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 3. 16. 16:27

딸아이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다. 참고로 리투아니아는 매년 9월에 학년이 시작된다. 이제 3학년 2학기를 맞이하고 있다.

2학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독서이다. 3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시력검사에서 시력이 1년 전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컴퓨터 무한정 허용하기가 빚은 결과라 여겨서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그래서 딸아이는 지난해 9월부터 하루 1시간 정도 컴퓨터를 하고 있다.

이것이 한 요인이 되었는지 그 후부터 딸아이는 이야기 책을 즐겨 읽고 있다. 책을 읽은 후에는 정성스럽게 독후감도 쓰고 있다. 처음 아내는 딸아이가 기특해서 농담으로 1권을 다 읽으면 용돈(권당 한국돈으로 5천원)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딸아이는 진정으로 알아듣고, 더 강한 동기부여를 얻었다.

독서 권수가 늘어날수록 가계 부담도 무거워진다. 독서하면서 지식도 얻고, 용돈도 벌고...... 이렇게 어린 시절은 참 좋구나!
 
이번주 딸아이는 한국 전래동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리투아니아어로 번역된 책이고, 리투아니아어로 된 최초의 한국문학 책이다. 서진석님이 번역한 이 책은 2005년 빌뉴스에서 출판되었다.

특히 아빠가 잠자기 전 한글로 읽어준 흥부전과 별주부전을 리투아니아어 책에서 꼼꼼히 읽었다.
"아빠, 흥부 아이들이 우유를 달라고 하는 내용은 아빠가 읽어준 책에는 없었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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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내가 이 책을 먼저 빨리 다 읽고 친구들에게 빌려주어도 되지?"
"당연하지."

한국 동화를 이렇게 리투아니아어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딸아이의 표정에 흐뭇한 마음이 든다.

* 최근글: 발트 3국엔 한국産 버섯이 북한産으로 둔갑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2. 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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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초등학교 3학년생이다. 지난해 12월 학교 국어 과제물로 그림을 곁들인 이야기 쓰기를 받았다. 한동안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몇번이고 반복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정스럽게 쓴 작은 이야기 책을 학교에 제출했다. 최근 받아온 이 소책자를 아빠에게 보여주었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글쓰기 숙제가 마음에 들었다. 요가일래가 리투아니아어로 쓴 이야기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어린 주자나(Zuzana)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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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옛날에 작은 개미 주자나가 살았다. 그는 아주 아주 음악을 좋아했다. 주자나는 거의 매일 아이팟(이는 작은 컴퓨터)으로 노래를 들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waka, waka", "oki doki", "rock that bod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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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자 동급생들은 주자나를 조롱했다. 그녀를  공부꼴찌라 불렀다. 그들은 "야, 너 두다나, 너는 확실히 확실히 음악가로 성공할 수 없어. 하하하!"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주자나는 "너희들이 들으면, 얼마나 잘 기타와 함께 내가 노래를 부르는지 이해할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주자나는 기타를 치려고 했지만, 로레타 선생님이 그녀에게 문자쪽지를 보냈다. 여기 문자쪽지 내용이다. "안녕, 주자나, 내일 학교에서 14시 50분에 음악 경연이 열린다. 너가 경연에서 연주하길 기쁘게 부탁해."

(두다나: 왜 주자나가 두다나라고 잘못 썼니라고 묻자 딸아이는 동급생들은 놀리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지 않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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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나는 이 소식을 듣고 그렇게 즐거워했다. 그리고 그녀는 마치 세계 재주꾼 대회에서 연주하듯이 배우기 시작했다.

