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2. 2. 13. 07:06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있는 노래 대회 중 하나가 "다이누 다이넬레"(Dainų dainelė, 직역하면 '노래 중 한 곡')이다. 이 대회는 리투아니아 텔레비전 방송사와 교육부가 2년마다 조직한다. 첫 대회는 1974년 열렸고, 지속적으로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 대회 목적은 고전적이고 자연스러운 노래부르기를 유지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참가 대상은 유치원생부터 학생까지(3세에서 19세까지) 원하는 사람 모두이다. 지금까지 역대 참가자수는 총 20여만명이다. 리투아니아 인구가 320만여명이니 엄청난 숫자이다. 2012년 대회에도 5000여명이 참가했다.

리투아니아 전역에 있는 60개 지방자치 정부가 참가한다. 참가자는 4개 연령별로 나누어진다. 심사기준은 조음(調音), 음성, 노래 선곡과 해석, 예술성, 무대 태도이고, 만점은 25점이다. 전체 다섯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 학내 경선
2단계: 시별 경선
3단계: 도별 경선
4단계: 전국 경선 (TV 생중계)
5단계: 최종입상자 공연 (국립 오페라 극장)  

학교내에서 열리는 1단계는 상대평가로 시별 경선에 나갈 참가자를 뽑고, 2-4단계는 절대평가로 상위 경선 참가자를 뽑는다. 4단계 경선은 모두 4회로 분리해서 TV 생중계로 이루어진다. 심사위원 평가와 함께 시청자 전화 평가로 5단계 참가자를 뽑는다.  
   
참가자는 리투아니아 민요 1곡 + 마음대로 선택한 2곡, 모두 3곡을 3단계까지 부른다. 음악학교에서 노래를 전공하는 10살 딸 요가일래도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2년마다 열리지만, 이 대회가 차지한 위상 때문에 선생님은 내내 학생과 함께 이 대회를 준비한다. 

선생님은 2010년 3월 딸에게 한국 노래를 한 곡 부탁했다. 이때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 글[관련글 바로 가기]을 읽은 사람들이 '노을'을 많이 추천했다. 약 2년 동안 이 노래를 배우고 불렀다. 선생님은 리투아니아 민요 1곡, 리투아니아 노래 1곡 그리고 세 번째 곡으로 '노을'을 선택해 이 대회에 참가시켰다.

1월 21일 3단계 도별 경선이 있었다. 약 3주만에 4단계 전국 경선 참가자가 발표되었다. 대부분 참가자와 부모는 4단계에 뽑히는 것만으로 큰 영광으로 여긴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4단계 참가자 선발에 기뻐하면서도 고민이 되었다. 무슨 노래로 TV 경선에 나갈 것인가 때문이었다. 시청자 전부가 한국어를 모르는 데 한국어 노래를 부른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투표해줄까? 리투아니아 노래 대회이니 당연히 리투아니아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았다. 참고로 4단계 참가자를 선발하면서 심사위원들은 참가자가 TV 경선시 부를 노래로 3곡 중 2곡(참가자가 1곡 선택)을 지정해준다.
 
▲ 3단계 도별 경선에서 '노을'을 부르고 있는 요가일래

몇 시간이 지난 뒤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심사위원들이 TV 경선에서 요가일래가 부를 노래를 이미 선정했다는 것이었다. 염려했던 그 노래였다. 바로 한국 창작 동요 '노을'이다. 왜 심사위원들은 이 노래를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했을까? 시청자들도 심사위원처럼 평가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제 선곡 고민은 사라졌다. 한국 노래 '노을'이 한국어로 리투아니아 전국에 TV 생중계된다는 것에 만족하고 시청자 반응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야겠다. 지난해 3월 '노을'을 추천한 사람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5단계 최종입상자 공연까지 갈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4단계에 올라간 것까지로만으로도 우리 가족은 크게 만족한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4. 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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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아내는 4월 10일(토) 딸아이 요가일래가 노래공연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그냥 노래하는 것이니 부담없이 평소 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에 부랴부랴 일어났다. 그래도 기념이니 촬영하러 같이 가자고 아내와 딸이 제안했다. 무거운 삼각대를 가져가려고 했으나 아내가 제지했다.

단순한 노래공연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가보니 심사위원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리투아니아 음악계에 알려진 사람들 세 사람이 심사위원이었다. 노래전문 음악학교가 작고한 리투아니아 유명 성악가인 비루테 알모나이티테(Birute Almonaityte) 이름으로 개최하는 어린이 및 청소년 가요제였다.

