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2. 9. 2. 05:37

 
지난 3월 한국 방문을 마치고 리투아니아 빌뉴스 집으로 돌아올 때 들깨 씨앗을 조금 가져왔다. 5월 초순 발코니 화분에도 심고 북위 56도에 위치한 처갓집 텃밭에도 들깨를 심었다. 발코니 화분에 심은 뜰깨는 그렇게 잘 자라지를 못 했다. 자라오르다가 잎이 하나 둘씩 말라버렸다.

 

텃밭에 심은 들깨는 7월 하순경에 보니 50-70센티미터 정도 자랐지만 잎이 그렇게 무성하지도 않고 윤기도 흐리지 않았다. 깻잎 장아찌를 기대하면서 씨를 심었는데 말이다. 올해는 망했구나...
 
그런데 이번주 화요일 처갓집에 도착하자마자 들깨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궁금해서 구석진 텃밭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깜짝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선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짙은 녹색의 잎이 무성하다.
 

가까이 가자 들깻잎이 뿜어내는 향이 코를 찌른다.
 

식구들 모두가 즐겨 먹는 깻잎 장아찌를 만들 생각을 하니 잎을 따는 것이 전혀 힘들지가 않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와 유튜브 검색을 통해 깻잎 장아찌 만드는 법을 숙지한다. 그리고 나 홀로 저녁 내내 깻잎을 씻고 물기를 제거하고 장아찌를 만든다. 오늘 낮 손님이 와서 이 장아찌를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한다. 아내는 돌아가는 손님에게 깻잎 장아찌 한 뭉치를 선물로 건네준다.
 
"여보, 장모한테 전화해서 텃밭에 남아있는 들깨를 아직 베내지 말고 더 자라도록 놓아두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9월 중으로 한번 더 간다면 뜯어서 또 장아찌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
양이 솔찬하다면 올해 친척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은 깻잎 장아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8. 12. 12. 04:18

지난 해 여름 온 가족과 리투아니아 친구 10여명이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세계에스페란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대회 전후로 이들을 안내할 기회가 있었다. 빠질 수 없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한국 음식 탐방이었다.

특히 삼겹살이나 회를 먹을 때 깻잎의 독특한 향에 이들은 매료되었다. 깻잎은 혹시 있을 수 있는 고기 누린내와 생선 비린내를 말끔하게 없애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리투아니아인 아내도 이 깻잎향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리투아니아에 심어 보고 싶어 들깨 씨앗을 구했다.  

드디어 올 4월 아파트 발코니에 큰 화분 두 개에 씨앗을 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두색 새싹이 돋아 나고 들깨가 무척 잘 자랐다. 여름철 내내 밥 먹을 할 때는 야채로 고기 먹을 때는 쌈 재료로 수시로 우리 집 밥상에 올라 왔다.              



여름철이 지나 가고 겨울철로 접어 들었는데도 들깨는 발코니에서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깻잎을 모두 다 따서 깻잎장아찌를 만들까 아니면 거실에 옮겨 계속 싱싱한 잎으로 먹을까 고민했다. 결론은 거실로 옮기자였다.  
 

11월 하순 초에 거실로 옮긴 들깨는 여전히 싱싱함을 간직하고 있다.  
 

들깨꽃이 피어 났다. 들깨는 낮의 길이가 12시간 이하로 짧아지면 꽃이 핀다. 꽃이 피면 씨앗을 맺는 데에 양양분이 집중되므로 성장이 멈춘다. 기다란 통꽃으로 자라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한 것을 보니 성장 조건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때때로 깻잎 가까이로 가서 향을 맡아 보거나 깻잎 뒷면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상큼한 향을 맡아 본다. 거실에 자라고 있는 들깨를 보고 있으니 오래 전에 떠난 고향과 함께 숨쉬고 있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6. 14. 06:47

외국에 살면서 늘 그리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입맛에 익숙한 음식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깻잎짱아찌이다. 다행히 유럽인 아내도 한국 반찬 중 이 깻잎짱아찌를 아주 좋아한다. 지난 해 한국에서 갔을 때 가져온 들깨씨앗을 올해 4월 중순에도 발코니 화분에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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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앗은 무럭무럭 잘라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벌써 입맛을 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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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깻잎 따는 리투아니아 여인들
               "한국 깻잎짱아찌 최고예요!"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8. 8. 29. 17:09

아내가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하면서 먹어본 한국 반찬 가운데 가장 맛있는 것 중 하나가 깻잎짱아찌이다. 그래서 지난 4월 중순 한국에 갔을 때 들깨씨를 가져와 친척집 텃밭에 심었다.

사는 데서 텃밭이 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매일 갈 수가 없었고, 또한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 다소 소홀했다. 자라는 깻잎을 과감하게 많이 솎을 수 없어 그냥 내버려두었더니 잎이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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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솎은 깻잎을 버리지 않고 아내는 인터넷에서 배운 요리법대로 깻잎장아찌를 만들어보았다. 폴란드에서 온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아내는 흐뭇해 했다. 씹으면서 나오는 깻잎의 이국적인 향내가 매료시킨다고 한다.

채소밭에 자라고 있는 깨에 대해 이웃사람들이 아주 궁금해 한다. 가을에 수확을 해서 이들에게도 나눠줄 생각이다.

배경음악은 안드류스 마몬토바스(Andrius Mamontovas)의 노래 "사랑"(meilė)의 앞부분이다.  
 

* 관련글: 리투아니아인들에게 김치는 어떨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8. 5. 1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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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한국에 2주 동안 체류하다 돌아왔다. 그때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신신당부한 물건이 하나 있다. 혹시 한국에서 친척과 친구들과의 진한 만남 속에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해서 메일과 대화로 자주 상기시켰다.

리투아니아엔 없는 그 물건은 바로 들깨 씨이다. 아내가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하면서 먹어본 한국 반찬  가운데 가장 맛있는 것 중 하나가 깻잎장아찌이다. 그래서 몇 해 전 한국에 가서 가져온 들깨 씨를 시골 장모님 텃밭에 심기도 했다. 그때 지인과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배워 처음으로 깻잎장아찌를 직접 만들어보았다. 그 덕분에 가까운 친구나 친척들도 깻잎장아찌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올해는 같은 도시에서 사는 친척 한 명이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해서 넓은 마당을 갖게 되었다. 채소를 같이 키워 나눠먹자고 제안을 해 아내는 더 더욱 들깨 씨를 종용했다. 한국에 있으면서 마침 큰 형수님의 친척이 들깨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드디어 지난 5월 3일 가져온 들깨 씨를 텃밭에 심었다. 삽으로 땅을 파고, 뒤집고, 고른 후 골을 파서 씨를 뿌렸다. 육체적으로는 힘든 하루였지만, 아내에게 좋아하는 깻잎장아찌를 만들어줄 수 있고,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 깻잎의 효용성을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마음만큼은 즐거웠다.

깻잎이 하루 빨리 세상 밖으로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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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