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브라질2009. 2. 12. 11:30

낯선 나라에 처음으로 갈 때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이 늘 상존한다. 지난 12월 초순 갑자기 브라질 쿠리티바를 방문할 일이 생겼다. 아내가 동해하는 김에 세계적 유명 관광지인 리오데자네이로(리오)와 상파울로도 방문하기로 했다.

쿠리티바와 상파울로에는 친구들이 있어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문제는 리오였다. 부부가 같이 가므로 일상에서 더 절약하고 이번 리오에서는 분위기 있게 보내기를 결정했다. 그래서 신나게 인터넷으로 호텔 예약을 시도했다. 무궁화 3개부터 시작해 무궁화 5개까지 모조리 찾았으나 방이 없었다. 새해맞이를 위해 세계와 브라질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상파울로나 쿠리티바로 곧장 오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 브라질 친구가 옳았다.

순간 떠오르는 것이 에스페란토였다. 리오에 사는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에게 사정 얘기를 하고 도움을 청했다. 세계에스페란토협회가 발행하는 에스페란토 사용자 주소록인 연감에서 몇몇 현지인들에게 편지를 썼다. 새해부터 민폐 끼치기가 부담스러워 호텔 예약을 부탁했다. 큰 기대는 안했지만, 몇 시간 후 세 사람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안전과 현지적응을 위해 호텔보다는 에스페란토 사용자 집을 권했다. 이렇게 자기 집으로 기꺼이 초대하겠다는 사람이 두 사람이나 있었다.   

12월 30일 파리 공항에 있는 데 브라질에서 국제전화가 왔다. 택시를 잘못 타면 바가지 낭패를 당할 수도 있으니 자기가 31일 아침 공항에 마중을 나가겠다고 했다. 약속대로 작곡가인 아라곤은 차를 가진 아들과 함께 공항으로 마중 나왔다. 손에는 초면의 사람을 찾기 위해 큼직하게 이름을 쓴 종이를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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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와 3박 4일간 같이 생활한 마리아는 대학교 교직원으로 퇴임했다. 마리아는 치즈빵을 직접 만들어서 우리 부부를 맞이했다. 내내 관광지를 안내하며 브라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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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UN 직원으로 일을 했고, 대학교수로 퇴임한 실라(80세)는 우리 부부 점심 초대를 위해 지난 십년 동안 연금을 절약했다면서 인근 일식당으로 초대했다. 같이 있는 동안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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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로 퇴임한 알로이죠는 에스페란토 사무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날 우리 부부를 리오데자이네로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폐허 공원"으로 안내했다. 많아도 5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실제 나이가 65세라 한다. 믿지를 않자, 그는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었다. 에스페란토를 하면 이렇게 젊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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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남부 지방 쿠리티바에서 만난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이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편하고 정이 가는 사람들이었다. 이날 모인 친구(오른쪽 밑 사진, 하얀 티셔츠)가 어느 날 사촌과 함께 대학시절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사촌왈: "내가 꼽는 최고의 교수는 바로 포르투갈어를 가르친 제랄도 교수이지! 너는 모르지?"
친구왈: "그 교수와 난 같은 에스페란토 단체 회원인데!!!"
사촌왈: "부럽다, 부러워~~~" (교수는 왼쪽 윗 사진,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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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로에서는 서울에서 YTN 리포터 연수 받을 때 같은 방을 쓴 친구이다. 방을 같이 쓴 죄(?)로 이번에 손님 대접 왕창 받았다. 아내는 한국외에서도 한국인의 손님 환대에 감동 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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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교전>를 포르투갈어로 번역을 한 친구 제랄도(78세)의 가족이다. 3개 대학교에서 포르투갈어를 가르쳤다. 남들보다 3배나 더 일했으므로 합쳐서 100년을 일했다고 한다. 2주간 옆에서 지켜보았는데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는 대부분 시간을 글 쓰는데 바치고 있었다. 제랄도 가족 덕분에 브라질 사람들의 일상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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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어를 전혀 모르는 우리 부부가 브라질에서 이렇게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도움을 받은 것은 바로
에스페란토 덕분이다. 출발지에서는 바로 위 사진 속처럼 환송을 받았고, 도착지에서는 환영을 받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하나의 언어로 서로 이해하고, 돕고, 형제처럼 지내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라고, 노력하고자 한다.

이상은 초유스의 브라질 가족여행기 2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브라질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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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브라질2009. 2. 9. 22:01

브라질 여행을 하고 돌아온 많은 리투아니아인들은 브라질 신발들은 질이 좋고 값이 비교적 싸기 때문에 사라고 권한다. 지난 1월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이 권유대로 아내와 함께 "브라질의 남대문"이라고 하는 3월 25일 거리로 가보았다. 정말이지 리투아니아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생기 넘치는 거리와 수많은 상점들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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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가게에 들어가니 제복 입은 점원들이 곳곳에 눈에 띄였다. 이는 리투아니아와는 비교되는 풍경이다. 일단 이것 저것 눈으로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골랐다. 그러자 한 점원이 다가왔다. 그는 다른 쪽 신발만 창고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상자를 동시에 가져왔다. 이 상자 속에는 다양한 크기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모양들의 신발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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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하나 꺼내서 일일히 신어보게 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비슷한 크기에 이렇게 다양한 신발들이 있음에 먼저 놀랐고,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끝까지 고객을 상대해준 점원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러니 신발을 사고자 마음 먹고 이 가게에 들어온 이상 어느 신발이든 안 살 수가 없게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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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2. 8. 12:13

지난 1월 브라질 방문 중 빠질 수 없는 행선지 중 하나가 바로 상파울로였다. 상파울로는 브라질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상파울로와 그 주변에 사는 인구만 해도 1800만여명에 이른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이다. 살고 있는 나라 리투아니아 인구의 다섯 배가 넘는다.  

