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3. 10. 14. 08:02

리투아니아는 완연한 가을이다. 이번 주말 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하니 도심 공원 곳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단풍 나들이를 나왔다. 어디를 가든 색색 단풍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땅바닥에 노란 단풍 한 장이 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노란 꽃 한 송이가 피어올랐다.


마치 떨어진 노란색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노란색이 피어있다. 이래서 가을 잎 떨어지니 가을 꽃이 피어나는 구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0. 4. 06:20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 여름방학은 길다. 겨울방학이 없는 대신 여름방학은 약 3개월이다.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여름방학 숙제조차 없다. 학생들이 마음놓고 쉴 수 있도록 한다. 방학 전 담임 선생님은 여행가서 개학이 되면 기념물을 가져와 이야기하도록 부탁했다.

방학 내내 딸아이는 선생님 부탁을 실행해야 한다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터키, 불가리아, 영국, 스페인 등으로 여행가자고 졸라댔다. "그냥 방학 잘 보내고 오라고 하시지 여행 이야기를 꺼내 부모를 곤란케하시나?"라고 살짝 선생님에 대한 불평심이 일어났다. 한편 "선생님 부탁은 왜 꼭 들을려고 하니?"라고 딸아이를 책망하고 싶은 마음도 일어났다.

아내는 열심히 적합한 해외여행을 찾느라 여러 주를 보냈다. 하지만 살다보면 뜻과 같이 되는 일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한 주 한 주, 한 달 한 달 보내다보니 결국 지난 여름방학에는 가족 해외나들이는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위안삼을 일은 있었다. 당시 큰 딸 마르티나는 2달 여정으로 미국을 여행하고 있었다. 아내는 10월 중하순 3주 동안 인도(India)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8월 하순 친구들이 리투아니아 메르키스 강(江) 카누여행(관련글: 여름 가족여행으로 손색없는 카누 타기)을 기획했다. 우리 가족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내팽개치고 가자고 의기투합했다. 해외여행은 못가도 한번이라도 국내여행은 갔다오자라는 취지였다.

강을 따라 카누를 저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맑은 물에 수영하는데 물 속에 돌처럼 생긴 물건이 눈에 띄었다. 꺼내보니 진흙으로 덮혀진 물건이었다. 진흙을 걷어내니 검은 나무토막이었다. 마치 알을 품고 있는 어미새 모양이었다. 신기해서 집으로 가져왔다.

▲ 강물 속에서 찾은 나무토막, 마치 알을 품고 있는 어미새를 닮은 듯하다.
 

개학 후 예정된 대로 딸아이 담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여행 기념물을 가져오라고 했다.

"아빠, 난 무엇을 가지고 가지?"
"지난번 나무토막 어때?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카누여행을 했으니 충분히 기념이 되잖아."

(요즘 사람들이 흔히 다녀오는 해외여행도 시켜주지 못해 못난 아빠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 아빠. 좋은 생각이네."

이날 나무토막을 가지고 학교에 다녀온 딸아이에게 물었다.
"오늘 학교에서 어땠어? 나무토막 보여줬어?"
"친구들이 그리스, 크로아티아, 스페인, 독일, 덴마크 여행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서 시간이 없었어."
"그래서?"
"그냥에 옆에 앉은 친구에게만 이야기해줬어."

"여름에 해외여행 못가서 미안해. 하지만 조금 있으면 아빠하고 같이 한국을 방문하잖아."
"알았어."
"한국에 가면 무엇을 제일 먹고 싶니?"
"배, 대추, 밤......" 

요즘 딸아이는 곧 한국에 갈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8. 17. 06:48

평년 같으면 벌써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아쉬워할 때이다. 그런데 올해는 완전이 다르다. 자동차 계기판에 나타는 바깥온도는 35도이다. "여기(리투아니아)가 한국이다!"라고 가족 모두 한 마디했다. 그 동안 무척 바빴다. 다른 식구들은 저마다 방학을 즐겼지만 나 홀로 집에서  일하느라 보냈다.

드디어 어제는 올 들어 처음으로 가족 나들이를 다녀왔다. 이런 더운 날씨의 가족 나들이 행선지는 말할 것도 없이 호수이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호숫가에 자리를 펴놓고 일광욕을 즐기면서 물놀이를 한다. 시내의 35도 더위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시간만 된다면 매일 이렇게 호수에 와서 보내고 싶은 마음은 꿀떡같다.

호수 나들이를 할 때마다 울창한 나무로 우겨진 계곡물이나 폭포물에 발을 담그고 여름 더위를 잊는 한국의 피서가 그리워진다. 리투아니아아는 계곡물을 즐길 수 있는 산이 거의 없어 아쉽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호수 나들이를 엿볼 수 있는 이날 사진들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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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숫가에 피어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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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제일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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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로 가자!"라고 하면 제일 앞장서는 요가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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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친구와 호수욕을 마친 후 일광욕을 즐기는 마르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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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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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찍히는 것보다 찍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기념으로 찍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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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로 호수는 호숫가를 조금 벗어나자마자 곧 바로 깊다. 튜브로 호수욕을 즐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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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둥오리 무리

* 최근글: 폭염의 날씨 여름에 나타난 겨울 눈사람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