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모음2011. 2. 4. 06:18

알고 지내던 한 분은 매년 결혼기념일에 무조건 가족 사진을 찍었다. 처음엔 부부 두 사람이었는데 세월이 지남에 따라 자녀가 함께 하고, 더 세월이 지남에 따라 며느리와 사위가 함께 하고, 또 더 세월이 지남에 따라  손자녀가 함께 했다. 그 분은 나에게도 가족 사진 찍기를 권했다.

결혼기념일에 가족사진을 찍음으로써 가족변천사를 쉽게 엿볼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도 가능한이면 결혼기념일에 빠지지 않고 가족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사람들은 세월과 함께 변하는 자신이나 가족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한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매년 같은 날에 자신의 모습을 찍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진기가 없던 과거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마음먹기에 딸렸다. 최근 덴마크의 한 사이트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 사이트는 0세부터 100까지의 사람들의 얼굴 모습을 담고 있다. 현재 남자들만 있지만, 추후 여자들의 얼굴 모습도 올릴 것이라고 한다.

이 사이트에는 모두 101장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아래에서는 10살 단위로 사진을 올린다.   
[사진출처 / source link:  http://onehundredone.dk/]

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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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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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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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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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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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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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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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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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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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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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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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장 사진 모두 파노라마식으로 보고 싶은 사람은 아래 사이트를 방문할 것을 권한다.
http://onehundredone.dk/index.html

* 최근글: 악보 없이 연주하는 100명의 집시 오케스트라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0. 2. 3. 08:19

북동유럽에 위치한 리투아니아의 이번 겨울은 혹한과 폭설으로 상징된다. 지난 해 12월 하순부터 근 한 달간 영하 20도의 혹한이 이어졌다. 그리고 모처럼 날씨가 풀려서 영하 5도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혹한과 경쟁이라도 하듯이 폭설이 내렸다. 15년만에 가장 많이 눈이 내린 겨울로 기록되었다.

요즈음 큰 도로에는 제설염 등으로 비교적 차가 다니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도로에는 눈을 헤쳐나오기가 힘든다. 2월 2일은 결혼기념일이다. 아무리 살림이 어렵더라고 이날만큼은 가족이나 친척들과 함께 분위기 있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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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 도로가에 세워진 자동차를 내려다 보면서 과연 저 쌓인 눈을 헤쳐 주차공간을 벗어나 차로 궤도로 접근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눈 핑계로 그냥 집에서 보낼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결정했으니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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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쌓인 눈을 치우고, 또한 바퀴를 덮어버린 눈도 치웠다. 무사히 차가 빠져나가기를 기대했지만 바퀴는 헛돌았다. 눈 밑에는 얼음이 얼어있었다. 낑낑대면서 차를 밀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겨우 앞바퀴 하나가 차로 궤도에 걸쳤지만 뒷바퀴는 계속 헛돌았다. 이젠 더 큰 일이었다. 다른 차의 통행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이때 행인 한 사람이 도왔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또 한 사람, 또 한 사람...... 다섯 명이 밀자 그때서야 차를 차선에 이동시킬 수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랜 시간을 낑낑거리는 데 보냈을 것이다. 대체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남의 일에 무관심하다. 이날 눈 속 곤경에 빠졌을 때 기꺼이 도와준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2009년 1월 브라질 여행을 하면서 먹은 브라질 음식이 참 맛있었다. 그래서 결혼기념일에 친척 부부를 초대해서 리투아니아에서 유일한 브라질 식당에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식당으로 가는 차 안에서 부부에게 전화했다. 그랬더니 차가 눈을 헤쳐나오지 못해 참석할 수가 없다고 했다.

사실 우리 부부만 브라질 식당에서 분위기를 잡기엔 폭설 후유증 때문에 이미 흥이 토막나버렸다. 그래서 얼마 전 개업한 켄터키 치킨을 사서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기념일 저녁을 보내기로 방향 전환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주차를 무사히 할 수 있도록 기원했다. 도로가 주차공간에는 빈자리가 여기저기 있었지만 눈이 수북히 쌓여있어 불가능해 보였다.

