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0. 1. 29. 10:37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연애시절과 결혼 초기에는 그렇게 대화도 많이 하고 재미있었는데 살다보니 말수도 적어지고 무심한 사람으로 변했다고 종종 불평한다. 그럴 때마다 살가움이 부족한 이국인임을 내세워 변명하곤 한다.

살다보면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은 우리 부부만은 아닐 것이다. 부부 사이만 이런 것이 아니라 자녀도 점점 자라다보니 서로간 정겹고 살가운 맛이 떨어지고 있다.

언젠가 아내는 식구들을 모아놓고 "가족은 하루에 8번을 서로 껴안아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도 앞으로 하루에 적어도 8번을 서로 껴안자주자고 제안했다. 그후부터 네 식구는 숫자를 세아리면서 서로 껴안아주었다. 처음엔 재미있었다.

"우리 오늘 몇 번 껴안았지?"
"세 번."

처음에는 하루에 8번 껴안는 일이 아주 쉬워보였는데 차츰차츰 하루의 껴안아주기 수가 줄어들었다. 그래도 요즈음은 아내의 이 8번 껴안기 이벤트 덕분에 서로 서로 몇 번이라도 껴안아주고 있다.

이 제안을 가장 잘 지키는 식구는 막내딸 요가일래이다. 여전히 껴안으면서 숫자를 헤아린다.
"아빠, 이번은 다섯 번째이다. 이제 세 번 남았다."

가끔은 서로 바쁜 일로 잊어버리고 있다가 한번에 몰아서 8번을 하기도 한다. 어제는 요가일래와 껴안아주기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맞닿도록 껴안아야 제대로 껴안는거야."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왜 8번인데?"
"나도 어디서 들은 것 같은 데. 이유는 모르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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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월 요가일래가 그린 '우리 가족'

사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잠시 몇 초만이라도 가족임을 서로간 접촉을 통해 따뜻하게 느낄 수는 것에 의미가 있으리라. 이유를 묻는 것이 우스워보였다. 우리 가족의 서로 껴안아주기가 오랫 동안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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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모음2010. 1. 8. 10:27

아내는 리투아니아아인으로 40대이다.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 부수적으로 음악학교 누리집 웹마스터로 봉사하고 있다. 남편이 주위 리투아니아 사람들보다 인터넷에 더 능숙하다는 평 때문에 떠맡게 된 것이다. 기본틀은 만들어주었고, 새로운 내용을 채우는 일은 아내 몫이다.

초기엔 일일이 알려주어야 했지만, 지금은 별다른 도움 요청없이 혼자 척척 잘 하고 있다. 남편이 인터넷뿐만 아니라 촬영일을 한다는 것을 안 학교에서는 중요한 행사마다 은근히 부탁하곤 한다. 찍어온 것을 아도비 프리미어로 편집해서 유튜브를 통해 누리집에 올리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다가 바쁜 일이 있고 보면 행사일에서 점점 멀어지고 영상은 새소식이 아니라 헌소식이 되어버릴 때도 있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아내의 부탁은 더욱 더 간절해진다.

"당신 편집해줄 거야? 말 거야?"
"너무 바빠. 나중에"
"그럼, 좀 가르쳐줘. 내가 해보게."


이렇게 해서 몇 번 가르쳐주었으나, 영상편집이 그렇게 호락호락 그저 먹기가 아니다. 사실 부부간에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것이 처음에는 쉬운 듯하나 시간이 점점 갈수록 짜증과 불만이 늘어난다. 결국에는  안 가르치는 것만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운전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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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 21일 열린 음악학교 공연행사

며칠 전 아내는 지난 12월 21일 열린 학교행사 영상을 혼자 편집해보겠다고 팔을 걷었다. 컷 짜르기, 작업줄에 넣기, 한 컷 작업 후 바로 프로젝트 저장하기 등을 대충 일러주었다. 그리고 이날 점심과 저녁식사는 혼자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아내는 컷자르기와 컷연결하기 매료에 푹 빠져서 밥 준비뿐만 아니라 밥 먹을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음악을 하니까 서로 연결되는 컷의 오디오까지 심오하게 고민하다보니 그 고민 자체에 재미가 들었다. 엄청난 수고 끝에 연결한 컷이 마음에 들면 마치 희열의 최고 절정에 오르는 것 같다고까지 소감을 말했다.