음악 경연에 갈 시간이 왔다. 프로그램에는 12명의 참가자 중 그녀가 제일 마지막에 연주할 것이라고 써여져 있었다. 그녀의 작품은 "난 할 수 있어"였다. 주자나가 무대에 올라가자 적의적인 여자 동급생들은 야유하는 소리와 휘파람을 불었다. 하지만 주자나가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자, 모두가 한 순간에 조용해졌고 입을 떡 벌리고 끝까지 들었다. 경연 우승자가 주자나라고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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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나는 아주 기뻤다. 집으로 돌아오는 데 여자 동급생들이 그녀와 함께 갔다. 어린 주자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말할 수가 없었다. 예의바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예의바르고 싶다면, 항상 예의발라야 한다.

* 관련글: 8살 딸, 숙제로 직접 만든 공룡 이야기 책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1. 17. 07:06

1990년 당시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베오그라드(Beograd), 수보티짜(Subotica), 반야 루카(Banja Luka), 사라예보(Sarajevo), 자그레브(Zagreb) 등등 여러 도시를 방문했다. 하지만 유고 연방의 북서쪽 끝에 있던 슬로베니아는 아쉽게도 가지 못했다. 다음 행선지가 헝가리라 자그레브를 끝으로 유고슬라비아 여행을 마쳤다. 하지만 언젠가 아드리아(Adria)해에 접해 있는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를 꼭 가보고 싶다.

최근 접한 슬로베니아의 환상적인 블레드(Bled) 호수섬 사진들은 이런 여행욕구에 더욱 불을 질렸다. 블레드는 슬로베니아 북부지방에 있는 도시로 오스트리아 국경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이 도시는 빙하가 녹음으로써 형성된 호수로 유명하다. 이 호수 가운데 있는 작은 섬은 주변경관과 어울러져 마치 동화 속에 나올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섬 안에는 성당이 있다. [사진출처 / photo source link (more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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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 내리면 99개 계단을 오른다. 이 지역 전통에 따르면 신랑이 신부를 안고 이 99개 계단을 오르고, 이때 신부는 침묵을 지킨다. 체력 약한 신랑은 어떻해...... 하지만 없던 힘도 솟아오를 것 같다.  

* 최근글: 그림으로 착각시키는 종이오리기 달인을 만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7. 1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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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독일로 공연여행을 떠난 후부터 취침시간이 좀 빨라졌다. 보통 새벽 2-3시에 잠을 자는 데 이젠 12시경에 잔다. 원해서가 아니라 8살 딸아이 요가일래 때문이다. 11시경 밖이 어두워지면 그 때부터 슬슬 잠자기를 재촉한다.

"아빠, 자러 가자."
"일 좀 더 해야 되니까 혼자 잘 준비해라."
"싫어. 혼자 자기가 무서워."


방 안에 윙윙거리는 파리 한 마리도 무서워서 아빠의 도움을 요청하는 요가일래다. 혼자 자고자 할 리가 없다. 그래서 결국 하는 일을 멈추고 자게 된다.

(2005년 리투아니아어로 번역출판된 한국 전래동화: 서진석 번역, 김은옥 삽화)

자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어 동화를 읽어주는 것이다. 어제는 "기쁨 찾은 금빛 동전"을 읽어주었다. 십원짜리 동전 이야기로 참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보통 책을 거의 다 읽을 무렵 요가일래는 잠이 든다. 그런데 어제는 너무 생생했다. 자기 전 샤워를 해서 생기가 남아돈다면서 잠을 잘 수가 없어 샤워한 것을 후회했다.

"잠이 안 오면 우리 이야기를 하자."
"아빠가 먼저 해."
"아빠가 동화책을 읽었으니 네가 먼저 해."
"알았다."


"옛날에 남자 한 명이 있었다. 엄마하고 살았다. 일도 하지 않고 그냥 놀았다. 엄마하고 살았는데 엄마 말도 안 들었다. 길에서 할아버지를 만났다. 소 탈을 썼는데 소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다른 아저씨가 이 소를 샀다......"
"너, 어떻게 그 이야기를 아니?"
"인터넷에서 들었다. 이제 아빠 차례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야 된다."
"옛날 옛날에 깊은 산 속에 아버지하고 딸이 살았다......"