다행히 아파트 마당에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자동차 통행로에서 후진을 하는 데 또 얼음 때문에 후륜구동 뒷바퀴가 헛돌았다. 이때 한 남자가 자기 차에서 삽을 꺼내 들고 왔다. 삽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 마지막 순간까지 기념일을 망쳐야 하나!!!!" 어두운 저녁이라 행인도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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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모래적재함도 없었다. 이때 아내는 트렁크에서 도움될 만한 것을 찾았다. 작업복이었다. 작업복을 뒷바퀴 밑으로 넣으니 후진이 되었다. 아내의 순간적인 재치로 그렇게 힘들었던 것이 시원하게 해결되었다. 출발할 때 왜 작업복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켄터키 치킨과 포도주를 앞에 놓고 식구 한 사람씩 가정 평화, 가족 건강, 모두에게 감사를 위해 기도를 올렸다. 브라질 식당에 비해서는 너무 조찰한 결혼기념일 식탁이었다. 이날은 폭설 후유증으로 생고생했지만 무사히 차를 주차시켰다는 안도감이 으뜸이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사지의 근육통이 이날 폭설 후유증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결혼기념일을 한층 더 운치있게 해줄 수 있는 눈이 기대를 망쳐놓은 폭설이 된 것이 아쉽다. 내년에는 멋진 기념일을 기대해본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2. 2. 16:29

리투아니아 겨울이 싫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몹시 추운 날씨에 쉽게 방전이 되어버리는 밧데리 때문이다. 추운 날 자동차 시동이 걸리면 그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다. 하지만 가끔 방전이 되어버린 밧데리로 아내와 실랑이를 벌린다.

어제 아침 일어나니 영하 15도였다. 엊그저게 차로 충분히 이동해서 그런지 좀 힘겹웠지만 차 시동이 걸려서 계획대로 일을 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에도 별 일 없으리라 기대했다. 한편 날 풀리기를 간절히 바랬다.

결혼기념일인 2월 2일 오늘 아침 일어나니 영하 18도였다. 머리 속에는 결혼기념일보다는 밧데리가 먼저 떠올랐다. 엄마가 학교 직장에 가는 날엔 보통 초등학교 일학년 딸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 준다.

아침 7시 30분 아직 어둠이 다 가시지 않고 있다. 눈과 얼음으로 덮힌 인도를 조심스럽게 빠른 걸음으로 학교로 딸아이와 갔다. 돌아오는 길엔 온통 밧데리 생각뿐이었다. 시동이 걸려야 할텐데......

아내의 시동걸기 요령
1. 히타를 꺼놓는다
2. 열 차례 예열을 시킨다 (시동 걸기전 키를 ON 위에 놓는다)
3. 마지막 예열시 1초간 전조등을 켰다가 끈다

학교로 향하기 전 아내는 위의 시동걸기 요령을 숙지시켰지만, 머리 속엔 "또 다시 밧데리 방전으로 고생을 해야 하나?" 생각만이 가득 찼다.

시동걸기 요령으로 해보았지만, 밧데리가 영하 18도를 견디지 못하고 방전되었는지 힘 없는 이잉 이잉 소리를 두 서너 차례냈다. "아, 이젠 25kg이나 나가는 밧데리를 3층에 있는 집까지 옮겨야 하나?"라고 생각하니 또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오늘 같은 결혼기념일엔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밧데리가 좀 견뎌주면 안되네......
낑낑거리며 밧데리를 들고 집으로 올라오자 아내는 아침식사로 리투아니아식 아니면 한국식으로 먹을 것이냐고 물어온다.

밧데리로 시름한 기분으로 퉁명하게 "아직 안 먹겠다"고 답하고 말았다. 사실 이런 대답의 배경엔 밧데리에 대한 아내와 갈등이 있다. 이 밧데리는 2003년 구입한 것이다. 밧데리는 소모품이다. 지난 해에도 몇 차례 집에서 충전하다가 결국 새 밧데리를 구입하고자 가게에 갔다. 가게 주인이 밧데리를 점검하더니 이렇게 멀쩡한 밧데리인데 새 것으로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아내는 새 것을 사지 않을 확실한 명분을 얻게 되었다. 올 겨울 초반 날씨가 따뜻해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중반에는 브라질에서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돌아온 최근 이렇게 영하 15도 내외 날씨가 지속되어 밧데리 방전으로 고생하고 있다. 아내는 곧 봄이 올텐데, 새 밧데리 구입하지 말고, 충전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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낑낑 거리며 차에서 집으로, 집에서 차로 옮겨야 하는 남편의 심정을 좀 헤아려주지......
하기야 새 것을 구입한다 해도 영하 20도 날씨에 방전되지 않으려는 법이 없으니......

밧데리로 영육이 고생해서 그런지 날씨 좋은 브라질이 다시 그리워지는 결혼기념일 아침이다. 
Posted by 초유스