 추모하는 날을 뜻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빌뉴스 안타칼니스 묘지 참배객(상)과 무명용사의 묘(하)

이날 사람들은 고향을 찾아 가족과 함께 조상뿐만 아니라 친척, 친구 그리고 유명 인사 등의 묘를 방문한다. 묘 화단에 흩어진 낙엽을 줍고, 시들은 화초를 제거하고, 새 것을 심는다. 대개 꽃이 활짝 핀 국화를 심는다.

묘와 주변을 청결히 한 후 망자의 영혼이 어둠 속에 헤매지 않도록 촛불을 밝힌다. 긴 시간 침묵으로 촛불을 응시하며, 망자의 선행과 일생을 되돌아보며 기도한다. 밤이 깊어갈수록 타오르는 촛불로 묘지는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룬다.

영혼이 사후세계를 떠나 가족을 방문한다
옛날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망자의 영혼이 사후세계를 떠나 가족을 방문하러 돌아오고 가장 좋은 때가 11월이라 믿었다. 11월 1일 밤 망자의 영혼이 들어오도록 창문과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고요함 속에 들리는 바람 소리,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 나무나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영혼이 찾아오는 징표라 여겼다.

식탁 한 자리에 망자를 위해 음식을 마련했다. 음식을 밤새도록 식탁에 놓아두었다가 다음 날 걸인들에게 나눠주었다. 사람들은 걸인들이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 영혼들 사이의 매개체로 믿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음식을 묘로 가져가 놓아두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이날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묘지를 참배해 꽃을 놓거나 심고 촛불을 밝힌다.
 

망자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리투아니아 전역에는 사람들의 대이동이 이루어진다. 조상의 넋을 기리는 리투아니아의 오랜 풍습 벨리네스를 지켜볼 때마다 우리나라의 추석 성묘가 떠오른다.

촛불 없는 낯선 묘의 망자 위해 불 밝히다
우리 가족은 일이 있어 일주일 먼저 시골에 있는 묘지를 다녀왔다. 11월 1일은 빌뉴스 시내에 있는 안타칼니스 묘지를 다녀왔다. 이 묘지에는 무명용사, 예술가, 학자, 정치인 등의 묘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촛불 없는 묘츨 찾아 촛불을 밝히고 있는 요가일래
 

이날 우리 가족은 초 4개를 가져가 촛불이 밝혀지지 않는 묘를 찾아다니면서 촛불을 밝혔다. 이렇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여분의 초를 가져가 촛불 없는 쓸쓸한 묘를 찾아 불을 밝히면서 알지 못하는 망자의 넋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 최근글: 외국인들에겐 뭐니해도 한글이 인기짱!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11. 1. 09:07

"유럽 묘지가 촛불로 불야성을 이룬다" 글에서 유럽에서 11월 1일의 의미를 알렸다. 유럽의 공동묘지들은 보통 주거지 인근에 있다. 그래서 산책 겸 종종 공동묘지를 방문하곤 한다. 특히 특이한 묘비석이 많은 공동묘지에 가면 꼭 조각공원을 관람하는 기분이 들고, 묘위에 잘 가꾸진 화단이 많은 공동묘지에 가면 꼭 식물공원을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지금까지 본 수 많은 묘비석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묘비석은 바로 돌이나 시멘트로 만든 고목을 닮은 묘비석이었다. 주위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왜 이런 묘비석을 만들었을까 물어보았지만, 속시원하게 답을 해주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그저 후손의 마음이라고 답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가계도(족보)를 만들 때 나무 줄기를 주로 그려서 조상과 후손들의 이름을 적어넣는다. 혹시 이런 풍습이 고목 묘비석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계속 연구 과제를 삼으면서 리투아니아 고목 묘비석 사진을 올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관련글: 꽃밭에 온 것 같은 공동묘지
               이끼로 쓴 148년 전 묘비명
* 최근글: 유럽 묘지가 촛불로 불야성을 이룬다

<아래에 손가락을 누르면 이 글에 대한 추천이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8. 11. 3. 07:08

11월 1일은 가톨릭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리투아니아에서 ‘모든 성인의 날’이라 불리는 국가 공휴일이다. 리투아니아인들은 이날과 2일을 구별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벨리네스’라 부른다. ‘벨레’는 영혼, ‘벨리네스’는 ‘죽은 사람을 추모하는 날’을 뜻한다. 죽은 사람 영혼을 추모하는 이 풍습은 고대로부터 내려왔는데, 죽은 이들의 영혼이 특정 시점에 사후 세계를 떠나 가족을 방문하러 돌아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한 해의 수확을 마친 뒤부터 시작해 10월 한 달 내내, 그리고 11월 첫 주에 절정에 이른다. ‘벨리네스’ 풍습은 14세기 말 기독교가 전래된 뒤 기독교적 의미가 추가되긴 했지만,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을 기해 리투아니아인들은 고향을 찾아 가족과 함께 조상뿐만 아니라 친척, 친구 그리고 유명 인사 무덤을 방문한다. 우리의 추석 성묘를 연상케 한다. 우리가 ‘벌초’를 하는 것처럼, 무덤 화단에 흩어진 낙엽을 줍고 시든 화초를 뽑고 새것을 심는다. 대개 꽃이 활짝 핀 국화를 심는데, 이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에겐 국화꽃을 선물하지 않는다. 또 무덤에 바칠 꽃송이는 반드시 짝수로 하고, 죽은 사람 영혼이 어둠 속에 헤매지 않도록 촛불을 밝히는 풍습도 있다. ‘성묘’에 나선 이들은 긴 시간 말없이 촛불을 응시하며, 죽은 이의 선행과 일생을 되돌아보며 기도를 하곤 한다. 밤이 깊어갈수록 타오르는 촛불로 공동묘지는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룬다.

20세기 초까지도 리투아니아인들은 11월 1일 밤 죽은 사람 영혼이 들어오도록 창문과 문을 활짝 열어놓는 풍습이 있었다. 또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침대를 마련하고 사우나실에 불도 넣었다. 영혼이 안전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개를 개집에 가두기도 했고, 영혼을 젖게 하지 않도록 물을 뿌리지 않았다. 영혼에 상처를 입힐까봐 예리한 물건들은 숨겼고, 영혼의 눈에 들어갈까봐 화덕에서 재를 꺼내지 않았다. 밤에 집에서 나가거나 가축을 밖에 내놓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 믿었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그들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곤 고요함 밤에 들리는 바람 소리,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나무나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 물이 튀기는 소리를 영혼이 오는 징표라 여겼다.

이어 영혼을 집으로 초대하고, 가족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한 뒤 침묵 속에 식사를 한다. 밥을 먹는 동안 음식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초대받지 못한 영혼을 위해 그대로 놓아둔다. 음식은 밤새도록 식탁에 놓아뒀다가 다음날 걸인들에게 나눠준다. 걸인들을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 영혼들 사이의 매개체로 믿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음식을 무덤으로 가져가 놓아뒀다고 한다. 이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손님은 ‘음부세계’에서 보낸 사람으로 여겨 극진히 환대하고 접대하는 풍습도 있다.

우리나라의 추석성묘를 연상시키는 11월 1일 리투아니아인들이 ‘벨리네스’를 맞아 묘지를 찾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11월 1일 죽은 이들의 영혼이 어둠 속에서 헤매지 않도록 무덤가에 촛불을 밝힌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