"축하해, 당신! 그 동안 잘 가르쳐주지 못했는데 스스로 재미를 얻었다니 앞으로도 쭉~ 계속 혼자 하세요."


위 영상은 이날 아내가 난생 처음으로 혼자 편집해 완성한 것이다. 가뜩이나 노안으로 힘드는데 이제 아내가 새롭게 영상편집에까지 재미를 얻었으니, 앞으로는 좀 더 편하게 될 것 같다.

* 관련글: 초2 딸의 음악학교 공연회에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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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2. 28. 07:05

요즘은 어떠한 지 모르겠지만 한국에 살았을 때 연말이면 달력을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되었다.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달력 선물이 있어서 여러 곳에 거는 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유럽에서 살면서 멋있는 풍경이나 그림이 담겨진 큼직한 달력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하지만 달력이 있는 명함판 광고지를 종종 받아본다.

주변 리투아니아 사람들 집을 방문해보면 달력을 방이나 거실 벽에 걸어놓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 우리 집도 지금껏 벽걸이용 달력을 사본 적이 없었다. 컴퓨터 화면으로 언제든지 쉽게 달력을 볼 수 있는 것도 요인이다. 그런데 일전에 슈퍼마겟에 혼자 간 아내가 달력 하나를 사왔다.
 
"우짼 일로 당신이 달력을 다 사?"
"내년이 당신이 태어난 해의 띠인 호랑이 해이잖아."
"그래서?"
"마침 호랑이가 담긴 달력이 있기에 사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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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력을 보면서 유럽에서도 이렇게 동양의 12간지 동물을 알아서 해마다 관련 동물 사진을 넣어 달력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아내는 달력을 전혀 사지 않는다. 하지만 남편이 호랑이띠라 호랑이가 담긴 달력을 보니 충동구매가 일어난 듯했다. 이날따라 달력을 산 아내가 멋있어 보였다.

* 관련글: 아내가 새벽에 남편 잠자리를 찾아온 이유
* 최근글: 국회의 연금인하 결정은 헌법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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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2. 27. 07:11

지난 20일(일요일) 친척 부부와 함께 우리 부부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북쪽으로 180km 떨어진 도시를 다녀왔다. 가는 동안 빌뉴스 지역에서는 내내 눈이 내리는 악천후였다. 하지만 이 지역을 벗어나니 눈은 내리지 않았다.

일을 보고 빌뉴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목적지를 100km 앞에 놓아두고 차가 말썽이었다. "안전을 위해 시동을 꺼겼으니 가까운 서비스 센타에 가서 점검을 받으라"라는 내용의 메세지가 떴다. 가까운 서비스 센타라!!!

4차선 140km 고속도로인데 중간지점에 도시가 하나 있을 뿐이다. 그외에는 정말 허허 벌판이다. 눈은 쏟아지고, 밤은 어둡고, 지나가는 차는 거의 없으니 그야말로 두려움과 공포감마저 일어났다. 경고 메세지를 무시하고 여러 차례 앞으로 거북이 속도로 나아갔지만 지속적으로 경고음이 나오고, 차의 시동은 매번 자동으로 꺼졌다.

어떻게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니 부담없이 일단 견인차를 불러기로 했다. 보험조건 중 목적지까지 견인차로 차를 운반하고, 택시로 사람들을 태워주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눈오는 밤 8시에 신속하게 견인차가 올리는 만무했다. 보험회사에 전화하니 차분한 목소리로 가까운 지역에 있는 견인차를 수소문하겠다는 답이 왔다. 2시간 이내에 도착한다는 추가 전화가 왔다.

