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 7. 14. 06:36

박희태 국회의장은 수교 20주년을 맞이하여 최근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을 순방했다. 우리나라 3부 요인으로는 처음 공식 방문이라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순방에는 박기춘, 한선교, 이정현, 윤상현, 이명수 의원이 함께 했다.

라트비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7월 7일 오후 육로로 리투아니아를 입국했다. 리투아니아 한인회는 국회의장과 일행을 환영하기 위해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국경지점까지 가기로 했다. 국경선은 빌뉴스에서 북쪽으로 2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승용차로 약 2시간 30분 걸리는 거리이다.

▲ 박희태 국회의장 리투아니아 도착을 기다리면서 폴란드 대사, 대사관 직원, 한인회 임원, 화동
▲ 국회의장을 태운 라트비아 승용차
 

전날까지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이날은 하늘도 환영하는 듯 맑은 날이었다. 오후 2시경 국회의장 일행은 라트비아 국경을 넘어 리투아니아로 들어왔다. 땀이 날 정도로는 아니였지만, 햇볕이 무척 따가왔다.

아홉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교민 아들 리차드와 함께 화동(花童) 역할을 하느라 국경지점까지 함께 갔다. 두 화동은 국회의장 내외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이어 리투아니아를 관할하는 폴란드 대사관 직원과 리투아니아 한인회 임원과 인사가 있었다. 잠시 후 국회의장 일행은 리투아니아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면서 빌뉴스로 향했다.   
 
▲ 꽃다발을 든 요가일래(좌)와 리차드(우)
 

"아빠,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만나느라 우리가 그렇게 먼 거리를 왜 와야 했어?"
"국회의장은 아주 높으신 분이야. 너는 달랴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싶지?"
"당연히 만나고 싶지."
"국회의장은 대통령 다음으로 높으신 분이야. 직접 와서 꽃다발을 증정하는 것은 참 영광스러운 일이야."
"아빠, 그래도 꽃배달을 시킬 수 있잖아."


이날 저녁 국회의장과 한인회 상견례에 가서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어준 딸아이는 아빠를 꼭 꺼안았다.

"아빠, 정말 보고 싶었어."
"왜?"
"그냥. 우리는 한국 사람이잖아!"

꽃배달로 환영해도 될 일이라고 순진하게 말하던 딸아이는 이날 낮에 만난 한국 사람들을 많이 생각한 것 같았다. 자라서 국회의장에게 꽃다발을 증정한 자신의 옛 사진을 보면서 딸아이는 흐뭇해 할 것 같다.   

▲ 박희태 국회의장 내외에게 꽃다발을 증정한 리차드와 요가일래
 

리투아니아를 순방한 박희태 국회의장은 달랴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 이레나 데구티에네 국회의장, 안드류스 쿠빌류스 국무총리, 라사 유크네비치에네 국방장관 등을 만나 양국간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간 실질적인 협력이 가시화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9. 16. 05:06

요즈음 한국은 청문회 정국이다. 국무총리와 장관 지명자 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에도 예전과 별반 차이 없이 후보자의 세금탈루, 위장전입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런 것들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듯하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공직자 후보자라면 이런 사실이 있었거나 밝혀졌다면 단칼에 물러서는 것이 깨끗한 처사일 것이다.      

이제 의원 141명으로 구성된 리투아니아 국회로 돌아와 보자. 지난 9월 15일 리투아니아 국회는 또 하나의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다. 바로 자신들이 지난 2008년 11월 17일 선출한 아루나스 발린스카스(42세) 국회의장을 다수결로 해임시켰다. 95명이 해임을 찬성했고, 20명이 반대했다.

리투아니아 권력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국회의장이 왜 해임되었을까? 지난 여름 그가 속한 민족부활당은 내분을 겪었고, 이 와중에 한 동료가 발린스카스가 리투아니아 제2의 도시 카우나스를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닥타라스의 범죄조직과 개인적인 연결을 가지고 있으며, 이 조직을 보호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를 접한 리투아니아 달랴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그의 사임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발린스카스는 이를 즉각 부인했고, 그 동료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닥타라스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이 언론에 공개되었지만, 그는 이들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국회의장으로서의 일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임을 택하지 않고 자신의 말에 국회의원들이 믿어주기를 바라면서 어제 해임투표까지 갔다. 결과는 해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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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사당으로 들어오고 있는 발린스카스 부부

아루나스 발린스카스는 22년간 2500개의 다양한 공연, 연예, 시사, 코미디, 퀴즈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정도로 "쇼" 산업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프로그램 제작자와 사회자로 명성을 얻은 그는 2008년 봄 민족부활당을 창당해 정치일선에 뛰어들었다. 2008년 10월 열린 국회의원 선거에서 16 의석을 차지해 돌풍을 일으켰다.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얻지 못해서 4당이 연정을 구성했고, 그는 연정에서 2위 정당의 총재로 국회의장이 되었다.