음악학교 노래지도 선생님들 사이에는 권위있는 가요제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자기 제자가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선생님들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요가일래는 4-10세까지 어린이 부문에 참가했다. 빌뉴스에 소재한 여러 음악학교 대표로 12명이 참가했다. 요가일래는 두 번째로 노래했다. 요가일래가 노래를 마치자 심사위원들이 웅성거리면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어린이들의 노래솜씨도 대단했다.

모든 참가자의 노래가 끝나자 잠시 휴식 후 수상자 발표가 있다는 안내가 있었다. 그때서야 단순한 노래공연이 아니라 노래경연임을 알게 되었다.

         ▲ 노래전문 음악학교가 주최한 가요제에서 노래하는 요가일래 (2010년 4월 10일, 빌뉴스)  

여러 날부터 요가일래는 피자타령을 했지만 아내의 절약정책 고수에 빈번히 좌절되었다.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면서 엄마가 요가일래에게 한 마디 했다.

"오늘 너가 상을 타면 피자를 사줄게."
"고마워. 그런데 상을 타면 엄마가 피자를 사고, 상을 안 타면 내 용돈에서 피자를 사도 돼?"
"물론이지."


엄마와 딸 사이에 앉아있던 아빠가 거들었다.
"요가일래, 너, 오늘 상 타도 피자 먹고, 상 안 타도 피자 먹게 되네. 정말 행복한 날이다!"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는 긴장된 순간에 우리 가족은 이렇게 곧 먹을 피자 생각으로 그 긴장감을 해소했다.

12명 중 수상자는 세 사람이었다. 가장 어린 참가자(5세)에게 주는 상 수상자의 호명이 있었다. 요가일래는 8세이니 해당사항이 없었다. 이어서 가장 아름답게 노래한 상의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10세 남자아이가 상을 탔다. 이제 마지막 남은 수상자는 한 사람이었다.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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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을 받는 장면 (왼쪽);                                      ▲ 노래지도 선생님과 함께 (오른쪽)  

예상하지 못했지만 요가일래였다. 노래지도 선생님이 요가일래 볼에 입맞춤함으로써 축하인증샷을 남겼다. 부모보다도 선생님이 요가일래에게 노래를 지도하는 데 더 열성이라 무척 고맙다.      

* 최근글: 꾸밈 없음이 제일 예쁘다는 8살 딸아이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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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지난 해 9월 초등학교와 음악학교에 동시에 입학했다. 학년이 끝나가는 무렵 음악학교는 어제 5월 12일 노래경연 대회를 개최했다. 음악학교를 다니면서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아이는 커면 화가가 되겠다는 말을 종종 한다.

물론 아이들의 꿈이나 장래 희망은 쉽게 변화할 수가 있다. 부모된 입장으로서는 음악학교에서 노래를 전공하고 있으니, 일찍부터 노래와 연관된 꿈을 키워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강요하지 않는 것이 제일 상책이라 믿는다.  

그래도 노래경연이라 5월 11일 저녁에는 혼자 여러 차례 식구들을 불러놓고 노래를 불렀다. 저러다가 목이라도 쉬어 정작 경연때 노래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 걱정이 되었다. 

"아빠, 오늘 내가 노래 시합하는 데 꼭 와!"라고 말하면서 요가일래는 엄마와 함께 보다 더 일찍 학교로 갔다.

오후 5시 드디어 대회가 열렸다. 시험이나 시합을 앞두고 늘 가슴이 두근두근한 경우를 생각하니 요가일래가 안스러웠다. 더군다나 1번 타자이다.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노래하는 지를 지켜본 후 하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나이순으로 노래를 부르기로 정해졌다. 최연소 참가자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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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출장공연 때보다는 좀 미흡했지만 담담하게 노래는 부르는 모습이 좋았다. 이어서 노래 부르는 참가자들을 보니 1등은 힘들겠다고 생각했으나, 심사결과 1등을 했다. 학교내 노래경연이지만, 그래도 큰 대회를 위한 준비도 될 수 있고, 대회라는 곳에서 1등을 했으니 동기부여도 될 것 같았다.

"아빠, 저 언니가 자기가 꼭 1등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내가 1등 했어."

목표를 세우고 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부담없이 하는 것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너 오늘 1등 했으니, 앞으로도 잘 해라."
"알았어. 오늘 1등 했으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피짜 파티를 열자."  
"좋지. 그런데 아직도 커면 화가가 되고 싶지?"
"물론이지."

집에서 돌아오자마자 요가일래는 자랑스럽게 상장을 벽에 붙였다. 그리고 가족 피짜 파티를 마친 후 요가일래는 5월말에 있을 공연 때 부를 노래를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연습했다. 1등으로 얻은 동기부여가 성공한 셈이다. "그래 노래부르는 화가가 되어라" 혼잣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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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