그렇다고 무작정 눈이 펑펑 쏟아지는 도로가에 정차해 기다리는 것보다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자는 데에 모두 뜻을 모았다. 요령이 생겼다. 경고음이 울리고 난 후 신속히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기어를 d에서 p에 놓으니 차가 자동으로 시동을 끄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엔진과 밧데리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는 염려가 있었지만 이 요령 터득으로 30km를 더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었다.

마침내 중간 지점인 주유소에 도착해 견인차와 택시를 기다렸다. 긴장이 확 풀렸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아직 종합보험에 들기를 꺼려하고, 대부분 책임보험만 든다. 이런 견인의 경우를 당하니 종합보험에 가입해놓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보험회사가 계약조건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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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가 견인되자 사진기를 꺼내 현장을 찍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당신은 우리 차가 견인되는 데 도대체 어린애처럼 사진찍을 마음이 어디에서 나오나?"라고 울화가 치미는 듯 말했다. 서비스 센타에 가서 받을 원인진단과 수리 비용견적을 생각하니 아내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았다.

차만 견인차에 보내고 우리 일행 모두는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오면서 이제는 집에 돌아간다는 안도감에 농담들이 오고갔다. 아뿔싸, 견인차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적어놓지 않았다. 물론 보험회사와 한 통화기록은 남아있지만, 혹시 견인차의 운전수가 나쁜 마음을 먹고 우리 차를 빼돌린다면 어덯게 하나..... 농담 반 걱정 반이 대화 속에 묻어나왔다.

"당신이 아까 사진을 찍어놓길 이제 생각해보니 정말 잘 한 것 같다."라고 아내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 최근글: 유럽 차에 붙은 초록색 단풍잎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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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9. 11. 10:41

지난 봄부터 여름까지 목조 아파트 수리를 대대적으로 했다. 낡은 집이 최신식 새 집으로 둔갑했다. 수리를 하면서 뜯어낸 목재들을 지인이 땔감으로 가져가겠다고 해서 텅빈 차고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하지만 최근 이 지인은 목재 옮기기가 수고스러운지 가져가지 않겠다고 했다. 목재를 어떻게 처리할까 무척 고민되었다. 건축자재로 다시 사용하기엔 부적합하다. 가져갈 사람을 다시 찾든가 아니면 공중 쓰레기통에 버리든지 해야 한다.

"여보, 그냥 가져갈 사람을 찾는 광고를 인터넷에 내봐!"
"당신은 생각하는 것이 너무 순진해. 행여 땔감으로 가져갈 사람이 있다면 가난한 노인일 것 같은데 인터넷을 누가 보겠나?!"
"그럼, 어떻게 해?"
"당신이 조금씩 쓰레기통에 옮겨 놓으면 지나가다가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을 거야."

"목재를 그렇게 쓰레기통에 함부러 버려도 되나?"
"되겠지 뭐."
"그럼, 이웃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하자."

목조 아파트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이웃에게 물어보니 자기들도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확실한 해결책을 얻은 아내는 미소를 지었고, 옮겨야 하는 남편은 울상을 지었다.

"여보, 난 아파트 청소할 테니까 당신은 목재를 쓰레기통으로 옮겨! 알았지?"

가져갈 사람이 편하도록 목재를 끈으로 묶었다. 첫 번째 묶음은 수월하게 옮겼다. 두 번째 묶음은 좀 힘들었지만, 임무를 완수했다. 그리고 세 번째 묶음을 만드려고 팔이 거의 닿지 않는 목재를 잡으려고 했다. 그 순간 허리 느낌이 이상했다. 통증이 조금씩 생기더니 점점 심해졌다. 참고 일을 계속 해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아내가 청소하고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태산처럼 보였다.

"더 이상 일 못하겠다. 허리통증 때문에."
"당신 꾀부리고 있지?" (지금껏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도 허리 아프다고 한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야. (얼굴을 찡그리면서) 정말 아파!"
"하하하!!! 우습다!"
"놀리지 마! 정말 아파! 집에 가서 누워야겠다." (그리고 아내 웃음이 계속되면 버럭 화를 낼 기세이다.)