인터넷 뉴스사이트 delfi.lt가 실시간 조사하고 있는 그의 해임에 대한 누리꾼의 반응은 이렇다. 현재 15125명 참가에 "해임에 기쁘다"가 52%, "그렇지 않다"가 29.8%, "상관 없다"가 18.2%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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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미스 여죄수 선발대회에 사회를 보고 있는 발린스카스

아루나스 발린스카스는 많은 일화를 남긴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1999년 15,000리타스 (750만원) 벌금형을 받았는데, 벌금을 1센트(5원) 15,000개로 법원에 지불했다. 2002년 여자교도소에서 "여죄수 미인 선발 대회"를 개최해 전 세계로부터 커다란 이목을 끌었다.

해임은 되었지만 여전히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한다. 유명 가수인 그의 아내도 국회의원이다. 앞으로 그가 또 어떤 역할로 리투아니아 정치무대에 우뚝 나설지 사뭇 궁금하다.

* 관련글: 미스 여죄수 선발대회
               남편은 국회의장, 아내는 국회의원
               국회의원 월급인상에 누리꾼 뿔났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1. 18. 05:11

11월 17일 임기 4년 리투아니아 국회가 개원되었다. 지난 10월 12일과 26일 두 차례 실시된 선거로 국회의원 141명이 선출되었다. 이는 71명 지역구 의원과 70명 정당비례대표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조한 투표율인 48.42%로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조국연합당-기독민주당 44석, 사회민주당 26석, 민족부활당 16석, 질서정의당 15석, 자유운동당 11석, 노동당-청년당 연합 10석 등이다. 리투아니아는 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이 정부와 국회 권력을 장악한다. 이번엔 어렵지 않게 우파와 중도 계열인 조국연합당-기독민주당, 민족부활당, 자유운동당, 자유중도연합당이 연정을 구성해 권력을 나누어 갖기로 했다.

연립정부에서 1위 정당인 조국연합당-기독민주당이 국무총리, 2위 정당인 민족부활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맡기로 동의했다. 민족부활당은 이번 선거에서 최대 이변을 낳았다. 총선을 위해 급조된 신생정당으로 예상을 뒤엎고 정당비례대표제에서 2위를 했고, 급기야 의석수 16석으로 국회의장 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민족부활당은 텔레비전 토론과 연예 프로그램 제작과 사회로 유명한 아루나스 발린스카스가 이끄는 당이다. 가수로 활동하는 그의 아내도 정당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이들 외에도 다른 부부 한 쌍도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지만 아내가 사퇴했다. 발린스카스 부부는 당당하게 국회에 입성함으로써 남편이 국회의장 후보로 지명되었고, 아내는 국회의원이 되었다. 

한 번의 선거로 정치 신인이  정치 거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는 다선의원이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는 한국 풍토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신생정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기존 정당에 회의를 느낀 유권자들이 발린스카스의 유명성, 정당의 참신성, 그리고 앞으로의 기대감 등으로 투표한 결과이다.

신임 국회의장 후보로 지명된 아루나스 발린스카스는 선거 유세 중 “국회의원 월급은 평균연금액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이런 환상적이고 공격적인 공약으로 많은 사람들이 투표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리투아니아 국회는 경제위기로 불안해하는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듯 다음 임기 국회의원 월급을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리투아니아 국회의원 실수령 월급
국회의장               14,713리타스(736만원)
수석 국회부의장     13,640리타스(682만원)
국회부의장            13,282리타스(664만원)
야당지도자            13,282리타스(664만원)
상임위원장            12,998리타스(650만원)
정당 원내대표        12,603리타스(630만원)
일반 국회의원        12,030리타스(602만원)

현재 리투아니아 평균 연금액 835리타스(42만원)이다. 일반 국회의원 월급은 이 평균 연금액의 14배나 되는 12,030리타스(602만원)이다. 국회의원 월급이 평균 연금액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외친 발린스카스의 주장은 벌써부터 빛을 잃기 시작했다.

11월 17일 저녁 실시된 국회의장 임명 투표에서 발린스카스는 찬성 67명, 반대 69명을 얻어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예상을 뒤엎고 3위 정당이 되었듯이, 예상을 뒤엎고 따놓은 국회의장 자리에 앉지 못하게 되었다. 4개 정당 연정 의석수는 과반수 71석을 넘는 83석이다. 연정의 이탈표로 소련 독립 후 최초로 1차 투표에서 국회의장이 선출되지 못했다. 야당은 연정이 1차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고, 발린스카스를 재지명하지 않도록 촉구했다.
 
하지만 연정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발린스카스를 재지명했고, 2차 투표에서 79표를 얻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었다. 이제 남편이 국회의장, 아내가 국회의원로 된  리투아니아 국회가 어떻게 나라 사람을 꾸려나갈 지 궁금하다. 한편 발린스카스는 자신의 월급(736만원) 중 평균연금액(42만원)만 취하고, 나머지는 재단을 세워 좋은 일에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말들이 정치 현실에서 어떻게 지켜질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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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년 교도소 미인 선발대회를 기획하고 사회를 본 아루나스 발린스카스는 한 번의 선거로
         리투아니아 국회의장이 되었다. 이 이색 대회를 개최해 세상의 이목을 받은 그가 어떤
         개혁으로 리투아니아와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끌지 궁금해진다.
        
(관련글: 미스 여죄수 선발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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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를 사람들에게 돌려주겠다" - 급조된 정당 "민족부활당"의 후보자 선거벽보
         (콧수염 없는 사람이 아루나스 발린스카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