"잠깐, 아빠! 질문이 있다."
"뭔 데?"
"동화에는 왜 아름다운 가족이 없어? 그 남자는 엄마하고만 살고, 아빠 이야기에는 아빠하고만 살고. 왜 엄마와 아빠와 함께 사는 아름다운 가족은 없어?"
"정말이네. 네가 자라서 아름다운 가족이야기를 한 번 지어봐."

잠시 엄마가 집을 비워서 그런가 요가일래는 동화 속 가족에는 자주 부모 중 한 사람만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백설공주, 콩쥐밭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등 많은 동화에서 부모가 같이 화목하게 사는 가정이 설정되지 않았다. 이야기는 이야기다.

8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갑자기 던진 물음을 들은 후 아름다운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동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래본다.

  공부 못한다고 놀림 받은 딸에게 아빠 조언
  소시지 앞에 울컥 울어버린 딸아이
  아빠와 딸 사이 비밀어 된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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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2. 22. 18:07

라트비아 동화 한 편을 소개한다.

옛날 늑대가 살고 있었다. 그는 그가 숲과 들 모두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증서를 갖고 있었다. 어느 가을에 몹시 비가 내려 그만 그 증서가 젖어 버렸다.

늑대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하고 생각하다 결국 자기 친구인 개에게 갔다:
“개야, 내 증서를 가져가 말려 다오. 비에 너무 젖어 버렸어.”
“그래 좋아, 내가 말려 줄게!”

막상 개는 맡았지만 어디에서 말려야 할 지를 몰랐다. 생각하고 생각하다 결국 자기 친구인 고양이에게 갔다.
“고양이야, 늑대의 증서를 말려 다오. 비에 너무 젖어 버렸어.”
“그래 좋아, 내가 말려다 줄께!”    

막상 고양이도 맡았지만, 게으른 고양이는 말릴 시간이 없었다. 그는 자기 여자 친구인 쥐에게 갔다.
“예쁜이 쥐야, 늑대의 증서를 가져가 말려 다오. 비에 너무 젖어 버렸어.”
“그래 좋아, 내가 말려다 줄께!”

쥐는 화로 위에 증서를 놓고 벌써 말리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증서에 무엇이 쓰여 있는가를 알고 싶었다. 갉아먹으면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녀는 갉아먹고 갉아먹고 다 갉아먹었지만, 무엇이 쓰여 있는지를 알지 못하였다.

얼마 후 늑대가 개에게 왔다.
“친구야, 벌써 말린 내 증서를 되돌려다오!”
개는 즉시 고양이에게 갔다.
“친구야, 벌써 말린 늑대의 증서를 되돌려다오!”
고양이는 쥐에게 갔다.
“벌써 말린 늑대의 증서를 나에게 줘!”
애석하게도 쥐는 단지 종잇조각들만 가져왔다.
 
고양이는 그것들을 개에게 가져다주었고 개는 늑대에게 주었다. 그것들을 보자마자 늑대는 불같이 화를 내었고 개에게 뛰어 덮쳤고, 개는 고양이에게 고양이는 쥐에게 뛰어 덮쳤고, 쥐는 동굴 속으로 줄행랑쳤다.

그 증서가 없어진 때부터 늑대는 들에서 더 이상 산책할 수가 없고 늘 숲에서만 살고 있다. 이로 인해 늑대는 개에게 화를 내고 개를 만날 때마다 공격한다. 죄가 없는 개는 늑대에게 늘 이빨을 내보인다.

개도 고양이를 공격하고, 죄가 없는 고양이는 늘 개 눈에 침을 뱉는다. 고양이는 늘 쥐를 잡고, 쥐는 진짜 죄인으로 덤벼들 생각조차도 못하고 고양이로부터 늘 줄행랑친다.

화로 뒤에 앉은 귀뚜라미가 이 이야기를 나에게 하였다. 믿지 못하는 사람은 그에게 직접 물어봐요.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