남편이 허리 아프다고 하면 불쌍해서 울어야 할 판에 왜 아내는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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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그린 "우리 가족"

사연은 이렇다. 아내는 여러 해 동안 허리가 아프다. 피아노 교사들이 흔히 갖는 병이라고 한다. 수시로 허리 안마를 부탁한다. 매번 정성껏 안마를 기꺼이 해주어야 마땅하나 초지일관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종종 아내는 서운해 한다. 그런 상황에서 남편이 허리 아프다고 하니 "잘 됐다. 고소하다. 이제야 내 심정을 이해하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웃었던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통증은 더욱 심해지고, 일어서기도 힘들고, 화장실 가기도 힘들었다. 지천명의 나이를 곧 앞두고 이런 허리통증은 난생 처음이었다. 이런 아픔이 지속된다면......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내는 계속 킥킥거렸다.

"당신, 걱정하지마. 내가 간호 잘 해줄께. 이러다가 푹 쉬고 약바르면 좋아질 거야."

화요일은 꼼짝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다. 그 덕분에 아내가 침대로 가져다 주는 점심과 저녁 식사를 맛있게 먹었다. 수요일 저녁무렵까지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허리를 구부리거나 걸을 때 통증이 남아있다.

이번에 겪은 허리통증은 아내의 허리통증을 끝까지 이해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제 우리 부부는 어느 누가 일방적으로 허리 안마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대로 안마를 해야 할 판이다. 이러다 보면 통증은 줄어들고, 사랑은 늘어날 것으로 확실히 믿는다.

* 관련글: 부모를 별침, 동침시키는 7살 딸아이 사연
               아파트 창문 밖에 출현한 남자를 이용한 아내
* 최근글: 사람 목소리 내는 까마귀 화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5. 18. 15:59

7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하도 졸라서 지난 일요일 사우나를 다녀왔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도 최신식 사우나장이 여러 곳에 있다. 대부분 다양한 사우나와 수영장,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물미끄럼틀 등이 갖추어져 있다.

▲ 임풀스 수영장 내부 (사진 출처: impuls.lt)


이제 곧 여름에 오면 호수에 가서 수영을 많이 할 것이라고 말려보지만, "내가 시험에서 만점을 맞았으니 내 소원 딱 한 번만 들어줘야 해!"라는 딸아이 말에 그만 손을 들고 말았다.

집에서 가까운 사우나장에 가기로 했다. 가족 3인 입장권이 66라타스(3만3천원)였다. 들어가는 입구는 남녀가 따로따로이지만, 모두 수영복을 입고 사우나장에서 같이 만나는 구조로 되어있다.

아직 7살이라 딸아이를 혼자 놓아두지 못하고 우리 부부는 번갈아가면서 사우나를 해야 했다. 특히 한창 헤엄치기를 배우는 딸아이는 자기 키보다 깊은 물에서 수영배우기를 즐겨했다. 하다가 지치면 다양한 수압마사지를 할 수 있는 온탕에 들어가 쉬곤했다.

이렇게 딸아이와 둘이서 온탕에 있는 데 우리에게 계속 시선을 집중하던 한 여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그리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리를 좀 두고 말을 걸었다. 첫 물음은 "어이"라는 말이 "중국말인지 일본말이지 아느냐?"였다.

"얼마 전 마사지소에서 들은 말인 데 리투아니아어로 "터잎"을 "어이"라고 하더라. 이 말이 맞냐?"

별 양념가가 없는 말을 건넸다. 중국말과 일본말을 모른다고 해도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물어왔다. 그리고 거리를 좁히고 자꾸만 우리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그 여자가 수영복 어깨끈을 자주 바르게 할 때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난감했다.