이 정도 큰 도시라면 인상적인 볼거리가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관광도시 리오데자네이로의 명성에 짓눌러서 그런가 솔직히 말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번 상파울로 방문에서 뭐니뭐니 해도 가장 인상적인 곳은 봉헤찌로였다. 이곳은 유대인, 이태리인, 그리스인과 함께 한국인이 밀집되어 사는 구역이다. 이 봉헤찌로에는 주로 의류상점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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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사는 지인 집에 머물렀다. 주위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꽃집, 식당, 옷가게, PC방, 여행사, 요가교실, 교회, 성당, 절 등이 있어  마치 서울의 어느 한 지역에 살고 있는 듯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바로 한글 간판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가판대는 한글로 된 신문을 팔고 있었다. 봉헤찌로에 사는 사람들에겐 대수롭지 않겠지만, 여행자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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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의 경우 폴란드인이 밀집해서 살고 있는 곳에서도 폴란드어 간판을 본 적이 없다. 언젠가 한 폴란드인 정치인이 폴란드어와 리투아니아어 두 언어로 거리이름을 자기 집에 붙였다가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유일한 국어가 리투아니아어이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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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견주어 볼 때 봉헤찌로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행복하다. 그리고 이를 용납해주는 브라질 사회가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브라질2009. 2. 2. 05:23

이번 브자질 방문에서 빠질 수 없는 행선지 중 하나가 바로 상파울로였다. 상파울로는 브라질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상파울로와 그 주변에 사는 인구만 해도 1800만여명에 이른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이다.

리오데자네이로와는 달리 상파울로는 관광도시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대부분 볼거리는 도시의 혼잡에 가려져 있어 그런지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상파울로까지 왔으니 무엇인가 봐야할 것 같았다.

목적지는 전망대였다. 도심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야말로 그 도시를 보았다는 명분에 잘 어울린다. 그 댓가로 비싼 입장료가 따르기 마련이다. 친구의 안내로 전망대에 도착하니 입장료가 없다고 해 깜짝 놀랐다. 단지 여권 등 사진이 들어가 있는 증명서가 필요하다.
 
이 전망대는 지상 161미터에 위치해 있고, 360도로 걸으면서 반경 40km까지 상파울로 도심과 주변을 구경할 수 있다. 상파울로 전경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다. 현재 산탄데르 은행 건물(35층)로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공짜로 내려다본 상파울로 전경들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공짜라서 인상적이었고, 도시의 거대함에 감탄했다. 올라가기 위해 기다린 시간이 거의 한 시간이었고, 구경시간이 5분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꼭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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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초유스의 브라질 가족여행기 14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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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1. 31. 06:00

리오데자네이로에서도, 쿠리티바에서도 브라질 현지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선물 등은 상파울로 3월 25일 거리에서 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추운 겨울에서 온 사람이 더운 여름 나라에서 무슨 선물을 사갈까 고민스러웠지만, 딸아이들 여름옷 등을 사려고 "브라질의 남대문"이라고 하는 3월 25일 거리로 가보았다. 정말이지 리투아니아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생기 넘치는 거리와 수많은 상점들이 눈길을 끌었다.

아내가 이 가게 저 가게 상품여행을 하는 동안 노점상들이 즐비한 거리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곳에도 단속원이 눈에 띄었다. 단속원과 노점상간 반복적인 대응관계를 지켜볼 수 있었다. 제복 입은 단속원들이 나타나자 노점상들은 주섬주섬 물건을 챙겨 보따리에 산다. 단속원들이 지나가자 마치 바다가 갈라지듯 노점상들이 보따리를 사들고 거리 양편으로 갈라선다. 북적 대는 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는 듯하다.

단속원이 지나가자 다시 노점상들이 거리로 나와 물건을 팔기 시작하고 지나간 단속원들은 뒤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다시 노점상들이 북적대고 거리는 생기를 되찾는다. 단속이라는 의미가 무색할 정도이다. 한 단속원이 미처 챙겨가지 못한 종이상자 좌판대를 뭉개지 않고 노점상에 건네주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쇠파이프로 좌판대를 때려 부수고 노점상들에게 폭력을 서슴없이 휘두르는 한국의 비인권적인 단속이라는 개념에 익숙한 눈에는 이 풍경이 무척 낯설어보였다. 종종 심한 단속이 행해진다고 하지만, 이날 현지에서 한나절 지켜보면서 브라질 상파울로 3월 25일 거리에는 단속원과 노점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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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