마침내 딸아이와 피부를 맞닿는 거리까지 왔다. 사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 편이다. 이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다. 걸어오는 말에 싫다고 갑자기 자리를 뜨기도 이상할 것 같아 딸아이가 중간에 위치하도록 무척 애를 썼다. 사우나실에 간 아내가 재빨리 돌아와 구원해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머리 속에는 1990년대 초 헝가리 부타페스트에 일어났던 일이 떠올랐다. 어느 날 공중 온천탕을 갔다. 넓은 탕 안에서 몸을 담그고 있는 데, 60대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부다페스트 출신인데 파리에 살면서 동양사상에 관심이 많아 인도와 티베트를 자주 왕래한다고 하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나도 티가 나지 않게 조금씩 오른쪽으로 피해갔다. 어느 새 탕 입구 계단까지 오자, 이제 피하기도 그렇고 했어 친구가 빨리 와주기만을 바랬다. 곧 마사지를 받으러 간 친구가 돌아오자 안도의 숨을 쉬고 잽싸게 그와 함께 뒤편에 있는 사우나실로 가버렸다.

사우나실에서 그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는 순간 사우나실 문이 열리고 그 할아버지가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내 곁에 앉더니 웃으면서 내 왼쪽 다리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부탁도 하지도 않았는데, 더군다나 그를 피해 이 사우나실로 들어왔는데 이렇게 더 노골적이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와 기분 좋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난감하고 난처한 경우도 있다.

후기: 어제 있었던 이 일을 아내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늘 홈페이지로 설정된 이 블로그를 아내가 보더니 무슨 글을 올렸기에 동시 접속한 사람들이 수 백명이 되는가라고 물었다. 그때서야 어제 일을 이야기 했다. 아내는 멀리서 지켜보면서 "저 여자가 내 남편에게 무슨 수작을 부리나 지켜보고 있었지... ㅎㅎㅎ"라고 답했다. 아내가 빨리 오기를 무척 기다렸는데......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5. 9. 09:41

며칠 전 학교에 다녀온 아내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부엌에서 "쏴~~~"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다가 차차 굉음으로 변해갔다.
무슨 일인가 하고 부엌으로 달려가니
아내가 가스불 위에 주전자로 물을 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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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웬 일로 주전자를 다 샀지?"
"앞으로 차나 커피 등을 위해 물을 끓일 때는 주전자로 사용한다".  

그 동안 우리 집 부엌에는 물 끓이는 일반적인 주전자가 없다.
이유는 간단한다. 바로 전기주전자 때문이다. 물을 끓이는 데 아주 편하다.
전기 코드를 꽂아 놓아 누르기만 하면 가열된 후 자동으로 꺼진다.
가스불에 주전차를 올려놓고 잊어버려 주전자를 태워먹을 염려가 없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가열된다. 대부분 가정이 이 전기주전자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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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편한 전기주전차를 왜 아내가 포기할까?
아내의 설명이 따랐다.
가스 ㎥         2.02리타스
전기 kWh      0.35리타스

우리 집 한달 평균 전기사용량    
           300kWh x 0.37리타스 = 111리타스 (5만5천5백원)
우리 집 한달 가스 사용량           
           4㎥ x 2.02리타스 + 기본금 2.12리타스 = 10.20리타스(5천백원)

앞으로 리투아니아 정부는 이그날리나 원전 폐쇄
전기값을 현재보다 2-3배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아내는 순간적으로 전기량을 많이 먹는
전기주전자를 포기하고 일반 주전자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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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이지만 변화가 일어났다.
전기주전자를 사용하지 않자 차를 마시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가스불을 켜고 기다렸다가 꺼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인지
주전자에 아직 익숙하지 않고 있다.
차 대신에 물 마시는 횟수가 늘어났다.
아내가 산 주전자 때문에 우리 집 전기값이 확실히 줄어들 것 같다.

알뜰한 세상의 모든 아내들에게 남편들 박수 한 번 쳐주십시다. 

* 관련글: - 체르노빌과 같은 이그날리나 원전 폐쇄 목전에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5. 8. 09:17

유럽 사람들에게 한국의 촌수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면 아주 관심을 가지고 듣는다. 부부는 무촌이고, 부자는 1촌이고, 형제는 2촌, 아버지 형제는 3촌, 아바지 형제의 자녀와는 4촌, 그리고 5촌, 6촌, 7촌, 8촌...... 도표를 그려서 한국의 친인척 관계를 설명해주면 복잡하다고 하면서 신기해 한다.

부부가 왜 무촌이라고 물을 때에는 부부는 일심동체라 간격이 없으니 촌수가 없다고 답하곤 했다. 모든 숫자의 근원 0촌으로 여길 만큼 부부는 한 몸, 한 마음을 지니는 것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전에 "펜펜의 나홀로 산행" 블로그에서 부부가 무촌인 색다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부모와 자식간에는 1촌이지만 부부간에는 촌수가 전혀 없습니다. 헤어지면 남인 것입니다."

이 문구를 읽으면서 "부부가 무촌이니까 같이 살면 한 몸이 되고, 부부가 무촌이니까 헤어지면 남이 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가 여러 가지 이유로 헤어질 때, 남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인 것 같다. 왜냐하면 한 때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있는 부부는 헤어지더라도 서로 좋은 친구로 남는 사회적 풍토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부부는 내년 2월 결혼 10주년을 맞는다. 우리 가족은 식구가 넷인데 딸이 둘이다. 큰 딸이 어렸을 때 넷이서 밖에 나가면 언니는 엄마를 닮아서 머리카락이 갈색 계통이고, 작은 딸은 아빠를 닮아서 머리카락이 검은색 계통이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이렇게 큰 딸은 엄마 딸이고, 작은 딸은 엄마와 아빠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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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딸 7살 요가일래가 엄마에게 바친 생일 선물 그림

종종 큰 딸의 생부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기가 바로 옆에 있어서 늘 받아서 큰 딸에게 수화기를 건네준다. 보통 늦은 밤에 전화가 온다. 술이 들어가니 딸 생각나서 전화하는 것 같다. 일전에 아내의 생일이라 식구 모두 일본식당에 밥을 먹고 돌아왔다. 이날 초저녁 큰 딸의 생부가 맹숭맹숭한 목소리로 전화했다. 평소와는 달리 딸을 찾지 않고 아내를 찾았다. 그 동안 헤어진 것에 대해 아내를 많이 원망했는데, 이제는 삶의 성공을 기원한다면서 아내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아내는 창가를 바라보면서 옛 이야기를 꺼냈다. 전 남편이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자기가 고집을 부려서 그가 여러 가지 기회를 포기한 것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가 마음 잡고 행복한 삶을 살아기기를 바란다. 사실 그가 맨 정신으로 전화해 큰 딸과 대화하고 이어서 아내와 함께 큰 딸의 생활이나 진로에 대해 대화할 때 옆에서 듣는 기분은 한 마디로 좋다.

2004년 리투아니아는 인구 1000명당 3.2명이 이혼했다. 이로써 유럽에서 이혼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 20여년 생활하면서 적지 않은 이혼 부부를 만났다.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핀란드와 노르웨이 지인의 경우였다. 핀란드 지인은 집안에 일이 있을 때 자주 전 남편이 와서 도와주고 간다. 노르웨이 지인은 요리하다가 막히면 전 아내에게 전화해 해결한다. 이렇게 이들은 어떤 이유로 이혼했지만, 이혼 후에도 스스럼없이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다. 이런 점에서 아내의 생일을 기억해 축하 전화해준 전 남편이 오늘따라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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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3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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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차 부부이다. 2001년 태어난 딸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다. 생후 몇 개월간 잠깐 아기 침대에서 잠을 자다 그 이후부터 줄곧 부모와 한 침대에 잤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겠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품안에 안고 자는 날이 과연 몇 해나 될까라고 생각하면서 셋이 같이 자는데 서로 반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게에서 구입하지 않고 넉넉한 크기의 침대를 주문 제작시켰다.

그렇게 불편 없이 여러 해를 지내오다가 드디어 딸아이가 점점 켜자 차지하는 공간이 넓어졌다. 또한 아이들은 열이 많이 나므로 자다가 보면 이불은 발밑에 가기 있기 일쑤였다. 추워서 깨는 일이 더욱 잦아졌다. 결국 한 침대에 이불 2채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불을 푹 덮고 자는 습관이 있어서 도저히 발밑으로 밀린 이불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잠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딸아이가 더 커서 세 사람이 자기엔 침대가 좁았다. 그러던 차에 딸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자기 침대가 있었다. 입학 기념으로 당당히 딸아이는 "홀로 잠"을 선언했고, 한 동안 자기 침대에서 홀로 잤다. 간혹 주말이 되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빠, 내일 학교에 안 가니까 나 엄마하고 잘래. 괜찮지? 아빠는 내 침대에서 자. 알았지?"

딸아이는 자는 데 아주 편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직접 딸아이 침대에 자보니 딱딱하고 좁아서 자기가 무척 힘들었다. "이런 침대에 내 귀한 딸을 재우자니!!! 차라리 내가 따로 자는 것이 좋겠다"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딸아이는 이렇게 몇 번 엄마하고 자더니 얼마 후 자기 침대 존재를 영원히 잊어버린 듯했다. 더군다나 늘 새벽까지 일하는 아빠는 자는 식구를 깨우지 않으려고 일하는 방에서 그냥 자게 되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부부방은 모녀방이 되었고, 책상방은 아빠방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최근 딸아이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어제 오후 딸아이는 갑자기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엄마를 많이 사랑해야 돼. 엄마한테 뽀뽀도 많이 해야 돼. 엄마를 많이 사랑하려면 같이 자야 돼. 그러니까 오늘부터 나는 내 침대에 진짜 자고, 아빠는 엄마하고 잔다. 알았지?!"
"왜 갑자기 그래? 아빠는 아빠방에서 자는 것이 더 편한데......"


"아빠, 난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 동생이 있으면, 수학 공부도 어떻게 하는 지 가르쳐 주고 싶고, 무엇이든지 많이 알려주고 싶어. 엄마한테도 아빠를 많이 사랑하라고 말했으니까, 오늘부터 진짜 엄마하고 자!"
"나이 적은 세상 아이들이 다 너의 동생인데 굳이 한 명 더 필요하니?"


"아빠, 그래도 난 우리 집에서 같이 사는 동생이 필요하단 말이야!"

딸아이는 저녁을 보내고 밤 10시가 되자 잘 준비를 했다. 혹시 낮에 한 말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나 궁금했다. 엄마하고 같이 자기 침대를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곧 딸아이는 책상방 문에 나타났다.

"아빠, 오늘은 새벽까지 일하지 말고 엄마하고 자! 알았지? 안녕히 주무세요, 아버님!"

부모를 동침시키는 딸아이의 이번 다짐이 과연 며칠이나 더 지속될 지 궁금하다. 아무튼 부모 사이에 이런 튼튼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딸아이가 있음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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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8. 16:14

리나는 올해 스물여섯 살이다. 열 여섯 살에 학교친구인 동갑내기와 결혼했다. 여덟 살인 아들과 여섯 살인 딸을 두고 있다. 날씬한 몸매를 가졌으나, 둘째아이를 낳은 후 몸이 붓기 시작해 얼마 전엔 100kg이나 나갔다. 그녀는 다혈질이고 통솔력이 있지만 때론 여린 마음을 가졌다. 요리하고 살림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남편과 같이 헌옷장사를 한다. 남편은 우직하고 힘이 좋다. 그는 아내가 시키는 일이면 비록 투덜대면서도 무엇이든 다 한다.

이들은 지지난 해에 허름한 목조가옥을 구입해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알뜰히 살아온 덕분에 이번 가을에 주택의 외부수리까지 마쳤다. 낡은 목조가옥이 캐나다형 플라스틱 가옥으로 변했다. 이젠 인근에서도 아름다운 집으로 알려져 있고, 시가는 산 가격보다 2배나 올랐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리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줄지 않던 몸무게도 20kg이나 줄었다. 바로 착한 남편의 외도 때문이다. 그녀는 월요일 아침 일찍 찾아 왔다. 늘 힘들고 울상인 얼굴을 했는데 이날은 왠지 얼굴에 생기마저 감돌았다. 그러면서 대뜸 한다는 소리가 "이젠 사랑은 없다"는 것이었다. 비록 웃으며 하는 말이었지만, 그녀의 말은 절규하는 것처럼 들렸다.

남편의 갑작스런 외도

남편은 3년 전 한 유부녀와 정을 통해 한바탕 큰 소란을 피운 적이 있었다. 그녀는 한때 리나와 가장 친했던 사이였다. 그 후 남편은 한눈 팔지 않고 함께 단독주택을 구입했고 직접 자기 손으로 수리까지 말끔히 마쳤다. 하지만 겉으로는 화목하게 가정을 돌보면서도 지난 몇 개월 동안 옛정에 못 이겨 다시 그 여자친구와 바람을 피웠다. 그것도 여러 차례나(참고로 리투아니아에는 간통죄가 없다).

그녀는 이런 남편을 매번 사랑으로 용서하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남편의 결심은 작심삼일이었다. 이날도 남편은 아침 일찍 "이젠 정말 헤어지자. 아이들 양육비로 그동안 함께 모은 재산을 다 남겨둔다" 하고는 홀연히 떠나 버렸다. 기가 막힐 일이었다. 그녀는 또 한 번 배신의 쓴 잔을 마셨다.

지난 번 "정말 마지막이다" 하면서 문을 박차고 나간 남편은 맥없이 돌아와 무릎을 꿇고 눈물로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다시 화해한 지난 금요일, 그는 값비싼 강아지 한 마리를 사왔다. 마치 계획이라도 한 듯이 남편은 이 강아지를 아이들에게 남겨두고 월요일에 완전히 집을 떠났다. 그녀는 어쩔 수 없는 그들 둘의 사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체념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곤 아이들과 홀로 살 궁리를 했다. 그래서 이날 그녀의 표정이 그토록 홀가분했던 것이다.

검은 벤츠차의 그 남자는 누구?

수요일에 열리는 장날, 그녀는 쏟아지려 하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면서 혼자 차에 헌옷을 싣고 판매대를 설치해 옷을 팔았다. 짬짬이 "언젠가 나에게도 검은 벤츠차를 타고 찾아오는 남자가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뜰에 있어야 할 강아지가 없어졌다. 이웃 아이들이 귀띔했다. "몇 시간 전 검은 벤츠차를 타고 온 한 남자가 강아지를 부르더니 차에 싣고 갔어요."

그녀가 때때로 자기위안을 위해 상상하곤 했던 바로 그 '검은 벤츠차의 남자'가, 하필 남편이 자기 몸처럼 애지중지하던 그 강아지를 몰래 가져갔다니…. 그녀는 '여자의 묘한 예감이라는 게 참으로 특이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그 시간, 남편은 곧 다시 무릎 꿇고 돌아와 아이들 방에서 자고 있었다. 그는 "다시 집 나가면 차고에 목을 매달겠다!"는 극단적인 서약까지 했다.

리나의 긍정적인 포용

"이젠 사랑은 없다"고 외치던 리나는 또다시 남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번엔 사랑보다는 아이들 때문에. 주위 사람들도 처음에는 남편의 외도와 그녀의 나약함을 싸잡아 비난하였지만, 이젠 그것조차 시들해져 버렸다. 역시 그녀는 외로움에 약한 사람, 막내딸로 자란 탓에 늘 누군가 옆에서 보살펴 주어야 살 수 있는 사람, 집안일에 남편을 병졸처럼 부리지만 막상 그가 눈물을 보이면 한없이 약해지고 마는 아내, 아이들을 생각해 몇 번씩이나 약속을 어긴 남편을 받아들이는 모성애 강한 엄마다.

리투아니아에선 이처럼, 얼마 동안 마음고생이야 있겠지만 "사계절의 변화가 있듯이 부부간 사랑 또한 변화가 없겠는가?"라며 이를 긍정하고 새로운 삶을 위한 계기로 삼는 사람들이 많다. 장단점이야 있겠지만, 한 편으론 마치 과거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고뇌 가득한 풍경을 보는 것 같은 묘한 느낌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판단은 섣부른 일. 리나와 그녀의 남편이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니까. 일단 긍정적으로 남편의 과오를 포용한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